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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구한 그래픽노블 역사에서 가장 뛰어난 걸작을 꼽으라면 항상 언급되는 작품이 있다. 바로 <왓치맨>이다. 이 그래픽노블은 정치, 사회, 심리학에 걸쳐서 엄청난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배경을 바탕으로, 히어로물을 접목시켜 당대의 사회와 정치, 세계 정세등을 대놓고 비판했다. 동시에 충격적인 딜레마를 안겨줄 법한 엔딩의 경우, 시대를 초월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읽은 사람을 자괴감에 빠트릴 정도로 강렬했으며, 작품 속 디테일과 가감없는 묘사는 지금 한국의 문화업계에서도 내어놓을 수 없는 수준을 보여준다. 이 작품이 나온 것이 1985년. 우리가 민주화를 하겠다고 발악하며 정권과 대항하던 시절, 이미 미국에서는 지금의 한국도 내어놓지 못 할 압도적인 정치 그래픽노블을 내어놓았던 것이다. 이 작품을 탄생시킨 앨런 무어에게 경의를 먼저 표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 같다. 앨런 무어, 당신 정말 경이로운 사람이다.

 이런 걸작 <왓치맨>의 영화화 시도는 수없이 많이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이 작품이 영화화되기까지 무려 15년이 걸렸다. <시체들의 새벽(새벽의 저주)>, <300> 등으로 차세대 감독들 가운데에서 영상미학의 절정을 보여주는 감독인 '잭 스나이더' 가 이 프로젝트를 맡았는데, 대중들은 우려와 기대가 반반씩 섞인 태도로 영화 제작을 지켜봐야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담. 흥행에 처참하게 실패하고 말았다. 


 사실, 영화 <왓치맨>의 실패는 영화가 나빴기 때문에 실패한 게 아니었다. 애당초 엄청난 분량과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원작을 겨우(?) 2시간 40분에 담는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러다보니 극장판을 감상하다보면, 이야기는 흘러가는데 디테일이 약간 부족해 작품의 스토리를 따라가기가 힘겹다는 생각이 들 지도 모른다. 필자는 원작을 아주 상세하게 알고 감상했기 때문에 스토리를 따라가는 데 문제가 없었지만, 함께 보았던 지인들은 갸우뚱하며 필자에게 질문 공세를 펼쳤던 기억이 난다. 아마 이 작품을 정상적으로 다 담으려면 4시간은 필요할 것이다. (북미에서는 얼티밋 컬렉션이란 이름으로 잭 스나이더 감독의 의도대로 완벽하게 편집된 녀석이 발매되었다. 플레잉타임 215분으로, 잭 스나이더 감독이 얼마나 이 작품에 공을 들였는 지 알만하다.) 그 뿐이 아니라 이 작품은 그래픽노블 가운데에서도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작품이다. 그런 작품을 겨우 1억 2천만 달러로 만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결국 이런 제작비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한 관계로 아주 중요한 특수효과를 제외한 특수효과들의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난감한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거기에다가 일반 대중들에게 이 왓치맨이라는 히어로물은 적응하기 힘든 유형의 영화였다. 출판된지 엄청난 시간이 흐른데다가 아무리 그래픽노블의 마스터피스로 불리운다해도 일부러 이 작품을 찾아서 보는 신세대들은 없을 것이다. 북미에서도 그러한데 한국을 비롯한 세계에서 왓치맨을 아는 20대가 얼마나 되었을까? 당연히 얼마 없다. 분명히 말해두건데, 배트맨이나 스파이더맨과 같은 유형의 히어로물관 완벽하게 다른 히어로물이 왓치맨이다. 아니, 애당초 이 작품을 히어로물이라고 단정짓는 것 자체가 오류다. 스파이더맨이나 배트맨과 같은 익숙한 세계관과 익숙한 캐릭터의 히어로물을 보다가 이 왓치맨을 보면 적응을 하기 힘든 게 당연하다. 필자 역시 처음 왓치맨을 접했을 때 난해하고 복잡한 배경 스토리와 세계관에 질렸고, 생소한 스타일의 히어로들에게 적응하기 힘들었다. 결국 다 읽지 못 한채 다시 <왓치맨>을 읽는데까지 4년이나 걸려야했다. 심지어 4년 뒤 왓치맨을 접했을 때 필자는 4년 전에 왓치맨을 읽으려 했었다는 사실 자체를 완벽하게 망각한 상태였다. 그 정도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이뿐인가? 이 작품에는 네임밸류있는 배우들이 없다. 대부분 여러 영화에서 조연을 주로 맡아왔던 배우들이고, 실질적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로어셰크의 경우, 영화의 대부분에서 얼굴이 나오지 않는다. 이런 주인공 역할에 유명한 배우가 나올 리 있겠는가. 덕분에 이 작품을 대중들에게 인식시킬 수단이 별로 없었다. 기껏해봐야 예고편에 강렬한 영상을 담아두고, 영화 <300>의 감독 '잭스나이더' 작품이라고 홍보하는 게 다였던 것. 결국 영화 <왓치맨>은 정말 흥행하기 힘들었던 영화였던 게다. 이런 프로젝트에 1억달러를 넘게 투자한 워너와 파라마운트에게 고마워 해야할 것 같은 기분이 팍팍 든다.


 그럼 이 작품을 진지하게 접해볼 생각이 아니면 보지 않는 게 좋을까? 개인적인 결론이긴 하지만 '아니다' 라고 답할 수 있다. 적어도 잭 스나이더 감독은 원작의 디테일을 스쳐지나가는 영상으로라도 집어넣으려 노력을 했고, 그 결과 작품을 여러번 감상할 수록 작품의 디테일이 눈에 띄고 더 몰입이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 작품은 차세대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라고 불리우는 잭 스나이더의 작품이다. 잭 스나이더 감독의 고속 촬영을 통한 슬로우모션은 현재 전 세계 누구도 그 감각을 따라갈 수 없는 영상미를 보여주며, 잭 스나이더만의 광량 조절을 통한 화면 빛깔은 마찬가지로 그 자체로도 눈에 호강하는 느낌을 준다. 똑같이 CF나 뮤직비디오 등을 통해서 인정받고 데뷔한 감독들은 많지만, 잭 스나이더는 아주 특별한 실력을 갖춘 감독이라는 말이다. 선배라고 할 수 있는 스콧 형제나 마이클 베이와는 차별화된 영상을 보여주는 감독이 바로 잭 스나이더다. 비록 작품의 스토리 텔링과 같은 곳에서 마음이 안 들지라도 영상 미학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여러 영화 커뮤니티에서 이래저래 논쟁이 되었던 작품이지만, 필자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괜찮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감독판이나 얼티밋 컬렉션이 국내에 정식발매되지 않아서 무척 안타깝지만,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이라고.. 이 극장판 블루레이로 <왓치맨>을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Movie ★★★★






 본편은 2.40:1의 화면비로, 당연히 최상급의 화질이다. 영상 컨셉의 대부분이 암부이기 때문에 어두운 화면이 대부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디테일을 자랑한다. 음울한 빛깔의 미국의 뒷골목, 어두침침한 공간 속에서 푸른 빛을 발하는 닥터 맨하튼과 그 푸른 빛을 반사하는 주변의 모습. 균일한 색상톤에서도 놀라운 표현력을 보여주며, 블랙의 깊이도 역시 상상 이상이다. 특히 명부와 암부가 교차하는 장면의 쾌감은 잭 스나이더 감독이 의도한 대로 대단한데, 블루레이에서 이 장면의 느낌은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감상했을 때보다 훨씬 뛰어났다. CG 합성 장면에서 해상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지만, 이것은 블루레이 화질의 문제라고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Video ★★★★☆












 음향 역시 대단하다. 암부가 대부분이어서 사람에 따라 느끼는 바가 조금 다를 수 있는 화질과는 다르게 음질의 경우, 투썸업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화성에서 로리가 가한 충격에 의해 구조물이 와르르 무너지는 장면에선 자기도 모르게 귀를 막게 될 정도. 구조물에 금이 가는 소리부터 파괴되고 떨어지고 부딪혀 쨍그랑 하고 부서지는 소리까지 모든 음원들이 생생하게 들려서 기겁했다. 절묘한 사운드 디자인과 풍부한 숫자의 음원, 거기에 강력한 음압과 음향 해상도가 겹쳐지면서 만들어낸 환상적인 사운드 시퀀스라 할만하다. 이 뿐만 아니라 수많은 장면들에서 멋진 음향을 들려주는 레퍼런스급 타이틀 되겠다.

Audio ★★★★★














 2BD라는 한국 정발 블루레이로선 최상의 스펙답게, 서플먼트 분량은 넘쳐흐른다. 문제는 분량이 많은만큼 실속이 있느냐인데, 이는 사람에 따라 크게 엇갈릴 것 같다. 잭 스나이더의 영화적 기술이나 가장 중요한 각본 작업 문제에 대한 분량이 생각보다 많지 않기 때문. 오히려 원작인 왓치맨 속의 설정과 같은 원작 속 문제들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하거나, 작품이 지적한 사회적 문제들이 얼마나 리얼한가에 대해서 탐구하는 느낌의 다큐멘터리들이 많다.






 심지어는 배우들까지도 자기 자신에 대한 인터뷰보다 자기가 맡은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할 정도. 그러다보니 역시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비록 CG나 세트에 대한 영상도 꽤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있었던 것이 잭 스나이더가 이번 작품에서 사용한 테크닉에 대한 것들이었는데, 상세히 다루어지지 않아서 아쉽다. 물론, 많은 분량의 영상만큼 전부 다는 아니더라도 꼭 한번쯤 훓어주면 좋을 영상들이 많이 있다. 서플먼트의 영상들을 모두 훓고나면 영화 왓치맨과 원작 왓치맨에 대한 지식도 얻고, 애정도 듬뿍 생긴다는 것은 확실하니, 한 번쯤 시간을 내서 다 보도록 하자.

Special Featu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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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손님 2011.05.19 21:20 신고

    본 적이 있는데 재미는 있지만 여러가지로
    알고 봐야 하더군요

    왓치맨이라는 캐릭터가 상당히 낮선 캐릭터니....

    할인하면 그때나 구입해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리뷰 잘보고 가고 추천합니다

  2. 베리알 2011.09.17 18:49 신고

    비쥬얼 노블로서의 왓치맨과는 다른,
    영화로서의 왓치맨으로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마무리에서 지구적인 위기의 변형은 원작보다 뛰어났었구요.
    미국이고 소련이고 간에 당장 생존을 위해서 손을 잡아야할 그야말로 절대적인 위기잖아요? ^^

    비쥬얼리스트로서의 잭 스나이더의 (현재까지의) 최정점이 아닐까 싶을만큼 좋았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은 그렇지만, 흥행은... ^^;;;

    블루레이는 화질 음질 서플 뭐 하나 흠 잡을데가 없었구요.
    기술적인 부분이 빠져서 아쉽다면 아쉽지만,
    왓치맨에 집중된 서플이 너무 흥미로워서 그걸로 괜찮다고 생각될 정도...

    • BlogIcon 즈라더 2011.09.17 19:26 신고

      저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엔딩에 대해서는 원작 팬 마다 좋다 나쁘다로 심하게 갈리곤
      하는데, 솔직히 저는 꽤 좋았습니다.

      그래픽노블이 등장했던 그 시기의 왓치맨은 냉전시대로
      핵전쟁에 대한 위기감이 극한에 달해있던 시기였지만,
      지금은 그 부분이 쉽게 다가오지 않을테니까요.
      절묘한 교체였다고 생각합니다.

      흥행이 좀 더 좋았다면, 한국에도 감독판이 나올 수 있지
      않았나 싶어서 슬프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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