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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만화를 원작으로 한 홍콩영화들 중에서 만족스러웠던 작품이 없었다. 대표적으로 잘 알려진 <풍운>은 홍콩 영화의 CG활용만이 부각되었을뿐, 딱히 훌륭한 네러티브나 액션을 보여준 작품이 아니었다. 일본에서는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 중 괜찮은 작품이 있긴 하지만, 해당 만화가 현실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경우에나 성공적인 영화화가 가능했지, 살짝이라도 현실의 범주를 벗어나면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로 탄생하거나, 완전히 막장 영화가 되어버리곤 했다.


 영화 <용호문>은 동명의 만화 <용호문>을 원작삼은 작품이다. 살파랑의 엽위신과 견자단이 다시 뭉친데다, 여문락과 사정봉이라는 당시 홍콩 영화계에서 대세를 이루고 있던 젊은 배우들이 가세해 기대를 모았었다. 그리고 <용호문>은 기대에 걸맞는 성적을 거두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작품 역시도 이전에 만화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처럼, 훌륭한 작품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일단, 영화를 구성하는 주요 캐릭터들이 뜬금없는 행동을 연이어 벌인다. 영화의 시작인 왕소호(사정봉 분)가 마소령(동결)과 만나는 장면의 경우, 이 장면이 왜 들어갔고, 왜 이렇게 연출되어야 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원작에 같은 장면이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리 연출했다면 뭐라 할 말이 없지만, 원작이 그렇다고 영화에서 그 장면을 꼭 넣어야 할 이유는 없다. 필자는 판타지에 가까운 원작을 '완벽하게' 영상화 할 수 없다면, 현실적인 각색이 필수적인 수순이라고 여긴다. 
  


 게다가 왕소룡의 과거 회상 장면만 하더라도 그렇다. 뜬금없는 대사, 뜬금없는 상황, 쓸데없는 슬로우 모션과 지나칠 정도로 축약되어있는 스토리까지 모든 것들이 보는 이를 당황하게 만든다. 아무리 만화 원작이라지만, 만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뭔가 느낄 수 있는 연출을 해줘야하는 것 아닌가. 이런 면에서 용호문의 시나리오는 0점에 가깝다. 최대한 축약하되, 네러티브를 잃지 않는 스토리야말로 무협극의 기본 자세라고 여기는 필자에게 있어서 용호문 속의 스토리는 용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최소한 캐릭터들의 행동이 가슴에 와닿도록 하는, 기초 스토리텔링이라도 갖춰야 할 것이 아니냐는 것.

 그리고 무슨 쓸데없는 슬로우모션이 그리도 많은지, 손발이 퇴갤할 지경이다. 왕소룡이 나찰녀를 한 대 때리는 장면에선, 그만 코웃음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영화속으로 뛰어들어가, 가위로 싹둑 잘라주고 싶은 주인공들의 머리스타일엔 좌절할뿐이다. 다른 만화 원작의 영화들은 시리즈화되면서 점점 현실적인 스타일로 변해왔는데, 왜 <용호문>은 원작 만화 속 유치한 머리스타일을 더 유치하게 만들어, 손발을 퇴갤시키는 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견자단 형님의 머리스타일을 보며, 안타깝다 못해서 눈물이 날 뻔했지 뭔가.


 하지만 이런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이 작품을 자주 돌려본다. 위에 나열한 단점들을 상쇄할만한 장점들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첫번째 장점은 견자단의 압도적인 와이어 액션이다. 본래 실전 격투를 보는 듯한 액션을 추구하는 견자단 '무술감독'이 만든 '와이어 CG 액션'이라는 점 자체가 메리트로 작용한다. 견자단 액션 특유의 빠른 액션과 맞으면 10년 정도 입원해야 할 것 같은 파괴력을 가진 액션은, '역시 견자단!'하고 외칠만하다. 특히 팔꿈치, 손바닥 등의 부위를 주로 활용하는 왕소룡(견자단 분)의 장법이나 발차기가 주특기인 왕소호, 쌍절곤이 주특기인 석흑룡(여문락 분)의 액션은 하나같이 훌륭하다. 어쩌면 당연한게 빠른 손놀림을 통해 펼쳐지는 화려한 단타액션과 발차기는 오랜 시간 견자단 액션의 주요 요소로 등장해왔던 것이고, (아직도 견자단하면 현실적인 액션 안무보다도 화려한 발차기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쌍절곤은 견자단이 가장 애용하고, 어릴적부터 배워온 무기이기 때문이다. 이런 견자단에게 딱 맞는 각 캐릭터의 특성은 <용호문>의 액션이 훌륭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달까.

 <용호문>에서 주목해야 할 액션 장면을 꼽아보자면 1)일식집 액션씬 2)야구장 액션씬 3)나찰문 액션씬. 이렇게 세 장면을 뽑을 수 있다. 수박 겉핧기라도 해보자.


 일단, 일식집 액션씬은 견자단이 다수를 상대로 현란한 액션을 선보인다.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답게 와이어 액션도 포함되어 있는데, 견자단 무술감독의 파괴력이 더해져 시원시원하다. 조금은 유치한 부분이지만, 왕소룡이 덤블링을 하며 기어서 도망치던 스칼리를 향해 다가가는 장면은 거의 공포영화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잡히면 죽는다' 랄까.

 야구장 액션씬은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현실적인 액션씬이다. 실제 소림사 무술가인 석행우가 나오는 장면치고 액션의 합이 썰렁한 편인데, 확실한 정보는 아니지만 석행우가 나찰문의 장문인 역할을 함께 맡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럼 왜 이 장면을 주목해야하느냐, 바로 엽위신 감독의 역동적인 연출과 와이어가 거의 사용되지 않은 견자단의 현실적인 봉술 안무가 나오기 때문. 특히 엽위신 감독은 왕소룡이 봉을 이용한 액션을 보일 때도 연출을 잘 했지만, 액션의 중반부에 들어 달리면서 하는 액션씬을 역동적으로 연출해놨다. 현실적이고 역동적이라, 심장박동이 절로 빨라지는 시퀀스다.

 영화의 클라이막스인 나찰문 액션씬이야 당연히 대단하다. 왕소호와 석흑룡이 나찰문 장문과 결투를 벌이는 장면도 꽤나 쓸만하지만, 역시 하이라이트는 견자단이 맡은 왕소룡이 등장하는 순간부터다. 너무 강한 왕소룡 덕분에 결투 결과 자체는 무척 싱거우나, 견자단의 박력넘치는 액션에 눈이 호강한다. 견자단 무술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그 동안 CG로 표현해왔던 무술을 현실적으로 변신시켜놨다. 베리알님도 지적하셨지만, '항룡십팔장'이 나찰문 장문의 몸에 꽂히는 순간은 탄성이 절로 나온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밀리는 결투가 재미없을거란 편견은 버려라. 누군가 죽어라고 얻어터지는 게 이렇게 재미있을줄은 몰랐다.


 <용호문>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액션만이 아니다. 영화 속 두 명의 여배우, 동결과 이소염이다. 동결의 단아함과 청순함은 극을 질질 끄는 장면에서만 발휘되기 때문에 처음엔 짜증스러울 수도 있겠으나, 그녀의 평온한 미소는 이 작품에서 쾌감을 주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사실, 이 시기의 동결보다 지금의 동결이 훨씬 섹시하고 예쁘다.) 그리고 <칠검하천산> 드라마를 통해 알게 된 배우 이소염이 <용호문>에선 나찰녀 역할을 맡아서 뇌쇄적인 아리따움을 한껏 뽐낸다. <칠검하천산>에서 지나치게 정직하고 청순한 역할을 맡아,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던 그녀의 또 다른 면모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영화 <용호문> 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홍콩무협영화 중에서 이토록 훌륭한 액션이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이 절반, 유치찬란한 주제(?)에 내러티브고 뭐고 전부 무시해버린 점이 절반. 그래서 한심한 시나리오지만, 액션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게 멋지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리고 배우들을 보는 재미도 있으니, 볼 가치가 전혀 없는 작품은 아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2.35:1 아나몰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용호문>의 화질은 무척 훌륭한 편이다. 무엇보다 해상력이 발군. 클로즈업시의 화질도 놀랍고, 전부 CG로 만들어져 해상력이 흐려지는 장면을 제외하면, 딱히 트집잡을만한 장면이 없을 정도로 괜찮은 화질이다. 이 정도면 HD시대가 온 지금에 와서 봐도 저화질이라 꼬집을만한 화질은 아니다. <용호문>은 블루레이로도 발매되었는데, 한국에도 정발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화질과 음질이 매우 훌륭하다는 평이 있다.


 <용호문>은 풀비트레이트 DTS:ES를 지원한다. 매트릭스 방식이긴 하지만 그래도 매우 훌륭하며, 이전까지 이어져오던 홍콩영화 특유의 과장된 효과음이 슬슬 훌륭한 효과음으로 바뀌었음을 알 수 있는 작품이다. 일단 타격감이나 액션씬에서의 포위감이 매우 훌륭하고, 영화를 보는 사람이 펀치에 얻어맞는 것 같은 묵직함이 일품. OST의 풍성함이나 서라운드를 적극 이용하는 사운드 디자인도 영화의 다소 과장된 액션과 파괴력있는 무술들과 훌륭한 조합을 보인다. 


 서플먼트는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대부분 뭔가를 보여주다 마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용호문의 홍보영상들을 짜집기 해놓은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아예 없는 것보단 낫겠지만, 붙박이 자막에 영상 앞뒤로 붙어있는 홍보문구는 좀 편집해주는 수고 정도는 해두자. 사정봉, 여문락, 견자단의 짤막한 인터뷰가 있지만, 그저 '없는 것 보단 낫다' 수준을 벗어나지 못 한다. 

 
 처음 이 글을 손댈 때는 가볍게 다시 정리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손댔다. 그런데, 글을 읽다보니, 예전에 쓴 글임을 감안하더라도 졸렬한 수준의 글이 아닌가. 문제가 너무 심각해서 거의 새로 쓰다시피 한 것 같다. 차라리 아예 기존 글은 없는 셈치고, 다시 쓰는 쪽이 시간적 여유를 가졌으리라.


 용호문은 액션이 압권인 영화다. 특히, 클라이막스인 나찰문 장문과 왕소룡(견자단)의 대결은 묵직함과 화려함이 공존하는 액션이다. 안습이라는 말 밖에 안 나오는 시나리오마저 견뎌낼 가치가 있달까. 확실히 견자단이 직접 무술안무를 맡아, 액션을 디자인하면 최상급의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다. <정무풍운>을 제외하고 말이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새로운삶 2011.10.30 08:31 신고

    많이 이상하긴 했죠^^ 그나마 자단이때문에 끝까지 보게되더라는^^;;

  2. BlogIcon 온누리49 2011.10.30 08:32 신고

    용호문이란 영화는 보질 못했네요
    워낙 중국영화를 많이 보는 편이라 웬만한 것은 본줄 알았는데
    잘보고 갑니다
    휴일 즐겁게 보내시고요

  3. BlogIcon 큐빅스™ 2011.10.30 08:32 신고

    액션이 좋아보입니다.
    좋은 영화 소개 감사요^^
    즐거운 주말되세요.

  4. BlogIcon ★입질의 추억★ 2011.10.30 08:50 신고

    어렸을때 이후론 홍콩영화들을 거의 못본거 같아요.
    거의 마지막 기억이 쾌찬차였던거 같습니다 ㅎㅎ
    즐건 휴일 보내세요~^^

  5. BlogIcon 코기맘 2011.10.30 11:46 신고

    견자단이 유명한가봐요.. 저번에 소개해주신영화도 이분이 감독했다고 하셨는데..

  6. 로즈힐 2011.10.30 13:57 신고

    용호문이라는 영화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ㅎㅎ
    행복한 일요일 보내십시요!

  7. 2011.10.30 17:36

    비밀댓글입니다

  8. BlogIcon 나이트세이버즈 2011.10.30 17:37 신고

    견자단 머리 모양 보고 뿜었던 1인. 석행우는 예전에 MBC 대단한 도전에 출연했던 그 사람이죠? 최근엔 쿵푸 허슬, 8인-최후의 결사단 등에서 볼 수 있더군요. 묘하게 정감 가는 얼굴이던데.

    • BlogIcon 즈라더 2011.10.30 17:49 신고

      대단한 도전에 출연했는 지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쿵푸허슬에 나온 사람은 맞습니다. 엽문에도 나오고,
      도화선에도 나옵니다.

  9. 손님 2011.10.30 18:39 신고

    영화 자체가 손발이 오글거리는 수준이라는 것은 절절히 동감합니다

    원래 이런 류의 영화가 뻥이 반은 먹고 들어가는 장르지만
    정말 심하더군요

    특히 헤어스타일은 정말 제가 영화 버닝의 주인공이 되서
    통째로 싹 뚝 잘라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더군요

    그 것때문에 DVD를 사서 보다 끄고 버릴까 생각하다가
    그래고 한번은 다 보고 버리자 해서 끝까지 본 영화죠 첫날에 버릴뻔한 ^ ^

    근데 정말 액션은 명불허전 그 자체더군요
    전성기 중국무협영화를 보면서 느낀 전율이 오더군요 ^ ^

    특히 식당에서 보여준 액션이 마음에 들더군요
    카메라도 마치 만화를 보는 듯한 앵글로 잘 찍은....

    지금은 소중히 애장하고 있는 중국영화인데
    블루레이가 나온다면 구매하고 싶더군요

    • BlogIcon 즈라더 2011.10.30 18:40 신고

      액션만큼은 남다르니.. 한심한 수준의 영화를 간신히 살려준달까요.

      그리고 다른 배우들은 몰라도, 견자단 만큼은 저 머리를 하지 말았어야 했어요.

  10. 베리알 2011.10.30 22:37 신고

    여러 영화들의 다양한 형식의 액션들을 대부분 다 좋아라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액션 스타일이어서 남다른 애착이 가는 작품입니다.
    아예 황당하거나 혹은 아예 SF로 가버리는 액션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 현실적이어서 싱겁고 찌질한 것도 아니고,
    정말로 현실 세계(^^;;;)에서 절세의 무공을 가진 자들이 사투를 벌이면 이 정도가 아닐까...싶은,
    무협세계에서의 초인은 초인이지만 분명히 인간은 인간인 절세고수들의 싸움이랄까요.

    용호문 서플에서 견자단이 말하는 것처럼,
    액션은 그냥 붕붕 날라다니는 게 아니라 실제의 물리 법칙을 고려한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그동안 발동했다 하면 무조건 정지 자세에 CG만 꾸물럭 대던 개방의 그 썰렁한 허풍의 장법이,
    드디어 허풍에서 살아 있는 전설로 내려온 것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 무수한 단점들(끄집어내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기는 하지요. ^^;;;)에도 불구하고,
    액션 때문에 얼마나 돌려 보았는지 셀 수도 없는 작품입니다.

    DVD도 훌륭했지만, 역시 블루레이는 더 좋더군요.
    DVD를 너무 돌려본 덕분에, 한글 자막이 없는 아쉬움이 그닥 크지 않은 걸 좋다고 해야 할지 뭐라고 해야 할지... -.-;;;
    국내에 정발되면 두말없이 사고 싶긴 합니다. ^^

    • BlogIcon 즈라더 2011.10.30 22:43 신고

      말씀하신 것처럼 액션이 멋진 것 말고도
      액션을 위한 효과음과 엽위신 감독의 연출도
      좋아서 시너지 효과를 낸 것 같습니다.

      항룡십팔장이 파팍하고 꽂힐 때 그 효과음은..-_-b
      항룡십팔장이 시작되기 전의 연계 장법들도
      빠악!하는 효과음이 예술임돠...+_+


      전 블루레이가 나온다면.. 한 가지 문제가 걸리네요.
      오글거리는 머리스타일을 초고화질로 감상해야한다는..

      그러나! 이소염의 섹시한 자태를 초고화질로 감상할 수
      있으니 두말없이 지를 것 같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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