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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가 인기죠? 어찌나 폭발적인 인기인지, 시청률이 그리 높지 않음에도 뿌나가 방송되는 날은 뿌나에 대한 이야기로 인터넷이 도배됩니다. 개인적으로 <대왕 세종>이 제대로 된 세종 대왕을 그리지 못 했기 때문에 뿌나가 세종에 대해 멋지게 그려내고 있는 모습이 참 마음에 듭니다. 뿌나에 대해 아주 호평을 하진 않지만, 적어도 한글 창제라는 테마를 극적으로 살려낸 점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어요. 소이가 강채윤에게 "이미 배웠잖아"라고 하는 순간 온 몸에 전율이 흐르더군요.

 이렇게 여러 측면에서 재미있는 드라마 뿌나입니다만, 혹시 여러분은 뿌나의 세트장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 있으신지요? 뿌나에 등장하는 건물들이 제대로 된 건물들인지 생각해본 적 있으신지요? 

쌍화점에서는 고려의 궁궐로 중국식 건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한국의 건물이 중국식이 되었는지... 게다가 궁궐로 쓰기엔 규모도 너무 작아요.


 필자는 최근 <쌍화점>을 봤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들을 보면서 한숨을 푹푹 쉬었더랍니다. 세트장이 엉망진창이었기 때문이지요. 

 <쌍화점>의 시대적 배경은 고려 말기입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고려 시대의 건축물은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영화에서 정전으로 나오는 건물은 드라마 <신돈>을 위해서 만들어진 건물인데, 아쉽게도 고려 당대의 건물에 비해서 훨씬 작고 검소합니다. 고려 도경에는 고려의 정전에 대해서 '장대하고 화려하다'라고 짤막하게 표현했지요. 얼마 전 발굴조사에 의해 고려의 황성 안의 궁궐 전각 들이 굉장히 장대했음이 밝혀져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그 뿐만이 아닙니다. <쌍화점> 속에는 고려 황성의 '광화문'이 등장하는데, 제작진은 고려 황성의 광화문이 조선의 광화문과 같은 모양일거라 생각했나봅니다. 지금 <뿌리깊은 나무>에서도 등장하는 광화문 세트장을 그대로 이용했더군요. 한국의 사극 제작자들이 당대의 시대상 연출과 건축물 연구에 조금도 공을 들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지요. 심지어 <쌍화점>의 유하 감독은 "더 크다고는 하는데...." 라면서 자신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음을 내비칩니다. 알면서 안 하는 것은 더 큰 죄가 아닐런지요.

 그리고 <쌍화점>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삼국시대, 고려시대의 사극을 찍으면서 성벽을 조선 후기의 성벽으로 찍는 것도 문제가 심각합니다. 양식도 완전히 다르고, 성벽의 높이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고려시대까지 우리나라의 성벽은 대체적으로 8~20m였습니다. 반면 조선 후기 성벽은 훨씬 낮죠. 수원 화성만 하더라도 6m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고려시대까지 우리나라의 성벽은 작은 돌을 쌓아올려서 만들어졌지만, 조선 후기의 성벽은 큰 돌을 쌓아올려서 만들어졌습니다.

이 조그마한 건물이 서긍에게 극찬을 받았던 고려의 정전이라니.. 정말 슬플 뿐입니다.


 뿌나 역시 이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가 조선시대 건축물로 알고 있는 건물들은 모두 조선이 멸망하기 200여년 전에 만들어진 양식의 건물들입니다. 조선 말기의 건물들인 셈입니다. 뿌나는 조선이 건국된 지 100년도 안 된 시기의 드라마죠. 그런 드라마에 조선 후기의 양식이 등장한다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뿌나에서 등장한 경회루는 지금 경복궁에 있는 경회루를 이용해서 촬영한 것입니다만, 세종대왕 당시의 경회루는 지금 경복궁에 있는 경회루보다 규모가 훨씬 작았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경회루가 가장 거대했던 시기는 성종 시기입니다. 옥으로 치장한 경회루에 1천명이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하지요.) 

 서울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 광화문을 가보세요. 그럼 <쌍화점>과 <뿌리깊은 나무>에 사용된 광화문 세트장이 얼마나 작은지 깨닫게 되실 겁니다. 창덕궁도 한 번 가보세요. 마찬가지로 뿌나의 창덕궁 인정전이 얼마나 작은지 깨닫게 되시겠죠. 조선 후기의 건축물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규모가 작습니다. 하지만 그런 건축물 마저도 제대로 된 세트장을 만들지 못 했다는 사실, 이건 문제일 수 밖에 없습니다.


뿌나 속 광화문과 실제 광화문을 비교해보세요. 처참하지 않습니까? ^^;;


by krawlito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 좋은 변명이 있습니다. 당시의 고증을 제대로 갖추기도 힘들뿐 아니라, 세트장을 새로 지을 돈도 없다는 변명이죠. 분명히 합리적인 변명입니다만, 이 변명에 문제가 있습니다. 앞서 광화문 세트장을 언급하며 말한 것처럼, 조선 후기의 건물조차도 제대로 된 세트장을 만들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이렇게 세트장의 문제가 지적된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의 세트장 건축 방식이 한 몫을 합니다. 큰 부지를 구입해 제대로 세트장을 만드는 게 아니라 이곳저곳 분산된 지역의 작은 부지를 지자체와 공동으로 구입해, 얼렁뚱땅 세트장을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엔 온전하게 만들어진 세트장이 없습니다. 그나마 태왕사신기 세트장이 제 몫을 합니다만, 시대와 국적이 불분명한 세트장이므로 의미가 없지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단 하나 뿐입니다. 방송사들이 힘을 합쳐서 철저하게 고증을 갖춘 1:1 비율의 정상적인 세트장을 각 시대별로  제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세트장을 보수해가며, 계속해서 사용하도록 하는 거지요. 괜히 이곳저곳에 짓고 부수고 할 것 없이 한 곳에 제대로 만든다면 관광지로서 힘도 발휘할 수 있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당대의 건축물에 대해서 알 수도 있으며, 앞으로 여러 영화와 드라마 사극을 만들 때도 제대로 된 건축물에서 제대로 된 사극이 만들어질 수 있겠죠.

Gyeonghoeru
Gyeonghoeru by Sean Munson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뿌리 깊은 나무에서 위 사진에 있는 현재의 경회루가 등장했습니다만, 이 경회루는 고종과 대원군이 만든 경회루입니다. 세종 대의 경회루는 위 경회루보다 더 작았던 것으로 보이며, 경회루는 성종대에 다시 지어, 1천명을 수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하죠. 게다가 금은 장식과 옥장식으로 치장된 초호화 건축물이었기 때문에 위 사진의 경회루보다 훨씬 크고 화려했습니다.)
 

 이미 해외의 여러 나라들은 각 시대별로 최대한 고증을 갖춘 1:1 비율의 규모로 세트장을 만들어둔 다음, 꾸준히 보수해가며 촬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시대의 사극을 상당히 멋지게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죠. 

 한국에서 사극을 만들기 시작한 지 벌써 수십년입니다. 언제까지 말도 안 되는 고증으로 지어진, 실제 규모보다 한참 작은 세트장에서 사극을 촬영하려 한답니까. 이제 사극에도 개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사극하면 환장하도록 좋아하는 필자와 같은 사람도 조선 후기의 성벽, 조선 후기의 건축물로 뭐든지 대충 만들어버리는 한국의 사극에 질려가는 중입니다. 이제 슬슬 사극에도 개혁의 바람에 불어올 때가 되었습니다. 고인물은 썩게 마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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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logIcon 칼리우마 2011.12.21 15:03 신고

    좋은 작품을 세트장에 의해 크게 훼손될 수도 있다는 점을 제대로 인식해야할텐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면, 쪽대본으로 진행되는 우리나라 드라마의 현실상 거리상으로 멀거나 고증할 시간을 못갖는건 또 아닌지.
    좋은시간 보내세요~

  3. BlogIcon 신기한별 2011.12.21 15:36 신고

    한국 사극 세트장이 생각보다 안좋을 줄 몰랐습니다

  4. 2011.12.21 16:09

    비밀댓글입니다

  5. 2011.12.21 16:17

    비밀댓글입니다

  6. BlogIcon Yujin Hwang 2011.12.21 16:17 신고

    세트장비용 투자문제도 있겠지만
    확연히 차이나는 규모문제는 진짜 너무 하네요.

  7. BlogIcon 참교육 2011.12.21 16:26 신고

    정말 그렇군요. 중요한 문젭니다. 역사를 배우는 학생들도 있는데...
    시급히 바로잡아야겠습니다.

  8. BlogIcon 안달레 2011.12.21 17:34 신고

    제작비 지출 분배를 좀더 현명하게 할 필요가있어보입니다 제작비의 반이상을 스타케스팅에 할애하니 세트따위에 신경쓸 여력이 없는거죠

    • BlogIcon 즈라더 2011.12.21 17:46 신고

      세트장 건축을 드라마 하나가 부담할 수는 없으니,
      이를 정부, 방송사가 단합하여 자금을 끌어모아야 하겠지요.

  9. 손님 2011.12.21 18:01 신고

    우리가 살아있을때 그런 제대로 된 세트를 갗춘
    사극을 볼 수는 있는지 .....
    그보다는 방송사는 그런 마음이나 있나 의문이 든다는

    지금 상황에서 보면 그나마 있는 것도 관리를 안해 방치중인데
    그런 마인드로 더 큰 세트를 가진다고 하면 오히려 문제만 더 커지는 느낌입니다

  10. BlogIcon 학마 2011.12.21 21:04 신고

    작품을 만들어내기 바쁜 우리나라 드라마의 현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ㅎ
    다방면으로 질적으로 높아지기를 그저 바랍뿐이죠.

  11. BlogIcon 미사고 2011.12.21 21:47 신고

    1:1 비율의 세트장 어려운 문제네요. 세트장을 보존하는 곳도 있는데 가보면 그렇게 초라할 수가 없더라고요. 세트장을 한곳에 몰아서 지어 놓고 촬영할 때는 촬영하고, 나중에는 관광 상품으로 개발해도 좋을 텐데요. 아무튼 그래도 뿌리 깊은 나무는 다른 드라마보다는 카메라가 좋아서 그런지 초라해 보이지는 않더라고요. 글 잘 보고 가요.

    • BlogIcon 즈라더 2011.12.21 22:32 신고

      뿌나는 그래도 내부 세트장에 옻칠도 좀 하고..
      신경을 전혀 안 쓴 모양새는 아니에요.

      말씀하신 카메라도 알렉사 카메라라서 떼깔 좀 괜찮죠.

  12. BlogIcon 온누리49 2011.12.21 23:32 신고

    잘보고 갑니다
    드라마를 찍기 위해 조성한 세트장은 그야말로 고증하고는 거리가 멀죠
    공감합니다...
    적어도 어느정도 공감리 갈만한 구성은 되어야하는데 말입니다
    좋은 지적 고맙습니다^^

  13. BlogIcon 쏠트 2011.12.22 09:26 신고

    사극보면서 그런 생각 한번도 해본 적 없는데. 콕콕 찝어주시니 정말 그렇네요.
    좋은 그림이 나오려면 배경에도 적극 투자가 되어야할 듯.

  14. smkrainbow 2011.12.22 09:34 신고

    다른건 몰라도 우리나라가 중국쪽 세트나 액션은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너무너무많이드네요 뭐 중국도 시망인 작품이 많긴한데
    잘된작품들을 비교해보면 세트는 말할것도없고.. 특히 액션은...뭐;;
    무사백동수 액션보고 ㅡㅡ 애들장난하는줄 알았었네요

    • smkrainbow 2011.12.22 09:45 신고

      우리나라에서만 보는것도아니고 해외로도 많이 수출하니 정부쪽에서도 세트장쪽은..
      많은 투자를 해주는게.. 물론 관리도 보통힘든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한번 제대로 만들어 놓으면
      계속 쓸터인데....

    • BlogIcon 즈라더 2011.12.22 13:51 신고

      뭐.. 무협물이 아닌 이상 액션에 엄청 공을 들일 필요는
      없다고 쳐도, 세트장은 정말 할말 없잖아요.ㅠㅠ

      맞는 말씀입니다. 해외로 판매하는 이상 정부에서 세트장 건축에
      도움을 줘도 좋을텐데요.

  15. BlogIcon 대한모 황효순 2011.12.22 14:37 신고

    즈라더님 예리 하신걸요~
    전 아무 생각없이 봐왔는데 말이죠.^^;

  16. 사실상 몇년전에 갔던 문경새재 세트장도 뭐.. 파손정도가 심한곳도 한두군데가 아니고 말이죠..ㅠㅠ

    뭐 그래도 문경새재야 10년전부터 여태껏 KBS 1TV 대하드라마 촬영 계속 하고있을테지만, 다른데는.....

  17. BlogIcon kodongwan 2011.12.22 16:58 신고

    사극 애청자이자, 대하사극 매니아 카페 매니저로서 심히 동감합니다. MBC의 용인과 나주 테마파크, KBS의 부안과 문경, 설악 촬영장등을 고려해봤을 때 방송 3사가 연합하면 충분히 고퀄리티의 작품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방송사간의 협력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18. 세트장이해하겠습니다. 병력이라도 늘려주세요......ㅠ.....ㅠ....

  19. 연극영화과 2012.02.06 01:14 신고

    실제크기로 하면 거리가 멀어져 카메라에 사람얼굴이 잘 안나올겁니다..황후화 처럼 한다치면 수많은 엑스트라가 필요한데 그렇게까지 할 방송사나 영화사도 없을 것이구 방송3사 다 투자한다 해도 황후화만큼은 안될겁니다.이건희회장이 투자한다면 모르겠지만요..사람얼굴과 건물이 좋게 앵글에 잡히도록 계산해서 최적화로 세트장 짓습니다. 다, 물론 카메라에만 좋게잡히면 되기 때문에 1박2일에 고궁특집에 나온것처럼 디테일하게는 안할겁니다. 아니 장인들이 없기 때문에 똑같이 할수가 없을겁니다. 정부에서 지원한다면 안그래도 걷은세금에 비해 나한테 돌아오는건 크지않은게 현실인데 세금 더걷어가겠죠, 그리고 그돈으로 똥닦을지는 아무도 모르니....
    환경이 열악한건 사실이지만 굳이 1:1크기까진 필요없을듯 합니다. 열악한환경에서도 국제영화제에서 상 타오는 영화인들 홧팅 ^^

    • BlogIcon 즈라더 2012.02.06 02:18 신고

      바스트 샷이나 클로즈업 샷이랑 세트장이랑 무슨 관계인가요.
      전 세계적으로 1:1 규모의 세트장을 짓는 게 대세인 상황인데
      그들은 한국보다 화각이 몇배 더 좋은 카메라를 쓰는 걸까요? -ㅅ-

      수정분에 대한 답변 - 한국 사극의 10%도 안 되는 제작비로
      만들어지는 해외 사극도 1:1 세트에서 촬영합니다.
      그리고 본문에 보시면 아시겠으나, 이건희까지 필요도
      없습니다. 방송사 3사가 협력만 하면 제대로 만들 수 있어요.

      장인이 딱히 필요할 이유도 없죠. 무슨 문화재 복원하는
      것도 아니고, 여러가지 편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극에서 1:1 규모는 '필수'지 '조건'이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황후화는 고증과 전혀 관계없는 무협영화로
      영화 속의 세트장은 1:1 규모와 전혀 관계없고, 오로지
      탐닉적인 색채의 화려함만 추구해 엄청난 예산을 들여서
      만든 세트장입니다. 황후화처럼 판타지를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20. BlogIcon ㅇㅇㅇ 2012.05.29 13:31 신고

    여기저기 짓고 부수는 이유가 있죠 ㅋㅋㅋ사극 세트장 만드는 업체에서 그렇게 해야지 돈을 챙겨먹거든요 ㅋㅋ

  21. 시호 2013.04.16 16:51 신고

    솔직히 제대로 만들어서 관리하고 두고두고 촬영용으로 썼으면 하는데, 좁아터진 대한민국 땅 크기를 생각하면 1:1비율의 세트장 구현은 어렵지 않을까요ㅠㅠ 크기는 크지 않더라도 시대고증만 잘 해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