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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도 잘 수가 없었다. 급한 일을 마무리 짓느라 거의 새벽 5시에야 잠자리에 누웠는데, 그 이후 8시에 깨고, 10시에 깨고, 12시에 완전히 일어났다. 두 가지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첫번째 스트레스는 일전에 <아주 특별한 손님> 리뷰에 적은 바 있는 큰아버지의 위중함이고, 두번째 스트레스는 그로 인해 지방으로 내려가신 아버지 대신 일을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굉장히 바쁜 시간을 쪼개서 동생과 내가 시간 교대로 가게에 나가있어야 했다.
 
 큰아버지 일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감정에 사로잡힌 채 작성한 리뷰가 <아주 특별한 손님>이다. 다행히 이 영화를 통해서 어느 정도 내 입장과 내가 해야할 일에 대해서 정리가 되었다. 하지만 마음 속 근심거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필자는 아버지의 가게 일을 볼 줄 모르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의 사업장도 아니고, 아버지의 사업장이니 실수 하나가 아버지께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었다. 막중한 임무를 맡은 것처럼 후들거리면서 정신없이 가게 일을 보고 나니, 어느새 아버지가 도착하셨다. 드디어 마음이 편해지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역시 삶이란 그렇게 쉽게 정리되지 않는 모양이다. 아버지께서 내가 모르던 큰아버지의 병에 대해 이야기 해주셨는데, 이미 예전에 병원에서 퇴원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마지막을 즐겁고 편안하게 지내기로 결정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즉, 돌아가실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 다시 마음이 무거워졌다.

우울한 글에는 유역비


 집에 돌아와서 삶과 죽음에 대해서 마음의 부담을 덜어낼 수 있는 영화가 있을까하는 마음에 뒤적거렸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눈에 들어왔지만, 바로 얼마 전에 감상한 영화라 접어두었다. 오히려 지루함을 느끼고, 짜증만 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찾아낸 것이 <호우시절> DVD. 장르는 멜로물이지만, 쓰촨 대지진으로 받은 상처를 치유한다는 의미를 지닌 영화다. 이 영화 역시 본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따질 여유가 없었다. 적절히 감상하며 서늘하게 불어오는 산들바람의 느낌을 마음에 새겼다. 영화를 보고 조금은 편해지는 걸 느꼈다.
 
 급 피로감이 몰려들어 잠깐 잠을 청하고, 일어나서 다시 영화를 찾았다. 본래 마음이란, 자고 일어났을 때 가장 불편한 법이다. 영화 속이나 드라마 속에서 볼 수 있는 뽀샤시한 아침의 광경 따윈 실재하지 않는다. 가장 괴롭고 힘든 시간이 아침에 일어났을 때다. 특히 정신적 혹은 육체적 스트레스가 가득한 시기에 가장 심한데, 군대에서 자살충동을 가장 많이 느끼는 시간대가 아침에 일어났을 때라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하는 듯 하다.

우울한 글에는 유시시

 

 한참을 뒤적거리다 꺼내놓은 타이틀은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 <굿 바이>. 이 두 작품은 바로 얼마 전에 리뷰를 위해서 재감상을 했던 작품이므로 얼마 되지 않아서 또 감상하기는 부담스럽다. 그래서 다시 뒤져보니 <닉과 노라의 인피니트 플레이 리스트>와 <원스> 블루레이가 튀어나왔다. 아, 그래 음악을 감상하면서 잔잔히 즐겨보는 거야. 먼저 <원스>를 보고 마음을 다잡았다. 역시나 참 좋은 작품이다. 반면 <닉과 노라의 인피니트 플레이 리스트>는 그렇게 잘 만들어진 작품은 아니다. 로맨틱 코미디에 음악적 요소를 살짝 가미한 영화인데, 그래도 가볍게 웃기엔 그리 나쁘지 않다. 게다가 <토르>를 통해 많은 이들이 주목했던 배우, 캣 데닝스가 여자 주인공을 맡아서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러고보니 <닉과 노라의 인피니트 플레이 리스트> 블루레이 리뷰를 하지 않았다. 나중에 한 번 해야지.
 

우울한 글에는 유시시



 얼굴도 기억하지 못 하는 큰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렇게 음침해지다니 좀 당혹스러웠다. 이게 혈연 때문인지 후천적 교육의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울증을 오랫동안 앓아온 필자에겐 꽤나 큰 데미지다. 그런데 이 스트레스를 취미생활을 통해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이래서 취미생활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하는 것 아닌가 싶다. 영화나 드라마, 음악처럼 작품마다 느낌이 다르고 감정이 다른 취미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제 잔잔한 영화는 많이 봤고, 마무리하는 느낌으로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를 봤다. 정말 신나고 멋진 영화다. 속이 후련해졌다.

 죽음이라는 거,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이다. 필자의 블로그 설명에 "안녕하세요, 언젠가 죽을 여러분.'이라는 문구를 적은 것은 <피를 마시는 새>라는 책에서 보고 꽤나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합리적이고 당연한 문구이건만, 삶에서 언젠가 찾아오는 죽음이란 존재를 스스로 깨닫지도 받아들이지도 못 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문구이기도 했다. 

 예전에 소녀시대를 보면 직장에서의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재미있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게 어디 소녀시대만의 이야기겠는가. 소녀시대는 '취미생활'의 대표적 예시였을 뿐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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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1.22 07:02

    비밀댓글입니다

  2. BlogIcon ★입질의 추억★ 2012.01.22 08:48 신고

    피를 마시는 새가 궁금하네요~~
    현대사회서 취미생활 없는 분들 정말 많더라구요.
    하나쯤 갖는게 좋지요^^

  3. BlogIcon 큐빅스™ 2012.01.22 12:39 신고

    바쁜 중에서도 꾸준히 양질의 포스팅하는것 더 대단합니다^^
    전 워낙 정리가 느려서 매일 포스팅은 불가능 하드라구요.ㅋ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4. BlogIcon 칼슈레이 2012.01.22 13:40 신고

    어쩐지... 그래서 "즈라더"님이셨군요 ㅎㅎ 이영도님의 글은 확실히 매력적이죠 ^^ 요즘 책장에서 다시 꺼내 읽어볼까 하고있습니다 ㅎㅎ;;
    아무튼 즈라더님 즐거운 설명절보내세요~~~~

    • BlogIcon 즈라더 2012.01.22 14:32 신고

      워낙 강렬한 캐릭터였던데다 많은 분들이 딱히 인지하지 않고
      있는 캐릭터라서 과감히 선택해봤지요. :-)
      걱정인 것은 나중에 이름 저작권이 문제되어 벌금을 물진
      않을까..... 하는 부분...-ㅁ-;

      좋은 명절 보내세요.

  5. BlogIcon Yujin Hwang 2012.01.22 14:41 신고

    가족의 죽음이 누구나 죽을 수도 있다는
    죽음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현실감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너무 우울해하지는 마세요. 취미가 있고 블로그에도 친구가 있으니...^^
    제 취미는 ~ 음... 요리, 정원가꾸기외에도 때로는 영화에 하루 수편보기인데,
    영화를 연장 보다보니, 비현실속에 빠지는거 같은 착각이 들어 중단하고 블로깅으로 돌아오는데,
    블로깅은 뭐 현실적인가? 이게 또 딜렘마네요...나 지금 뭐라고 여기서 이러고 있나 모르겠네...ㅋㅋ
    암튼, 우울해 하지말고 터진 복이나 많이 받으셈!!

    • BlogIcon 즈라더 2012.01.22 15:03 신고

      블로그는 웹이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과 관계를 만들 수 있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어필할 수 있으니
      현실적인 취미가 아닐까해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6. BlogIcon 무토토 2012.01.22 15:17 신고

    죽음은 삶의 대극이 아니라 일부라지만 물 흐르듯 가벼이 흘려보내기엔 그 무게가 과하죠. 그래도 견디다 보면 시간이란 놈이 도움이 될 때도 있더라구요. 힘 내시고 우울함에 빠지지 않게 조심하세요.

  7. BlogIcon 김팬더 2012.01.22 15:42 신고

    맨첨에 즈라더님 블로그에 왔을때 메인글 피를 마시는새 그 문구 지금도 기억나요 ㅎㅎㅎ 되게 강렬한 문구였던 ....지금도 있지만 ^^ ㅎㅎ 피를 마시는새 재밌나요???

  8. 2012.01.22 18:03

    비밀댓글입니다

  9. BlogIcon 백전백승 2012.01.22 18:08 신고

    요즘에는 중화TV를 많이 보니 중화권 배우가 낯설지 않은 것 같아요. 자세히 모르는데 유역비는 성룡과 이연걸이 같이 나온 영화인데 무슨 영화인지 제목이 생각나지 않아요. 그리고 유시시는 일지매라는 중드에 나온 것을 본 것 같아요. 맞는지 모릅니다.

    • BlogIcon 즈라더 2012.01.22 19:06 신고

      그게 유역비의 헐리우드 진출작 <포비든 킹덤>이라능.

      말씀하신 것처럼 유시시는 <괴협일지매>에 나온 게 맞습니다.

  10. 죽음도 역시나 삶의 일부죠. 하나뿐인 인생. 돈은 조금 들더라도 좋은 취미생활 하나 가지고 잘 살아봐야겠습니다.

    큰아버님도 쾌유하셨으면 좋겠고. 새해 복 많이받으세요!!

  11. BlogIcon 영국품절녀 2012.01.22 23:56 신고

    취미가 있는 사람은 스트레스도 덜 하다고 해요.
    즈라더님의 취미가 참 부러워요. ^^
    저의 취미는 신랑 괴롭히기랍니다. ㅎㅎ
    가족의 건강 기도하겠습니다.

  12. BlogIcon 바닐라로맨스 2012.01.23 07:02 신고

    ㅎㅎㅎ
    취미를 같는게 사치라고 생각했는데
    하나쯤 꼭 갖는게 좋을것 같아요~

  13. BlogIcon 커피쟁이 2012.01.23 23:46 신고

    나이가 드니 점점 이런 일들이 자주 찾아오지요.
    이제 겉으로 보이기 보다는 속으로 삭히게 됩니다.

  14. 2012.01.24 19:38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즈라더 2012.01.24 23:17 신고

      마음을 컨트롤할 취미가 있다면, 참 좋더라구요..ㅠㅠ
      음악 역시 제 취미 중 하나지요. 아주 깊히 빠져있는 건 아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5. BlogIcon 바람처럼~ 2012.01.25 00:01 신고

    영화를 보면서 마음을 가다듬는 것은 취미생활 이상으로 보이네요. ^^
    저도 요즘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장난 아닌데... 전 뭘 해야할까요? ㅠㅠ
    취미가 뭘까 고민중입니다.

  16. 손님 2012.01.25 16:08 신고

    제 취미는 영화나 음악감상 등인데
    제가 원하는 영화나 음반 등이 잘 안나와서 그것도 힘든..

    연휴 지나고 일상인데 한 주 잘보내시길

  17. 거북이달려 2012.01.25 22:45 신고

    제 가까운 친지분께서도 지금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서 계시답니다.
    즈라더님과 비긋한 심정을 요즘 느끼고 있어요. 조금은 감히 공감이 된다는 말씀을...

    얼마전, 기대하지 않고 봤었던 영화 '리멤버 미'의 뜬금없는 결말도 그랬답니다.
    딱 즈라더님의 대문글이 생각났었어요. 언제가 죽을 여러분....
    좀 더, 치열하면서도.. 순간을 충실하게 살아야겠어요.^^

  18. BlogIcon 세리카 2012.01.26 01:53 신고

    전 취미가 잡다하게 너무 많아서 문제인듯... 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9. BlogIcon linalukas 2012.01.26 04:57 신고

    제가 처음에 즈라더님 블로그를 방문했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이
    "안녕하세요, 언젠가 죽을 여러분.' 이 글귀였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블로그 주인의 상당한 내공과 당당함이 느껴졌다는...그래서 첫 방문에 강한 인상과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있네요.ㅎ
    나중에 인용 글이란 것을 알게 되었죠. 낚였다는 말은 압니다.ㅋㅋ^^

    <호우시절> <원스>...정말 이 영화들 1,2월 안에 기필코!!!ㅎ


    오늘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행복과 마주하시길~^^*

  20. BlogIcon 나이트세이버즈 2012.01.30 01:28 신고

    음...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라고는 하시지만 그래도 위중하신 큰아버님을 언급하시면서 첫 번째 사진은 좀... -ㅁ-;

    • BlogIcon 즈라더 2012.01.30 02:35 신고

      저보다는 글을 보는 분들을 생각했달까요.
      누가 이런 우울한 이야기를 보고 싶겠어요..
      그냥 대강 사진이라도 보고 가시라는 의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