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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화가 반드시 옳으리란 법은 없다. 가끔 부조화스러운 느낌이 조화보다 더한 매력을 가져다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최근 이런 경우의 한 예로 영화 산업을 들고 싶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고 있는 영화 산업의 다른 면에는 아직도 아날로그 즉, 필름을 놓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그 중에 하나인데, 놀란 감독은 CG 기술력이나 팬텀 HD라는 기기같은 디지털의 힘을 적극 활용해서 영화를 만들지만, 그 자신은 네가티브 필름을 직접 손대서 편집을 하고, 영화를 디지털로 개봉하지 못 하게 하는 등 아날로그를 놓지 않는 사람이다. 그의 영화는 항상 이 부조화스러움이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는 어쩌면 평범하고 유치한 순애보일 수도 있다. 순애보의 클리셰를 그대로 실천하기 때문에 이 영화의 시놉시스만 보고 매력을 느끼기 힘들지 모른다. 게다가 두 주인공 캐릭터가 굉장히 엉성하고 유치하고 비현실적이라는 사실이 극의 개운함을 잃게 만들 것 같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런 영화가 아니다. 분명히 유치한 구석도 있고 순애보의 클리쉐를 따르긴 하지만, 부조화를 통한 청량감 넘치는 연출, 식상하지 않은 시나리오, 주인공인 타마키 히로시와 미야자키 아오이의 매력적인 연기를 보고 있다보면 그런 전형성따윈 모두 잊게 된다.

 

 이 영화에서 부조화스러운 부분은 마찬가지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만남이다. 다소 고전적인 순애보의 시나리오와 필름 카메라와 인화라는 아날로그 소재를 다루어놓고, 그 고전적이고 아날로그틱한 추억의 산물들을 디지털을 통해 잘 포장해놓았다. 청량감이 넘치다 못 해서 시원한 기분까지 든다. (영화를 촬영하던 당시) 상당히 하이엔드 디지털 캠코더인 HDW-F900를 아주 잘 활용해서 만들어진 영화 속 시원한 영상은 분명히 다소 진득하게 느껴질 수 있는 영화의 느낌을 시원하게 탈바꿈시켰다. 디지털 캠코더가 아닌 필름 캠코더를 이용해 촬영했다면, 아마 이런 청량감을 느끼기 힘들었을 것이다.

 시나리오 역시 고전적인 순애보를 답습하는 느낌에 마치 예전 히로스에 료코의 영화 <연애사진>의 일부를 오마주한 것 같은 느낌도 들어서 이맛살을 찌뿌릴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이 영화는 정말 깔끔하게 밀고 당기기를 시도한다. 지나치게 억지스러운 캐릭터도 없고, 질투를 통해서 만든 지저분한 갈등도 없다. 이렇다 할 에피소드가 없었던 대학 친구들과의 헤어짐에서 행복한 웃음과 쓸쓸함을 마코토(타마키 히로시)와 공유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영화 속 인간 관계는 분명히 약간씩 꼬여있지만, 그 중심에 들어가지 못 하고 변방에 머물러있는 시즈루(미야자키 아오이 분) 덕택에 넉넉한 웃음 또한 지어볼 수 있다.

 이런 측면이 똑같은 순애보 영화라 할 수 있는 <연공>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조금 과도하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감상자를 짜증나게 만들었던 <연공>의 갈등은 극에 바로 몰입할 수는 있어도 끝맛이 개운치 않는 법이다.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는 시원하고 쿨한 캐릭터들의 연계와 삼각관계, 모든 것을 밝게 만들어버리는 시즈루 캐릭터 덕택에 그런 개운치 않은 갈등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사진이라는 아날로그 소재와 디지털 촬영의 장점을 적극 활용해 만든 청량감 넘치는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치유되는 느낌이 들고 유치한 대사와 설정을 모두 잊게 된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부조화스러움이 이 영화에선 장점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이 영화는 고전적인 시나리오에 신선함을 첨가했는데, 어리숙한 캐릭터와 어린(!) 캐릭터의 만남이 너무 예쁘다. 강한 모습도 약한 모습도 없이 자신에게 솔직한 두 캐릭터의 모습과 사랑에서 진지하고 내면적으로 깊히 들어가는 캐릭터들의 사랑보다 시원함을 느꼈다. 깨끗하고 즐겁다. 계속해서 나오는 유치한 대사나 약간 TV나 스크린 앞에서 눈을 감고 싶어지는 장면도 그냥 흘려보내듯 영상에 집중하며 즐길 수 있고, 그렇게 영화는 2시간에 가까운 순애보에 감상자를 바로 앉게 만들어버린다. 엔딩에서 눈물을 짜게 만드는 반전(?)도 '사진'이라는 아날로그 테마가 더해지니 순애보 영화라고 하면 느껴지는 편견을 싹 사라지게 만든다. 활짝 웃는 두 주인공의 모습에서 예쁜 동화 한 편을 본 것 같은 기분을 받을 수 있다.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는 시대에 필름 카메라라는 독특한 소재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경쾌한 로맨스, 이 얼마나 환상적인 부조화란 말인가.

 

 이 영화의 홍보사에서 '순애보'라는 뻔한 느낌의 장르 때문인지, 홍보 문구 속 시놉시스를 이렇게 적어놨다.

 어느날 시즈루는 마코토에게 엉뚱한 부탁을 한다. "생일선물로 나와 키스해줄래? 사진 콘테스트에 응모할 사진의 모델로서 말이야." 늘 함께 갔던 캠퍼스 뒷편 숲에서 두 사람은 첫 키스를 하게 된다. 그 후 강의를 들으러 서둘러 가는 마코토를 향해 시즈루가 혼자 말하듯 조용히 내뱉는다. "있잖아, 마코토... 방금 전 그 때, 조금은 사랑이 있었을까?" 그 날 밤 그녀는 "안녕, 그 동안 고마웠어." 짧은 메모만 남기고 사라지는데...

 위 시놉시스를 보고 필자가 느낀 감정은 짜증이었다. 시즈루라는 여자는 마코토를 데리고 논 것이 아닌가. 영화 속에서 중요한 두 사람의 관계를 설명하지 않고 저렇게 상황만 전달하니, 마치 어느 나쁜 여자가 키스로 남자를 놀리고 도망친 이야기같다.

 확실하게 말해두건데,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는 그런 영화와 완벽하게 동떨어진 영화다. 후반부 시즈루의 선택을 쉽게 납득하긴 어려워도 저런 막장(!) 영화와 분명히 다르니 괜히 속지 말자. 


 항상 옆에 있다고 사랑이 아닐거라 여기진 말자. 뒤늦게 깨달은 사랑이 후회를 남긴다. 이 영화는 그렇게 말하고 있다. 물론, 그 후회를 통곡으로 표현하지도 않고, 사랑이 아닐거라 여기는 과정도 예쁘기만 하다. 그래서 언밸런스 아름다움을 잘 갖춘 영화라고 생각한다. 디지털 촬영의 힘을 적극 활용해서 만들어낸 영상의 매력이 영화에 적절히 간을 쳐주며, 감상자의 감정을 동요시킨다. 그래서 뒷맛이 아주 깨끗하고, 아름답다.

 이 영화는 타마키 히로시와 미야자키 아오이의 팬에겐 소중한 선물이기도 하다. 어리벙벙한 치아키 센빠이(-ㅅ-)나 어리광부리는 미야자키 아오이를 놓친다면, 두고두고 후회하지 않을런지.


 본편의 화질은 디지털로 촬영한만큼 깔끔한 편이다. 시원한 색상이나 광활한 하늘의 빛깔을 잘 담고 있어서 만족도가 높다. 다만 고해상도 TV에서 압축노이즈가 조금 많아지는 점이 아쉽다. 이 영화를 블루레이로 보면 정말 멋질 것 같아서 더욱 아쉽다. 음질의 경우는 정말 놀랍게도 청아한 영화의 OST와 효과음을 적절하게 잘 소화하는 좋은 음질이다. 산들바람이나 거리의 소음, 천둥 소리 등 여러 효과음을 서라운드를 적절히 활용해서 들려준다.

 
 스페셜피처는 1disc치곤 분량이 그럭저럭 많은 편이다. 공개영상 메뉴는 제작현장, 인터뷰, 영화 본편을 포함한 가벼운 홍보 영상의 느낌이고, 시사회 메뉴는 시사회에 참석한 두 배우의 무대 인사와 인터뷰, 기자회견 영상이다. 인터뷰 메뉴는 여러 메뉴로 나뉘어있고 영화 속 주역들의 인터뷰가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굉장한 분량의 가치있는 영상이라 여기기 쉬운데, 일단 배우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긴 하다. 하지만, 그리 길지 않은 영상이고 그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진 않기 때문에 그냥 팬서비스에 가까운 느낌. 게다가 본질적으로 이 인터뷰 역시 '홍보'에 촛점이 맞춰져있다.


 의외로 스페셜피처에서 가장 매력있는 메뉴는 다이제스트 메뉴다. 대학편, 원작자편, 뉴욕편으로 나뉘어있는데, 영화 촬영을 하면서 있었던 소소한 일상같은 영상을 흘려보낸다. 대학편과 뉴욕편의 영상에 상당히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짧지만 내실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스페셜피처의 치명적인 오류가 존재한다. 메뉴와 영상이 바뀐 것이다. 메뉴에서 대학편을 선택하면 뉴욕편 영상이 재생되고, 원작자편을 선택하면 대학편 영상이 재생된다. 그리고 원작자의 인터뷰를 듣고 싶다면 뉴욕편 영상을 클릭해야 한다는 이야기.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했다는 사실이 조금 황당하게 느껴진다. 

 그 외에 서점용과 극장용 예고편, 뮤직비디오를 제공한다. 참고로 뮤직비디오는 오오츠카 아이가 부른 그 유명한 연애사진(엔딩 크레딧에 흐르는 노래)이 아니라 견우가 부른 한국판 노래를 바탕으로 편집한 뮤직비디오다.


 필자는 장르 자체에 편견을 가지는 사람은 아니지만 일본의 만화스러운 멜로엔 약간의 편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는 그런 편견을 완전히 깨버릴 수 있을만큼 괜찮게 연출된 영화다. 순정만화의 느낌보다는 비현실적세계관을 담고 있는 '동화'에 가까운 영화이기 때문이다. 너무 편하고 예쁘기만 하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종종 이런 영화로 후련하게 울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DVD의 여러모로 장점이 많겠지만, 무엇보다 전성기 시절 오오츠카 아이의 대표곡 '연애사진'을 5.1채널로 들어볼 수 있다는 점이 상당한 메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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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멀더 2012.01.27 08:15 신고

    여담이지만 아오이 이혼을 환영하는 1인 입니다 -_-;;

  2. BlogIcon ★입질의 추억★ 2012.01.27 08:26 신고

    아... 어디서 많이 봤다 싶은데
    전에 동생이 일드 엄청 좋아해서 옆에서 흘겨 봤던 것네요.
    여 주인공 어리숙해 보이면서 귀여웠지요^^

  3. BlogIcon 무념이 2012.01.27 08:40 신고

    말씀하신대로 일본 멜로영화는 만화스러운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그 편견을 깰 수 있는 영화인가 보네요~ 흠~ 한번 보고 싶네요~ ㅎㅎ

    • BlogIcon 즈라더 2012.01.27 15:32 신고

      일본멜로가 다 만화같지는 않아요.
      일부가 그런 것 뿐이지.

      이 영화는 만화같은 멜로인듯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는..
      뭐 그런 유형의 영화랄까..ㅎㅎ

  4. BlogIcon 쭈니 2012.01.27 08:45 신고

    그러고보니 저도 한때 일본 멜로 영화에 푹 빠졌던 적이 있었습니다.
    일주일동안 몰아서 수십편의 일본 멜로 영화들을 봤는데(그땐 백수여서...) 나름 즐거운 추억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후유증으로 일본 멜로 영화에 대한 약간의 편견이 생겼고(아무래도 닥치는대로 보다보니 완성도가 떨어지는 영화들도 다수 있었기에...)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가 개봉할때에도 그러한 편견에 사로잡혀 패쓰했던 기억이...
    즈라더님의 리뷰를 보니 다시한번 찾아서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5. 여인네 2012.01.27 09:24 신고

    볼까 말까 하다가 않봤는데...
    주말에 한번 봐야겠어요~
    일드는 자주 보는 편인데~
    일본영화는 이상하게 않봐지더라구요^^

  6. BlogIcon 여왕의걸작 2012.01.27 09:40 신고

    이곳에 들어오면 오른쪽 메인에 소개글 있잖아요.
    '안녕하세요. 언젠가 죽을 여러분'
    이 글 보면 왠지 슬퍼집니다.
    죽음을 지천에 받아놓은 것 같아서요.ㅜㅜ

  7. BlogIcon ★안다★ 2012.01.27 10:10 신고

    개인적으로 이 영화 참 좋게 봤습니다.
    일본어로 보다 보면 대사 하나하나가 참 섬세하구요...
    마지막에 그녀가 죽어버리는 스토리에 가슴이 많이 아프긴 하지만요...ㅠ.ㅠ

  8. 청솔 DM 2012.01.27 14:24 신고

    DVD로도 나와 있군요
    재미 있는 하루 되세요

  9. BlogIcon 굴뚝 토끼 2012.01.27 15:03 신고

    일본영화 소개 간만에 봅니다.
    맬로는 적극 회피하는 장르지만 청춘멜로라 은근 땡기네요.^^

  10. 손님 2012.01.27 15:22 신고

    저도 DVD를 소장하고 있는데 정말 영화 좋더군요

    멜로물이 억지스러운 전개가 흔한데
    이 작품은 자연스러우면서 편안한 느낌이 들어서 마음에 듭니다

    마지막 엔딩 장면은 정말....

    개인적으로는 블루레이로 꼭 구입하고 싶은 작품이죠...

  11. 대한모 황효순 2012.01.27 16:03 신고

    전 잘 몰라서요~^^;
    일본영화나 드라마를
    즐겨 보는 편이 아니라서.ㅎㅎ
    지송~ㅠ
    나름 볼만 할것 같아요.

  12. BlogIcon 학마 2012.01.27 23:36 신고

    미야자키 아오이짱 그것만으로 행복하네요.ㅎㅎ~ㅎㅎ

  13. BlogIcon 김팬더 2012.01.28 16:54 신고

    이영화 새록새록 기억나네요 ㅠㅠㅠ 영화 보면서 눈물을 흘렷던 기억이 ㅠㅠㅠㅠ정말 슬픈 영화엿어요 ㅠㅠㅠ

  14. BlogIcon CANTATA 2012.01.28 18:33 신고

    그냥 이미지 느낌만 봐도 청량감이 느껴지네요..
    카메라 효과가 기본적으로 저런것인가요...

    • BlogIcon 즈라더 2012.01.28 19:40 신고

      이 영화에 사용된 카메라가 최신 카메라와 다르게
      전반적으로 약간 거칠고 차가운 느낌을 주는 카메라였어요.
      여기에 약간의 색보정을 거치니, 이렇게 청량감 넘치는
      화면이 나온 거지요.

  15. smkrainbow 2012.01.28 18:44 신고

    맘편하게 볼수있고 보고나면 약간 허전하면서도 마음은 따듯해지는 그런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결론은 혼자보면 외롭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6. BlogIcon 바람다당 2012.01.28 20:36 신고

    글을 참 잘쓰시는 것 같네요. 재미있을까 하며 주저하던 작품들에 관한 리뷰를 읽다보면 보고싶다는 생각이 절로 드네요. 인터넷 평점 사이트에 올라온 별 다섯개 만점의 평점보다 더 설득력이 있네요. 이번 주말에는 이 영화를 볼까 합니다. ^^ 감사합니다.

  17. BlogIcon in사하라 2012.01.28 23:00 신고

    이 영화 몇번을 보려다 말고 보려다 말고를 반복하고 있는데,
    즈라더님 리뷰를 보고나니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18. BlogIcon haru 2012.01.29 12:49 신고

    어라.......? 왜 제가 가지고 있는거랑 스페셜피처가 다른거 같죠???

    할인판을 사서 그런가..........ㅠㅠ 다시 한번 확인 해봐야겠네요...

  19. BlogIcon 나이트세이버즈 2012.01.30 01:56 신고

    스페셜 피처의 메뉴 꼬임은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DVD 감상에 조금이나마 흥겨움을 주기 위한 구성... 일리가 없죠?

  20. 2012.01.30 01:56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