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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타지라는 장르와 무협이라는 장르는 사실 엄청나게 비슷하다. 판타지라는 장르가 나치의 독재를 경험한 톨킨이 신화, 동화 등을 집대성해서 만들어낸 세계관으로 시작된 것처럼(톨킨 본인은 부인했다고 합니다.) 무협 역시 일본과 영국을 비롯한 제국주의 식민지배 속에서 김용과 양우생의 손을 통해 정립된 장르다. (그래서 '무협'이라는 장르를 마냥 유치하게만 생각할 필요 없다. 언젠가 아시아권에서 무협장르를 바탕으로 <반지의 제왕>과 같은 걸작이 탄생한다면, 무협에 대한 편견도 사라질 것이다. 게다가 김용이나 양우생은 글을 엄청나게 잘 쓰는 사람들이다. 근래 쏟아져나오는 무협소설들관 격을 달리한다.) 톨킨의 판타지나 김용의 무협 양쪽 모두 '독재'와 '핍박'에서 죄없는 이를 구하려는 영웅에 대한 이야기가 장르의 핵심이다. 그래서 몰입감이 대단한 것이다.

 그런 무협 소설 업계의 최고봉은 역시 김용이다. 이는 김용의 라이벌 격이라고도 할 수 있는 양우생 선생이 별세하시기 전에 이미 인정한 바이다. (양우생은 무협의 시작은 김용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필자는 이렇게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최고의 무협 소설가인 김용의 작품 가운데에서 '신조협려'를 가장 좋아한다. 김용의 작품 가운데 가장 이질적인 작품이기 때문이다.
  

신조협려 2006의 두 주인공. 황효명과 유역비


 '신조협려'는 사조삼부곡이라 불리우는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이다. 첫번째 작품이 '사조영웅전'이고 두번째 작품이 '신조협려', 세번째 작품이 '의천도룡기'인데, 여기서 '신조협려'는 시리즈 가운데 특히나 현실의 범주에서 벗어나있는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작품의 컨셉도 사랑이야기에 가깝고, 무엇보다 김용의 세계관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비현실적인 무공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바로 '고묘파' 무공이다.

 소설 속 고묘파 무공은 '아름다움'을 테마로 한다. 이미 '사조영웅전' 등을 통해서 다양한 무공이 등장했지만, 고묘파 무공은 기존 무공들과 차별화된 맛이 있다. 소용녀와 이막수, 양과가 펼치는 고묘파 경공의 위력은 사조삼부곡 가운데 최상급이다. 단순히 경공의 수준뿐만 여성이 창안한 경공이라 고급스러운 느낌을 한껏 뿜어내는데, 이는 김용이 '신조협려'의 여자 주인공 '소용녀'를 '신선'으로 표현하고자 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실제로 '의천도룡기'에서 양과와 소용녀의 후손인 황삼미녀가 신선의 자태처럼 등장하고 사라진다. 즉, 소용녀는 김용이 만든 무협 세계관의 주인공들 가운데 가장 현실과 동떨어진 캐릭터인 셈이다.

 양과 역시도 마찬가지. 그는 타고난 귀재다. 매우 영리한 두뇌와 지나치게 잘생긴 외모를 갖춘데다 아버지인 양강과 다르게 협의를 안다. 그런 그가 천부적 재능을 가지고 최고의 무술들을 총망라해 익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사조영웅전'에서 엄청나게 힘들게 무공을 익힌 곽정이 불쌍해질 지경이다. 게다가 최고의 절예들을 다 익힌 주제에 그것을 꾸준히 단련하는 단순한 방식이 아니라 그것들을 통합해서 자신만의 무공을 창안한다는 생각까지 해내니 이게 무슨 비현실적 캐릭터인가 싶다. 극강의 무공들을 총망라해서 만들어진 암연소혼장에 김용 세계관 최고의 검법이라는 독고구검의 짝퉁 현철검법까지 익히기까지. '먼치킨'이란 단어가 딱 알맞달까. 김용이 괜히 양과의 한쪽 팔을 날려버린 게 아니라는 생각마저도 든다.

 무협과 같이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에서 무슨 비현실 운운이냐며 나무랄 수도 있겠지만, 그 비현실의 굴레에서도 벗어날 정도로 양과란 캐릭터는 사기다. 김용 스스로도 양과란 캐릭터를 너무 강하게 한 것 같았는지, 양과의 실력에 대해 안 좋은 발언을 계속하면서 그렇게 강하지 않다는 식으로 정리를 해버렸는데, 필자는 그저 비겁한 변명입니다라는 말 밖에 안 나오더라. 애당초 그런 설정을 만들고 그렇게 캐릭터를 발전시키고서, 뒤늦게 전성기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고수와 비교할 수 없다느니 하는 소리는 좀 우스울 뿐이다. 독자에게 내놓은 이상 해석은 독자에게 맡겨야하는 법, 양과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에도 강했지만, 아마 (나이가 들 수록 무공에 대한 조예가 깊어지는 특성상)속세를 등지고 떠난 이후에는 더 강해졌을 것이다. 


(협객행이나 천룡팔부처럼 기존 세계관을 깨버리는 무서운 소설은 본 글에서 논외로 하자. -_-)

 

 즉, '신조협려' 속에 등장하는 절정의 무공들은 '사조영웅전'을 통해서 완벽하게 해소되지 못 했던 부분을 상당히 해소해준다. 무엇보다 전편의 곽정과는 완벽하게 상반된 양과 캐릭터와 순수함을 넘어서 멍청함의 극치를 달리는 소용녀 캐릭터의 사랑이야기가 꼬이고 꼬이면서 엮이는 몽골의 송나라 침략, 무림 고수들과의 혈전 등이 손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전편의 영악한 황용과 다르게 너무나 순수한 소용녀의 신선같은 자태는 작품의 절대적인 갈등요소다. 필자는 '신조협려'를 5번 정도 읽었는데, 매번 밤새면서 읽었다. 그 정도로 마력이 있는 소설이 '신조협려' 되시겠다.
 
 
'신조협려'는 또한 양가장에 대한 보상을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전편인 '사조영웅전'에서 양가장의 후예인 양강은 최악의 캐릭터로 등장해서 최악의 온갖 악행만 다 벌이다가 정말 비참하게 죽는 캐릭터다. 그런데 '양가장' 와 '양가창'은 김용의 소설에서 창조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민간설화 등으로 내려오던 충렬지사의 상징이었다. 즉, 양가의 후예를 그렇게 만신창이로 그려놨다는 것은 욕먹기 딱 좋은 설정이란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김용이 '신조협려'에서 양과를 통해 충렬지사 양가장에 대한 보상을 하고자 한 것이 아닌가 싶다.

만화 신조협려는 황옥랑이 그린 판본으로 존재하는데, 개인적으로 정말 싫어한다. 역시 무협만화는 이지청이 그린 게 현실적이다.


 그럼 이토록 다양하고 흥미로운 면모를 가지고 있는 걸작 무협소설 '신조협려'를 드라마화한 <신조협려>(2006, 장기중 제작)는 어떤 드라마일까?

 사실 '신조협려'라는 작품은 겨우 40부작 정도에 구겨넣기엔 지나칠 정도로 길다. 어찌나 긴지, 지금까지 원작을 온전히 다 담아낸 작품이 없었을 정도. 그런 상황에서 41부작에 불과한 2006년판 <신조협려>가 원작을 정상적으로 다 담았을리 없다. 보통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긴 원작을 담을 경우, 여러 측면에서 스토리 라인을 변경하거나 일부 에피소드를 깨끗하게 삭제를 하곤 하는데, 2006년판 <신조협려>는 우스꽝스럽게도 너무 우직하게 스토리를 전개하고, 삭제는 했는데 깨끗하게 삭제한게 아니라 삭제한 흔적들을 다 남긴채 진행된다.

 말한 것처럼 이 작품은 전반적으로 '신조협려'의 스토리를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데, 참 미련하게 우직하다. 초반부 양과가 이막수의 손에서 육무쌍과 정영을 구해내는 장면이나 양과가 곽정, 황용 부부에게 가르침을 받는 장면, 합마공을 수련하는 장면까지 대부분 삭제했으면서 그 흔적만은 명확하게 남겨놓았다. 영상적으로 대강 '그런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도록 처리만 해놨다는 이야기다. 이야기의 구조상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주장도 가능하지만, 너무 졸렬하게 편집했다는 점이 문제다. 원작을 모르는 사람들은 해당 장면만 보고 나서 단 하나의 생각을 할 것이다. '왜?' 라는 생각이다.

 즉, 이 작품은 근본적으로 스토리의 내러티브가 상당히 결여되어있다. 워낙 유명한 원작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인지 장기중이 제작한 무협물은 대체적으로 이런 문제점을 보인다. '왜'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명확하지 않다는 의미다.


 하지만 2006년판 <신조협려>는 이런 문제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 영화에서 소용녀 역할을 맡은 유역비는 '신선누님'이란 별명을 획득하며 헐리우드까지 진출했고, 지금도 <천녀유혼>, <초한지> 등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양과 역할을 맡은 황효명 역시도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는 늦은 나이에 인기를 얻어 대기만성형 스타로 언급되곤 하는데, 얼마 전 <엽문2>에서 엽문의 말썽쟁이 제자로 등장한 배우가 바로 황효명이다. 

 대체 어떻게 이런 문제있는 작품이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일까. 이 의문에 대해서 혹여 중국 시청자의 수준을 논하려거든 관두시라. 중국에서도 이 작품은 있는대로 욕을 먹었다. 욕먹으면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인 셈이다. 이 작품이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다름이 아니라 작품의 시나리오, 편집 측면에서 실패한 것과 다르게 배우 캐스팅, 무술, 영상 측면에서 성공했기 때문이다.


 배우 캐스팅을 먼저 살펴보면, 황효명이야 <신조협려>로 처음 대박을 쳤기 때문에 잘한 캐스팅인지 의문이 생기지만, 작품에서 정말 중요한 캐릭터인 소용녀 역할을 맡은 유역비의 경우 이미 <선검기협전>을 통해서 톱스타 대열에 등극한 배우였기 때문에 최고의 캐스팅이었다 할만하다. 게다가 이미 <천룡팔부>를 바탕으로 대중에게 충격을 안겨준 바 있는 절정의 미모가 <신조협려>에서 폭발하기까지 했으니, 배우 캐스팅 측면에서 이 작품은 신의 한 수를 둔 셈이다. <신조협려> 당시 유역비의 인기는 과거 홍콩영화 전성기 시절, 왕조현이나 임청하에 비견할만큼 뛰어났다고 한다. 소용녀의 현신이라고 불리기까지 했다니, 어느 정도의 인기를 누렸는지 알만하다.
 

 무술과 영상 측면을 살펴보자면, 제작자인 장기중과 감독인 우민을 이야기해야한다. 장기중은 2001년에 <소오강호>를 내놓은 뒤 21세기 무협물의 '대가'로 자리잡고, 여러 작품을 제작하거나 감독했다. 2006년판 <신조협려> 역시도 그가 내놓은 작품인데, 그가 제작한 작품의 특징은 '거대한 스케일'과 '뛰어난 무술'이다. CG가 심각하게 어설픈 점도 있지만, 그의 작품들은 중국의 무협물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작품들이었다. 그리고 그가 제작한 무협물의 무술은 기존 중국의 무협시리즈가 보여줬던 황당무계하고 어설픈 CG 액션과 차원을 달리하는 무술이었다. 즉, 장기중은 무협물의 패러다임을 바꿔버렸던 것이다.

 그런 장기중 사단에는 여러 감독들이 있는데, 그 가운데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우민이다. 우민 감독은 호불호가 심각하게 갈리는 감독으로 많은 팬과 안티를 보유(?)하고 있어서 장수하실 것으로 여겨진다. 안티들이 우민 감독을 싫어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필자가 앞서 설명한 이 작품의 문제점이 바로 그 이유다. 그의 작품은 '모조리' 다 내러티브를 결여한 연출을 보여준다. 반면에 팬들이 우민 감독을 선호하는 이유는 특유의 영상미 때문이다. 우민 감독의 영상은 대체적으로 강한 색감에 화려한 자연 경관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특색을 갖추고 있는데, 빛의 노출과 카메라의 심도 조절을 통해 꽤나 서정적인 느낌을 전달한다. 이런 그의 연출 성향이 무협의 세계관과 알맞는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렇게보면 2006년판 <신조협려>는 화려함을 치중하느라 내실을 잃었다는 표현이 가능하다. 하지만, 여기서 의외의 반전이 등장하는데, 바로 원작 '신조협려' 그 자체다. 

 '신조협려'란 소설은 "무협이 아니라 사랑이야기다"라는 논평이 있었을 정도로 여러 인물간의 애정을 깊숙히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이미 '사조영웅전'에서 사랑의 결실을 맺은 곽정과 황용, '신조협려'의 주인공인 양과와 소용녀의 사랑, 양과 할렘(!)에 참여한 수많은 낭자들, 여러 친인척들의 가족애까지 인물관계에 굉장히 집중하는 작품이란 의미다. 어찌나 감정선에 집중하는지, 표현력의 디테일함에 감탄사를 내뱉을 수 있을 정도다.

 이런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보니, 난잡한 편집과 황당한 스토리텔링으로 작품의 대부분이 망가져도 딱 하나만 잡아내면 성공할 수 있다. 바로 양과와 소용녀의 절실한 사랑이야기다.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이 극단적인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를 잘 다루기만 한다면, 완전히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도 재미가 있는 게 '신조협려'라는 소설이다. 그래서 종종 사람들은 이렇게까지 말한다. "X판 5분 전이어도 신조협려는 다 재미있다." 그리고 2006년판 <신조협려>는 이 사랑이야기를 확실하게 잘 잡아냈다. 이것만큼은 아주 우민 감독을 칭찬해야 마땅하다. 우민 감독 특유의 영상미가 두 사람이 사랑 이야기를 아주 아름답게 잘 꾸며냈기 때문이다.


 총괄해서 정리한다. 아직 젖살이 빠지지 않아 약간 동글동글한 유역비의 귀여운 모습에 아름다운 영상미, 탁월한 원작, 당시 기준으로 멋진 무술, 잘 연출된 캐릭터간의 심리묘사까지 여러 측면에서 볼만한 작품이 2006년판 <신조협려>다.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난) 유역비의 팬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니, 초반부의 난감한 전개와 도무지 몰입이 안 되는 양과역 아역배우에 분노를 느껴도 꾹 참고 기다려보자. 중독되어서 헤어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게다가 이 작품은 OST가 엄청나게 좋다. 옛 홍콩무협물의 추억을 되새기게 만드는 OST들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참고로 이 작품엔 장기중 제작의 무협이 가지는 고질병 중 하나가 여지없이 드러난다. 허접함의 극치를 달리는 더빙. 주신(저우쉰)이나 호군과 같은 뛰어난 배우들도 장기중 사단의 더빙 기술력엔 무릎을 꿇어야 했다. 그러니 허접한 더빙에 대해서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감상하도록 하자.


 DVD 본편의 화질은 여러모로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좋은 카메라로 뛰어난 영상연출을 보여주는 작품이기 때문에 DVD의 화질이 중요한데, 슬프게도 이 타이틀의 화면은 4:3 레터박스다. 게다가 프로그레시브 수록이 아니라 인터레이스 수록이기 때문에 해상력에서 상당히 마이너스가 된다. 하지만 다행히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훨씬 뛰어난 화질을 보여준다. 어두운 장면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영상의 화질 편차가 적은데다가 아름다운 색감을 상당히 잘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이 타이틀이 출시되었을 때, 스펙의 한계를 깬 화질이란 평도 있었다.

 음질의 경우 2.0채널만 지원하며, 딱히 큰 오류를 확인하진 못 했다.

 본 DVD의 놀라운 점은 무려 '스페셜피처'를 지원한다는 점이다. 한글자막이 없다는 점이 치명적이지만, 예상치 못했던 부록이기 때문에 적잖이 놀랐다. 굉장히 긴 제작노트 한 편이 들어있다. 여러 메뉴로 나뉘어있지만, 챕터형식일 뿐. 하나의 영상이다.


 반면 이 DVD에는 문제점도 많이 있다. 한국에 많지 않은 중국 TV영화 혹은 TV 시리즈물 정식 DVD이기 때문인지 약간 낚시성 문구도 존재하는데, 그 중 하나가 이 타이틀에 OST가 포함되어있다는 문구다. 이 타이틀에 포함된 OST란, 영상 앞 뒤에 붙어있는 오프닝 영상과 엔딩 영상을 편집해 넣은 것을 말하므로 혹여 OST트랙 CD만 따로 들어있을거란 기대는 하지 말자. 그리고 일부 회차에서 자막이 밀려서 나오는 경우도 아주 잦게 보인다.


 장기중 감독은 <신조협려>의 후속작인 <의천도룡기>를 2009년에 내놓았는데,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 경제 문제로 여러 측면에서 제작비 조달이 힘들었고, 작품 자체의 퀄리티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장기중은 이제 무협 드라마에서 손을 뗄 분위기다. <서유기> 이후에 작품 라인이 드러나질 않고 있다. (어쩌면 관심이 없어서 필자만 모르고 있는지도.) 그리고 <서유기> 역시 그리 평가가 좋지 못한 모양. 그래서 장기중 감독의 시대가 갔다는 의견이 많다.

 장기중 감독의 시대가 조금씩 가고 있단 평이 있는는 제작비 조달이 힘들었다거나 김용의 무협 대부분을 영상화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국립이란 감독이 대박 작품을 계속 만들어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국립은 <선검기협전>, <소년양가장>, <선검기협전3>, <사조영웅전>, <괴협일지매>, <보보경심>을 통해서 대세로 자리잡은 감독인데, 장기중의 작품처럼 화려한 무술보단 배우들이 직접하는 단타 액션을 위주로 무술을 디자인한다는 점이 독특하다. 그리고 만화같이 아기자기한 연출 때문에 다소 유치하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적어도 장기중의 작품처럼 내러티브를 무시하고 전개되진 않는다.

 개인적으로도 이국립 감독을 나름 괜찮게 보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있는데, 한편으로 장기중 감독에 대해 아쉬운 점도 있다. 장기중 감독이 제작한 작품들 가운데 장기중 감독이 직접 감독한 작품인 <천룡팔부>나 <벽혈검>과 같은 작품은 굉장히 잘 만들어진 작품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당유협전>의 경우 개인적으로 역대 무협시리즈 가운데 최고의 걸작이라 생각할 정도로 뛰어난 작품이다. 이 <신조협려> DVD를 리뷰하기 위해서 41부작을 정주행하면서 <신조협려>를 <대당유협전>처럼 잘 만들어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또한, 장기중 감독이 기왕 양우생의 '대당유협전'으로 양우생의 작품을 영상화하기 시작한 김에 양우생의 작품을 계속 밀어부치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 정도로 <대당유협전>은 걸작 중에 걸작이었다.


 다시 본 작품 이야기로 돌아와서 글을 마무리한다. <신조협려>는 참 아름다운 작품이다. 비록 편집과 스토리텔링에서 문제를 보이긴 하지만, 그것을 상쇄할만큼 뛰어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신선누님' 유역비의 출발점이라는 점도 대단한 메리트다. 황효명이란 댄디한 배우의 시작이라는 점 역시 황효명의 팬에게 어필할 부분이다. (참고로 황효명은..... 안젤라 베이비의 애인이고, 결혼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엉망진창의 편집과 뜬금없는 전개, 내러티브 상실, 어색해서 오그라드는 더빙까지 여러 단점을 상쇄하는 장점 덕분에 이 작품의 아련한 느낌은 여전히 대단한 위력을 가진다.

 또한 한국에 출시된 중국드라마 DVD가 거의 없는 가운데 신조협려가 발매되었다는 점은 무척 기쁜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이 DVD는 엄청나게 싼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 조금 더 적어보기

1. 장기중 감독이 제작한 작품은 절경이라 불릴만한 장소에서 주로 촬영한다. 그래서 매번 자연환경 파괴범으로 지목받으며 욕을 엄청 먹는다.

2. 이 DVD를 리뷰하기로 결정한 것은 바보같은 일이었다. 작품을 감상하기 전에 생각해뒀던 내용과 다 감상한 뒤에 정리한 내용이 별로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시간 낭비였던 것. 이 타이틀 리뷰를 위해 투자한 시간을 생각하니 울컥하게 된다. 그나마 재미있게 봤으니까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눈물 펑펑.

3. 제목에 신세계를 운운했는데, <소오강호>부터 <신조협려>에 이르기까지 장기중이 제작한 무협은 분명히 당시 무협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신조협려> 이후, 수많은 감독들이 장기중 스타일을 따라서 작품을 연출했다는 점에서 그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슬프게도 장기중 제작 작품의 안 좋은 부분까지 따라해버렸지 뭔가... 이제 <신조협려>에서 보여준 내러티브 부재를 다른 무협에서도 볼 수 있어서 황당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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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logIcon 붉은비 2012.01.30 12:40 신고

    무협이란 장르의 시작은 아무래도 김용보다는 이수민의 <촉산>부터로 봐야겠죠.

    김용 선생의 작품은 참 뛰어나기는 하지만 워낙 플롯 꼬아놓기는 좋아하는 양반이라
    영상화하기는 무척 어렵다는 게 단점이죠. 영상화 된 작품으로서는 김용 원작보다
    양우생과 고룡 원작이 압도적으로 괜찮은 게 많은 이유가 바로 여기 있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김용 원작으로 가장 영상화하기 좋은 작품은 <녹정기>라고 생각하는데
    예전 양조위 주연 작품 이후로 괜찮은 시리즈물로 나오지를 않는군요.

    • BlogIcon 즈라더 2012.01.30 19:26 신고

      저 개인적으로 녹정기를 싫어하긴 하지만, 녹정기가 걸작 소설임엔
      틀림이 없죠.

      다만, 개인적으로 고룡의 소설은 모르겠습니다.
      영상화하기 좋은 지도 모르겠구요.

      양우생이야 포스가 넘치는 필력과 스토리, 약간 직설적인
      이야기를 역사적 배경에 담아서 시리즈를 다 한 세계관에
      넣어버렸으니, 영상화하기 쉬울 수 밖에 없달까요.

      개인적으로 평종협영록으로 시작되는 명황성 시리즈를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지금은 구하기 힘들지만..ㅠㅠ

    • BlogIcon 붉은비 2012.01.31 17:48 신고

      양우생 작품의 영상화가 쉬운 이유는 말씀하신 바와 같겠고,
      고룡의 경우는 이 양반이 시나리오도 여러 편 썼었던
      사람인지라 소설도 마치 장면을 구분하듯이 집필하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에, 그냥 소설 흐름만 따라가도
      각색이 용이하죠. 그리고 에피소드식으로 구성을
      한 작품들이 많아서 편집하기도 용이하고요.
      초류향전기, 육소봉전기를 쓸 때는 거의 스토리보드
      만들듯이 소설을 썼다고 하더군요.^^
      (고룡 광팬인지라 잡소리가 길었습니다. 죄송 ^^;)

    • BlogIcon 즈라더 2012.01.31 18:27 신고

      고룡의 소설은 제가 본 게 많지 않아서
      뭐라 하기가 그렇군요. 다만 막상 고룡 원작의 드라마 중에서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 <완화세검록> 하나 뿐인지라..
      (그것도 종흔동 아니었으면...ㅡㅡ;;)

  3. R군 2012.01.30 13:11 신고

    옛날 유덕화 나왔던 신조협려는 기억하고있는데 유역비의 출세작정도만 생각하고 있는 이 작품.기회되면 봐야겠어요.ㅎㅎ

  4. BlogIcon Ustyle9 2012.01.30 13:38 신고

    김용의 무협중 최고봉이이지요 ... 재미있게 잘보고 갑니다. 멋진 하루되세요 ^^

  5. 손님 2012.01.30 14:53 신고

    제 경우에는 무협하니 예전에 본 수많은 중국무협영화들이 생각나는....

    그 작품들이 DVD나 블루레이로 나와준다면 좋을텐데요

  6. BlogIcon 김팬더 2012.01.30 15:01 신고

    와 오늘도 좋은포스트 정말 잘읽구가요~^^ wow..! 신조협려 dvd랑 책도 꼭한번 보고싶네요..ㅎㅎㅎ!
    궁금한게 있는데 여쭤도 실례가 않된다면 즈라더님은 포스트 하나쓸때 보통 몇시간정도가 걸리시나요..??

  7. BlogIcon 커피쟁이 2012.01.30 16:24 신고

    이번은 읽기 힘들었네요 ㅎㅎㅎ
    다 보고 리뷰쓰기는 더 힘들었을 거 같네요 ㅎㅎㅎ 고생하셨습니다.

  8. BlogIcon 또웃음 2012.01.30 16:29 신고

    리뷰에서 유역비에 대한 마음이 느껴지는데요. ^^

  9. ck 2012.01.30 17:07 신고

    반지 3부작 저자 톨킨의 서문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및 나치 정권이 작품에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반지를 핵무기, 모르돌과 사우론을 각각 독일과 히틀러로 설정했다는 세간의 평은 많지만, 작가 자신은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죠. (무의식 중에... 이런건 작가 머리속에 들어갈 수 없는 노릇이니 논외) 그냥 글 읽다가 문득 생각나서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10. 2012.01.30 20:34

    비밀댓글입니다

  11. BlogIcon 학마 2012.01.30 21:15 신고

    오늘은 즈라더님이 얼마나 영화에 깊은 지식이 있는지 느껴지네요~
    제가 잘 모르는 상황들뿐이라서..ㅎㅎㅎ

  12. BlogIcon 바람다당 2012.01.30 23:20 신고

    무협이라는 장르가 일제침략시기에 만들어진 줄 몰랐네요.
    시대가 어렵고 힘들 때 그런 문학장르가 유행을 하나봅니다. 이런 유사한 장르문학의 발생경로가 흥미롭네요.

    사실 무협지를 많이 보긴 했었는데, 김용 소설은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모두들 추천하던데, 처음으로 읽은 책이 워낙 중국어 발번역이어서 김용에 대한 인상이 안좋았었죠.

    하지만, 유역비가 나온다면, 소설이 아닌 영상으로 먼저 보고 싶네요.

    비록 어설프게 만든 중국 무협 장르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지만, 유역비라면......

    • BlogIcon 즈라더 2012.01.30 23:50 신고

      김용 원작의 완벽한 번역은 아마 있을 수 없을겁니다.
      중국어라는 게 워낙 어렵기도 하구요.

      게다가 이 드라마 그렇게 잘 만든 드라마 아닙니다.

      하지만 유역비는 엄청나게 예쁩니다. 흐흐

  13. BlogIcon 릿찡 2012.01.31 01:09 신고

    김용 세계관 최악의 사기무고 쌍수호박은 머리가 좋은 사람은 배울수 없다 하는데 소용녀는 예외라고 합니다. 이 역시 신선의 힘일까요 ㅎㅎ

    • BlogIcon 즈라더 2012.01.31 02:49 신고

      쌍수호박에 구음진경까지 익혀서 사조삼부곡 최강을
      주백통이라 말하기도 하죠. ㅎㅎ

      그런데 그 쌍수호박이 글자 두개 똑같이 쓰면 할 수 있는거라니..

      그런데 소용녀 멍청하잖아요.
      전 신조협려 최악의 악당이 소용녀라고 생각한다능..ㅋㅋㅋㅋ

  14. smkrainbow 2012.01.31 19:08 신고

    솔직히 말해서 소용녀... 진짜 겁내 답답한 스타일이라 짜증납니다 ㅠㅠ
    사조영웅전도 곽정의 답답함 때문에 개인적으로 별로 안좋아하는 작품이죠ㅠㅠ
    개인적으로는 천룡팔부,녹정기,소오강호 이 세작품을 가장 좋아합니다
    저는 이상하게 소설은 남자주인공이 맘에들어야 재미가 있고
    무협드라마는 여자캐릭터들이 맘에들어야 재미가있는건 왜일까요?ㅎㅎㅎ
    그나저나 소오강호도 다시한번 드라마로 제작해주면 좋겠습니다 ㅠㅠ
    사일 2001 소오강호는 보다가 도중포기한 작품이라..;

    • BlogIcon 즈라더 2012.01.31 21:50 신고

      저는 소오강호와 신조협려를 좋아합니다. +_+
      음.. 저는 그래도 소오강호 드라마 중에선 2001버전을
      제일루 좋아해요. +_+

    • smkrainbow 2012.02.01 00:23 신고

      다시 한번 도전을 해볼까요ㅠㅠ
      풍청양 등장까지만 잘 참으면 다들 재미있다고들
      하시던데..

    • BlogIcon 즈라더 2012.02.01 01:05 신고

      아.. 아직 풍청양까지 못 가셨군요.
      맞아요. 저도 그 전까지는 조금 지루하게 봤어요.
      특히 중반에 갑자기 모든 스토리를 생략하고
      건너뛰기까지 하죠..

      풍청양 나오고 나서 독고구검이 발휘되면 그게 재밌더라구요.

  15. 황엽 2012.01.31 21:47 신고

    위에 글을 쓰신 주바라기님이 부럽습니다.
    아직 김용소설을 읽지 않으셨다니 무협을 좋아하는 이라면 그야말로 미발견의 신세계가 남은 셈이니까요.

    발번역이라면 아마 '벽혈검'이 아닌가 싶습니다. 원숭환의 아들인 화산제자 원승지가 주인공인 작품이죠.
    금사낭군과 오독교주 하척수, 명황실 마지막 공주 독비신니(위소보와 여협 여사낭의 사부를 아시죠?)등
    등장인물의 개성이 뛰어났던 수작이지만 번역을 한 포유류의 발에 밟혀 개떡이 되어버린 비운의..
    글고보니 베리알님이 언급하신 '영화를 순식간에 찌질하게 만드는 개판 자막'과 같은 맥락일겁니다.

    양과와 소용녀, 정전과 능상화, 금사낭군과 온씨처녀(기억이 잘 안나서..)등이 김용소설에 등장한 커플들중
    가장 치열하게 사랑했던 연인들이죠.
    마두의 딸를 낳고도 후회하지 않은 여인을 짝사랑한 은이정, 백마를 탄 노처녀등 대부분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했지만, 그 와중에 해피엔딩을 맞이한 애들이 신조협려인 것도 사실이네요.

    파격적인 사랑이죠. 봉건사상이 쩔던 시절에 사제간의 사랑, 처녀성 상실도 개무시, 생사를 초월한 기다림..
    진흙탕에서 자라는 연꽃이 더 아름다운 이유겠죠.
    어쨌건 전 비록 조건부지만 강룡십팔장과 쌍벽을 이루는 암연소혼장이나 곽양의 정수리가 꺼지게 할 뻔한
    용상반야공보단, 화염속으로 사라져 간 적련선자가 부른 이 가사가 더 오래 기억에 남더군요.

    '세상사람들에게 묻노니 정이란 무엇이길래 생사를 함께하게 하는가?'

    • BlogIcon 즈라더 2012.01.31 21:54 신고

      화염 속으로 사라지는 이막수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그 수많은 악행에도 불구하고 아련하다는 느낌이 들었지요.ㅠㅠ

  16. BlogIcon 유키No 2012.02.01 00:11 신고

    너무 너무 오랜만에 방문 드리는 것 같아요 ㅠ

    일하니 피곤하네요 흑 앞으로도 자주 오도록 노력할게요

    그럼 좋은 밤되세요

  17. ㅇㅇㅇㅇ 2012.02.01 22:57 신고

    아오 재미있다.
    추천 열 번 할 수는 없나요. +_+

  18. BlogIcon 이야기캐는광부 2012.02.02 09:53 신고

    즈라더님의 리뷰를 읽으면 정말 영화를 더욱 깊이 이해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ㅎㅎ
    유익하게 잘 읽고 갑니다.^^

  19. BlogIcon 한혜윰 2012.02.02 20:01 신고

    신조협려 정말 좋은 작품이죠. 예전엔 영웅문이라는 이름으로 나왔었는데 어렸을 적 그걸 읽으며 어찌나 밤잠을 설쳤는지... 삼부작 중에서도 신조협려는 양과와 소용녀와의 애틋한 사랑 때문에 더 재미있게 봤던걸로 기억납니다. 당시 사춘기여서 그런지...

  20. 챠밍체리 2012.02.16 20:30 신고

    전 고딩때 영웅문이라는 제목으로 사조삼부곡을 읽었었는데, 처음에 김용선생님이 현존인물이라는거에 엄청 놀랐던기억이납니다 ㅋㅋ
    소설이 너무 대단해서 아주아주 고대로전해내려오는 그런이야기인줄 알았거든요 ㅋㅋ
    쓰신 리뷰읽어보니 무협이란 장르에대한 마음과 특히나 유역비에 대한 즈라더님 마음이 여실히 아주아주 잘 보이네요 ^^.
    저도 유역비왕팬이라 특히나 더 방갑습니다 ㅋㅋ 요번 리뷰는 특히나 엄청 신경쓰셨을거같네요 잘보고갑니다 ^^~

    • BlogIcon 즈라더 2012.02.16 23:31 신고

      유역비, 유시시, 계륜미.. 완전 사랑합니다. -ㅁ-

      양우생 선생은 이미 고인이 되셨는데, 김용 선생은 여전히
      살아계시죠. 마치 무당파 장삼풍처럼...

  21. 챠밍체리 2012.02.16 20:42 신고

    참 일전에 아프리카에서 신조방송해주는 방이있어서 보고있었는데
    아무래도 더빙이다보니 채팅창에 누군가 "유역비 목소리가 박경림같애서 더빙한거래요"
    이랬는데 너도나도 ,얼굴은 이쁜데 안타깝다는둥 , 저얼굴에 박경림목소리라니 뭐이러면서
    사람이미지 만드는게 한순간이더라구요 ㅋㅋ 물론 목소리 들어서 알고있는저는
    그저 웃고 있었다는 ㅋㅋㅋ

    • BlogIcon 즈라더 2012.02.16 23:33 신고

      크하하 유역비 실제 목소리 들으면 넋이 나가겠군요.
      그 귀여운 목소리를 놔두고 성우 더빙을 하다니! -ㅅ-
      황효명은 더빙 실력도 별로인데, 직접 더빙했는데..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