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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이 아이러닉하다. 소재 자체가 그렇다. 아무런 문제 없이 살다가 뜬금없이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두 남녀가 조금씩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가 뻔하디뻔한 멜로와 나름 차별화를 두고 있다. 이 괜찮아 보이는 소재에 괜찮은 연기력의 엄태웅과 정려원이 참여했다. 그래서 기묘한 멜로가 돼줄거라 믿었는데, 아쉽게도 뻔한 방식으로 극을 풀어나간다. 사실, 이 영화는 아주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다.

 
 영화에서 독특한 소재를 알리기 위한 스토리텔링은 초반에 끝난다. 순식간에 영화는 자신이 가진 독특한 소재를 소모하고, 갑작스럽게 방향을 유턴해서 뻔한 이야기로 고속 질주한다. 가냘프기 짝이 없어서 안아주고 싶은 정려원과 꽃미남 소리 듣기는 글러 먹은 외모인데도 정감이 가고, 멋지게 느껴지는 엄태웅이 극에 힘을 불어넣으려 안간힘을 쓰지만, 바람 빠진 풍선마냥 휘날리는 극의 분위기를 되돌리진 못한다. 어쩌면 신선한 느낌의 로맨스가 될 수 있었던 두 사람의 이야기는 한국의 로맨틱 코미디가 갖춰야 할 것을 다 갖춘 전형성을 기꺼이 선보인다.

 이런 영화의 측면은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갈 수 있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두 남녀의 갑작스런 사랑비는 둘 중에 하나의 장르가 되어야 필자의 마음에 들었을 것이다. 정통 멜로 혹은 엽기. 통통 튀는 듯한 매력을 선보일 수 있는 엽기와 <오직 그대만>과 같이 신체적 결함이라는 소재를 살려 감상자를 젖어들게 하는 정통 멜로. 개인적으로 '엽기' 쪽에 한 표를 던져주고 싶지만, 만약 <오직 그대만>처럼 잘 빠져준다면 정통 멜로도 나름 괜찮았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영화는 양쪽 다 포기하고 일반적 로맨틱 코미디로 질주한다. 신선한 소재를 바탕으로 장르적 클리쉐를 따르는 이 영화에 불쾌감을 느끼는 것은 필자처럼 기이한 사람이나 그렇다. 아마 일반 대중에게 기묘한 전개나 저옹 멜로는 다가가기 힘들 수 있고, 그래서 이 영화가 유쾌한 분위기를 잔뜩 짊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하고 간 극장가의 대세, 커플들에게 있어서 이 영화는 무난하게 즐길법한 영화일 수 있다는 뜻이다. (말해두건데, 이 영화의 장르는 정말 전형적인 한국영화의 로맨스 코미디다. 심지어 엔딩까지도.)


 비록 전체적으로 필자의 취향에 맞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꽤 주목할만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캐릭터의 성향인데, 정려원이 맡은 오송경 캐릭터는 죽음을 앞에 두고도 착실한 캐릭터다. 꼼꼼하고 지적이며, 가혹할 정도로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세상에 대해 잘 아는 송경은 그럴듯하게 잘 연기한 정려원의 힘을 얻어 독특함을 발산한다. 필자가 이 부분을 독특함이라 말한 것은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매체에서 리얼함이란 독특함과 같은 의미이기 때문이다. 극화되지 않고 리얼한 느낌 그대로 가면, 감상자는 이질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마이클 만 감독의 영화가 철저한 리얼리즘을 선언하자 대중의 호불호가 극심하게 갈렸던 점이 그것을 증명한다. 

 물론 송경은 그 정도까지 리얼한 캐릭터는 아니나, 캐릭터 설정 그대로 합리적이고 또렷한 시선으로 자기 갈 길을 가는 캐릭터다. 죽음 역시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어떻게 죽을 것인지,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 마치 잘 아는 것처럼 행동한다. 웨딩드레스를 고르는 것처럼 수의를 고르고, 집장만하는 것처럼 관을 고르는 송경의 모습은 참 기가 막히게 영리하다. 그리고 이런 현실적인 그녀의 태도를 로맨틱 코미디로 승화하는 게 바로 송경 옆에 붙어있는 강동주(엄태웅 분)이다. 어리숙하고 약간 미련하게 그려지는 동주의 캐릭터는 어쩌면 자살이란 길을 선택할지도 모를 현실적인 캐릭터 송경의 곁에 딱 붙어서 극이 슬픈 방향만 바라보지 않게 만든다.

 
 <네버 엔딩 스토리>를 보고, 죽음이란 존재에 대해 고찰을 할 수는 없다. 그렇게 하기엔 극이 몹시 가볍다. 하지만 '만약 내가 저런 상황이면 어떨까' 하는 공포감을 느끼기엔 충분하다. 그리고 그 공포감이 이 영화가 노린 것일지도 모른다. 죽음이란 존재는 아무리 가볍게 그린다 한들 가벼워질 수 없다. 그런 죽음이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와 만났을 때 생길 묘한 간극이 주는 쾌감이 영화의 진짜 목적일지도 모른다. 비록 잘 만들어진 로맨틱 코미디는 아닐지라도, 그리고 필자처럼 독특한 소재라면 독특하고 개성 강한 영화로 탄생해야 한다는 억지를 부릴 게 아니라면, <네버 엔딩 스토리>는 나름 즐거운 팝콘무비로 여겨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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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펨께 2012.03.05 07:24 신고

    요즘 초한지보고 정려원 알게 되었는데 이 영화에도 출연하는군요.
    네버엔딩 스토리 부활의 뮤직비디오로만 알고 있었는데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니 영화 한 번 보고 싶네요.

  2. BlogIcon 여강여호 2012.03.05 07:24 신고

    평범한 소재도 시나리오에 따라
    전혀 다른 감동을 주기도 합니다.
    전 일본영화에서 그런 면을 자주 느끼곤 합니다. 특별히 일본 영화 매니아는 아니지만
    소재의 다양성보다는 단순한 소재를 극적으로 이끌어가는 힘이 있더라구요...
    무지 개인적이긴 하지만요...ㅎㅎ..

    새악시 걸음처럼 소리없이 내리는 봄비가 정겨운 아침입니다.
    즐거운 한 주 시작하십시오.
    전혀

  3. 베리알 2012.03.05 07:45 신고

    소재는 꽤 독특해 보여서 관심이 갔는데,
    정작 영화평들이 그런 관심을 배반하는 것들이라 보지 않았는데... 안 보길 잘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BlogIcon 즈라더 2012.03.05 16:26 신고

      혹여 모르지요. 베리알님의 취향에 맞는 부분이 있을지도.
      다만 저 개인적으론 딱히 추천하기 미묘한 작품이었습니다.

  4. 미주랑 2012.03.05 07:56 신고

    ...사실 뻔한 스토리도 어떤 캐릭터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기도 합니다. 머릿속에서 나올수 있는 스토리는 거의다 나온것 같아서 이리저리 짜깁기 스토리가 많다고 느끼는 요즘이라 더욱 그럴지도 모르지만...정려원과 엄태웅의 연기가 나쁘지는 않았고 캐릭터도 괜찮았기 때문에 저는 '사람에 따라 저렇게 할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결말이 뻔한건 아쉬웠습니다만...

  5. BlogIcon 블로그토리 2012.03.05 14:09 신고

    보지는 않았지만 약간은 흥미로운 영화 같습니다.
    새로운 한주 화이팅하세요.^^

  6. BlogIcon 나비오 2012.03.05 14:48 신고

    죽음을 소재로 한 팝콘무비!
    정말 아이러니하지만 재미있네요 ㅋㅋ

  7. BlogIcon 릿찡 2012.03.05 15:47 신고

    흠냐 예전에 작법강의에 대한 책을 보다가 저거 비슷한 소재를 쓴 드라마 소개를 본 기억이 나군요. 그 책 쓴 사람은 장인의 솜씨라고 극찬하던데요. 쩝 역시나 같은 소재라도 쓰기에 따라서 다르겠죠

  8. BlogIcon 굴뚝 토끼 2012.03.05 15:59 신고

    제목만 보고 예전 쌍팔년도 미국영화 네버엔딩스토리인줄 알았다는...ㅋㅋㅋ
    제가 꺼려하는 조합이 로맨틱 코미디+한국영화라서 드릴 말이 없습니다..ㅜ.ㅜ

  9. 구연마녀 2012.03.05 20:04 신고

    제목보고 요즘 케이블에서 하는 네버랜드 그 영화인줄 알았네요 ㅎㅎㅎ

    그쵸~ 막상 닥치면 여주인공처럼 하지 못할거 같아요

    그저 살고 싶어 발버둥 치지 않을까요?

  10. BlogIcon 또웃음 2012.03.05 21:00 신고

    그다지 당기지 않는 내용이었는데 감주님 글을 읽곤 더욱 안 당깁니다.
    아무래도 영화를 보면서 '억지'를 부릴 것 같아서 이 글로 그냥 대신할래요. ^^

  11. 사과군 2012.03.05 21:20 신고

    시한부 인생의 러브스토리라 상당히 무거울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군요.
    가볍다니 한 번 봐야겠어요. 요즘에 무거운 영화는 못 보겠더라구요.ㅋ
    그래도 고찰할 수 있는 부분도 없다는 건 좀 아쉽군요. 물론 제가 봐야 제대로 알 수 있겠지만요.^^
    덕분에 볼 만한 영화 한 편 건졌네요. 감사합니다.

  12. Movie JY 2012.03.05 21:41 신고

    초반까지는 나름 재밌었어요~ ㅎ

  13. BlogIcon 주리니 2012.03.05 22:22 신고

    이게 보고 싶었지만 상영시간이 저와 맞지 않아 내내 포기하고만 있었는데
    아마도 지금은 극장에서 내려졌을 것 같네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어떤 화음을 만들어 냈을지 참 궁금했는데...
    어느정도 해소 됐습니당^^

  14. BlogIcon linalukas 2012.03.06 01:15 신고

    저도 며칠 전에 보았던 영화입니다.

    죽음을 너무 가볍게 다루었다는 말이 나올수도 있지만 저는 괜찮다는 평을 주고 싶은 영화입니다. 뭐 대박이라는 말은 아니고..ㅎ

    초한지에서 매력발산 중인 정려원과 엄포스 엄태웅의 연기는 좋았죠...내가 좋아하는 배우 유선도 나오고..ㅋ

    <오직 그대만>이 여운이 깊게 남는 영화라면, <네버엔딩스토리>는 조금 슬픈 유쾌한 코미디?^^

  15. BlogIcon 스마트 별님 2012.03.06 01:51 신고

    잘 읽고 갑니다. 저는 보다가 후반부는 못 봐서 조금 아쉬운 영화인데.. 다음에 올라오면 한번 다운 받아야 갰네요 ^^.

  16. BlogIcon 연한수박 2012.03.06 05:52 신고

    예고편으로 보고 잼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영화네요^^
    즈라더님께선 많이 아쉬우셨나봐요~
    저는 로멘틱 코미디 좋아해서... ^^;;

  17. smkrainbow 2012.03.06 06:17 신고

    이런 영화가 있었나요...ㄷㄷ

  18. BlogIcon 마시마로 2012.03.06 18:19 신고

    제가 기억하는 <네버엔딩 스토리>는 배우와 이야기보다 배경이 아름다웠습니다.
    어디에서 촬영했는지 알아보고 직접 갔으면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ㅎㅎ

  19. BlogIcon (주)CKBcorp., 2012.03.07 19:59 신고

    어.... 이거 기대했던 영화( 결국 못보고 지나간 OTL ) 인데...음...

    저는 정려원씨에게 기대 해 볼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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