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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아시아 배우의 헐리우드 진출이 많지요. 동북아 삼국뿐만 아니라 인도와 중동까지 참 다양한 국적의 아시아 배우가 헐리우드에 진출해서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정지훈과 이병헌이 진출했고, 헐리우드는 아니지만, 다국적 프로젝트에 전지현과 장동건도 출연했죠. 일본에선 아사노 타다노부, 와타나베 켄 등이 진출했고, 중국은 성룡과 주윤발, 이연걸을 중심으로 엄청난 숫자의 배우가 헐리우드에 진출해서 활동했습니다.

 그런데 아시아 배우가 헐리우드에 진출했을 때 종종 '더빙' 의혹을 사곤 합니다. <포비든 킹덤> 당시 리빙빙과 유역비가 그랬고, <지아이조2>에서 이병헌, <닌자 어쌔신>에서 정지훈이 그랬어요. 정말 목소리가 많이 닮은 성우를 기용해서 목소리 연기를 시킨 것이 아니냐는 거죠. 
 


 물론, 답변은 '아니다'입니다만, 이런 의문을 살 만도 합니다. 아시아 배우가 헐리우드에 진출하면 영상 속 입 모양과 대사가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는 장면이 일부 등장하기 때문이죠. 특히 <포비든 킹덤>에서 리빙빙과 <지아이조>에서 이병헌은 종종 입 모양과 대사가 완벽히 일치하지 않아서 영어를 못하는 배우로 오해를 받기도 했습니다. (사실 영어를 못해도 연기하는데 그리 큰 문제는 없습니다만.)

 이런 문제가 드러나는 이유는 아시아의 열악한 더빙 시스템과 배우들의 더빙 능력 때문입니다. 보통 더빙하면 애니메이션 후시녹음만을 떠올리시는데, 동시녹음으로 촬영되는 영화도 더빙을 자주 사용합니다. 아무리 마이크 성능이 좋아도 여러 이유로 대사가 묻히는 경우를 볼 수 있거든요. 그럴 때 음향을 따와서 스튜디오에서 배우에게 더빙을 시키게 됩니다. 그런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헐리우드에 비하면 음향 기술 자체도 열악하고, 배우들의 더빙 실력 역시 매우 떨어지는 편입니다. 가끔 애니메이션에 헐리우드 배우가 참여해 더빙을 하면, 성우가 한 것과 그리 구분 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날 때가 있는데, 이건 한국과 다르게 헐리우드 배우들의 더빙 실력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이지요. 
 


 헐리우드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이연걸이나 성룡과 같은 배우는 진출 초창기와 다르게 이젠 더빙의 이질감이 거의 없습니다. 더빙 연기력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죠. 즉, 더빙 역시도 배우가 공부해야 하는 연기의 영역이란 의미입니다. 더빙을 안 하면 되지 않느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한국 영화의 대사가 잘 안 들리는 문제가 열악한 시스템과 더빙을 잘 하지 않는 성향 때문임을 예전에 적은 적이 있습니다.

 중국은 한국보다 사정이 낫다고 생각할 분들도 있을 겁니다. 중국은 워낙 나라가 크고 지역마다 언어가 미묘하게 달라서 영화 전부를 더빙으로 처리할 때도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건 본문의 더빙 이야기와 약간 다른 경우입니다. 중국 영화의 더빙은 배우가 직접 하는 게 아니라 배우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언어로 연기하고, 다른 지역 언어는 비슷한 목소리의 성우가 연기할 때가 많습니다. 견자단은 북경어 실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아서 항상 광동어로 연기를 하고, 북경어는 성우 더빙의 힘을 빌리곤 하죠. 그래서 중국어를 못하는 한국 배우가 중국에 진출해도 별 무리가 없는 것이죠. 중국인들은 성우 더빙에 매우 익숙하고 관대하니까요.
 


 궁극적으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 영화계가 지향해야 하는 것은 역시 헐리우드의 음향 시스템과 헐리우드 배우의 더빙 연기력입니다. 이젠 '동시 녹음'만이 제대로 된 연기력을 보여준다는 생각을 버릴 때가 됐어요. 연기자라면 현장에서 보여줬던 발성 연기를 더빙에서도 똑같이 보여줄 줄 알아야 합니다. 이제 더빙은 선택의 영역이 아니라 필수의 영역이 된 셈입니다. 수십 년에 걸쳐서 발전해 온 헐리우드의 더빙 시스템을 금세 따라잡을 수는 없겠지만, 노력은 꾸준히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얼마 전 한석규가 <뿌리깊은 나무>에 등장해서 열연을 펼쳤죠. 그런데 가끔 한석규가 무슨 대사를 하는지 알 수 없을 때가 있었습니다. 한석규같이 뛰어난 배우도 동시 녹음으로 완벽한 발성을 펼칠 수는 없다는 증거로 손색이 없습니다. 한석규가 그런데 다른 배우들은 어련하겠습니까. 이제 정말로 인식을 변화시켜야 할 때입니다.

관련글 : 한국영화의 대사가 잘 안들리는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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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아딸라 2012.03.22 08:10 신고

    맞습니다. 더빙 실력도 연기력의 일부죠.
    그나저나 오늘 대문에 붙어 있는 저 여인네는 정말 예쁘네요 - 옹~~

  2. BlogIcon 여강여호 2012.03.22 08:31 신고

    더빙 자체가 연기력이 없으면 불가능하지 않나 싶네요.
    요즘은 우리 애니메이션에도 배우들이 더빙으로 많이 참여하던데...
    앞으로는 좀 유심히 들어봐야겠습니다.

  3. 베리알 2012.03.22 08:59 신고

    배우들도 더빙, 즉 대사와 발성에 대해서 더 깊은 노력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겠고,
    배우들이 더빙에 참여한 애니메이션이나 다큐 등이 일반 영화보다는 낫더라도 절대적으로 만족할 수준은 아니었던 것을 봐도,
    이 문제(?)가 배우들의 차원뿐 아니라 녹음과 후작업 등 업계의 시스템 자체에서도 노력이 절실한 사안일 것 같습니다.

    • BlogIcon 즈라더 2012.03.22 16:27 신고

      예전에 시스템 차원에서 헐리우드 측에 기술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본 적이 있네요.

      너무 뒤늦은 생각일지도..

  4. BlogIcon 오드리햇반 2012.03.22 09:43 신고

    글을 쭉 읽어보니 그렇구나 하고 공감하게 되네요..
    정말 더빙에서도 실제 연기하는 것처럼 배우의 모든것이 녹아들어야 하지 앓을까 싶네요..

  5. BlogIcon 무념이 2012.03.22 10:00 신고

    더빙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더빙을 완벽히 처리하는 것도 연기력의 일부겠죠~
    그런데 옆에 대문의 미인은 누구인가요? @.@

  6. BlogIcon ♣에버그린♣ 2012.03.22 10:35 신고

    더빙도 연기다!!
    일리있는 말씀이십니다.

  7. BlogIcon Shain 2012.03.22 11:59 신고

    성우 출신 한석규의 대사를 가끔 못 알아먹는데..
    목소리 연기를 훈련받지 않은 배우라면 두말할 것 없겠죠.
    성우들은 자신을 '연기자'라고 부르는 걸 주저하지 않습니다.
    목소리도 상당히 힘든 연기의 한 부분이고 배우들이 수련해야할 분야 중 하나라고 봅니다...
    같은 장면을 나중에 녹음하는 더빙과는 좀 다른 이야기겠지만
    발음도 잘 안 되는 배우는 기본이 안된거란 말에 요즘 꽤 동감하게 됩니다.

    • BlogIcon 즈라더 2012.03.22 16:29 신고

      예전에 김진태님이 '발성' 이 안 되면 연기자의 자격이 없다라고
      인터뷰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요새 종종 떠오르곤 합니다.

  8. BlogIcon haru 2012.03.22 12:48 신고

    그래서 가끔 자막을 켜놓고 보는 한국영화까지 등장했습니다.ㅠㅠ
    저만 못 듣는줄 알았더니 다들 그러시군요.........다행이에요 ㅠㅠ

  9. BlogIcon 릿찡 2012.03.22 13:40 신고

    동시녹음 지상주의 그것도 일종의 미신 같습니다만 문재는 몇몇 보수적인 감독들은 그러면 동시녹음은 왜하는데! 라고 반론한다는 거죠... 동시녹음을 하기는 하겠지만 더빙을 하여 더 좋은 부분이 있다면 더빙을 하는 것이 당연히 옳은 이치입니다.

    • BlogIcon 즈라더 2012.03.22 16:31 신고

      동시녹음으로 처리해야 하는 장면이 있고,
      후시녹음으로 처리해야 하는 장면이 있는 법인데
      그걸 인정하지 못한다면... 쩝..

  10. BlogIcon 커피쟁이 2012.03.22 14:01 신고

    마자요, 사소한 거 하나에 관객들은 큰 실망을 하게 된다는...

  11. 로즈힐 2012.03.22 19:21 신고

    정말로 더빙실력도 연기력이 일부맞습니다.
    읽으면서 참 공감했답니다.
    그리고 오늘 보니 대문사진이 바뀌었네요!
    뉘신지...참 어여쁩니다.^^

  12. BlogIcon 카부터 2012.03.22 21:15 신고

    워너가 한국 진출하면 이런 문제도 조금씩 해결되기 시작할까요?

    • BlogIcon 즈라더 2012.03.23 01:31 신고

      저도 그걸 간절히 기대하고 있습니다만... 어떨지 모르겠어요.
      더불어서 헐리우드 스튜디오가 들어와서 홈 비디오 업체를
      다시 세워주면 좋겠네요.

  13. BlogIcon 청해용왕 2012.03.23 17:04 신고

    국내 영화판에서는 여러가지 이유로 더빙판은 거의 찬밥이죠. 성우들의 역량은 최고 수준인데..
    고작 한다는 짓이 애니메이션 등에 여러가지로 자질이 안되는 인기 배우나 아역배우를 써서 감동을 깎아먹는 짓이나 하고..
    뭐 저도 이런저런 이유로 더빙판은 안보긴 하지만 전달의 편의성을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더빙을 늘려야 할텐데 말이죠..

    헐리우드 애니메이션등에서 인기스타 들을 쓰는 것은 우리의 그것과는 수준이 다른게, 녹음기술도 있겠지만 기본적인 연기실력에서 딸리는 면이 많지 않을까도 여겨집니다. 우리배우들 중에서도 발성 좋고 발음 좋은 사람이 없는 건 아니지만..

    토요명화, 주말의 명화가 활성화되선 시절에는 더빙판도 재미있게 보곤 했는데..후우~

    • BlogIcon 즈라더 2012.03.24 01:55 신고

      배우들의 발성 실력과 더빙 실력이 반드시 연결되진 않더군요.
      개인적으로 성우 더빙의 영화를 꽤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게
      '주'가 되고, 배우의 목소리가 묻혀버린다면 반대입니다.

      다만, 종종 그렇게 여겨지지 않을 때도 있죠.
      엑스파일을 더빙없이 본다면... -_-a

  14. BlogIcon 신기한별 2012.03.23 19:00 신고

    더빙도 연기력 필수죠 ㅋ

  15. 손님 2012.03.23 20:34 신고

    한국영화도 자막을 보면서 봐야되니...

    정말 음향이나 더빙 기술이 엉망이니 반쪽짜리 문화죠
    언제쯤 개선이 될지....

  16. 미주랑 2012.03.24 16:52 신고

    ...개인적으로 성우분들을 존경하기에 목소리 녹음도 연기라는 것엔 매우 공감합니다. 성우분들에겐 목소리만으로 연기하니까 발연기라는게 있을래야 있을수가 없지요.

    • BlogIcon 즈라더 2012.03.24 17:44 신고

      우리나라 영화 시스템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종종 후시녹음을 천대하는 감독도 있는 모양이니까요.

  17. BlogIcon (주)CKBcorp., 2012.03.27 08:09 신고

    오. 새로운 걸 알게 되는군요.
    감사합니다.

  18. smkrainbow 2012.03.28 18:37 신고

    다른건 다 상관없어 배경음과 목소리의 이질감이라고 할까요?
    그것만 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따로노는게 그게 가장 거슬립니다
    물론 영화쪽은 그나마 괜찮은 편인데.. 드라마 쪽은..;
    사실 더빙실력도 자주 접해보지 않은 사람이니 어쩔수없겠지하고 이해는 해주는 편인데
    저 부분은 정말.. 싫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