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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중기' 라는 별명의 송중기만 보면, 크게 성공할 수 있을 영화 같았다. 하지만 여기에 이런저런 문제를 일으키며 대중에게 외면받기 시작하던 한예슬이 더해지자 걱정이 배가되었고, 김하늘의 <너는 펫>과 경쟁을 하게 되자 쫄딱 망하고 만다. <티끌모아 로맨스>는 그렇게 제대로 된 평가도 받지 못하고 극장가에서 막을 내렸다. 2차 판권 시장이 죽어 있는 한국의 사정상 극장에서 망하면 수익을 얻을 방법이 없고, <티끌모아 로맨스>는 아마 제작사에게 처참한 기억으로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망한 게 꽤 아쉽다. 한예슬이란 배우에 대해 선입견도 없고, 당시 한예슬이 일으켰던 문제에 대해서도 그저 단체 행동이 아니라 단독 행동이었다는 점이 문제였을 뿐, 그녀가 했던 행동의 의도는 결코 부정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예슬이 욕을 먹는 것은 당연할 수 있지만, 한예슬이 제기한 한국의 촬영 문화의 문제점이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묻혀 여전히 그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사실이 한예슬의 문제보다 몇백 배는 더 큰 문제다.

 

 <티끌모아 로맨스>는 상당히 괜찮은 영화다. <뿌리깊은 나무>로 '내공'이 있는 배우임을 확실히 알린 송중기이기 때문에 남자 주인공으로 송중기가 캐스팅된 것은 꽤 긍정적이라 볼 수 있다. 꽃중기란 별명답게 그의 잘 생긴 외모는 한예슬의 미모와도 잘 맞기 때문에 그림도 딱 보기 좋다. <오직 그대만>이 그랬던 것처럼 그림 되는 커플이 만들어내는 쾌감은 작품이 재미없어도 작품을 볼만하게 만들어준다. 게다가 <티끌모아 로맨스>는 극 자체도 꽤 괜찮다.
 

 이런 종류의 로맨틱 코미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판타지와 현실의 중간에서 자리를 잘 잡는 것이다. 지나치게 판타지로 가면 유치찬란한 영화로 낙인 찍혀 비판을 받을 수 있고, 너무 현실적으로 가면 로맨틱 코미디란 장르의 가치를 잃고 만다. <티끌모아 로맨스>는 이 줄타기에 성공했는데, 과하게 이성적이고 비협조적인 세상의 논리를 코미디로 가볍게 포장했기 때문이다.  
 

 밑바닥 인생에서 빌빌거리는 두 주인공의 모습에서 자신의 얼굴이 보인다면, 이 작품에 몰입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취업하기 어려운 사회, 일하고 싶지 않은 사회에서 세상을 비웃고자 멋진 로맨스라도 펼쳐보면 좋으련만, 두 주인공에겐 그런 소소한 여유 따위도 없다. 외모만으로 어떻게든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은 인물들이 옷으로 바닥의 먼지 청소를 할 것처럼 엎어지고 넘어지기를 반복하면서 전달하는 지금 한국 사회의 현실이 마냥 웃을 수 없게 한다. 그렇게 작품의 코믹한 요소와 결합한 리얼리즘이 전반적인 분위기를 차분하게 가라앉혀 몰입할 수 있게 한다.
 


 두 배우의 연기 역시 영화만큼 의외로 좋다. 지나칠 정도로 예쁘게 생긴 꽃미남 송중기와 김태희와 자웅을 겨룬다는 여신 한예슬이 연기를 펼쳤는데도 두 사람의 외모에 캐릭터가 묻히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좋은 연기를 펼쳤다고 말할 수 있다. 송중기야 <뿌리깊은 나무>를 통해서 연기가 그럭저럭 괜찮은 배우임을 증명한 이후에 개봉한 영화니 그의 연기에 대해선 불안감이 거의 없었다. 반면 개인적으로 한예슬이 좋은 연기를 펼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는데, 이 작품을 통해 (좋은 연기를) 처음 봤기 때문에 적잖이 놀랐다. 

 <티끌모아 로맨스>는 그래서 아쉬운 영화다. 비수기에 개봉했다는 점, 한예슬이 일으킨 여러 물의, 부족한 홍보 등으로 실패했지만, 그렇게 실패한 영화로 넘어가기엔 꽤 괜찮은 면모를 갖췄기 때문이다. 갈수록 각박해지고 힘들어지는 한국 사회의 현실에서 이 영화는 팔팔한 생명력을 가진다. 만약 이대로 더 힘든 시기가 이어진다면, 언젠가 <티끌모아 로맨스>는 현실을 적절히 반영한 좋은 로맨틱 코미디로 재평가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단순한 판타지로 넘어갈 수 없었던 영화의 엔딩이 그것을 예고한다.


뱀다리) 최근 한국영화는 대부분 디지털로 촬영하는군요. <국가대표> 때 레드 원으로 촬영하면서 제작비를 2억가량 줄였다고 했는데, 결국 한국영화의 디지털 촬영은 제작비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디지털을 좋아하긴 합니다만, 다른 나라와 다르게 죄다 디지털로 촬영하는 한국 영화계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극장 수익이 아니면 수익이 거의 없는 현실을 투영하는 것 같아 슬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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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베리알 2012.03.24 07:58 신고

    아... 그러고보니, 저런 미모의 청춘남녀가 저렇게 빌빌거리며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판타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2. BlogIcon 미스터브랜드 2012.03.24 08:18 신고

    요거 저두 못 보고 지나쳤는데, 꼭 챙겨봐야겠는데요.^^

  3. BlogIcon 연한수박 2012.03.24 08:22 신고

    디지털이 촬영비가 적게드는 모양이네요.
    티끌모아 로멘스... 흥행에 실패를 했다니 안타깝네요.

  4. Movie JY 2012.03.24 08:46 신고

    저도 이 영화 현실과 판타지의 중간에 닿은 이야기,
    배우들의 쏠쏠한 연기 등과 재미 등이 좋았는데 망해서 아쉬웠다는요 ㅠㅠ

  5. BlogIcon 큐빅스™ 2012.03.24 10:54 신고

    오~ 부담없이 보기에 좋은 영화 같네요..
    즐거운 토요일 되세요^^

  6. BlogIcon 무념이 2012.03.24 12:37 신고

    저정도 미모의 남녀면 잘 살거에요~ ㅎㅎㅎ

  7. BlogIcon Temu 2012.03.24 13:52 신고

    흠. 감주님 한국영화 인상깊게 본 것 있으면 추천좀 부탁드릴께요. 봐야 하는데 잘 안보게 되네요.

  8. BlogIcon 하 누리 2012.03.24 13:52 신고

    좋아보이는 데요..
    살아가는 모습이 다들 저렇지 않나요 ㅎㅎ
    주말이네요, 즐겁게 보내세요 ^^

  9. BlogIcon 릿찡 2012.03.24 14:45 신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너무나도 마음에 든 작품이 어이없이 망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경우에도 그러한 작품의 후속작이 만들어지도록, 혹은 그 스태프들이 먹고살 걱정은 아해도 되도록 하는 새로운 매니아 위주의 수익모델이 필요해 보입니다.

  10. BlogIcon 칼슈레이 2012.03.24 14:48 신고

    개인적으로 개봉당시 한예슬씨의 '스파이명월' 촬영거부사건이 아니었다면 현 스코어인 40만의 두배정도는 보았을 영화라 생각하고있습니다. 그 사건으로 영화자체가 너무 저평가된 듯해서 아쉬워요 ㅜ

    • BlogIcon 즈라더 2012.03.24 17:43 신고

      스파이 명월 촬영거부 사건도.. 본문에 썼듯이
      접근을 조금 달리해야 하지 않나하고 생각합니다.

      참 여러모로 안타까운 영화죠.

  11. BlogIcon 흑기사 2012.03.24 15:01 신고

    나름 재미있게 보았던 로코인데..
    관객은 별로 안 들었더군요.. 한예슬 효과 때문에..-_-;;;;
    .
    평타는 충분이 칠수 있는 작품이었는데..
    주인공이 나름 리얼리티도 가지고 있고..
    아쉬운 작품입니다..

  12. 미주랑 2012.03.24 16:49 신고

    .....전 이거 다운받아서 봤는데...한예슬의 연기가 다른 연기자 보다 낮지는 않아서 괜찮게 생각했던 영화입니다.

  13. BlogIcon 신기한별 2012.03.24 16:53 신고

    송승기씨보다 한예슬씨가 나이가 더 많은데, 둘이 보면 같은 나잇대로 보이는....

  14. 손님 2012.03.24 20:20 신고

    영화가 화제가 안되고 다른 문제가 화제가 된 케이스죠.
    관심이 가서 볼까해서 리뷰를 알아보니 리뷰보다는
    다른 말만 잔뜩 있어서 포기한....

    글보니 보고싶네요 DVD는 나와있고...
    그런데 블루레이는 불가능할지....

  15. BlogIcon 코기맘 2012.03.24 22:17 신고

    두배우가 너무 ㅇ멋져서 옥탑방도 너무 낭만적이고 아름답게보이네여 ㄹㅎㅎㅎㅎ저도 보고싶어지는영화에영 ㅎㅎㅎ

  16. 로즈힐 2012.03.24 23:23 신고

    극장수익외엔 거의 수익이 없다는
    한국영화계의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티끌모아태산 저도 한번 봐야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17. BlogIcon 캡틴거북 2012.03.25 19:19 신고

    전 나름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

  18. ryokomine 2012.03.26 09:18 신고

    한예슬 사태는 한예슬의 방식이 덜 영리했죠.
    누구 말처럼 미국 가는대신
    영리하게 입원해서 누워있는 사진 공개했으면 한예슬에게 훨씬 유리하게 전개되었을 것입니다.

  19. BlogIcon 마시마로 2012.03.28 01:04 신고

    사실 로멘틱 코메디가 아닌 서글픈 '88만원 세대 사랑' 이라 봐서 그런지 엔딩마저도 암울하게 보이더군요.
    생각보다 좋은 작품인데 많이 알려지지 않아 안타깝네요.
    내용도 내용이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야구동영상을 보는 송중기의 표정연기였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