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한국은 문화의 황야로 바뀌고 있다. 2차 판권 붕괴로 제대로 된 수익구조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 영화계는 극장 수익에 '올인'을 해야 했고, 예산이 많이 들지 않고 극장에서 쉽게 인기를 끌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수없이 만들어졌다. 여기엔 <엽기적인 그녀>로 시작된 로맨틱 코미디 붐 역시도 한몫을 했다.

 그러나 2차 판권을 뭉개버리긴 했어도 한국 대중은 바보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전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더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인터넷을 통해 그 문화를 교류하는 문명인이다. 그런 한국 대중이 로맨틱 코미디의 무한 반복을 계속해서 용인해줄 거라 믿는다면 정말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최근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연이은 실패가 그것을 증명한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려면 다양한 장르의 활성화가 필요하지만, 한국의 조건은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다. 다운로드 서비스로 간신히 활로를 뚫어서 그나마 숨을 쉬고 있지 그렇지 않았다면 한국 문화는 익사 직전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로맨틱 코미디라는 안정된 밑바탕에 실험적 장르를 혼합해서 만들어내는 퓨전 장르 영화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달콤, 살벌한 연인>의 성공이 퓨전 장르의 활성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고, <오싹한 연애>는 성공한 퓨전 장르의 새로운 예시다.
 


 퓨전 장르의 성패 여부는 각기 다른 장르의 맛을 동시에 보여주느냐 라고 볼 수 있다. <달콤, 살벌한 연인>이 고어(!) 스릴러라는 장르 특유의 느낌을 나름 잘 살려내지 못했거나,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느낌을 잘 살려내지 못했다면 호평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양쪽 장르의 느낌을 다 잃게 된다면, <귀신이 산다> 꼴을 면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오싹한 연애>는 공포 장르의 섬뜩함과 로맨틱 코미디의 달달함을 모두 취하는 데 성공한 사례라 평할 수 있다. 
 
 
로맨틱 코미디는 달달함을 줄 수도 있지만, 동시에 지루함도 줄 수 있다. 아주 재미있는 아이디어도 타이밍을 잘못 잡으면 정말 재미없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로맨틱 코미디도 '장인'이 되지 않고서야 매번 성공할 수 없는 법이다. 사실 <오싹한 연애>의 스토리 라인을 두고 보자면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을 걷고 있기 때문에 이 영화 역시 자칫 지루한 로맨틱 코미디가 될 수도 있었다. 

 여기서 공포 장르가 큰 힘을 발휘한다. 로맨틱 코미디의 기본 요소인 '두 남녀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 측면에서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순간에 이 영화는 영리한 방식으로 지루함을 해결한다. 두 사람은 서로를 모르고 있고, 이 사실을 '미지의 영역'이라 해둔다면, 그 알 수 없는 영역 안에 '공포 장르'를 재치있게 심어놓으면서 지루하기는커녕 진짜 공포영화를 보는 듯한 쾌감을 맛볼 수 있었다. 퓨전 장르의 올바른 사용법이란 바로 이런 것이리라. 사실 어느 장르나 전형성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고, 어느 장르를 싫어하는 사람은 보통 그 장르 자체를 싫어한다기보다 언제나 반복되듯 등장하는 전형성을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영화가 취한 퓨전 장르는 그런 문제를 간단히 해결해줬다.

 

 영화의 설정 안에서 가장 긍정적인 것은 귀신과 동거(?)하며 괴로워하는 (강한 척 하지만) 연약한 여자 주인공과 그 여자 주인공보다 더 깡이 약한 남자 주인공 캐릭터 설정이다. 두 캐릭터의 사랑이야기가 공포스러운 색깔로 물들면서 현실적인 영역을 인정하고 말 때, 감상자는 여자 주인공에 대해 보호본능을 느끼게 되고, 찌질한 남자 주인공에 대해 공격을 퍼부을 준비를 한다. 그런데 의외로 이 남자 비현실적이다 싶을 만큼 세심하고 매력 있다. 깡은 약해도 현실에서 볼 수 없는 범주의 훈남이다. 의외로 아픈 현실에서 벗어나게 해줄 왕자님 자격을 갖췄다는 의미다.

 이렇게 매력있는 여자 주인공 여리 역을 손예진이 연기했고, 남자 주인공 조구 역을 이민기가 연기했다. 두 사람이 맡은 배역은 거의 평상시 모습 그대로가 아닌가 싶을 만큼 완벽했다. (역시 손예진은 이런 역할이 어울린다.) 그리고 여러 조연 연기자들의 감초 연기가 생생하게 빛을 발한다. 사실 이런 방식으로 캐릭터를 강조하고, 퓨전 장르를 이용해 아스트랄함을 넘나드는 연출에 있어서 황인호 감독은 재능이 있는 감독이라 봐도 괜찮다. 그는 <시실리 2Km>의 각본을 쓴 각본가 출신 감독이다.

 


 영화는 평범한 방식의 엔딩을 거부한다. 요새 로맨틱 코미디의 트렌드다. 마치 신파인 것처럼 다 이뤄지고 행복할 것처럼 꾸며냈으면서 의외의 반전을 주거나 현실의 영역을 끌어들여 판타지에 가까운 일반적 엔딩의 느낌을 퇴색시킨다. 로맨틱 코미디의 일반적 엔딩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긍정적일 터이고, 좋아하는 사람에겐 부정적인 부분일 것이다. <오싹한 연애>의 엔딩을 보고 어떤 감정을 받을지는 이 부분에 달렸다 말할 수 있겠지만, 설사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영화 전반에 걸쳐서 공포와 로코 장르를 적절히 잘 섞었다는 평가마저 포기하게 되진 않을거라 생각한다. 지난해 <티끌모아 로맨스>와 함께 가장 매력있는 로코였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베리알 2012.03.26 07:24 신고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진 손예진에 대해서 그렇게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살짝 느껴지는 나이조차 귀여워 보일 정도로 매력적이었습니다.
    영화 내내 손예진 이뻐~만 연발하고 있었고... 저의 그런 추천에 이 영화를 본 남자 지인들도 모두 이구동성으로 손예진 이뻐~ (^^;;;)

    블루레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 +

  2. 여인네 2012.03.26 10:34 신고

    이 영화보면서 정말 생각없이 막 웃었는데
    처음엔 마땅히 볼것이 없어서 봤는데
    보길 잘한것 같더라구요^^

  3. 로즈힐 2012.03.26 15:57 신고

    저는 갠적으로 일반적인 앤딩을 좋아합니다...ㅎㅎ
    로맨틱코메디 영화가 보고싶어지는 하루입니다.
    즐거운 월요일 보내세요!

  4. BlogIcon 하얀잉크 2012.03.26 16:58 신고

    한국영화 리뷰도 하셨군요 ^^
    손예진 그렇게 대박 스타는 아니어도 아우라가 있는 배우인 것 같아요
    오싹한 연애 기억해두겠습니다.

  5. 손님 2012.03.26 18:05 신고

    이런 역활은 손예진씨가 어울리는 듯 합니다

    나름 기대하고 있는 작품이라서
    발매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까지 소식은 없네요
    블루레이로도 나와주면 좋을 텐데요

  6. BlogIcon 온달왕자 2012.03.26 19:04 신고

    오싹한연애~
    재미있게 보긴했지만 남자입장에서 보면 정말 마음아픈~~ㅎㅎㅎ
    하지만 손예진은 항상 매력적인듯해용~

  7. BlogIcon 하늘이사랑이 2012.03.26 20:14 신고

    못봤는데, 한번 보고싶어지는 영화입니다. 영화리뷰의 포스가 느껴지는군요^^

  8. BlogIcon 김팬더 2012.03.26 21:40 신고

    갠적으로 이영화 솔직히 별로였는데...
    즈라더님 말씀처럼 새로운 퓨전장르로써는 충분히 가치있는 도전이었다고 생각해요..!^^ㅎㅎ
    전 여자친구랑 이영화 같이 보고, 리뷰도 썼는데 그때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ㅎ.ㅎ

  9. BlogIcon 메리앤 2012.03.27 03:32 신고

    이 영화 조만간 보려고 찜했습니다. ^^
    그런데 프로필 사진이 유역비 아닌가요?

  10. BlogIcon 커피쟁이 2012.03.27 15:05 신고

    저에겐 좀 당황스러운 영화였어요 ㅎㅎㅎㅎㅎ

  11. BlogIcon 마시마로 2012.03.28 01:08 신고

    개봉 당시 용감하게도(?) 혼자서 봤는데 좌석이 거의 여중여고 학생들로 꽉 차 있어서 놀랬던 기억이 나네요.
    그건 그렇고 멜로와 호러의 결합이 성공적이라곤 못하겠네요. 장면 하나하나는 뚜렷한 인상을 가졌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물과 기름같이 섞이지 못하더군요.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