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흥미롭게도 CG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아날로그 기술에 조금 더 애착을 보이는 감독이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다른 아날로그를 좋아하던 감독이 다 디지털로 넘어온 상황에서도 괴이하게 느껴질 정도로 아날로그에 집착하는 놀란 감독은 CG를 최대한 배제하고 영화를 촬영한다. 정말 어쩔 수 없이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CG를 사용하지 않으며, 그의 영화에서 사용되는 CG는 대부분 화면에 등장한 카메라를 지운다거나 어쩔 수 없이 (홍콩 시퀀스처럼) 배경을 CG로 처리하거나 하는 아주 오래전부터 사용된 기술에 그친다. 이번 <다크나이트 라이지즈>에서도 배트윙을 지지대와 함께 만들어서 촬영한 것을 보아 CG 사용은 이전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CG 특수효과가 범람하는 시대에 아날로그 특수효과가 뭔지 보여줬던 <다크나이트>
사실, 이런 놀란 감독의 행동은 대세에 반하는 행동이 아니다. 전 세계 디지털 특수효과 기술의 선구 주자라 할 수 있는 ILM만 하더라도 미니어쳐 기술을 계속해서 발전시키고 있고, 여전히 세트 촬영을 중요시하는 감독도 많다. 최고급 CG 기술이 실사에 거의 근접해있다 하더라도 그 기술을 모든 영화에 적용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예전에 조지 루카스 감독이 대규모 세트장을 지으며 아날로그 촬영을 고집하던 모 감독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나라면 그런 대규모 세트장을 짓지 않고 CG로 찍을 것이다."
이 멘트에 대해 CG 업계의 일각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저 세트장의 규모와 디테일을 CG로 완벽히 표현하려면 몇억 달러가 든다."
어쩌면 필자가 <무협>을 걸작으로 평가하는 이유 역시 CG를 배제한 아날로그 액션을 추구했기 때문일지도.
이런 시선에서 보면, 크리스토퍼 놀란의 아날로그 집착도 이해가 간다. 그의 영화에 등장하는 여러 실제 소품들이 얼마나 생생하게 느껴지는지 이미 많은 분이 직접 눈으로 보셨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놀란 감독을 비롯한 실제 세트장과 로케이션, 소품을 중요시하는 감독의 영화가 무조건 CG로 덕지덕지 발라버리는 감독의 영화와 비교해서 훨씬 더 멋진 장면이 나온다는 사실도 알 수 있을 것이다. CG 기술의 발전은 매우 긍정적이지만, 만능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실사와 맞먹을 정도로 뛰어난 CG 기술력이 존재하긴 하나, 그것을 온전히 사용하려면 아주 돈이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감독들은 CG 기술력 이용에 (완벽하지 않은 CG를 쓰는 대신 CG컷의 분량을 늘린다든가 하는 식으로) 일정 부분 합의를 보게 된다.
배트모빌이 배트포드로 변신하는 장면이 아날로그의 현실감을 바탕으로 표현되는 순간의 쾌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다른 감독이었다면 CG로 뚝딱 만들었겠지.
그래서 개인적으로 CG는 반드시 필요한 장면에서만 사용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다. 현재 아날로그 방식의 특수효과도 아주 많이 발전해있고, 그 기술과 디지털 방식의 기술을 필요한 곳에 적절히 활용한다면 제작비도 줄이고 더 생동감 있는 영화가 탄생하지 않을까?
<다크나이트>처럼 아날로그 특수효과를 최대한 사용하고, 꼭 필요한 곳에서만 CG를 이용한 작품의 제작비가 겨우 1억 8천 5백만 달러다. CG보다 세트 촬영과 미니어쳐 촬영을 더 중요시해서 만들어낸 <인셉션>도 1억 6천만 달러에 불과하다. 요새 2억 달러를 가뿐히 넘기면서 CG로 덕지덕지 발라 붙인 블록버스터들과 비교하면, 아직도 아날로그 특수효과가 유효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적어도 완벽한 CG 기술이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시기가 오기 전까지 아날로그 특수효과의 힘은 유효할 것이다. 아날로그 특수효과와 디지털 특수효과(이른바 말하는 CG, CGI, VFX)가 부족한 점을 상호보완해가며 생동감 있는 장면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긍정적인 CG 이용 방법이 아닐런지.
<적벽대전>의 한 장면이다. 역시 돈을 많이 쓰면 이렇게 어색함이 거의 없는 CG 제작이 가능하지만...
<초한지>처럼 돈을 그리 많이 쓰지 않은 작품은 이렇게 CG가 어색하다. 결국 디지털 특수효과는 편리하긴 해도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문제가 있다.
CG 기술의 발전으로 말미암아 최근 아시아의 작은 영화에도 CG가 많이 사용된다. 그런데 솔직하게 얘기해서 헐리우드도 어색한 CG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인 마당에 아시아 영화의 CG는 어떻겠는가. <중천>의 획기적인 CG 활용 이후, 한국의 CG 업체에 맡기는 아시아 영화가 많아졌지만, 그 가운데 긍정적인 결과물을 내놓은 작품은 <적벽대전> 하나뿐이었다. 아무리 한국 CG 업체가 낮은 가격에 뛰어난 CG를 만들어 낸다고 하나, 그래도 어느 정도 돈이 들어가야 제대로 된 퀄리티가 나온다. 실제로 <적벽대전> 이후, 한국의 CG 업체를 이용한 <천녀유혼>, <적인걸>, <초한지: 천하대전> 모두 블루레이로 보면 처참한 CG 수준에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다. 바로 얼마 전에 리뷰한 <초한지: 천하대전>의 경우, CG로 그린 사물이 화면의 움직임을 쫓아가지 못하고 덜덜거리는 현상까지 등장했다.
둔감해진다고 한다. 오랫동안 영화를 좋아했던 사람들이 최근 액션 영화에 감흥이 없다고 한다. 예전과 같은 생동감이 없어서라고 이유까지 곁들여서 둔감해졌단다. 아마 이것은 꼭 CG로 촬영할 필요가 없는 장면까지 모조리 CG로 촬영하는 영화계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이전에 표현할 수 없던 것들을 CG로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에 환호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기존에 아날로그로 표현할 수 있던 것들까지 CG로 만들어버리는 것도 당연하다 할 수 있을까? 필자 개인은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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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7 07:00


비밀댓글입니다
정말 그 비판 능력을 윗 사람들에게도 사용해야 하는데...-_-
비밀댓글입니다
감사합니다. :-)
cg는 완벽하지 않으면 오히려 해가 되는 것 같아요..
기술이 발전하고 디지털 시대라고 해도 안ㄹ로그가 더 좋은 경ㅇ가 많은 것 같구요..
최근 아날로그 기술도 많이 발전했으니까요.
예전에는 CG 기술의 발달로 제작비가 획기적으로 절감되고,
영화 촬영이 더 편해지고, 심지어 배우까지 대체할 거란 장미빛 이야기들이 나오던 때가 있었습니다만... 결과는 뭐~ ^^;;;
아마 CG에 대한 환상과 실제의 가장 큰 갭은 제작비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CG로 하면 돈 안 든다고 했었는데, 실제로는 오히려 (훨씬) 더 들어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옛날 작품들도 지금 다시 보면 당시로서는 첨단 또는 획기적인 CG를 사용했던 작품들의 특수효과는
볼수록 실소가 나옵니다만... (맨날 최신 기술로 이런 거 가리는데 급급한 루카스옹의 심정이 0.0000001g 정도는 이해가 가지요. ^^)
당시에 아날로그로 만들어진 특수효과들은 그때(의 저화질로) 볼때보다,
오히려 DVD, 블루레이 등의 고화질 매체로 보면서 놀라움과 감동이 더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의 CG 남발은 결과적으로 CG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온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우연히 용문비갑의 액션 시퀀스를 몇개 보았는데, 영화를 보고 싶은 생각이 완전히 사라질 정도로 허접하더군요.
사람들의 액션은 합도 없이 그냥 허공에서 춤을 추고,
아마추어 알바들에게 맡긴 듯한 성의 없는 유치한 CG는 이질감이란 말조차 아까울 정도이고... -.-;;;
(솔직히 믿을 수가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아예 모르고 봤으면 네티즌이 만든 합성이네~하고 비웃었을 득...)
낮은 가격에 더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게되어 반가웠던 CG도
이제 높은 가격 때문에 한계점에 도달한 느낌이 들지요.
용문비갑의 경우 나름 괜찮은 장면도 존재하는데, CG를 쓸
이유가 아예 없는 장면까지 CG를 써서 도무지 액션에 몰입이
안 되더군요. 블루레이가 도착해서 재감상하는데, 울컥하는
기분까지...ㅡㅡ;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면 CG 연출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 고집하는 것일수도 있지 않나요?
여하튼 다크나이트가 CG가 거의 없었다니 대단하네요 ^^
닭나의 아날로그 중심 특수효과는 정말 획기적이었지요.
게다가 대부분 로케이션.
저도 동감해요. CG는 꼭 필요한 곳에만 완벽하게 사용해야 좋은것 같아요. ^^
완벽하게 만든다기 보다 꼭 필요한 곳에서만 사용하면 좋겠어요.
그러고보니 CG에서 거의 극한의 영상미를 보여주었던 제임스 카메론이 아날로그 특수효과에서도 이미 여러번의 경이로운 업적을 보여주었음을 보면 특수효과라는 것에 대한 이해가 없는 CG는 감동없는 각본과 같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만화영화도 요즘 수작업 셀 애니메이션보다 CG에 너무 많이 비중이 치우쳐져 있는데 둘다 비슷한 맥락 같네요. ^^
제임스 카메론의 특수효과 아이디어는 상상을 초월하죠.
본래 특수효과팀 스탭으로 일했던 양반이라..ㄷㄷ
1979년 작품인 에일리언1도 효과를 보면 정말 기가 막히더랍니다.
지금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퀄리티.. 반면에 얼마전 봤던 배틀쉽은
화려한 CG임에는 분명했지만 말그대로 CG라는 느낌으로 보게 되더라구요.
CG티가 너무 나요 ㅠㅠ
배틀쉽처럼 아예 대놓고
'나 CG에요' 하는 작품은 무게감이 없어서 액션이 가볍기 짝이 없어요..ㅠㅠ
인간 감각이 자극을 뚫고 하늘로 올라서
이 땅에서의 현실감각이 사라지는 것일 수도 있죠
물론 진짜 감각적인 것에 대해 더 민감해 질 수도 있구요
뭐..뭔가 심오한...^^;
또한 세트장은 제활용이 가능한 것에 비해서, CG는 제활용 하기가 힘들다는 것도 아날로그의 장점일 겁니다. 저 적벽대전 CG는 멋있기는 하지만 저 반대편까지 멋있지는 않을 것이니 말입니다. 그런 쓸대없는데 돈을 쓸리가 ...
뭐.. 그래도 적벽대전의 저 장면 CG 정도 되면 만족할만 합니다만
(게다가 적벽대전의 화공씬은 아날로그 특수효과를 잔뜩 동원한
작품인지라..)
아무 작품이나 저 정도 CG를 만들 수 있게 돈을 투자하진 않으니까요.
CG를 맹신하지 말아야죠.
그래서 화려한 CG를 내세우는 영화는 잘 안 보게 되니다.
그야말로 거기에 돈을 다 써버려서 정작 중요한 내러티브나 디테일은 엉망인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CG를 내세워도 내러티브나 디테일이 괜찮은 경우도 있긴 한데..
자꾸 화려한 볼거리에 치중하니, 가끔 중요한 시나리오의 단단함을
잊어버리는 감독들이 많아요..
...그러고 보니 다크나이트를 보면서 느꼈던 실제같은 느낌은 전부 세트촬영이라서 가능했단 거군요...으음...역시 브루스는 돈이 많아(....)
거의 대부분 로케이션 촬영이었죠.
보통 CG로 촬영할만한 장면은 미니어처와 실제로 만들어서
찍었고, 홍콩 장면의 경우 어쩔 수 없이 CG를 사용했습니다.
다만, 배트맨이 건물 위에 서있는 장면은 실제로 찍은 것..ㄷㄷ
제 생각에도 CG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 CG 조금만 멋지게 들어가도 최신의 최고 기술이 들어간 영화라고 느껴졌는데
이즈음은 살짝 싸구려 느낌도 나는 게 사실이에요. ;;
처음의 충격에 비해서 점점 발전이 더뎌지고 있다는 기분이 들죠.
CG도 아니고 예전에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기법을 쓰던 영화를 보고도 우와~하면서 감탄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최신대작 영화의 CG를 불과 몇년후에 다시보면 유치하다고 생각하게 되니 사람의 눈이 참 간사하면서도 예리한듯 합니다.
뭐 시대의 대세는 CG로 넘어가는건 분명하지만 전통적인 기법또한 상당기간 사용될것이고 그렇게 되는게 바람직하게 생각되네요.
한쪽이 다른 쪽을 전부 커버할 수는 당분간...없을테니 말이죠. 초한지 CG는 거참..ㅡㅡ;;
결국 양쪽이 상호보완하면서 나가는 수 밖에 없어보이지요.
다른 장르는 몰라도 공포와 무협 장르는 수작업 특수효과가 좋더군요.
<착신아리> 헐리우드판과 <백사대전>보고 CG가 너무 튀어서 '이게 뭔가..' 싶었습니다.
근데 최근 경향은 CG인 것 같아서 아쉬운 면이 있네요. 아니면 이질감이 전혀 없는 CG 기술로 발전하는 방향으로 가야 되지 않나 싶네요.
<백사대전>이야 어쩔 수 없다 치고, <용문비갑>은 정말.....
CG를 쓸 필요가 없는 장면에서 CG를 쓰고 있으니..
CG가 영화에 꼭 필요한 기술임은 분명합니다.
그럴다고해서 무차별적으로 사용해서 오히려 리얼리티를 떨어뜨린 영화를 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무엇이든, 약을 잘 써야겠지요. 남용하면 문제지만, 적재적소에 기가막힌 CG를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오곤 합니다만^^
적재적소에 잘 쓰는 영화보다 뭐든 CG로 도배하는 영화가
많다보니...^^;
무엇보다 내용이 충실하고 리얼리티가 살아있으면서
적당하게 CG도 사용하면 되는데
그냥 CG로만 도배하는 식이니
참 안타깝다는.... 어찌 그렇게 날로 먹으려고 T T
CG하니 우리나라 드라마장면 중 삼천궁녀씬과 감독 서극이 생각난다는..
참 어찌 그리 개념없게 망가지는지
꽃들이 떨어지는구나.....ㅋㅋㅋㅋ
우리나라드라마... 저는 꽃보다남자오리cg이후 불신이생겻뜸...
그거야 대강 만들었으니..^^;
천...천녀유혼이!! 한국 CG 라닛!! OTL...
돈 많이 안 들인 걸루 위안을 삼아야 하나요? -_-;;
요새 한국 업체의 CG가 다 그렇습니다.
한국 업체의 가격이 싸다고 더 후려치다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