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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필자의 가슴을 송두리째 뒤흔든 <무협>이란 작품이 있다. 그런데 뒤늦게 이 작품이 삭제판으로 개봉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당시 필자의 분노는 정말 상상을 초월했더란다. 그리고 삭제판도 이렇게 재미있는데, 무삭제판은 얼마나 재미있을까 싶어서 잠시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홍콩판 블루레이를 장바구니에 등록했다 뺐다를 반복했었다. 대체 어떤 작품일까. 왜 삭제되어 개봉했을까. 만약, 삭제한 국내 개봉판이 더 좋다면, 수입사를 용서해줄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진가신 감독의 편집 실패를 수입사가 만회해준 셈이니까. 그리고 드디어 무삭제판 블루레이를 감상한 뒤 필자의 기분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수입사는 진가신 감독에게 사죄하라."

전 남편이 그런 것처럼 리우진시가 자신을 떠날까봐 리우진시의 옷깃을 꼭 잡고 잠들어 있는 아위의 모습.

리우진시는 그런 그녀를 안쓰러워하며 자신의 옷깃 대신 이불을 쥐여준다.


 여러 차례 감상하면서 필자는 진가신 감독 특유의 드라마 감성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탁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퍼햅스 러브>에서 이를 가는 잠버릇을 가진 손나(주신 분)의 모습을 비출 때도 디테일하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무협>은 액션 영화인 주제에 더 탁월하다. 초반부 리우진시(견자단 분)의 옷깃을 꼭 잡고 잠든 아위(탕웨이 분)의 모습도 그렇고, '돌아오다.' 를 테마로 하는 영화답게 오프닝과 엔딩을 같은 이미지로 촬영했는데, 오프닝에서 아직 불완전하던 가족의 모습을 뭔가 잘 안 풀리는 식사 장면으로, 엔딩에서 완전해진 가족의 모습을 깔끔한 식사 장면으로 표현한 것에 경악하고 말았다. (그런 가족의 모습을 마치 실생활처럼 연기한 배우들도 놀랍다.)

 <무협>은 영화 곳곳에 중요한 대사와 장면이 숨어 있는데, 그 짧은 대사와 1초도 안 되는 컷 하나하나에 모든 것이 담겨 있음을 깨닫고 더 놀랐다.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표현되지 않은 것들이 곳곳에 숨어있던 것. 리우진시가 변심하는 이유와 아위를 사랑하게 되는 이유를 생략한 것이 아쉽지만, 그것을 상쇄할만한 드라마 연출이 있었던 것이다. 엔딩에 '완전해진 가족'을 대변하는 아위의 대사가 조용한 감정 울림을 가져다준 것은 몇 번을 봐도 훈훈한 감동을 주더라.

이 장면을 삭제한 수입사를 절대 이해할 수 없다.


 솔직히 <무협>에 대해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을 줄 꿈에도 몰랐다. 벌써 세 차례에 걸쳐 프리뷰와 리뷰를 한 작품인데 무슨 말이 더 하고 싶겠는가.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 보면 볼수록 그 가치가 높아지는 기분이다. 게다가 무삭제판은 한국 개봉판과 다르게 편집이 자연스럽고, 중요한 요소를 훨씬 많이 담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보게 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것 같지만 사실 엄청나게 닮아있는 리우진시와 쉬바이쥬(금성무 분)의 트라우마도 확실하게 와 닿았고, 영화에서 꼭 필요한 잔혹한 장면들도 절대 삭제해선 안 되는 장면이라고 이해했다. 무삭제판으로 감상하면 영화가 이렇게 다르다.
 

 무술 액션 분량이 짧다는 아쉬움은 '블루레이'의 힘을 통해서 상쇄되었다. 짧고 굵은 액션이란 평가를 했었는데, 그게 아니라 액션의 혁명이라 평가해야겠다. <무협>의 무술 안무는 견자단이 맡았고, 견자단은 아예 72파의 무술 세계와 초식 하나하나를 전부 만들어 버렸다. 무술을 하나 창조해버린 것이다. 무기 소지 여부와 상황에 따라서 계속 달라지는 초식을 보고 나니, 오랜 시간 견자단이 만들어온 세계 최고 수준의 무술 안무들이 모두 <무협>의 무술 안무를 만드는 준비 단계에 불과한 것 아닌가 싶었을 지경. 

 쉬바이쥬가 가지고 있는 침술 능력도 블루레이로 보고 한국 개봉판을 본 뒤 하던 생각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는데, 그의 침술은 72파 교주인 왕우 형님의 심맥을 직접 파괴해서 금강불괴권을 무효화했고, 발바닥에 붙어 있던 침을 확인한 뒤 상단에 한 번 더 침을 꽂음으로써 번개를 불러온 것이다. 안 그래도 전반적인 무술 안무가 절묘함이나 화려함을 넘어서서 사람을 기겁하게 하는 '한계치'의 무술 안무인 마당에 이런 아이디어까지 안무에 적용하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침술로 교주의 금강불괴권을 파훼하는 쉬바이쥬

왕우 형님 하나도 안 죽으셨다. 그 어렵다는 견자단의 무술 안무를 대역도 거의 없이 직접 소화하는 괴력을 발휘하신다. 진짜 깜짝 놀랐다.

적이 무기를 가지고 있을 때 사용하는 초식 중 하나. 기가 막히더라.

혜영홍 누님도 몸놀림이 하나도 안 죽으셨다.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액션을 직접 소화.


 쉬바이쥬라는 캐릭터가 벌이는 수사가 사실 '수사'가 아니라 캐릭터의 트라우마 전달, 영화가 담고 있는 강호 세계관의 전달, 영화에서 중요한 드라마적 요소 전달이 목적임을 이전 리뷰에서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무삭제판을 보면 전달하는 내용이 더 많아진다. 한 치의 어색함도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편집으로 펼쳐지는 캐릭터의 심리묘사가 무삭제판에서는 훨씬 더 와 닿도록 자연스러워졌다. 이미 말한 바 있지만, 영화에 있어서 2분은 '겨우 2분'이 아니라 '2분 씩이나?' 라고 봐야 한다. 특히 '디테일함'으로 보면 홍콩 감독들 가운데 최고라 할 수 있는 진가신의 영화라면 더욱 그렇다. 

 이 영화에선 탕웨이도 빛난다. 비중은 적어도 나올 때마다 깊은 인상을 준달까. 연기력이 괜찮은 거야 원래 알고 있었지만, 사실 그녀에게 정말 예쁘다는 표현까지 하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본래 <색계>를 보고 그냥 적당히 예쁘다고 생각했을 뿐 그리 신경 쓰고 있지 않았는데, <만추>에서 처음으로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더니 <무협>으로 뇌리에 진득하게 박혀버렸다. 탕웨이에게 보살님 같다며 약간 놀리기까지 했던 필자가 자신이 한심해졌달까.


금강불괴권을 무효화했던 침을 재차 활용해 번개를 불러오다니..

화장기가 거의 없는 얼굴로 열연한 탕웨이에게도 찬사를. 이 영화에서 탕웨이는 그냥 '아위'라는 캐릭터 자체다. 자연스러운 연기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역시 결론은 '영화사 이 자식들이...-_-+' 가 된다. 특히 엔딩에서 쉬바이쥬의 웃음을 보고 나서 더욱 그랬다. 어떻게 이토록 중요한 장면까지 삭제할 수 있는 건지. 등급이 문제였으면 잔인한 장면이나 잔인한 대사만 삭제할 것이지 왜 드라마를 강화하는 장면을 삭제해버린 건지 당최 이해할 수가 없다. 왜 그랬는지 진심으로 수입사에게 묻고 싶을 뿐이다.

 영화 <무협>은 필자에게 한동안 깨지지 않을 전설로 남을 것 같다. 두고두고 감상하련다.

초식이.........

다 다르단 말이다!!


 <무협>은 아날로그의 느낌이 만연한 질감으로 촬영된 영화다. 그런 영화의 영상을 블루레이가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다. 부드러운 필름의 질감이 생생하게 살아 있으며, 대비가 약해서 전반적인 느낌이 쨍함과 거리가 있지만, 해상력이 워낙 탁월해서 영화 속 여러 사물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시골의 아름다운 광경도 잘 표현되고, 고전적인 낡은 도구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여러 건축의 모습을 아주 디테일하게 비춰주고 있다. 탁월한 화질이다.

 다만, 호불호가 갈릴 법한 부분도 있는데, 이 영화는 밤 장면에서 딱히 강한 조명을 사용해서 촬영하지 않았다. 모든 암부 시퀀스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밤 장면만 최대한 자연조명만을 이용해서 촬영했는데, 덕분에 밤의 짓눌리는 듯한 어둠이 생생히 살아 있는 만큼의 고감도 노이즈가 심하게 나타난다. 그리고 이 영화에 사용된 팬텀 HD 카메라는 200fps의 초고속 촬영이 가능한 대신 조금 과하게 부드럽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슬로우 모션 장면에서 또렷함이 조금 떨어지는 느낌도 받을 것이다.

 사실, 순간적으로 필름 열화 현상이 지나가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의도적인 연출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이걸 문제라고 확신하긴 어렵다.

 스페셜피처로 간단한 몇 가지 영상을 제공하는데, 놀랍게도 HD다.

오옷!을 외쳤던 장면

서정적인 영상미는 <무협>의 또다른 주인공이다.


 필자 개인의 취향에 불과하지만, 이제 <무협>은 잊을 수 없는 걸작의 반열에 오르지 않았나 싶다. 어쩌면 한국 개봉판(삭제판)과 무삭제판의 차이를 확인했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지만, 자꾸만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세 주인공 캐릭터의 트라우마와 그것을 극복하는 순간, 경이로운 무술, 수사로 풀어낸 무협 세계관까지 여러 씬들이 잊히질 않는다.

 어쩌면 리우진시는 아름다운 시골의 풍경 아래에서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어쩌면'일 뿐이다. 리우진시와 아위의 트라우마와 완벽하지 못한 가족의 모습이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민폐' 쉬바이쥬의 등장은 위협적이었지만, 결국 모든 이의 트라우마를 해결해 준 고마운 존재다. 이런 식으로 캐릭터를 살피다 보면, 계속해서 새로운 것들이 튀어나온다.

 아무래도 이 영화에 홀려도 단단히 홀린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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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가참새 2012.05.01 07:41 신고

    이 영화보고 왕우라는 배우에 대해 정말 놀랐습니다 나이도 나이인데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가 후덜덜 ... 솔직히 이름만 들었지 왕우 세대가 아니라 잘 몰랐는데 왜 레전드라 불리는지 알수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마지막의 액션씬은 끝내주더군요

    • BlogIcon 즈라더 2012.05.01 16:03 신고

      사실 저도 왕우세대는 아닙니다만,
      비디오를 통해 봤기 때문에...ㅎㅎ

      마지막 액션은 진짜 본좌였습니다. ㄷㄷ

  2. 베리알 2012.05.01 08:06 신고

    심의위원회의 아집도 역겹지만,
    수입사들의 개만행도 끝이 없군요.

    왕우와 견자단... 각각의 시대를 대표하는 액션 아이콘들의 만남이군요.
    그러고보니... 외팔이 시리즈는커녕, 서극의 도도 못 본 사람들이 이제는 꽤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3. movie jY 2012.05.01 09:42 신고

    제작사측이나 감독은 이렇게 편집된채 개봉한걸 알까요?
    이리도 영화가 달라보일수 있는 장면들이 많았는데...T.T

  4. BlogIcon 릿찡 2012.05.01 12:36 신고

    왠지 모르게 미드 <<빅뱅이론>> 의 명대사가 생각나는군요. "뭐? 무삭재판 2분에, 추가편집 1분? 그럼 새 영화나 마찬가지 잖아!"

  5. BlogIcon 엘로스 2012.05.01 14:12 신고

    기대하지 않고 봤다가 의외의 소득이었던 작품입니다. 저도 블루레이 구입을 고민해야 할 듯... ^^

  6. BlogIcon ZaoAn 2012.05.01 20:21 신고

    중국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읽었습니다.
    장예모, 첸 카이거는 돌변했지만,
    진가신, 허안화는 우리 곁에 그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참고로 진가신 감독의 부인은 오군여입니다.
    오군여의 부친은 하춘추(오요동)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홍콩 코미디영화계의
    이만희 감독과 배우 이혜영 같은 독보적인 존재라고 할까요?
    네이버, 다음 영화에는 안 나오는 사실이라 적어봤습니다.
    탕웨이는 어느 영화에서나 빛이 나네요...

  7. BlogIcon 블로그토리 2012.05.01 21:35 신고

    무협 볼만한 영화로군요.
    기억해 둬야 갰습니다.
    편안한 시간 되시구요.^^

  8. BlogIcon (주)CKBcorp., 2012.05.01 22:16 신고

    ㄷㄷㄷㄷ 그림만 봐도 포쓰가 절절 흐르는군요.
    소개 감사드립니다. 내용 잘 읽었습니다.

  9. 손님 2012.05.01 22:25 신고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삭제했는지

    수입사가 봄비 라는 곳으로 알고 있는데
    이름만 아름다운 후안무치 ....

    최악의 삭제 수입건으로
    제 5원소와 함께 기억될 듯 합니다

    블루레이도 기약이 없으니 참 ....
    탕웨이 때문에라도 꼭 보고 싶었는데

  10. 매번 포털 뉴스같은데 댓글달려고 보면 뭐 무협 무삭제판 짤리기전에 받아가라고 광고하는 p2p들때문에 익숙하네요....

    씁쓸하지만 말이죠;;;;

  11. ㅎㅎ 2012.05.04 19:30 신고

    DP 시리즈 8호가 중국,홍콩 영화를 출시한다고 합니다. 그게 즈라더 님이 소개해주신 [무협]일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DP 8호 티저 예고편이 이번에 떴는데 그걸 보면 정황상 [무협]인듯 해요.

  12. 손님 2012.05.05 21:56 신고

    블루레이를 기대했는데
    dp 시리즈로 가능성이 있다고 하니
    좋은 소식이죠

    아뭏튼 다양한 작품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13. 기링기링 2012.05.08 12:46 신고

    글 잘 보고 가요~ ^^

    감주님의 리뷰로 몇가지 영화들을 다시 곱씹어보게되네요.
    역시 견자단형님은 현존하는 액션배우들중 최고봉 급... 성룡이나 이연걸보다는 현실적인 액션을 강조하는 견자단형님의 매력에 반해버린.. ^^

  14. BlogIcon 보사리 2013.06.23 02:56 신고

    하아....견자단을 좋아하는 저로써는 그저.....좋네요..ㅎㅎ

  15. 2013.09.17 22:03

    비밀댓글입니다

  16. 2013.09.20 07:44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즈라더 2013.09.20 12:55 신고

      과찬이십니다.

      견자단의 액션 영화는 대부분 한국에 공개됩니다만,
      언제 공개될 지 알 수 없어서 몹시 곤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