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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전설이 된 축구선수 지네딘 지단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가끔 경기가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지네딘 지단의 축구는 완전체다. 그는 쓸데없는 패스를 하지 않고, 쓸데없는 기술을 부리지 않는다. 한 번에 2,3명 정도는 손쉽게 벗겨 내는 그의 드리블도 그가 팀을 위해서 만들어 내는 패스 테크닉 앞에선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의 축구는 완성됨으로써 인정받는다. 그런 지네딘 지단이 저런 말을 했다는 것에서 묘한 아이러니를 느낀다.

 그런데 대중문화도 마찬가지다. 감상하던 작품이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단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영화는 상영 시간을 미리 예고하고 시작한다. 영화의 여러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와 영화 속 캐릭터가 잘 어우러지며 전달하는 쾌감이 짧은 상영 시간이 원망스럽게 한다. 글쓴이가 근래 영원히 끝나지 않고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여긴 영화는 두 작품뿐이었다. <무협>과 <셜록 홈즈2>. 영원히 끝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안 든다고 해서 그 작품이 재미없는 작품일 것이라 여기지 않기를 바란다. 그저 이런 유형의 작품이 있다는 얘기일 뿐이다.

 사실, 위와 같은 생각을 자주 하게 되는 대중문화는 드라마다. 어느 드라마에 중독되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왜 저런 장면에 시간을 질질 끄는 거냐며 욕을 내뱉기도 하고, 조금씩 다가오는 종료 시간에 애간장이 다 탄다. 푹 빠져 있던 드라마가 끝나면 가슴 아픈 후유증에 오랫동안 괴로워해야만 한다.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대중문화는 역시 드라마가 최고인 것 같다. 글쓴이가 최근 이런 감정을 느낀 작품은 <보보경심>이다.

 만화를 보다가도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 한 권이 아니라 완결된 만화 한 질을 읽을 때 더욱 크게 느끼는 데, 정말 재미있게 만든 만화는 끝내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원피스>와 <나루토>가 그런 예. 글쓴이가 최근 제발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감상한 만화는 <강철의 연금술사>와 <결계사>, <의룡>이다. 이 작품들은 전부 빠른 속도로 스토리를 전개했고, 끝내야 할 때 끝내는 마무리의 미학을 선보였다. 그러고 보니 <강철의 연금술사>와 <결계사>는 작품의 스타일도 아주 비슷하다. 

 당연하지만, 책도 그런 경우가 있다. 글쓴이는 이영도 작가의 글을 좋아한다. 물론, <눈물을 마시는 새>를 제외하면 용두사미로 끝났다는 평을 받고, 글쓴이 역시 상당 부분 공감하는 바이다. 게다가 이영도 작가의 글은 작품의 메시지를 위해서 스토리를 상당히 희생하기도 한다. 덕분에 점점 어려워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런 비판도 <그림자 자국>과 같이 짧은 글 앞에서는 무의미하다. 이 이야기가 단 한 권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모른다. 그리고 엔딩의 충격은 아직도 마음속에 남아 있다.

 역사 교양 장르 가운데에도 끝나지 않길 바란 책이 있었다. <고대 왕국의 풍경, 그리고 새로운 시선>이란 책이다. 글쓴이의 눈을 틔워준 놀라운 책이었고,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읽어야 했다. 고대 언어 부분에서 비약이 아닌가 싶은 측면이 있긴 했지만, 책의 전반적인 수준은 투썸업이라 평할 만 하다. 

 위에 언급한 <고대 왕국의 풍경, 그리고 새로운 시선>이란 책은 역사학에 관심이 있고, 어느 정도 지식을 쌓지 않으면 흥미를 가지기 어려워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다른 책을 언급하자면, 임용한 교수의 <전쟁과 역사>가 있다. 가끔 엉뚱한 이야기 (궁예의 출생 이야기나 신돈의 집 이야기)를 해서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으나 한국 전쟁사를 다룬 책 가운데 <전쟁과 역사> 시리즈보다 재미있는 책은 없다. 


 왜 위와 같은 일이 발생할까? 대중문화가 뭐기에 영원히 끝나지 않길 바라며 감상하게 되는 걸까? 게다가 모든 대중문화가 그런 것도 아니다. 분명히 좋은 작품이고 재미있게 감상했음에도 영원히 끝나지 않길 바란다는 마음이 들지 않는 작품 역시 존재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것은 마무리의 미학을 갖춘 작품의 특권인 것 같다. 위에 언급한 만화 가운데 <강철의 연금술사>와 <결계사>, <의룡>은 확실하게 전개하고 확실하게 끝낸 작품인데다 아주 잘 만든 만화다. 그래서 감상하는 사람들은 작품을 즐기면서 동시에 카운트 다운에 들어가는 셈이다. 스토리를 확실하게 전개하는 대중문화는 진행됨에 따라서 어디가 클라이막스고 어느 지점에서 끝날 지 감이 잡히곤 한다. 그래서 '아, 여기서 끝나면 더는 이 이야기를 볼 수 없는 거야?' 하며 안타까워하게 되는 것.

 점점 대중 문화를 일회용 종이컵만도 못한 것으로 취급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 대중문화 창작자들은 그냥 잘 만들었고, 재미있는 작품이 아니라 영원히 끝나지 않길 바라게 되는 유형의 작품을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재미있다'와 직결되는 쾌감이 아니므로 몹시 어려운 창조 행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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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영국품절녀 2012.06.15 07:08 신고

    맞아요. 끝이 안났으면 하는 드라마나 영화가 있지요. ㅎㅎ

  2. 베리알 2012.06.15 07:57 신고

    작품의 완성도나 작가나 감독이 진정으로 추구하고자 했던 것을 추구한다...라는 건 말로 하면 참 쉬운데,
    현실은 산들이 많은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강철의 연금술사나 의룡 등은... 이거 정말 작가가 엄청난 배짱으로 엄청난 결단을 내렸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잘 나간다 싶은 만화들은 언제부턴가 배틀물로 빠지고, 끝없는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며 스토리고 뭐고 간에
    스토리를 위한 배틀이 아니라, 그저 배틀물 연장을 위한 배틀을 끝없이 펼쳐가는데...
    어지간한 작가들이 모두 그런 시류에 편승하는데(근래 작품 중에선 개인적으로 은혼이 참 아쉽더군요.
    블로그에서 이에 관한 얘길 해볼까도 생각중이었는데, 그 정도의 개그 센스를 가지고 심지어 점프 시스템까지
    개그로 승화시켜 웃음을 주던 때는 어디로 갔는지 결국 이 작품도 끝없는 배틀물로...), 아마 작가 본인의 의지가 아니더라도
    주변에서 그렇게 몰아가는 압력 또한 있기는 하겠지만.... 뭐, 그렇게 배틀물로 어느 정도 빠져 버리면 흥미가 사라지니,
    덕분에(?) 한 작품에 오래 몰입을 안 하게 해줘서 고맙기도 합니다. ^^;;;

    한국 드라마가 아마 이런 이야기에 아주 잘 어울릴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시청률 너무 안 나오면 뎅겅 조기 종영, 그렇다고 시청률 좀 잘 나오면 연장을 위해 질질질...
    이렇다보니, 드라마의 완성도를 논한다면 시청률이 어중간한 작품 혹은 조기종영은 간신히 피한 그런 드라마들이 회자되지,
    폭발적인 시청률 드라마 이런건 절레절레...

    • BlogIcon 즈라더 2012.06.15 18:10 신고

      조금만 잘 나가면 담당 디렉터로부터 장기 연재를 요구받고...
      영화는 제작사에서 편집권을 빼앗아 버리고.. 마음대로 후속작
      발표하고.,...

      드라마는 생방에 조기 종영에... 작가와의 마찰에...-ㅅ-;;

  3. BlogIcon ♣에버그린♣ 2012.06.15 10:02 신고

    참으로 추구하기에는 어려운 현실인듯 느껴집니다.

  4. realrosty 2012.06.15 15:00 신고

    추천도서인가요. :)~
    영도님은 새 시리즈의 나머지 두 개는 선보이지 않으시려는 걸까요.
    그림자는 신간인가 보네요. 한번 찾아보지요.~

    • BlogIcon 즈라더 2012.06.15 18:15 신고

      그림자는 예전에 드래곤 라자 소장용 발간할 때 같이 나왔어요.
      그나저나 정말 새 시리즈는 더 이상 없는 건지..
      이영도는 언제 새로운 작품을 내놓을 건지...

  5. BlogIcon RGM-79 2012.06.15 15:10 신고

    마지막으로 끝나서 아쉬웠던 건 카페 알파였던 것 같아요.
    마리미테 끝나는 것도 아쉬웠고..

    그런데 점점 사랑이 식는 건지 끝나도 무덤덤.
    아니 좀 더 재미난 게 나오겠지..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6. 미주랑 2012.06.15 16:54 신고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헀던가요...어떤 작품을 끝냄으로써 작가도 새로운 작품을 구상할수 있게 되는 경우도 있긴한데...다음 작품을 기대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근데 강철은 솔직히 끝난게 아쉽긴 했죠...

  7. 손님 2012.06.16 02:31 신고

    그런 느낌이 드는 작품들이 저는 많은 편이라 ^ ^
    영화 음악 만화 애니 소설 등

    정말 시간이 가면 갈 수록 여운이 진해진다는.......
    앞으로도 좋은 작품들을 많이 접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달만 해도 그런 작품 2편이 블루레이로 나오기로 되있어서
    출시일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는... ㅎ

  8. BlogIcon 하 누리 2012.06.16 08:23 신고

    재미있게 보는 건 당연 오래 계속 지속 되었으면 하죠..
    즐감하고 갑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