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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원하게 몰아붙이는 R등급 액션 영화를 보고 싶다면 <원티드>를 감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개성 있는 아이디어, 성인에게 딱 맞는 액션으로 도배한 영화이기 때문. 약 1시간 40분 정도의 플레잉 타임을 상당히 알차게 구성했다. 흥미로운 액션 컨셉에 R등급 스타일의 유머, 짧은 플레잉 타임까지, 이만하면 킬링타임으로 딱이지 않겠는가. 게다가 이 영화, 적당히 깔끔한 스토리까지 갖췄다.

 이런 종류의 액션 영화가 괜히 메시지 같은 걸 담으려 했다간 자폭하게 마련인데, 그 메시지가 현실을 직시하는 메시지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쿨하게 '찌질한 우리의 현실'을 엿 먹으라는 듯 이야기하는데, 반발심리를 자극하는 판타지인 영화의 컨셉과 딱 어울려서 영화 흐름에 조금도 지장이 없다.


 영화에서 웨슬리(제임스 맥어보이 분)는 그냥 평범한 회사원일 뿐이다. 그리고 매일 반복되는 삶, 상사의 괴롭힘, 친구와 바람난 애인 등 짜증 나는 것 투성이다. 여기서 웨슬리에게 '누구나 꿈꿀 법한 일탈'이 찾아온다.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던 삶, '킬러'가 될 기회라는 거다. 아버지에 대한 복수가 계기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건 그저 허울 좋은 수식어일뿐 웨슬리라는 평범한 사람이 자신의 지긋지긋한 삶에서 벗어날 기회를 얻었다는 것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 어릴 때 헤어져 얼굴조차 모르는 아버지를 죽였다고 분노에 사로잡혀 사람 죽이는 법을 배운다는 건 당연히 비현실적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영화의 반전이 흥미로워지는 것 역시 이 부분 때문이다. 아버지란 존재에 대해 이렇다 할 감정이 없을 웨슬리에게도 영화 말미에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던 아버지란 존재를 부여하면서 영화는 '일탈'이란 반발적 메시지뿐 아니라 오락적인 스토리 구성에도 성공한다. 일거양득이란 바로 이런 것을 말한다. 


 후반부의 전개가 과하게 빠르다는 점을 제외하면 스토리에 큰 헛점은 보이지 않는다. 웨슬리의 성장을 끈끈하게 엮어 놓았고, 유치하게 느껴질 부분은 강렬한 액션으로 가렸다. 묘기에 가까운 영화의 액션은 앞서 말한 것처럼 상당히 흥미롭고, 초고속 촬영 슬로우 모션을 아주 적절하게 활용해서 그 흥미로운 액션을 잘 표현해냈다. 영화 속 액션의 짜릿함과 강렬함은 그 자체가 영화의 모든 것이라 봐도 과언이 아닐 터이다.

 다만, 약간 속상하게 하는 장면 역시 등장한다. 열차 탈선 시퀀스는 아주 잘 짜인 액션 시퀀스이고, 어쩌면 최종 액션 시퀀스보다도 더 재미있을 수 있지만, 이 장면은 '도덕'을 지나치게 상실했다. 열차에 타고 있었을  (남녀노소 불문하고) 죄 없는 사람 전원이 즉사하는 전개는 시원한 액션으로 얻은 짜릿함 만큼 불편함도 준다. 그래서 <원티드>를 보고 '재미는 있었지만, 화가 나는 영화'라는 평이 있었던 것이리라.


 글쓴이에게 있어서 '여전사 졸리'는 <솔트>의 졸리가 아니라 <원티드>의 졸리다. 개인적으로 <원티드> 속의 안젤리나 졸리야 말로 그녀에게 딱 어울리는 여전사 컨셉이었고, 그래서 <솔트>보단 <원티드2>의 제작을 기다렸었다. 하지만 안젤리나 졸리는 <원티드2>의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캐스팅 제의에 거절했고, 그로 말미암아 <원티드2>의 제작이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쿨하고 기괴한(?) R등급 액션 영화가 드물기 때문에 무척 아쉬운 일이다.

 또한, <원티드>는 액션스타 제임스 맥어보이의 시작이다. 본래 드라마 요소가 강화된 여러 영화에서 영국 출신 연기파 배우로 이름을 날리던 제임스 맥어보이는 <원티드>를 통해 액션 히어로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원티드> 블루레이의 화질은 거칠다는 '단점 아닌 단점'을 제외하면 최상급이다. 여기서 거칠다는 것은 입자가 거칠다는 의미인데, 덕분에 필름 그레인 현상이 다른 영화보다 두드러진다. 즉, 거친 화면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원티드>의 화질은 안 좋은 화질이 될 수도 있다.

 글쓴이는 얼마 전에 모 커뮤니티에서 블루레이 관련 글을 본 적이 있다. 그 글에 "블루레이 원본은 화질이 엉망이라서 1080p로 립한 게 화질이 더 좋아요." 라는 리플이 달린 것을 보고 폭소했더란다. 그 사람은 블루레이 영상에 담긴 필름 그레인을 영상 오류로 생각했고, 그 필름 그레인을 깨끗하게 밀어버린 립버전의 화질이 좋다고 느낀 것이다. 필름 그레인을 밀어버리면 영상의 디테일을 함께 죽여버린다는 사실도 모른 채.


 거친 성향의 영상은 감독의 의도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또한, 필름 그레인은 필름으로 촬영한 영화에서 무조건 등장하는 영화의 구성요소라고 봐야 한다. 만약 이게 싫다면, 디지털로 촬영한 영화만 감상하는 것을 권장한다.

 블루레이의 거친 질감을 감독이 의도한 요소로 바라볼 수 있다면, <원티드> 블루레이의 화질이 최상급이란 의견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또렷한 윤곽선, 풍부한 색감, 거의 완벽에 가까운 명암부까지 단점을 찾는 게 쉽지 않다. 아예 배경을 전부 CG로 만들다시피 한 전차 위 훈련장면만 합성으로 말미암아 해상력이 조금 떨어지는 게 눈에 띄는데, 이건 당시의 기술로선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또한, 미세한 블록 노이즈는 이제 되도록 언급하지 않으련다. 순간 미세하게 윤곽선이 부서지는 느낌이 든다면 눈이 대단히 민감하다는 증거이니 안심하시라. 인터레이스가 나타나서 그런 것. 


 타이틀 디스크 안에는 다양한 스페셜피처가 수록되어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 하는 메뉴는 Alternate Opening 메뉴다. 본래 영화의 오프닝으로 들어갔을 영상으로 CG를 비롯한 편집까지 완성된 영상이다. 

 Extended Scene 메뉴는 시체에 총을 쏘는 장면과 수리공에게 농담을 건네는 삭제된 장면이 들어 있다. 불필요한 장면이라 생각되어 삭제한 듯. SD.

 Stunts on the L Train 메뉴는 열차 훈련 장면의 메이킹이 담겨 있다.

 Cast And Characters 영화의 캐릭터와 그 캐릭터를 맡은 배우 중심으로 만든 메이킹 영상이다. 웨슬리 역의 제임스 맥어보이에게 집중된 건 당연하지만, 안젤리나 졸리에 대한 이야기가 짧다는 건 꽤 신기한 일. 


 Special Effects 영화에 들어간 특수효과에 대한 메이킹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묘기에 가까운 장면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다.

 Groundbreaking Visual Effects 영화의 CG에 대한 메이킹이다. 영화의 특수효과가 대부분 러시아에서 완성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고, 티무르 감독의 기술 감각이 빛을 발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티무르 감독은 러시아에 자신의 특수효과 회사도 가지고 있는 모양.

 The Origins of Wanted 원작 그래픽 노블에 대한 소개다. 영화화할 때 원작에 어떻게 다가갔는지 소개하고, 원작자 마크 밀러의 이야기도 담았다.


 Through the Eyes of visionary Director Timur Bekmambetov 메뉴는 독특한 이력의 티무르 베크맘베토프에 대해 소개하는 영상이다. 그의 특이한 영화 세계와 탁월한 비주얼 감각에 집중했다.

 Wanted: Motion Comics 영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원작의 컷을 담은 영상. DTS 음향을 지원한다. 정말 재미있다. 어쩌면 타이틀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가영상일지도.

 The Making of Wanted: The Game 영화의 아이디어를 쫓아서 만든 게임의 메이킹이다. 영화의 스토리 공백을 메워주기도 하는 모양이다. 예전에 <매트릭스2> 개봉 당시 공개된 게임이 떠오른다.


 어쩌면 과도한 유희일지도 모른다. 본래 <원티드>의 원작 그래픽노블은 정상적인 작품이 아니다. 도덕 따위는 완전히 내팽개쳐둔 다음 인간의 기본을 이루는 세계에서 일탈을 꿈꾼 작품이다. 그런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니 아무리 순화해봤자 그 영향력 안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런 영향력이 기차 탈선 장면으로 표현된 것 아닐런지.

 하지만, 여러모로 <원티드>가 재미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원작에서 핵심적인 메시지만 따와서 헐리우드의 느낌에 알맞도록 잘 꾸몄고, 독특한 아이디어와 멋진 비주얼이 만나 쿨한 액션영화로 탄생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블루레이로 보는 것은 아주 행복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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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베리알 2012.07.26 07:57 신고

    "블루레이 원본은 화질이 엉망이라서 1080p로 립한 게 화질이 더 좋아요."


    ...아! 정말 걸작이군요.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얘기가 영화나 만화가 아니라 현실이었다니... -.-;;;

    • BlogIcon 즈라더 2012.07.26 10:27 신고

      그런데 그런 사람 DP에도 많더라구요.
      필름 그레인 보기 싫다고 립버전이 낫다고 하는 사람..
      정말 많아서 놀랐어요.

  2. 베리알 2012.07.26 08:01 신고

    좀 더 주인공에게 몰입을 할 수 있도록 기차씬을 적당히 조절하거나 수정하거나...
    아니면, 아예 원작을 더 반영해서 진짜 막장 18금으로 가던가...
    둘 중 하나로 갔으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하는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타일리쉬한 액션들도 인상적이긴 했지만,
    명령에 충실해야한다며 묻지마 살인을 수도 없이 저질러 온 살인마들이...
    정작 삐리리가 타겟이 되니까 갑자기 돌변해서 태도를 확 바꾸는 찌질한 모습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아무래도... 권력이나 빽을 등에 없고 설치는 현실의 양아치들이 오버랩된다고나 할까요. --+

    • BlogIcon 즈라더 2012.07.26 10:28 신고

      차라리 인간성을 완전히 버린 막장 설정의 원작 그대로 스토리를
      가져가고, 아이디어는 티무르 감독의 생각 그대로 했다면
      더 화끈한 작품이 나왔을 것 같아요.

      다만, 그렇게 된다면 안젤리나 졸리는 나오지 않았겠지요.
      안젤리나 졸리가 출연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가장 결정적인
      요소가 바로 폭스 캐릭터의 성격이었다고 하니까요.

      원작에서 폭스는 아무 상관없는 일반인들을 학살하고도
      태연하게 웃는 무서운 여자..

  3. 베리알 2012.07.26 08:03 신고

    극장 관람을 절대로 잊지 못 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엔딩곡인 The Little Things...
    이걸 이수 5관에서 들었었는데 영화 본편보다도 이 노래가 더 기억에 남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이후에 CD로, 블루레이로 별짓을 다해봐도 제가 감상 가능한 환경들에서는
    그 이수5관에서의 감흥을 따라가지 못 해서 안타까움만... T T

    • BlogIcon 즈라더 2012.07.26 10:29 신고

      사실 이수 5관에서 감흥을 집에서 그대로 느끼기엔...ㅠㅠ
      게다가 디지털 상영은 PCM이라 스펙 자체도 극장이
      더 좋잖아요. 넘사벽이랄까..ㅠㅠ

  4. BlogIcon 컴터맨 2012.07.26 09:07 신고

    "블루레이 원본은 화질이 엉망이라서 1080p로 립한게 화질이 더 좋아요"

    -->
    "포맷을 자주 하면 하드디스크 수명이 줄어들어요, 그래서 저는 1년에 한번 정도만 해요"
    라는 어느 블로그의 글을 봤을때의 느낌과 다르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5. BlogIcon RGM-79 2012.07.26 10:45 신고

    사람죽는 영화는 질색이라.. 병약한 미소녀자나요?
    샤방샤방한 것만 좋다능. 캬캬캬....

  6. BlogIcon 나비오 2012.07.26 11:27 신고

    중간에 약간 수위가 높은 사진이 있네요 ^^

    원티드 총알 날라다니는 영상이 아주 즐겁죠

  7. BlogIcon 옥탑방연구소 2012.07.26 13:26 신고

    저도 소장하고있지만, 가끔 보면 재밌다는 ㅋㅋㅋ

  8. 무비돌이 jY 2012.07.26 14:19 신고

    어제 코엑스 에반레코드갔다가 타이탄의 분노 블루레이가 시연되고있길래,
    봤다기 말씀처럼 거친입자가 다소 느껴지더군요.
    블루레이는 다 깨끗하고 끝내주는 화질인줄 알았는데, 말씀듣고보니 일부러 그런 연출을 했을수도 있다는 생각도 드네요.
    아님 제 눈이 조금 이상했던가...요 ㅎ

  9. BlogIcon 하 누리 2012.07.26 14:32 신고

    액션영화 너무좋아요..
    제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군요..ㅎ
    오늘 하루도 즐겁고 편안한 시간 보내세요 ^^

  10. 미키하트 2012.07.26 16:56 신고

    영상에 대한 정보와 감독의 성향을 미리 아는 것도 영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것 같아요.
    예전에 블랙스완 블루레이를 보고 자글자글하다 못해 일부러 미세한 알갱이 뿌려놓은 듯한 영상에 처음엔
    오래되서 부패된 듯한 필름을 보는 거 같아 거부감이 들었지만
    감독의 성향과 영화 제작에 관한 리뷰 글을 읽고서 보니 '아, 이런 게 의도된 것이구나'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 BlogIcon 즈라더 2012.07.26 19:56 신고

      16mm 필름으로 찍으면 다 그렇게 지글거리죠...라기 보다
      그냥 화질 자체가 안 좋은 거라능..
      16mm 필름은 35mm 필름보다 화질이 안 좋잖아요.

      감독이 의도적으로 16mm 를 사용해서 찍었다고 하더군요.
      짓누르는 느낌을 의도한 걸까요?

  11. 손님 2012.07.26 20:49 신고

    거침없이 쏴라! 슛뎀업 과 함께
    시원시원한 액션과 특수효과가 갑인 작품이죠
    블루레이도 잘 나와서 만족하고 있는....

    원티드 속편은 기다리고 있었는데 졸리가 거절했군요 어이구 이런 망할.......
    다른 여배우는 그런 맛을 못내니 아주 물건너갔군요

    저 아름다운 엉덩이를 한번 더 보고싶었는데 말이죠 T T

    립버전이 더 좋다라.. 순간 품었습니다
    저를 웃게 만들다니 정말 대단한 바보로 인정합니다
    립 얼간이...........

  12. BlogIcon 바람다당 2012.07.27 02:19 신고

    총알이 휘는 예고편에 흥미를 가져서 보게된 영화였는데, 상당히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있네요.
    특히, 화려한 액션 못지않게 그 세계관과 스토리도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원티드 2를 기다렸던 사람 중 하나인데, 제작여부가 불투명하다니 안타까울 따름이네요.

    저 같이 야매로 영화만 보는 사람들에게는 타이틀에 포함된 제작과정이나 코멘터리, 원작 컷등의 서비스가 흥미롭네요.
    그래서 타이틀을 소장 하는 것이군요.

  13. BlogIcon haru 2012.07.31 14:43 신고

    블루레이 원본은 화질이 엉망이라서 1080p로 립한 게 화질이 더 좋아요.

    오랜만에 웃고 갑니다 ㅋㅋㅋ
    어떻게 하면 원본보다 압축된 파일이 더 좋은 화질이 나올수 있는지 궁금하네요

  14. BlogIcon (주)CKBcorp., 2012.08.04 18:04 신고

    원....원티드 2가 기획됐었다구요?!

    졸리 언뉘는 왜 거절한 건지!! 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