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끔찍한 영화다. 영화 <사일런트 힐>엔 사람이 무서워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의식과 무의식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그리고 무의식은 무엇을 감추고 있기에 의식이 없는 상태가 되어서 만나야 할까. (의식이 없다는 것과 무의식이란 단어의 매칭이 결국 죽음과 동일해보인다는 점은 차치해두자.) 게임 <사일런트 힐>에서 '사일런트 힐'이란 마을은 무의식을 상징한다. '사일런트 힐'은 크리쳐를 피해서 단서를 찾아 무의식이 숨겨 놓은 진실이 무엇인지 파헤치도록 설정되어 있다. 그리고 진실이란 본래 잔혹한 법이다.

 영화 <사일런트 힐> 역시 그런 게임의 설정을 본받아 무의식 속의 신비로운 마을의 모습을 맛깔나게 그려냈다. 게임엔 없는 요소까지 듬뿍 담아서.


 사일런트 힐이란 곳은 존재하는 지역이다. 그저 가는 길을 폐쇄했을 뿐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엄청난 화재로 말미암아 마을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장소로 변하고 말았다. 즉, 그냥 폐허다. 그곳엔 귀신, 크리쳐, 악마, 사람(보다 무서운 존재는 없는 법이다.)까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딸인 샤론(조델 퍼렌드 분)을 찾아 헤매는 로즈(라다 미첼 분)에겐 그렇지 않았다. 

 그녀에게 그곳은 이상한 장소다. 사이렌과 함께 어둠이 깔리고, 공간이 변화한다. 끔찍한 크리쳐들이 몰려오며 시체가 되살아난다. 그리고 일정 시간이 지나자 다시 눈처럼 잿가루가 날리는 '조용한 마을'로 되돌아온다. 그런 지독한 장소에서 연약한 여자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땅을 밟는 것만으로도 죽고 싶어질 정도로 끔찍한 그 마을에서.

 이해할 수 없게도 그녀는 인간의 정신력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무모하다. 사실, 몽둥이를 들고 때릴 힘도 없으면서 발악하며 살아남는 그녀에겐 합당한 이유가 있었고, 그것이 밝혀지는 클라이막스 장면은 강력하면서 당연한 사실을 알려준다. 로즈가 사일런트 힐에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가 감상자의 머리를 강타하는 순간에 영화는 끝난다. 그리고 남겨진 것은 섬뜩하고 두려움이 가득했던 무의식의 이공간이었다.
   


 이 영화는 연출을 정말 잘했다. 시나리오의 허점을 배제하고, 영화의 연출 요소를 통틀어 살펴보면 대규모 예산이 들어간 헐리우드 호러 영화 가운데 이보다 더 강력하게 연출한 영화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오컬트의 기본 개념인 화형과 마녀사냥을 기본 전제로 만들어낸 설정은 그리 강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그 과정을 설명하는 지하 병실 장면에서 연출력이 제대로 빛났다. 중요한색을 제외한 모든 것을 흑백으로 처리하고 오래된 필름을 재생하는 것처럼 처리한 영상이 어쩌면 '보잘 것 없는 수준'의 설정을 훨씬 잔혹하고 공포스럽게 했다.

 크리쳐 묘사도 대단했다. 원작 게임이 만들어낸 충격적인 크리쳐들이 영화에 그대로 등장하고, 오히려 더 합리적인 방식과 공간을 통해 주인공을 위협한다. 그래서 게임보다 영화의 크리쳐가 훨씬 오금을 저리게 한다. '설마 저걸 다 표현하겠어?' 라고 생각하는 순간 원작보다 더 많은 것을 표현한 것에 대해 순수한 경이의 시선을 보냈다. 5천만 달러가 들어가 흥행이 반드시 필요한 영화에서 이 정도로 고어한 크리쳐들이 등장할 줄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특히, 원작에서부터 유명한 삼각두가 등장하는 순간의 놀라움과 삼각두가 벌이는 살해 행각에서 감독의 연출력에 강한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삼각두는 단순히 살해 행위를 하는 게 아니라 마치 고전 회화에서나 볼 법한 악마의 모습을 재현하면서 살해했다는 점을 확실히 해두자. 감독의 악동 같은 센스이자 오컬트 분위기를 제대로 내는 이 영화에 꼭 필요했던 장치가 아닐는지.
 
 스코어 분배도 놀랍다. 강하게 울리는 뮤직 스코어는 아주 중요한 장면에서 잠시 나오며, 효과음에 묻혀서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한 스코어가 대부분이다. 영화의 모든 음향은 꾸준히 불안감과 긴장감을 유지하도록 해주며, 순간 음악이 정지하고 효과음만 남았을 때의 공포감이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보여준다. '사일런트 힐'이란 제목에 완벽히 부합하는 멋진 스코어라 평하고 싶다. 
 

성인이 된 조델 퍼랜드. 올해 개봉하는 후속작엔 등장하지 않는 모양.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엉망이란 주장이 많다. 특히 호러 게임일 경우 더욱 그렇다. (이게 다 우베 볼 때문.) 하지만 그런 의견에서 <사일런트 힐>은 살짝 빼주는 게 어떨는지. 캐릭터의 행동 원리와 일부 설정의 개연성이 약간 아쉽고, 한 번에 대사의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 걸림돌이지만, <사일런트 힐>은 그런 사소한 단점을 덮을 수 있는 괜찮은 작품이다. 조델 퍼렌드의 천재적인 연기도 이 영화를 선택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사일런트 힐>은 영화의 오컬트 요소와 상당히 강한 고어 장면 때문인지 북미 시장에서 처참하게 실패했다. 월드 와이드 개봉에서 상당히 만회하긴 했지만, 마케팅 비용과 해외 배급사와의 분배를 고려했을 때 손익분기를 넘기긴 했는지 의문이 든다. 그래서 조델 퍼렌드가 성인이 되기 직전까지 속편 이야기가 안 나오다가 최근에 3D 후속작이 발표되었다. 캐리 앤 모스가 합류했고, 션빈과 라다 미첼이 돌아온다. 조델 퍼렌드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과 3D에 힘입어서 제작된다는 점이 조금 마음에 걸린다.


 리뷰를 다 적고 난 지금도 등골이 오싹하다. 다음 감상 작품은 다운로드 서비스로 꽤 일찍 떠서 당황케 한 <무서운 이야기>인데, 이러다가 공포에 미쳐버리는 것 아닐까. 안 그래도 글쓴이의 동생이 산뜻하게 경고했다.

 "요새 오빠 영화 볼 때 꾸엑거리고 비명 지르는 소리밖에 안 들려. 그러다 미친다."




신고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베리알 2012.09.02 07:39 신고

    그러고보니, 아직 제대로 감상해보지 못한 영화군요.
    원작...을 플스판으로 소시적에 신나게 즐겼던 기억이 있는지라,
    아무래도 그 기억 때문인지 영화에는 선뜻 손이 안 갔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

    그나저나... 동생분이 하나만 알고 아직 둘은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호러영화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고작 호러영화 따위(?)를 보다가 미쳐버린다면... 이 시대의 뉴스를 보다가는 크리쳐로 변신 안 하면 이상할테니까요. -.-;;;

  2. 미주랑 2012.09.02 08:34 신고

    ...전 공포영화를 싫어해서....안봤네요..스릴러는 어느정도 긴장하고 보는 맛이 있는데 끔찍한건 정말 싫어요!

    그나저나 여동생이 있다니 부럽네요...여동생은 남자의 로망! 멋진 누님도 남자의 로망!

  3. BlogIcon 바람다당 2012.09.02 10:49 신고

    블로그에 글을 안올리면서 부터 눈팅만 하다가, 오랜만에 댓글 남겨봅니다^^
    사일런트힐이라는 게임을 tv에서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영화로 나오네요.
    호러영화 장르를 즐기지 않는데, 게임 원작이 영화로까지 제작되는 것을 보면 호러영화에 대한 확고한 팬덤이 있나봅니다.

    게임이 비록 줄거리가 있지만, 그 스토리가 영화로 만들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스토리가 되는지하는 궁금함이 생기기도 하네요. 그래서 시나리오의 헛점을 지적하셨나봅니다. 원작 게임 팬이라면 좋아할 만한 영화라고 생각이 되네요

    • BlogIcon 즈라더 2012.09.02 14:08 신고

      사실 원작 팬보다 일반 대중이 더 좋아할만한 영화입니다.
      게임 원작의 문제들은 원작을 너무 쫓다가 망하는 경우가 많아요.

  4. BlogIcon 컴터맨 2012.09.02 11:39 신고

    예전엔 공포영화도 꽤 잘 봤는데, 공포물 끔찍히 싫어하는 마눌님을 닮아가는 탓인지, 출발 비됴 여행에 나오는 장면들도 못보겠더라는..ㅎㅎ
    마지막 동생분 말이 압권입니다!

  5. BlogIcon 나비오 2012.09.02 12:02 신고

    오컬트 영화가 완성도가 떨어지면 신비한 것이 아니라
    우스꽝 스러워 지는 것 같아요
    사이런트 힐은 아니라는 말씀이지요?^^
    동생분의 충고 .... 감동적이네요 ㅋ

  6. BlogIcon 신기한별 2012.09.02 13:24 신고

    공포 영화 안본지 좀 오래된 것 같아요.

  7. 손님 2012.09.02 15:43 신고

    이름은 들어봤지만 게임에 대해서 잘 모르는 상태에서 봤는데
    상당히 재미있게 본 영화입니다

    그 사이렌 소리가 주는 긴장감... 후덜덜하더군요
    삼각두 도 인상이 강렬했는데 잠깐 나와서 아쉽더군요

    블루레이를 기다리고 있는데 소식이 없어서 답답한 상태라는...
    속편인 레버레이션 도 국내에서 개봉을 언제 할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여동생이 있으시다니 부럽습니다

  8. 라온(Fabregas) 2012.09.02 16:13 신고

    즈라더님은 대체 하루에 얼마나 영화를 보실까 생각이 드네요ㅎㅎ
    거의 왠만한 영화는 다 섬렵하실 것 같아여ㅋㅋㅋ

  9. BlogIcon 울프팩 2012.09.02 16:40 신고

    예전 언론시사때 본 기억이 나는 작품이네요. 아주 커다란 쇠망치 비스무리한 것을 질질끌고 다니던 괴상한 캐릭터가 생각나네요. 아주 끔찍했던 영화로 기억합니다.

  10. BlogIcon 알숑규 2012.09.02 17:54 신고

    정말이지 그나마 원작 게임만큼이나 재밌게본 영화입니다.
    우베볼의 게임을 영화화한 영화를 보다 이걸 보면 명작처럼 보이더군요.

  11. 2012.09.02 19:13

    비밀댓글입니다

  12. BlogIcon 대한모 황효순 2012.09.03 15:01 신고

    아~
    요거 봤었는데.ㅎㅎ
    반전이 있었던.^^

  13. BlogIcon 나는고양이 2012.09.03 15:47 신고

    <무서운 이야기>도 나쁘지 않았아요. ㅎㅎ 안그래도 <사일런트 힐>을 조만간 보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말이죠!
    게임이든 소설이든 원작이 있는 영화들은 어떻게 만들어도 한마디씩 듣긴 하지만, 전 영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있다고 생각해서 원작에 크게 얽매여 보지 않으려고 부던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일런트 힐>이든 <바이오하자드>든...... 밤에 혼자 하며 담력을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지 어언... 몇년짼지 ㅋㅋ 리뷰 잘 보고 갑니다~

  14. 거북이달려 2012.09.04 19:01 신고

    게임원작을 접해보진 못했지만, 그 분위기에 굉장히 기대를 하고 극장관람을 했었답니다.
    기대의 200%였어요. T.T
    특히나 그 '사이렌' 소리 들려올때면 정말 경기가 날꺼 같더라는. ㅎㅎ
    글찮아도 이 작품의 속편이 나온다니 기대중입니다.
    요로코롬만 뽑아준다면.^^

    • BlogIcon 즈라더 2012.09.04 20:32 신고

      오컬트 영화나 크리쳐물 좋아하는 분에겐 정말 최고의 선물이죠..ㅎㅎ

      그런데 속편은... 왠지....음.. 예고편이 불안해요.

  15. BlogIcon Temu 2012.09.05 13:06 신고

    사일런트힐 제가 좋아하는 영화죠. 2가 제작된다는 소식이 있던데 벌써 보고 싶군요. ^^

  16. 공포영화! 2012.09.06 00:16 신고

    개인적으로는 참 재밌게 본 영화중 하나네요 ㅎㅎㅎㅎ
    공포영화 매니아로써 ㅋㅋㅋ말씀하신 삼각두랑 ,,전 간호사들이 인상깊었어요 ㅎㅎ

    후속편은 재미 없을 꺼 같아요....ㅜ.ㅜ실망만 안 주길 바래야 겠어요..

  17. 공포영화! 2012.09.06 20:28 신고

    조델 퍼랜드!! 좋아하는 아역배우였는데 벌써 성인이 되었군여 ㄷㄷ;;
    타이드랜드에서 너무 이뻐서 눈여겨 봤었었는데 , 사일런트 힐 나올때는 처음에는 같은 아이가 아닌 줄 알았었어요ㅋㅋㅋ
    케이스 39 때는 두말할 것도 없구
    이클립스, 케빈 인 더 우즈 에서 나올때 완전 반가웠는데 ! ㅎㅎㅎㅎ

    개인적으로 에밀리 브라우닝과 조델 퍼랜드 완전 편애 중이라죠 ㅎㅎ

  18. realrosty 2012.09.09 23:07 신고

    요즘 케이블 유료 영화관에서 개봉 놓친 영화들을 감상하고 있어요.
    극장가격보다는 싸지만 인터넷 다운로드 가격은 좀 비싸요. 코인충전을 하면 할인도 해주더군요.
    내 아내의 모든 것, 어벤져스, 건축학개론 이런걸 봤는데, 오늘은 스노우화이트앤헌츠맨을 봤지요.
    개인적으로 인터넷 다운로드 서비스보다는 훨씬 질이 좋은 것 같아요.
    공포영화를 좋아하는데 재미있는게 잘 없어서 그냥 그랬는데, 이건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음질은 tv사양에 따라 다른 것 같아서 그 부분은 만족스럽지 못해요. ㅎㅎ
    그럼 극장에서 본 무서운이야기 리뷰보러 슝 올라갑니다~

  19. 나당 2012.09.10 13:04 신고

    정말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거짓없이 대여섯번은 봤을겁니다.
    보통의 흥행 영화들이 지니는 요소의 있고 없음을 떠나
    분위기(그리고 먼지가 희미하게 날리는 복도의 배경묘사)가 참 마음에 들었던 작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