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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작품을 보고 싶어하는 욕구를 가지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고, 심지어 좋은 작품이 아니란 소문을 들으면 보지 않기도 하죠. 좋은 작품조차도 취향에 안 맞을 것 같으면 안 보는 게 사람의 심리니까요. 그런데 여기에 약간 생각을 바꿔서 생각해보죠.


 좋은 작품과 취향을 적절히 혼합해서 다시 생각해보면, 좋은 작품의 조건은 장점이 많은 작품이고, 이 장점은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렇다고 안 좋은 작품이 좋은 작품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게 아니라, 가끔 졸작 중의 졸작이라 불리는 작품에서도 특정 장점이나 개성으로 말미암아 묘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의미죠. 아마 그래서 최근 제가 묘하게 졸작이라 불리는 영화를 자주 보게 되는 모양입니다. 아, 그렇다고 변태는 절대 아니니 오해 마시길.

 최근 제가 본 작품들은 이렇습니다.


 <프리스트>는 이미 리뷰까지 했었죠. 정말 문제가 많은 작품입니다. 많은 분이 졸작으로 꼽길 주저하지 않는 영화기도 하고요. 그런데 저는 그럭저럭 열심히 봤어요. 리뷰를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몇 차례 감상하면서 릴리 콜린스의 웃음에 행복하기도 했고, 작품이 시도할 뻔(!) 했던 여러 설정에 대해 아쉬워하기도 했죠. 어쩌면 왜 이 부분을 잘 살리지 않았을까? 하면서 되새기는 맛에 이런 유형의 작품을 보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유어 하이니스>도 졸작으로 유명합니다. 평단과 관객에게서 일제히 악평을 들었고, 흥행에 실패했어요. 최근 이런 유형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재평가를 받고 있긴 합니다만, 아직도 이 작품은 자신의 입지를 구축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유형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 속합니다. 80년대 이후 끊겼던 '겁을 상실한' 블랙 코미디 판타지라는 묘한 장르를 제대로 소화했다고 생각합니다. 여과와 절제 같은 것은 아예 포기한 블랙 코미디라서 잔인한 장면과 야한 장면이 노골적으로 나오는데다 꾸준히 등장하는 성인용 유머는 어처구니없을 정도죠. 가끔 이런 작품도 필요한 법입니다.

 <한나>의 경우 조 라이트 감독의 흑역사로 불리고 있습니다. 첩보물을 맥거핀 삼아서 독특한 방식의 동화를 그려보고 싶었다는 건 알겠는데, 문제는 별로 재미없다는 것 아닐까요. 그냥 영화 자체가 좀 밋밋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도 보면 볼수록 묘한 맛이 있더란 말이죠. 롱테이크로 처리해버린 액션도 자주 보니까 익숙해지네요. 조 라이트의 장기인 개성 강한 영상미도 잘 살아 있고요. 조 라이트 감독은 이 영화가 어떻게든 재평가받길 바라던 모양인데, 앞으로 다시 볼 때는 조금 더 집중해서 재평가할 구석이 있는지 살펴봐야겠습니다.

 <맥스페인>은 정말 참담한 작품입니다. 유명한 액션 게임을 원작삼아 제작된 영화인데, 이 영화에 혹평이 쏟아지는 것은 원작과 느낌이 달라서가 아닙니다. 예고편이 나왔을 때 원작과 느낌이 달랐지만, 원작 팬들도 꽤 좋아했거든요. 문제는 이 예고편과도 거리가 있는 영화였다는 점이죠. 여기서 더 문제는 어느새 이 문제작을 좋아하게 된 저 자신입니다. 정말 재미없게 본 영화인데 언제부턴가 재미있게 보고 있더란 말이죠. 그런 자신이 미스테리에요.

 <써커 펀치>를 졸작이라 부르긴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호평을 내릴 작품이라 하기도 모호하죠. 북미에는 확장판이 나와줬다는데, 한국엔 그마저도 없어서 불쾌하기까지. 그래도 전 이 영화 꽤 좋아합니다. 영화 전반에 뿌리내린 암울함이 참 마음에 들어요. 엔딩의 내레이션이 깬다는 평가가 많은데, 전 내레이션과 관계없이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 좋았습니다. 액션도 정말 쌈마이하게 멋지긴 합니다만, 약간의 문제가 있는데 다양한 무기를 잔뜩 들고서 총질만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뜻밖에도 액션 측면이 제일 아쉬웠네요.


 처음엔 제가 연이어서 이런 작품을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어요. 블루레이 리뷰를 하려고 타이틀 체크를 하다가 깨닫게 되었죠. 저 참 웃기는 사람 아닙니까? 영화를 좋아하긴 하지만, 영화를 하루에 여러 편 감상하는 분들처럼 좋아하진 않아요. (그렇게 감상할 수 있을 정도의 구매력도 없고요. ㅠㅠ) 그런데 졸작에도 장점이 있으니 그걸 즐겨본답시고 자신을 괴롭히는 행위를 한단 말이죠. 변태는 아니어도 M 성향이 강한 사람인 건 맞는 모양이에요.

 오늘은 <레지던트 이블4>를 감상했네요. 혹평이 난무하는 이 영화를 전 그럭저럭 재미있게 봤다는 거죠. 얼른 <레지던트 이블5> 블루레이도 나와줘야 할 텐데.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베리알 2012.10.20 08:00 신고

    이제보니, 헨타이사마께서 괴작매니아셨군요!
    리스트를 보기만 해도 왜이지 두통이 질끈질끈... ^^;;;

    저는 주말에 간만에 천사몽이나 봐야지 말입니다. ^^

  2. BlogIcon 아린. 2012.10.20 11:29 신고

    한나는 나름 괜찮게 본 영화인것 같은데 -ㅁ- ㅎㅎ
    감주님 저도 TNM 가입했어요~ 앞으로도 자주 왕래해용~~ +_+

  3. BlogIcon 칼슈레이 2012.10.20 11:41 신고

    개인적으로는 저 리스트중 <한나>는 졸작이 아니라 상당히 잘만든 수작이라 평하고 싶습니다.
    단순한 액션영화나 첩보물이 아닌 "음악과 예술을 말하는 독특한 액션영화"였달까요.
    특히 케미컬 브라더스가 담당했던 음악부문과 조 라이트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만나 빚어낸 "에릭과 스틱을 이용한 훈련을 할때 스틱의 리듬, 그녀의 집을 쳐들어가는 헬리콥터의 모터소리와 침입자들의 무전기소리와 발소리를 자신의 심장 소리와 함께 연동하여 만들어낸 하나의 음악" 그리고 "모로코에서 처음 들어간 호텔에서 TV소리, 전기주전자의 소리, 오래된 전등의 스파크가 내는 소음, 샤워기에서 나는 소리 등이 합주하는 오묘한 음악"과 같은 장면들은 너무나 아름답고 참신하게 다가왔습니다. 한나가 느끼는 감정을 시각화, 현실화하여 화면에 표현했달까요.
    극중 한나가 말한 대사인 "Music is a combination of sounds with a view to beauty of form and expression of emotion"이라는 것이 이 영화를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스토리가 조금 빈약해서 분명 약간 모자란 듯한 심심함은 있지만, "영상미와 음악의 활용" 이 두가지만 집중해서 보아도 충분할 분명 가치있는 수작이라 생각해요 ^^
    여담이지만 <한나>에대한 북미의 평단이나 관객층의 평가도 꽤 좋았어요. 여러 영화제에서 상도 꽤 받았고말이죠. 흥행도 본전은 충분히 뽑았고요 ㅎ;;

    • BlogIcon 즈라더 2012.10.20 12:22 신고

      말씀하신 부분은 저도 느낀 바가 있고, 그래서 매력적인 영화라 생각합니다만.. 역시 영화 자체가 다소 밋밋한 구석이 있습니다.

      조 라이트 스스로가 직접 소녀 첩보 액션이란 부분은 일종의 맥거핀같은 거라고 밝히긴 했지만, 대중의 공감을 불러오는 데 실패한 모양이에요.

      앞으로 계속해서 반복 감상하면서 더 많은 매력을 찾게 되겠죠. ㅎ

  4. BlogIcon RGM-79 2012.10.20 21:03 신고

    간혹 평이 나쁜 애니를 호평하고 있는 자신을 보는 기분이로군요.
    지금이야 유루유리라는 작품에 혹해있지만(이건 졸작은 아니지만 걸작도 아니;ㅁ)
    얼마전까지 우폿테와 스트라이크 위치스라는 작품에 ㅎㅇㅎㅇ거리고 있었죠.
    나름 나쁜 남자가 매력적이듯 나쁜, 아니 좋지 못한 작품도 끌리는가봅니다.

    • BlogIcon 즈라더 2012.10.21 00:50 신고

      그건 취향차랄까요.
      제가 얘기하는 건 취향차가 아니라 제가 보기에도 별로인 작품에
      종종 끌릴 때가 있다는 이야기. ㅎㅎ

  5. 나당 2012.10.20 22:42 신고

    몇몇의 소수만이 그 영화의 진짜 재미를 찾아낼 수 있다..
    (전 그렇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둠>과 <해프닝>이 그렇습니다.
    물론 <해프닝>은 '미국판 최강희', 주이 디샤넬氏 때문이지만요 ^^

    • BlogIcon 즈라더 2012.10.21 00:51 신고

      저도 <해프닝> 재미있게 봤습니다. +_+
      1.85:1의 화면비가 주는 수직구도와 조이 데샤넬의 매력!

    • 나당 2012.10.21 01:43 신고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마치 <환상특급>스러운 분위기가 좋더라구요 ^^

      생뚱맞은 이야기지만, 궁금증을 갖고서 몰입하게 만들고
      나중에는 '그런 일도 있었지만 결국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하는 말도 안되게 납득 당하는 식의.

      - one more thing!! 전 B급 영화 중 <미스트>가 정말 좋습니다 +_+)=b

    • BlogIcon 즈라더 2012.10.21 13:09 신고

      <미스트>는 B 영화로 보기 어렵달까.............이기 이전에
      위대한 걸작이죠. 전 <미스트>보다 잘 만든 SF 재앙 영화를
      본 적이 없습니다. 마지막에 등장한 '압도적인 존재'로 말미암아
      절망하는 주인공과 주변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중반에
      떠났던 이의 등장....... 좌절..... 너무 현실적이고 인상깊어서
      아직도 꿈에 나오곤 합니다.

  6. BlogIcon (주)CKBcorp., 2012.10.20 23:22 신고

    서커펀치에서 OTL.
    근데 사람 취향은 다 다른거니까요.
    보고 재미를 찾을 수만 있으면야 상관없는 거 아닐까요.
    전에 "쓰리 몬스터" ( http://ko.wikipedia.org/wiki/%EC%93%B0%EB%A6%AC_%EB%AA%AC%EC%8A%A4%ED%84%B0 ) 를 잽나게 봤다고 룸메들에게 이야기 했다가, 이뭐병 취급받았던 생각이 잠깐 나네요.


    그럼,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7. BlogIcon NOT FOUND 2012.10.21 01:00 신고

    시네필만이 올릴 수 있는 리뷰로군요^^
    흔히 말하는 졸작에는 아무나 끌리는 것이 아니죠*-*

  8. 손님 2012.10.21 03:45 신고

    저 같은 경우는 B급 영화의 맛을 알아가는 중입니다.
    전에는 아예 안봤는데 B급 특유의 재미가 은근히 끌리더군요

    그런데 즈라더님은 더 고수시군요
    열거된 제목만 봐도 정신이 아득해지는데 (한나는 나름 좋은데 광고가 시망이었죠)
    거기서 재미를 찾으신다니 대단하십니다

    역시 망작감상의 대부 ^ ^b

  9. BlogIcon 연한수박 2012.10.21 08:22 신고

    예전에 가끔 극장가서 영화를 보고 오면
    나는 나름 재미있게 봤는데 다른 사람들의 평이나 전문가 평이 아주 나쁜 경우가 간혹 있었어요.
    실제 극장에 영화를 보러 갈 때 다른 사람들의 평을 고려해서 작품을 고르지만
    평이 좋다고 꼭 재미있지만은 않았던 적도 있구요.
    수작이든 졸작이든... 보는 사람의 느낌이 더 중요한 듯 해요^^;

  10. BlogIcon 굿럭쿄야 2012.10.21 20:28 신고

    영화를 한 편의 시라고 생각하는 편인데요...그런 면에서 한나는 정말 대단한 작품이었고요...무척 좋아하는, 재미있게 본 작품이었습니다. ㅎ 반면 써커펀치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는데 재미있게 보신 분들도 있고...역시 각자 취향은 존중받아야 하나 봅니다.

  11. BlogIcon 붉은비 2012.10.22 10:06 신고

    [유어 하이니스]는 A급 여배우가 나온 덕에 사람들이 눈높이를 잘못 맞춰서 그렇지
    꽤나 제대로 된 B급 영화라고 생각해요. ㅎㅎ (대체 그 아가씨는 왜 이런 영화에 출연한 건지 ㅋㅋ)

    저는 팀 버튼 영화 중에서 [에드우드]와 [화성침공]을 제일 좋아하는데,
    대부분 그 두 영화를 팀 버튼의 흑역사라고 하더라구요...-_-;

    결국 수작이건 졸작이건 영화보는데 중요한 건 개취겠거니 살고 있습니다.

  12. BlogIcon 사과랑 2012.10.22 13:26 신고

    한나와 써커펀치는 나름 괜찮은 것 같아요. 한나는 액션이 약하고 써커펀치는 이야기가 좀 약한게 흠이지만 그래도 둘 모두 괜찮았던 것 같아요. 맥스페인과 프리스트는....제가 너무 기대를 많이 해서 졸작이 된 것 같고, 유어 하이니스는...ㅠㅠ

    • BlogIcon 즈라더 2012.10.22 14:11 신고

      전 한나보다 써커펀치 액션에 더 실망했어요. ㅠㅠ

      그래도 두 영화 모두 재미있게 봐줄 자격이 있는 것만은 확실하군요. ㅎ

  13. Neo Sun 2012.10.22 15:47 신고

    많이 동감, 공감하고 갑니다.. 리스트에 있는 작품들이 저또한 혼자서 재미있게 즐기는 작품들이지 말입니다. ^^

  14. BlogIcon 청해용왕 2012.10.22 20:35 신고

    재미나 취향은 그야말로 개인적인 것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봐서 괴작이나 B급이하 졸작으로 평가되더라도 자신만의 재미를 찾을 수 있다면 좋은 것이죠. 저에게도 그런 영화나 만화 등등이 몇몇(블로그에 리뷰하는 것이 어째 대부분 그런식..^^;;) 있고 말이죠.

    모든 사람이 똑같은 것만 좋아하고 싫어하는 세상이라니 얼마나 끔찍스럽습니까.. 안그래도 뭐를 좋아하고 어떤건 접촉하지도 말라고 가이드라인까지 정해주는 (정신나간)세상이고 (미쳐버린)사회인데 말이죠..ㅡㅡ**

    • BlogIcon 즈라더 2012.10.22 21:27 신고

      똑같고 싶지 않은데 똑같은 걸 강요하는 세상 따위!!!!

      랄까나.. 재미없는 영화도 묘한 매력이 있어서 끌리는 게
      세상사 아니겠습니까. ㅋㅋㅋ

  15. 저하늘 2012.10.23 22:37 신고

    개인 성향이나 취향탓일까
    졸작이라 함부로 칭하는데 대한 반감이랄까요
    써커펀치를 졸작이라 말하지 않으면서 어찌 위에 영화들을 졸작이라 단정적으로 치부하는지
    저와는 굉장히 생각이 다른분이신거 같아요
    한나 같은 영화는 마지막에 결말이 아쉬워서 그렇지 과연 졸작이라 부를수 있을까요
    프리스트도 마찬가지구요

    • BlogIcon 즈라더 2012.10.23 22:40 신고

      '대체로 졸작이라 불리는' 이란 전제입니다.
      글을 잘 읽어보세요.

      저 개인이 졸작으로 생각하는 영화가 아니고요.

  16. BlogIcon 기현 2012.10.24 01:41 신고

    1년에 한번씩 그해에 본 최악의 영화로 흥하는 블로그 주인장으로서 참으로 감명깊은 글이었습니다...ㅠㅠ

  17. BlogIcon 나르사스 2012.10.24 11:55 신고

    애니메이션 중 데토네이터 오건, 즈라더 님은 아시는 작품일텐데 이거 혹평이 엄청납니다. 그런데 저는 이걸 5번이나 보고 또봤습니다...

    • BlogIcon 즈라더 2012.10.24 12:29 신고

      5번이나 봤다면 보통 취향에 맞은 게 아닌 모양이군요.
      그런 작품이 있다면 왠지 자랑스럽지 않나요?
      남들이 못 보는 매력을 나만 볼 수 있다는 자신감...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