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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28일 후>가 놀라운 작품이었던 것은 광기 어린 세계를 '특급 저화질'로 꾸려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엄밀하게 말해 '좀비' 영화가 아닌데,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은 죽었다 다시 살아나는 게 아니라 그 자리에서 바로 미쳐버린다. 그리고 세상 모든 것에 대해 분노를 쏟아내며 사람을 죽이고 먹고 감염시키는 것이다. 대니 보일 감독은 그런 독특한 바이러스가 퍼진 영국 한 가운데를 질주하는 청년의 모습을 가정용으로 쓰던 DV 캠코더와 8mm 필름으로 찍어버렸다. 그런 저해상도 카메라의 지나치게 안 좋은 화질, 지나치게 거친 질감이 영화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는 영화가 바로 <28일 후>다. 여타 좀비 영화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긴 까닭도 이런 과도할 정도의 개성 때문이리라.


 <28일 후>의 후속작인 <28주 후> 역시 성향은 마찬가지다.
 
 영화는 <28일 후>로부터 6개월 뒤의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데, (분노 바이러스가 어떻게 사라졌는지는 <28일 후>를 확인하시길.) 사실상 분노 바이러스는 사라진 상태다. 그것을 알고 있기에 나토는 미군을 영국에 주둔시켜 재건 작업에 착수한다. 그런데 살아 있을 수 없었던 분노 바이러스가 살아 있었다. 세상에 '절대'란 있을 수 없는 법. 아이러니하게도 선천적으로 바이러스에 면역을 가진 사람이 감염된 채 살아 남아서 또다시 바이러스가 창궐한다. 게다가 이 과정에 가족에 관한 애증이 자리잡고 있어 더욱 끔찍하다.

 분노 바이러스의 무서운 점은 반목하게 한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분노 바이러스는 <바이오 하자드>의 T 바이러스처럼 죽었다 다시 깨어나는 게 아니다. 그저 그 자리에서 살아 있는 채로 미쳐버리는 것 뿐이다. 보통 좀비라고 생각하면 그것만으로 '죽은 사람' 취급이라도 해줄 수 있겠으나 멀쩡하게 살아 있는 이들이 가족과 친구를 잡아 먹으려드는 상황을 보고 반목을 느끼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다. 덕분에 생존자(?) 역시도 분노에 미쳐버린다. 인간성 따윈 깨끗하게 잊어버린 사람이 반. 공포에 질려서 모든 것을 내팽겨치는 사람이 반. 그 광기가 이 시리즈의 핵심이다. <28주 후>는 그 원색적인 광기를 조금 더 합리적으로 표현했는데, 바이러스를 깨끗하게 소거해야 하는 입장에 선 나토의 합리적인 행태가 그것을 대변한다.
 


 <28주 후>엔 두 갈래의 캐릭터들이 나온다. 가족과 군인. 가족은 서로를 위해야 하지만, 오프닝에서 가족은 분열되고 말았다. 대신 뒤늦게 합류한 남매는 분열된 부부보다 더 따뜻하고 서로를 얼싸 안아 줄 수 있는 존재다. 한편 군인은 합리적인 사고로 민간인까지 모두 말살하려한다. 당연할 수 있지만, 도망치는 사람들은 감염자 뿐 아니라 군인에게서도 도망쳐야 한다는 위험의 가중치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그 군인 가운데 합리적인 군인의 사고보다 조금 더 합리적인 생각을 지니고 바이러스 항체를 만드려는 군인과 그토록 반대했음에도 수뇌부가 억지로 데려온 어린 아이를 쏴야한다는 것에서 군 수뇌부가 '합리성으로 포장한 비이성적 사고'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어느 군인이 남매를 돕는다.


 누가 옳고 그르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 영화는 이런 식의 아이러니가 뒤섞여 있다는 것이다. 가족에 대한 죄책감으로 살던 사람은 감염자가 되어 가족을 집중 공격하며, 바이러스 항체를 만드려는 군인과 그들을 지키던 군인은 지독한 고통 속에서 희생한다. 감염자를 모두 소거하려고 살아 있는 1만 5천 명의 사람까지 몰살시킨 군인은 그렇게 큰 희생을 요구했음에도 감염자들이 섬에서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며 좌절한다. 서로를 너무 사랑하던 남매는 살아남아도 살아남은 게 아닌 상태가 되며, 최종 구출자는 자신이 바이러스 덩어리를 영국땅 밖으로 내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채 생존자를 구출했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 친구의 부탁 그대로. 


 이 영화는 이런 요소를 유럽 영화 분위기의 연출과 16mm 촬영, 실력파 배우들의 열연으로 표현했는데, 그래서 생긴 개성 때문인지 많은 이에게 외면받았다. 대놓고 거의 모든 장면을 고감도 노이즈로 찍어버린 것부터 시작해서 DV와 8mm로 찍은 <28일 후>보단 낫지만 영화 촬영에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35mm 필름보다 한참 떨어지는 16mm의 화질, 무난한 장면조차 가만히 있지 않는 카메라까지. 실력파 배우들의 열연도 결국, 이런 요소에 더해지니 정신없게 느껴진 것이다. 그나마 이 영화에서 살아남은 것은 태미 역할을 맡은 이모겐 푸츠 하나 뿐이라고 봐도 된다. 로즈 번이나 제레미 레너도 이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펼쳤지만, 제대로 얻은 게 없었으니까.

 개인적으론 <28주 후>를 아주 좋은 영화라 생각한다. 영화의 아이러니한 시나리오, 유럽의 저예산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연출, 배우들의 열연, 이모겐 푸츠. 아마 이 영화를 좋아하는 분은 대체로 동의할 부분이 아닐는지. 이런 개성파 좀비 영화는 또 보기 어렵다. 그래서 얼마 전 <28개월 후>의 제작이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좌절했던 기억이 난다. 대니 보일을 재촉하고 싶지만, 이 양반은 워낙 많은 프로젝트를 한꺼번에 진행하는 양반이라 참 답답하다.


 혹여 글쓴이가 이 영화에서 이모겐 푸츠를 언급한 것을 두고 '결국 아가씨가 예뻐서 좋아하는 영화냐!' 라 생각하실 수 있는데, 이모겐 푸츠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아가씨인 것은 사실이지만, <28주 후>에서 이모겐 푸츠는 그것만이 아니다. 그녀의 개성 강한 눈빛은 그 자체로 어두침침한 그리고 좀비와 군인이 생명을 위협하는 핏빛 세계관에서 홀로 빛난다. 특히 다소 눅눅한 영국의 색깔과 어두운 공간이 잔뜩 담겨 있는 영상 속에서 이모겐 푸츠의 회색빛 눈동자는 더욱 섬뜩하게 다가온다.

 



 이 타이틀의 화질은 딱히 언급할 게 없다. 이미 앞서서 다 설명했기 때문. 해상력은 16mm 필름의 해상력 그대로라 여기면 된다. 그것도 시원하게 조명을 쏟아 넣은 영상도 아니라서 더 흐릿하고 창백하게 느껴지는 영상이다. 또한, 어두운 공간이 나오는 장면을 정말 있는 그대로 어두운 공간으로 느끼도록 하려는 노력이 엄청난 고감도 노이즈로 나타났다. 즉, 이런 의도적인 연출을 고려한다면 최상급의 화질이고, 고려하지 않고 그냥 일반적 기준에 맞춰서 평가하자면 최악의 화질이다. 어느 쪽으로 판단하건 간에 <28주 후>는 이 블루레이 타이틀의 화질이 '한계'라고 봐도 된다. 촬영 자체를 이렇게 했는데 처음부터 다시 촬영한다면 모를까 이보다 더 좋은 화질이 나오긴 어려울 듯 하다.

 슬프게도 글쓴이가 구매한 북미판 <28주 후>는 스페셜피처에 한국어 자막을 지원하지 않는다. 국내 정식 출시 판본은 어떤지 잘 모르겠다.

클라이막스를 지나서 태미가 하는 결심은 아주 독한 것에 해당한다. 그녀는 자신이 지키려하는 것이 뭔지 깨달았던 게 분명하다. 그런 그녀의 독한 결심을 마치 이모겐 푸츠의 창백한 눈동자로 표현한 것 같아 저 이질적인 눈동자가 소름끼친다.


 무섭다기 보다 슬픈 영화다. 이 영화는 여타 좀비 영화들처럼 가족애를 한 번에 무너트리고 의미를 상실케하지 않는다. 보통 좀비 영화는 좀비로 변해버린 가족을 보고 충격을 받아 위기에 처하는 주인공을 그리거나 결국, 가족에게 잡아 먹히는 캐릭터를 그리곤 하는데, <28주 후>는 시작부터 끝까지 부부, 남매, 부자, 부녀를 중심으로 아이러니한 위기 상황을 만든다. 서로를 아끼는 남매의 애정이 기어이 사단을 불러 일으킨다는 충격적 이야기도 담고 있다. 

 16mm 필름의 분위기를 아주 잘 살린 <28주 후> 블루레이는 비록 촬영의 한계 때문에 좋은 화질로 평가받긴 어려워도 <28주 후>를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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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닥터콜 2013.01.18 07:16 신고

    무섭다기보다 슬픈 영화다 이 한마디에 28주후가 끌리네요 좀비영화 붐에서부터 요즘 영화계 트랜드는 식인인듯하네요^^;;

  2. 베리알 2013.01.18 07:37 신고

    검은 눈동자가 일반적인 나라에서 사는 사람으로서...
    외국 여배우들의 다양한 눈빛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이 되고 작품을 Up시켜 주는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

    화질이 정말... 새삼 놀랍지 말입니다.
    글 제목의 (블루레이)란 부분만 없으면 당연히 DVD 감상기라고 인식할 듯 한... ^^;;;

    • BlogIcon 즈라더 2013.01.18 10:06 신고

      그런데 이모겐 푸츠나 제니퍼 코넬리는 좀 많이 특별한
      눈동자 색인 것 같아요. 열심히 영화를 감상하지만.. 두 배우의
      이질적 눈동자는 정말...

      DVD와 비교하면 천지 차이지만... 단순히 객관적 기준에서
      엉망진창인 화질이지요.. 그런데 이게 최고로 좋은 화질일
      가능성이 크다는 거... 비트레이트도 무려 35mbps 정도를
      유지합니다.

  3. BlogIcon 양철호 2013.01.18 10:55 신고

    28일 후, 28주 후 모두 재미있게 봤고.. . 여타 좀비 영화와는 정말 다른 느낌을 받았죠.
    그래서 더 기억에 남고...
    내심 28개월 후도 기다렸지만.. 루머로 확인되었고... 그래서 아쉽고...

  4. 수정느님 2013.01.18 11:40 신고

    '좀비'가 핫한 아이템이긴 한데 정작 영화쪽에서 '28주후'만큼 제대로 되 좀비영화는 보기 힘들만큼
    출연배우들의 작품목록 필로그래피에서도 '28주'는 꽤 중요한 시작점을 찍고 있는 참 잘 만든 영화인데도,
    오히려 좀비란 소재가 대중에게 선깁견으로 줘서 접근을 어렵게 하는게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있죠
    제목 보면 어? 하시겠지만 바로 김태호pd의 무한도전 (최악의 특집이기도 한) 좀비특집에 영감을 준 영화이기도 합니다~

    • BlogIcon 즈라더 2013.01.18 20:42 신고

      오호라.. 김태호 피디가 이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말아 먹었군요. ㅎㅎㅎㅎㅎㅎㅎ

      어쨌든 참 좋은 영화입니다.

  5. 28일후 후속편이 있었군요... 일단 봐야겠어요 ㅋㅋ
    (너무 오랜만이죠? 즈라더님. 에고고 새해복은 많이받으셨는지?^^ 최근 일이 바쁘다가 이제 프로젝터빔에다가 스피커까지 사놓고 영화를 보고있습니다. 블루레이도 하나씩 사구요 ^^ 이제 조금씩 블로그를 다시하고 있습니다. 자주뵙도록 해요 ^^ ~~~ )

  6. BlogIcon 사과랑 2013.01.18 13:18 신고

    제레미 레너를 이 영화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지요. 슬픈 영화라는 말 공감합니다. ㅎㅎ 그러고 보니 제가 좋아하는 로버트 칼라일의 모습도 좋았던 것 같네요.

  7. BlogIcon 울프팩 2013.01.18 14:06 신고

    북미판 부록에 한글 자막이 들어가지 않았으면 국내판도 들어가지 않았을 확률이 높겠네요. 음성해설과 부록에도 한글 자막을 좀 충실히 넣어주면 좋을텐데요.

    • BlogIcon 즈라더 2013.01.18 20:43 신고

      직접 확인하질 못해서 그 부분은 함구하겠습니다.

      요새 조금씩 코멘터리 한국어 자막 지원 타이틀이 늘어나는 것 같아
      조금은 기대 중이에요.

    • 손님 2013.01.18 22:49 신고

      28일후, 28주후 블루레이 에는
      음성해설 한글자막이 없습니다

      근데 웃기는 건 DVD에는 한글자막이
      다 있다는 사실...

    • BlogIcon 즈라더 2013.01.19 13:10 신고

      북미판엔 서플 전체에 자막이 없다능..ㅠㅠ

  8. 조준근 2013.01.18 16:15 신고

    엔딩을 이해 못한1인. . .
    마지막장면서 헬기가 추락한 것 처럼 보이는데 왜 그런지를 안보여줘서 궁금증을 자아내죠. 좀비에 물린 남동생이 바이러스를 못이기고 미친것인지. . .

    • BlogIcon 즈라더 2013.01.18 20:44 신고

      스포일러지만...

      동생이 이미 보균자니까요. 동생과 체액 접촉이 있거나
      음식만 같이 먹어도 바로 바이러스가 옮겨집니다.
      즉, 태미나 구출자가 감염되었거나 제3자가 감염되어
      퍼트린 거로 봐야겠죠.

  9. BlogIcon 알숑규 2013.01.19 02:55 신고

    좀비영화 대부분이 정말로 무서운 건 사람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니만큼 인간만 감염된다는 설정으로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강조컨데) 잘 기억은 안나지만 28주후는 원숭이가 감염되어 있지 않았었나요?? 뭔가 다른 바이러스로 변종된 걸 이야기한건가??

  10. 캡틴거북 2013.01.19 06:59 신고

    이 영화 정말 엄청 충격이었는데 말이죠...
    제레미 레너도 나와서 좋았구요.
    좀비의 새로운 스타일과 엄청난 스피드...

  11. 황엽 2013.01.20 11:19 신고

    몇 자를 썼다가 다 지웠습니다. 잠깐 감정이 격해졌죠. 점심약속땜에 시간이 없어 다시 들를 기약을 하고 운만 떼고 갑니다.

    베티에서 체코영화 'most'의 동영상을 봤죠. 이미 본 영화지만 반응이 궁금했습니다.
    기차가 지날 시간에 맞춰 철교를 내리는 직업의 아버지, 기계장치에 떨어져 끼인 아들, 선택의 순간.. 결과는 스포라서 생략.

    여초답게 대다수가 '수백이 아니라 수천이래도 내 자식 희생못해', 무시되는 사내들의 소수의견.
    다수에 의한 소수의 희생이 합리성으로 포장한 비이성적 사고 즉, 죄악일 수 있다면 반대로 소수를 위한 다수의 희생은
    모든 선악과 도덕적 가치판단에 우선된다고(지껄이는) '모성'에 의해 정당화될 수 있는가?

    지 새끼같아 뵈는 남돌이나 배우가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보호해주는게 당연하다고 믿는 추악한 본성도 모성인가?
    내 집단, 내 팬덤을 위해 이쁜 여시들 짓밟을 땐 이성이나 논리따위 필요없다고 악쓰는 오크들도 어미로 봐야하나?

    시간이 촉박하네요. 장담은 못하겠지만 최대한 빨리 다시 찾아뵙도록 하죠. 이만.

  12. realrosty 2013.01.21 21:39 신고

    둘다 봤는데 28일후는 엔딩이 어땠는지 잘 기억이 안나네요.
    저 소녀는 정말 예뻤어요.
    근데 즈라더님 외도하셔던 닉넴이 벌써 생각이 안나는군요. 음하하하
    근데 즈라더님 홈피에는 왜 검색창 안달아요?
    관심가는 영화 혹시 포스팅 했나 찾아보다가 날 새겄어요. ㅎㅎ

  13. BlogIcon 시렌 2013.01.30 21:15 신고

    내용보다 '28개월후'가 안나온다는게 충격. '28일후', '28주후' 모두 되게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28개월후'를 언제 국내서 만나볼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걍 차라리 잘됐다 생각하려고요. 'REC3'를 보고 엄청 실망했던 것관 다르게 이 영화는 적어도 후속작 때문에 화나는 일이 생기진 않을 거라며.

    • BlogIcon 즈라더 2013.01.30 21:50 신고

      안 나온다고 결론이 난 건 아니니 너무 충격받지 마시길..^^;;
      아직 우린 환호할 가능성도 멘붕(!)할 가능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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