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순 미녀에 털털한 성격이 적절히 어울려 꾸준히 인기를 끌어 왔고, <건축학개론>이 메가히트를 치며 '국민 첫사랑'이라 불리는 미쓰에이의 배수지. 지금이야 뭐든 잘 되는 것 같은 그녀지만, 걸어온 길은 마냥 탄탄하진 않은 길이었다.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미쓰에이로 데뷔해 BGGG로 메가히트를 친 것까진 괜찮았는데, 하필 그녀가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 작품이 <드림하이>였던 것. 성공한 작품임에 틀림없으나 안티를 쌓기 딱 좋은 드라마였다는 것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드림하이>에서 그녀는 썩 훌륭하지 않은 연기로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올랐으며, (어이없지만) 살짝 통통해졌단 이유로 돼지 소리까지 들었다. 


 이렇게 연기력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노래라도 확실하게 잘 해줘야 체면이 살 텐데, 슬프게도 그녀는 바로 작년, 드라마 <빅>의 OST와 '남자 없이 잘 살아' 에서도 썩 좋은 실력이 아니었다. 그녀의 인기가 사상누각처럼 느껴지는 것도 이런 측면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분명하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그녀는 (눈에 띌 정도로) 계속해서 실력이 좋아지고 있다.

 본업이 가수다 보니 수지 역시 <구가의 서> OST 작업에 참여했다. 실력에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었음에도 그녀의 목소리가 달콤하단 사실을 잘 알고 있던 글쓴이는 당연히(!) 공개되자마자 구매해 들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출중해진 그녀의 보컬에 깜짝 놀랐다. <빅>이 끝나고 '남자 없이 잘 살아'와 CF 음악을 한 것이 전부인데 대체 어떤 계기로 이토록 급성장할 수 있었던 걸까? 1년이면 실력이 느는 게 정상이라고 묻는 분은 보컬 트레이닝을 많이 안 해본 사람일 것이다. 청소년기가 지나면 보컬 실력은 쉽게 늘지 않는다. 오히려 연습을 거듭하다가 오히려 슬럼프를 맞이하기도 한다.

 '나를 잊지 말아요'는 따뜻한 느낌의 피아노와 바이올린 반주에 걸터앉은 애절한 발라드. 수지의 매혹적인 목소리가 음을 꽉 잡아 쥐어 매우 깔끔하다. 이전에 수지의 보컬 상 단점이었던 투박함이 깨끗하게 사라졌다는 점을 주목해보자. 다듬어지지 않아 음이 다소 흔들리는 느낌이었던 '그래도 사랑해'를 떠올릴 때, '나를 잊지 말아요'에서 그녀의 보컬은 일취월장이란 소리밖에 나오지 않는다. 저음에서 가성과 진성을 가볍게 오가는 흥미로운 테크닉을 발휘하면서도 소리의 마무리가 매우 부드럽다. 훌륭한 진화다.

 억지로 하는 바이브레이션은 아예 하지 않는 것만 못하고, 수지의 보컬에서 느껴졌던 투박함은 억지 바이브레이션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를 잊지 말아요'에서 그 억지스러움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물 흐르듯 들려오는 바이브레이션의 부드러움에 수지의 이미지가 잔뜩 묻어 있다. 잠시 신경 쓰고 있지 않던 사이에 이 아가씨 이런 수준의 보컬을 체득했던 것이다. (혹시 이것이 '공기 반 소리 반'의 위력인가!!)

 단순히 이런 보컬 역량 측면만이 아니다. 그녀가 고음에서 가성을 처리하는 방식을 통해 노래에 확실히 취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토록 애절한 '레퍼런스' 발라드에 맞게 자신의 보컬을 교묘하게 변형할 수 있다는 것은 선배 보컬들을 기죽일 수 있는 재능일 것이다. 수지는 글쓴이가 모르는 사이에 이토록 요염하게 자신을 바꾸어 노래를 쫓을 수 있는 가수가 되어 있었다.

 글쓴이 개인적 기준에서 '나를 잊지 말아요'는 썩 좋은 노래는 아니다. 글쓴이는 (윤상의 노래처럼) 우직한 전개에 달콤한 변형이 끼어든 노래를 좋아한다. 지나치게 애절함만 강조하는 이 노래는 확실히 취향과 거리가 있다. 하지만 수지의 일취월장한 보컬이 개인적 호불호조차 잊게 했다. 언젠가 수지가 솔로 음반을 내는 날이 오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글쓴이는 아무래도 연기자 수지보다 가수 수지에게서 더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1줄 요약: 내 여자 노래도 겁나 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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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8

  • BlogIcon 영화블로거 그녀석 (2013.05.22 12:21 신고)

    근데 얼굴도 은근히 겁나예뻐,,,, 주위에 있을 것같아도 절대없음 ㅋㅋㅋ

  • BlogIcon RGM-79 (2013.05.22 12:32 신고)

    생각난 김에 수지Q나 들어야겠다고 생각한 1녀

  • 베리알 (2013.05.22 14:29 신고)

    일반적인 걸그룹 구성을 생각하면, 미쓰에이에서 수지의 보컬 비중이 무늬여야 할텐데...
    현실은 활동을 거듭할수록 보컬 비중이 높아지고 있으니, 이것도 상식의 파괴일까요. ^^

    확실히, 수지의 보컬 향상과 별개로 이 노래는 제 취향과는 거리가 있지 말입니다.
    한마디로... 요즘 스타일? 저도 역시 발라드하면 윤상 시대~ ^^:;;

    • BlogIcon 즈라더 (2013.05.22 22:16 신고)

      어쩌면 사기 캐릭..-ㅁ-; 단순히 팀에서 가장 인기 많은 맴버가 노래까지 담당하는 건 자주 볼 수 있지만, 수지처럼 전방위 활약을 펼치는 맴버가 메인 보컬까지 하는 건 보기 어렵지요. ㄷㄷ

  • BlogIcon Shain (2013.05.22 15:10 신고)

    월화드라마 3파전 여주인공 중에 가장 풋풋하면서도 개인적으로 제일 예뻐한 배우인데..
    (물론 연기력이나 그런거 측면에선 김혜수가 최고였습니다만)
    워낙 다른 드라마 OST가 쫌 뻔했달까... 백지영 아니면 임재범식이라
    이 목소리가 확 눈에 들어오더군요...
    근데... 아무리 예뻐하는 애라도 한복에 머리푼건 좀 뜨악했어요

    • BlogIcon 즈라더 (2013.05.22 22:17 신고)

      딱히 한복에 머리 푼 게 이상하다 느끼진 못했는데,
      전 그냥 포니테일을 더 좋아해서 남장한 모습이 훨씬 예쁘더군요. -ㅁ-

  • BlogIcon 으앵? (2013.05.22 16:39 신고)

    전 이번 노래도 좋지만 빅ost '그래도사랑해'를 훨씬 더 좋아하는데요 ㅋㅋ; 수지목소리에 실리는 감성은 정말 달달합니다. 억지스럽지도 않고 마냥 날것도 아닌, 말그대로 수지수지한 목소리인것 같아요
    ^^

  • BlogIcon 으앵? (2013.05.22 16:41 신고)

    글쓴이님이 말씀하신 수지 특유의 투박한 목소리를 전 더 선호하는가 봅니다. ㅋㅋ

    • BlogIcon 즈라더 (2013.05.22 22:18 신고)

      수지의 보컬 방식이 약간 투박하다는 얘기지 목소리 자체가 투박하다는 건 아니랍니다. ^^;

  • 손님 (2013.05.22 22:49 신고)

    수지가 노래도 불렀나 보군요
    한 번 들어봐야 겠네요

    그나저나 차근차근 발전하는 모습이 참 보기좋네요

  • BlogIcon 수지 OST (2013.05.23 02:44 신고)

    수지 OST는 나도꽃 OST인...눈물이 많아서...가 제일 좋음...

  • 다크나이트 (2013.05.23 09:14 신고)

    JYP아이들 중 에서 유일하게 제가 편애하는 수지양 ㅋㅋㅋㅋㅋㅋㅋㅋ

  • BlogIcon 봉명동안방극장 (2013.05.23 22:00 신고)

    원래 걸그룹에서 비쥬얼을 담당하는 멤버는 대부분 비쥬얼에서만 한정적으로 부각되기 마련인데...
    수지는 진정한 의미에서 '사기캐릭'이지요 ^^;;

    • BlogIcon 즈라더 (2013.05.24 00:25 신고)

      사실, 수지의 경우 모든 측면에서 미진하다는 의미이기도 했는데..
      이젠 생각을 바꿔야할까봐요.

  • BlogIcon 긍정 (2013.05.24 21:51 신고)

    제 아이는 수지를 만나기위한 헛된(?)일념으로 공부를 합니다. ㅠㅠ 방송국에 취직하겟다는 일념으로 꼴찌에서 중상위권으로 올라섰네요.. 그래서 저는 수지양 무한편애합니다 아 물론 개인적으로는 연아양을 가장 이뻐라 합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ㅋ

    • BlogIcon 즈라더 (2013.05.25 14:37 신고)

      ㅋㅋㅋㅋㅋㅋ 연예인의 아주 긍정적인 영향력이군요. ㅋㅋㅋ

  • 오리진 (2013.05.25 00:59 신고)

    수지는 목소리가 좋아서 발라드를 부를 때 더 빛나죠..
    수지 OST 눈물이 많아서 , 나를 잊지 말아요 외에도 팝도 잘 소화해내곤 했습니다..
    전 그래도 사랑해 라는 노래는 들어보질 못해서 어떤진 모르겠지만 다른 OST나 팝 라이브등을 들어봤을때 노래를 못 부르는 애는 아닙니다..
    눈물이 많아서 라는 노래는 수지가 출연한 드라마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수지가 OST곡을 불렀었죠..
    그 노래를 듣고 확실히 얘는 발라드가 어울리는 구나 싶었습니다..
    그외에도 방송에서 불러서 음원이 나왔었던 윤덕원과 수지의 듀엣곡인 모멘트도 좋았습니다..
    지금이야 미스에이에 속해서 댄스곡을 부르고 있지만 언젠가는 솔로앨범을 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미스에이의 수지는 그저 비주얼을 담담하는 한 멤버에 불과할 뿐이죠..
    박진영의 댄스곡은 가창력을 돋보일 수 있는 노래가 아니라 그 점이 항상 아쉽게 느껴집니다..

    • BlogIcon 즈라더 (2013.05.25 14:39 신고)

      맞아요. 발라드 부를 때 수지의 보컬은...ㅠㅠ 감히 태연, 아이유의 뒤를 이을 보컬이라 말해봅니다.

  • BlogIcon SUZY ZZ (2013.05.26 12:32 신고)

    수지언니는 발라드가 더잘어울 리는것 같씀니다 수지 수지 수지수지수지....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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