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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동아시안컵 대회는 많은 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대회다. 대회의 비중이 커서가 아니라 홍명보가 감독을 맡아 케이리그 선수를 재확인하는 중요한 작업을 거치는 대회기 때문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케이리그는 아시아 최고의 리그고, 단순히 경기의 수준만 보자면 아시아 팀끼리 벌이는 A매치보다 높다. 또한, 이청용이나 기성용과 같은 해외파 선수들이 케이리그에서 뛰던 당시 그들 못지않은 선수란 평가를 받았던 이들도 분명히 많이 있다. 그런 케이리그 선수들을 데려다 재확인한다는 데 중요하지 않을 리 있겠는가.


 그런 동아시안컵의 두 번째 경기인 중국전이 바로 어제 있었다. 경기를 보고 글쓴이가 느낀 의문들을 간단히 정리해보고자 한다.

 전체적으로 한국의 공수는 투박했다. 거친 플레이가 자주 나왔고, 공격 패턴도 선이 굵어서 파괴력은 있으되 세심함은 떨어지는 편. 물론, 이런 사실을 딱히 단점으로 지적할 필요는 없을 터. 문제는 홍명보 감독이 빠른 공격을 요구한 것으로 보이는 데, 선발로 출전한 선수들의 성향이 홍명보 감독의 전술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직도 홍명보나 황선홍이 감독이라는 게 적응되지 않는다.


 먼저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나선 서동현 선수는 근래 포스트 플레이어로 변신했다. 제주에서 그가 보여주는 모습은 분명히 득점력보다 미드필더와의 연계에 중점을 두는 포스트 플레이어. 케이리그에 관해서 잘 모르는 분에게 적절한 예시를 들어보자면, 그는 (적어도 이번 시즌엔) 과거 잉글랜드 대표팀의 에밀 헤스키와 꽤 닮은 유형의 경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 서동현 선수에게 빠른 공격과 어울리는 역할을 요구하려 한다면, 파트너로 섬세함을 어느 정도 갖춘 선수가 필요함에도 홍명보 감독이 택한 건 윤일록 선수. 윤일록 선수의 헌신과 파괴력은 매우 매섭지만, 중국전 전술에서 서동현 선수의 파트너로 어울리진 않아 보인다. 윤일록은 오히려 프리롤로 뛰며 슈팅력과 빠른 드리블을 맘껏 쓰도록 하는 게 올바른 용병술이다. 중국전 전술에 어울리는 건 윤일록이 아니라 '닥공 축구'로 빠른 공격에 적응되어 있는 테크니션 이승기였다. (애초에 서동현 선수의 활용법이 틀렸다는 의미다.)

 공격 쪽이 이렇게 전술에 어울리지 않는 선수로 구성되었다면, 중앙 미드필더라도 장악력이 뛰어난 선수를 배치했어야 했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이 역시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박종우 선수는 투지 넘치는 공수 전환이 장기인 선수긴 해도 중앙을 장악하는 유형의 선수가 아닌데다 중국전에선 거의 수비형 미드필더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함께 출전한 한국영 선수가 정교한 볼 배급과 전술적 드리블로 중앙 장악력을 높여야 했지만, 보아하니 그 역시 그런 유형의 선수는 아닌 모양이다. 한국영과 박종우 선수는 서로 위치를 교환하며 경기를 장악하는 게 아니라 비슷한 방식으로 수비에 치중했고, 볼 배급도 정확도가 높지 않아서 공격의 흐름을 끊는 일이 잦게 벌어졌다. 호주전에서 볼 수 있었던 포항의 테크닉 패싱 축구를 이끄는 이명주 선수나 볼 터치와 패스, 드리블 모두 한 수 위 클래스의 하대성과는 실력차이가 막대했달까. 

조만간 기성용이 돌아오더라도 하대성은 가치가 충분한 선수다. 볼 컨트롤 능력이나 전진 패스 쪽은 오히려 하대성이 더 낫다.


 이렇게 선수 구성이 이상하다 보니 빠른 공격 축구는 그저 빠르기만 할 뿐, 선수들 간의 정교한 호흡을 통한 기회가 잘 생기지 않았으며, 그렇게 섬세함을 상실하자 염기훈의 투박한 컨트롤 능력이 발목을 잡아 공격력이 폭락했다. 다만, 그럼에도 염기훈 선수를 칭찬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중앙 미드필더로 나선 한국영과 박종우의 성향과 어울리지 않는 전술 탓에 최전방과 최후방의 거리가 아주 크게 벌어지는 바람에 중국 선수들이 그 공간을 마음껏 헤집고 다니기 시작했는데, 염기훈이 적극적으로 그 공간을 커버하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염기훈이 아니었으면 상당히 위험했을 순간이 여럿 있었다.

 지금까지 말한 바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전술에 맞지 않는 선수를 선발로 내세우는 바람에 공격에 정교함이 사라졌고, 공수 간격이 벌어져 위기를 초래했다.' 

 정도가 되겠다.

케이리그를 보는 분은 알겠지만, 김신욱은 키만 큰 선수가 절대 아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후반전 들어서 전술에 어울리는 선수를 투입한 점이다. 이승기와 고무열 선수의 투입은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할 만하다. 그러나 교체 카드에도 아쉬움이 없진 않았다. 홍명보 감독 역시 최강희 감독처럼 김신욱 선수를 제대로 활용할 줄 몰랐던 것. 190cm 이상의 장신 스트라이커라는 장점은 현대 축구에서 단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공격이 단조로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선수를 활용할 때 감독들은 팀원 전체에 그 선수가 '장신'이란 사실을 잊고 플레이하도록 주문한다. (울산 현대 역시 그런 방식으로 경기를 운영했기에 김신욱의 득점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지 않나 싶다.) 홍명보 감독과 최강희 감독은 계속해서 김신욱의 키만 활용하려고 했는데, 이는 김신욱 선수를 얕잡아 본 것이기도 하다. 김신욱은 키만큼이나 볼 컨트롤 능력과 박스 주변 슈팅 능력이 좋은 선수다. 

 이제 일본과의 경기를 남겨둔 상황이므로 홍명보 감독은 선수의 성향을 다 파악한 상태여야만 한다. 다른 나라라면 몰라도 일본을 상대로 대중이 홍명보호의 무득점 행진을 봐주진 않을 테니까. 부디 일본전에선 글쓴이가 품은 이 의문들을 깨끗하게 해결해 줄 용병술을 기대해본다. 그리고 홍명보 감독이 케이리그의 패싱 축구를 국가대표에도 정상적으로 이식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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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포장지기 2013.07.25 08:54 신고

    시작이 반이란 말이 ..조금은 걱정 되기도 하고요^^

  2. 베리알 2013.07.25 09:30 신고

    전혀 관심이 없는 분야(?)라... 저같은 사람에겐 일종의 외계어 문서를 보는 느낌도 들지 말입니다. ^^;;;

    그래도, 홍명보 감독이 적응되지 않는다는 거 하나는 공감이 갑니다.
    홍명보하면 아직도 그 엘라스틴~ ^^

  3.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김신욱은 관심있게 지켜볼만 하더군요.

  4. BlogIcon 새 날 2013.07.25 10:41 신고

    즈라더님 아니 깜빡 고양이님 드디어 다음뷰 오늘의 블로거에 선정되셨네요^^ 축하드립니다

  5. 축구팬2 2013.07.25 11:00 신고

    한국축구는 고대출신이 말아처먹음.
    축구발전은 현장에서 노력하는 유상철 황선홍 최용수등...이 하고있음.
    고대출신이 권력을 잡으면 말아 처먹음.

  6. BlogIcon 지후대디 2013.07.25 11:48 신고

    포스팅하고 주제 관련 없지만 일단 오늘의 블로거를 통해 들어왔더니 즈라더님 아니 깜빡 고양이님 블로그 군요 깜빡 고양이는 누굴까 했는데, 어제 닉이 바뀐걸 알았는데 그새 까먹었네요 적응에 시간이 걸릴듯 합니다 ^^, 참 추천글도 축하드려요~

  7. BlogIcon led performance 2013.07.25 14:11 신고

    I like to see this Korean team in the World Cup.

  8. BlogIcon 어이쿠헐퀴 2013.07.25 15:31 신고

    그렇게 잘나셨으면 국가대표 감독 하시죠ㅎㅎ

  9. BlogIcon 글벌레 2013.07.25 20:51 신고

    저는 예전에 process explorer라는 글이 다음 메인에 올랐었고 , 현재도 추천 엄청 받는글이지만 , 베스트 지정은 안 됐었죠 .... 신기하더라고요 .. 베스트 지정이 안 되어도 다음 메인의 다음뷰에는 오르더라 ... 다시 더워지고 있는데 (서울) , 잘 지내고 계시죠 ?

    • BlogIcon 즈라더 2013.07.26 11:21 신고

      이젠 뭐 그러려니 합니다..^^;;

      서울.. 저도 서울에 있어서 지독하게 덥네요.
      그나마 글쓰는 일을 하다 보니 조금 시원하게 잘 있습니다.

      글벌레님도 잘 계시죠? ^^

  10. 손님 2013.07.27 02:07 신고

    지금까지 무득점이라 아는데
    본인들은 얼마나 답답할까요

    참 뭐라 할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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