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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클라이막스 이미지에 취해서 다른 것을 무시하는 영화감독이 보인다. 기획 단계부터 클라이막스 이미지만 머리에 그려놓다 보니 각본 작업할 때 디테일을 무시하고 클라이막스로 질주하는 유형이다. <조조: 황제의 반란> 역시 그런 유형의 영화로, (의도했을 린 없지만) 엔딩 직전 헌제와 조조의 대화를 미리 그려놓고 다른 요소를 겉핥기식으로 훑고 지나가는 방식을 취했다. 배우들 연기의 무게감은 압도적이라 할 만하지만, 그 무게감이 유치하게 느껴질 정도로 내실이 부족하다.


 참담한 것은 클라이막스에 힘을 보태주려고 정치, 권력, 치정을 억지로 구겨 넣는 바람에 캐릭터의 동기를 소개할 시간을 완전히 잃어버렸다는 점이다. 그 와중에 가장 극단적으로 소모되는 게 바로 목순(타마키 히로시 분)이다. 그저 영저(유역비 분)만 바라보는 수호자처럼 꾸며졌고, 비중이 매우 작은 특별출연에 가까운데도 영화의 중요한 터닝포인트에 나타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 캐릭터 배경 설명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라서 동기도 마련하기 어려웠을 게 분명한데, 그런 식으로 막대한 역할을 수행하니 엉망이 될 수밖에. 목순이란 캐릭터를 삭제하고 영저 캐릭터가 목순이 맡은 역할까지 수행하는 게 정답이었달까.


 목순 캐릭터의 무의미함은 영화의 모든 부분에 악영향을 끼쳤다. 가장 치명적인 건 조조의 내면을 망가트린 점이다. 이 영화는 배우들의 호연에 상당히 득을 보고 있는데, 헌제와 조조, 조비 등 여러 캐릭터가 꾸며가는 서사의 중심에 영저를 집어넣고 '인간 조조'를 바라보도록 하는 방식을 취했다. 즉, 영저가 조조의 양면성을 전달하는 화자인 셈이다. 그러나 그런 영저에게 사랑하는 사람인 목순이 있다는 걸 서술한 뒤, 초선(유역비 1인 2역)을 플래쉬백으로 등장하게 하는 무리수를 두면서 조조의 인간적인 면이 끈질긴 스토커의 면모로 변질하고 만다.

 <조조: 황제의 반란>의 문제는 이런 구체적인 부분뿐 아니라, 그냥 보는 순간 '이건 뭐야?'하고 중얼거리게 할 정도로 겉에 드러나는 부분도 있다. 암살자들이 혈서를 몸에 품은 채 조조를 암살하러 들어가는 장면이 대표적인 예. 영화의 첫 번째 갈등이라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혈서를 품고 "이 사람들이 우릴 고용했소이다!"라며 '다잉메시지'를 남긴 자객들 덕분에 김이 팍 샜다. 액션이라도 괜찮았다면 좋았을 텐데, 그마저도 기대를 저버리면서 <조조: 황제의 반란>의 서장을 '암살'했다.

 이쯤 되면 유역비의 작품 보는 눈을 의심해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은 작품이다.


 <조조: 황제의 반란> 홍콩판 블루레이는 1080p 화면, H264 코덱으로 마스터링 되었는데, 화질이 평범하다. 일부 장면에선 후처리 과정에서 샤픈을 과하게 넣어 싸인펜으로 그린 것 같이 심각한 링잉 현상이 나타나고, 디비디보다 조금 더 뛰어난 해상력의 장면도 존재한다. 물론, 35mm 필름의 일반적인 화질이 나오는 장면도 있지만, 같은 장면도 컷에 따라 편차가 심해서 여러모로 체감하기 어렵다. 옐로우 느낌의 색상이 과하게 들어간 것도 단점으로 여긴다면 단점. 계조의 수준은 근래 한국영화 블루레이보다는 낫지만, 역시나 일반 기준으로 봤을 때 평이한 정도에 그친다.

 스페셜피처로 짧은 메이킹, 캐릭터 다큐멘터리, 예고편 등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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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나르사스 2013.11.06 09:58 신고

    <조조: 황제의 반란>의 서장을 '암살'... 이거 정말 적절한 표현이네요...(조조팬의 한 사람으로써)

  2. 베리알 2013.11.06 10:32 신고

    와, 도입부가 정말... 쩝니다. 이렇게 글로만 봐도 손발이 퇴화할 지경인데, 헐. -.-;;;

    그나저나... 왕꾸냥은 그만하면 충분히 미모 전설을 남겼다고 생각한 건지,
    작품 행보는 확실히 설렁 설렁 대충 하는 것 같지 말입니다. 아니면 정말로 왕꾸냥만의 (괴팍한) 선정 기준이 있던가. ^^;;;

  3. BlogIcon 둘둘넷셋 2013.11.06 16:07 신고

    잘봤습니다 ^ ^

  4. BlogIcon ptlawer 2013.11.06 20:36 신고

    유역비는 헐리우드 진출이꿈이기에 이런대작에 계속나오는거죠. 유역비 매니지먼트도그렇고, 작품고르는눈이 없다기보다는 헐리우드진출이라는 큰 꿈이있고 헐리우드에서는 중국의 이런사극대작을 선호하니깐, 이런작품에나오고 이런작품은 연기력뽐내기는힘든작품이고, 규모가클수록 속이 부실한 작품일경우가 많죠.
    유역비가 만약, 헐리우드 진출을 꿈꾸지않았다면,, 좀더 현대극에도 나오고 티비에도 나왔다면..어땠을까..하는 팬으로서 생각도들기도하지만,, 그녀의 도전이 좋은결실을 맺기를 바랍니다. 유역비기에 가능한도전이기도한거니깐

  5. BlogIcon ptlawer 2013.11.06 20:40 신고

    헐리우드진출이참힘든거같던데 당당히 헐리우드합작영화에서 여주인공을 따낸것도 이런필모가뒷받침된거고 그런것을 노린선택이었을거구요. 목표가다르니 선택을 이렇게한거고, 제작진이 황후화 만든 제작진에 주윤발도 같이 나오고, 누가봐도 탐낼 역활이었을거에요. 결과론적으로만 보고 유역비작품안목을 따지는건 아니라고생각되네요. 잘읽고갑니다. 유역비팬이라서 주관적일수밖에 없는 댓글이었습니다. 양해해주세요^^

  6. 손님 2013.11.07 00:16 신고

    어중간한 작품이다 라는 표현이 정답이라는....

    정말 앞으로도 이런 류의 작품만 나온다면 유역비는
    작품보는 안목은 확실히 없다고 해도 무방할 것 같네요

    그나저나 유역비의 작품은 블루레이 정발이 하나도 없다는 슬픈 현실 T 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