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라인 아주 싫어한다. 과거 <X맨>과 같은 여러 버라이어티에서 등장했던 러브라인은 억지스러운 건 둘째치고 유치해서 못봐줄 지경이었다. 그렇게 생겨난 러브라인 혐오증은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극에 달했으며, <런닝맨>에서 러브라인이 은근히 등장할 때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볼 때는 즐거워도 보고 난 뒤에 자신이 '한심스럽다'는 생각을 감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시청률이 안 나오면 러브라인을 만들어라'란 공식이 맞기라도 한 듯, 월요커플이 탄생한 이후 조금씩 시청률이 오르던 <런닝맨>은 안 좋은 상황을 타개할 뜻밖의 기회와 마주한다. 엄청난 규모의 외국 팬덤이 바로 그것. 우연히 나간 외국 로케이션에서 엄청난 호응을 얻고 나자 <런닝맨>의 가치는 급상승했다. 동시에 월요커플은 국제적인 러브라인으로 등극해버렸다. <런닝맨>을 위해 활동기도 아닌 한류 스타들이 총출동했던 게 뒤늦게 빛을 발했던 셈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개리의 기습 뽀뽀를 고찰해보자면, 시청률이 떨어지는 위태한 상황에서 해외팬의 힘을 빌려서라도 방송을 이어가려는 제작진의 의도가 배여 있는지도 모른다. 이미 <우리 결혼했어요>가 그렇게 유지하고 있지 않던가.


 월요커플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골적인 뭔가가 등장할 것 같으면, 츤데레마냥 비켜서는 송지효. 그리고 코믹한 방법으로 살짝 추파를 던지는 개리. 이런 두 사람을 도와줬다가 방해했다가를 반복하며 조율한 유재석. 맴버들이 자리 잡지 못하고 말도 안 되는 멘트와 상황 설정으로 손발을 오그라들게 했던 초창기 <런닝맨>에서 유일하게 자리 잡았던 게 바로 월요커플이었다.

 글쓴이는 그럼에도 그 시점까지 월요커플을 보며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월요커플 탄생으로부터 1년을 넘겼을 때 흥미로운 사건이 터졌다. 송지효와 그녀의 소속사 대표 백창주가 열애 중이란 사실이 공개된 것. 본래 은근한 커플을 지향했던 개리와 송지효는 스캔들이 터지자 이렇다 할 선언 없이 커플 놀이를 중단했다. 종종 '월요커플 결별'이란 설정으로 콩트를 벌이기도 했지만, 실제 연인이 있는 송지효에게 러브라인처럼 부담스러운 게 없었을 터였다. 그러나 이게 글쓴이를 비롯해 월요커플에 관심 없던 사람들까지 관심 끌게 했던 모양이다. 무엇보다 백창주가 조직 폭력배 의혹(?)을 사는 인물이란 사실이 큰 역할을 했고, 사람들을 몰입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저런 무서운 사람과 연애하느니 차라리 방송의 러브라인을 진짜로 만드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심리랄까.

 쉽게 말해서 월요커플엔 '우여곡절'이 있다. 평범한 러브라인보다 우여곡절이 있는 러브라인이 잘 통하는 게 당연하다. 보통은 한쪽의 스캔들이 있으면, 방송용 러브라인 같은 거 순식간에 사라지곤 하는데, 월요커플은 묘하게 미련이 남아 있는 것 같은 콩트를 꾸준히 내보냈던 것도 흥미로웠고, 그 과정에서 리쌍의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지 못하는 남자'를 들려준 제작진의 센스는 그야말로 촌철살인. 글쓴이마저 이런 생각이 들었더란다.

 '어라, 얘네 대체 어쩌려고 저래?'

 이미 연인이 있는 송지효를 향해 계속해서 추파를 던지는 개리의 모습이 상당히 독특했기 때문이다. 그냥 드라마 촬영처럼 연기라고 여기면 적당하겠지만, 어디 예능을 보던 시청자가 그런 생각을 쉽게 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시청자들을 약 올리는 시점에서 개리의 기습 뽀뽀가 '둥!'하니 등장한 것이다. 많은 시청자를 낚고 두근거리게 할 대형 떡밥 투척이다.


 누구나 알고 있다. 송지효와 개리가 진짜 사귈 가능성은 제로에 한 없이 수렴한다는 것을. 한국에 버라이어티 전성시대가 도래한 지 10년이 넘은 만큼 이미 '경험'이 쌓였다. 시청자들 역시 방송용 러브라인이 진짜로 변한 경우는 <우리 결혼했어요> 정도를 빼면 매우 드물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런닝맨>의 월요커플엔 그렇게 경험을 쌓아 온 시청자까지 낚을 만한 '리얼리즘'이 있다.

 아무래도 이 맛에 러브라인 보는 모양이다. 버라이어티 역사에서 유래없을 만큼 길게 지속되고 있는 러브라인의 월요커플. 송지효와 개리가 진짜 잘 되길 바라는 건 무리수지만, 그래도 앞으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보는 재미는 확실히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글쓴이처럼 러브라인 싫어하는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 '러브라인'이란 영어식 단어 자체가 오글거려 하는 사람마저 낚는 월요커플엔 정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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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 베리알 (2013.09.19 16:32 신고)

    요게 요게 진짜 런닝맨 재미의 상당 부분을 담당해 주는 것 같지 말입니다.
    다 알면서도 그때 그때 이들의 풋풋하면서도 오글거리고 쑥맥같으면서도 프로밀당가들 같은 모습들이,
    캐릭터와 연예인의 경계를 넘나들며 묘한 매혁을 주는 것 같습니다.
    러브라인이면 일단 치워 버리는 저로서도... 이 월요커플은 몰입해서 보게 되지 말입니다. ^^

    • BlogIcon 즈라더 (2013.09.20 12:49 신고)

      설마 러브라인에 빠질 줄은 꿈에도 몰랐슴돠. -ㅁ-!

  • BlogIcon haru (2013.09.20 21:07 신고)

    한동안 안보다가 얼마전 pooq으로 결제한덕에 챙겨보는데 여전하더군요 ㅋㅋ
    근데 재미있어요 ㅋㅋㅋ

    • BlogIcon 즈라더 (2013.09.21 12:02 신고)

      요샌 정말 런닝맨이 그나마 볼 만한 버라이어티 같습니다.

  • 손님 (2013.09.22 02:14 신고)

    추하지 않으면서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다고 할까요
    유일하게 기대되는 러브라인 이지요

    저도 구성이나 게스트의 매력이 잘 살아있어서
    꾸준히 챙겨보는 예능프로라는..

    • BlogIcon 즈라더 (2013.09.22 14:13 신고)

      배우들이 홍보 활동으로 가장 선호하는 버라이어티라더군요.
      아마 말씀하신 이유 때문이겠지요.

  • BlogIcon 알숑규 (2013.09.23 17:53 신고)

    대놓고 기존의 러브라인과 우리는 다르다고 보여주는 설정과 캐릭터여서 더 인상적이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러브라인 자체가 쓸모있는 도구임에는 분명하지만 너무 과용되었던 측면이 있어 물려 버렸는데, 마치 계약커플인냥 굴면서도 아슬아슬하게 들었다놨다 하는 상황까지 제시하다니. 실제로 실제 교제 여부는 차치하고, 이 두 사람의 반응에 따라 온라인상 런닝맨의 리액션의 크기가 달라지니 현재 런닝맨에선 포기할 수 없는 요소임에는 분명한 듯 합니다.

    • BlogIcon 즈라더 (2013.09.23 19:48 신고)

      지난주 런닝맨이 14%를 기록한 걸 볼 때, 역시 월요커플의 뽀뽀가
      흥행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봐야 겠죠.

      역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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