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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차피 포장이사라 준비할 것도 없을 텐데 왜 그렇게 불안했던 걸까요? 포장이사는 말 그대로 모든 걸 다 포장해서 옮겨주는 이사 아니겠습니까. 어떤 분은 그냥 통째로 포장이사에 맡기고 회사에 가기도 한다더군요. 믿고 맡길 수 있기에 포장이사이거늘, 몸, 마음 전부가 이사에 맞춰져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사하는 날이 다가왔죠. 알겠더군요. 왜 그렇게 불안했는지.


 저는 블루레이와 디비디를 구매해서 감상합니다. (VOD나 다운로드 서비스를 싫어하는 사람이 영화를 집에서 감상하려면 당연히 디비디와 블루레이를 구매해서 봅니다.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블루레이와 디비디는 플라스틱 혹은 철제로 구성되어 있어서 파손되기 쉽습니다. 따로 모아서 에어캡으로 감싸 상자에 넣은 뒤, 상자에 ‘파손 주의’라고 적어놨는데, 이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죠.

 블루레이와 디비디를 구매하진 않지만, 제 동생도 파손되기 쉬운 화장품을 비롯해 이런저런 물품이 있습니다. 이삿짐센터도 그런 파손되기 쉬운 물품은 에어캡으로 감싸 담아두더라고요. 그저 에어캡으로 담을 수 있도록 미리 ‘파손되기 쉬운 물품입니다.’하고 말해두면 그만이었던 셈이죠. 문제는 파손주의를 잘하느냐 안 하느냐가 아니라, 물건이 얼마나 무거운가였습니다.


 이사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큰 트럭이 와도 밑바닥에만 물건을 넣는 게 아니죠. 밑바닥에는 ‘버팀목’이 될 수 있을 만큼 단단하고 무거운 물건을 두고 그 위로 다른 물건들을 쌓아 올리는 식이에요. 블루레이와 디비디를 모두 합쳐 약 400장이라 무게가 상당히 나가긴 해도 바닥 쪽에 둘 정도로 무겁진 않으므로 쌓아 올려진 짐의 위쪽에 올려야 하는데, 막상 일반 남성의 키보다 더 높은 곳에 올려두기엔 어려운 무게에요. 보통 무거운 것을 자기 키보다 높은 곳에 올릴 때 어떻게 하시나요? 번쩍 들어서 가슴에 살짝 올린 뒤 던지듯이 올리는 게 보통입니다. 이건 조심하고 싶어도 조심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제 블루레이와 디비디가 그렇게 올라갔습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더군요.

 포장이사할 때 준비 혹은 주의해야 하는 건 바로 블루레이, 디비디, CD와 같이 파손되기 쉬운 것들은 운전석에 싣도록 부탁하라는 겁니다. 만약, 운전석이 부족해서 실을 수 없다면, 택배 이용을 권장합니다. 택배는 운송 도중에 파손되더라도 택배사에서 배상을 해주지만, 이삿짐센터는 배상해주지 않거나 해주기까지 스트레스받을 일이 많습니다. 택배 아르바이트를 해본 경험이 있어서 택배사가 이삿짐센터보다 더 잘해준다곤 (죽어도) 말 못하지만, 어쨌든 그 광경을 직접 보는 건 심장에 그리 좋지 않거든요. 차를 가지고 계신 분들은 반드시 자신의 차로 직접 운반하십시오.

 PC 역시 비슷합니다. 우리나라 집 가운데 PC 없는 집이 없을 정도로 PC 사용이 많은 한국이니까, PC를 자주 운반해 봤을 이삿짐센터에서 잘 해주겠거니 했다가 큰 손해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PC를 옮길 때는 에어캡으로 싼 뒤, 바구니에 올려서 고정하게 마련인데, 앞서 말한 것처럼 트럭에 싣는 과정이 과격합니다. 모니터에 기스가 날 가능성도 있지만, 그보다 PC 본체가 훨씬 위험하죠. 겉을 아무리 잘 감싸도 케이스 안까지 보호되는 건 아니니까요. (고대 전쟁에서 망치에 맞았는데도 갑옷은 멀쩡했지만, 그 안의 사람은 죽어 있는 일이 많았던 걸 떠올리시면 됩니다.) 과격하게 어딘가에 부딪힌다거나 하면 하드웨어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능성이 높은 건 아니어도 역시 심장에 그리 좋지 못한 광경입니다. PC도 되도록 직접 옮기거나 운전석에 두도록 부탁하세요.


  포장이사의 맹점은 ‘손해배상’이라 여기면 될 것 같습니다. 파손 자체는 있을 수 있지요. 아무리 조심해도 파손을 100% 피할 순 없어요. 그런데 파손으로 인한 피해를 바로 보상해주지 않는 곳이 많아서 걱정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보통 파손한 직원의 월급에서 고스란히 빼버리는 회사가 많은지라 고가물품을 파손했을 경우 쥐꼬리만한 월급 대부분을 날리기 싫은 직원이 끝까지 파손 사실을 회피하게 됩니다. 자칫 했다간 소비자원에서도 어쩌지 못하는 법정 분쟁으로 번지기 때문에 소비자 측에서 보상받길 포기하는 일이 대부분이에요.

 아직 우리나라 이삿짐센터의 수준은 옛날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소비자가 조심하고 또 조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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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톨네코 2013.11.04 07:19 신고

    큰 피해(?)는 없으셨나 모르겠네요...^^
    이사 마무리 잘하시기를~

  2. 베리알 2013.11.04 07:33 신고

    이사 하나만 봐도... 말단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업체 스타일 덕분에,
    결과적으로 업체만 웃고 사람들은 모두 피해자가 되는... 대한민국의 시스템을 다시 느끼게 되지 말입니다.

    개인들이야 이것도 소중히 저것도 소중히 그건 더 조심하게...라고 원하지만,
    이삿짐 센터에선 그냥 다 짐1 짐2 짐3...
    뭐, 암튼 간에 이런 거 저런 거 떠나서 보상이고 뭐고 간에 당장 소중한 내것의 가치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으니...
    주인이 조심하고 또 조심하고, 신경 쓰고 또 신경 써야하지 말입니다. T T
    저도 예전에 이사할 때 미디어 같은 건 손수(!) 옮겼었는데... 그동안 좀 늘어서,
    과연 앞으로 이사를 하려면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됩니다. 그냥 랙째로 뽁뽁이 미이라를 만들어서 옮겨야 하나. -.-;;;

    • BlogIcon 즈라더 2013.11.05 09:07 신고

      이삿짐 센터가 생긴 게 언제인데, 아직도 주먹구구식 운영인지
      참 난감합니다. 어떻게 강산이 변하는 시간이라는 데 8년 전과
      조금도 변하지 않은 건지.-_-;;;
      뾱뾱이 미이라를 만들어도 직접 옮기지 않으면 소용없을 것 같아요.

  3. 캡틴거북 2013.11.04 08:14 신고

    으헉... 가슴이 덜컹 하셨겠어요. 전부 천만원어치도 넘을텐데... @@
    이사할 때 조심해야겠군요...

  4. BlogIcon RGM-79 2013.11.04 10:54 신고

    책을 따로 포장하는지라...
    컴이야 노트북이니 걍 직접 옮겼어여.
    이사 작업의 패턴 상 패대기를 안할 수는 없겠더군요.

  5. 역시 제 막눈은 즈라더님의 잡담과 뻘글 수준에 최적화되어 있나봐요.ㅋ
    요즘엔 그나마도 조금 나아지지 않았나요? 제 주변에도 맡겨 놓고 다른 일 하는 사람들 많던데..
    귀중품의 경우는 당연히 별도로 운반해야~ 그게 무거운 것이라 문제가 되었겠지만...ㅎ
    윤아의 사진이 참 이질적입니다.ㅎㅎㅎ

    • BlogIcon 즈라더 2013.11.05 09:13 신고

      많이들 제 뻘글을 좋아해주시더군요. ㅎㅎㅎ

      사실은 윤아 사진을 올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쓴 글이예요. ㅋㅋ

  6. BlogIcon 톨™ 2013.11.04 17:48 신고

    어이구.. 마무리 잘 하셨나 모르겠네요.
    이런일이 없어야되는데 말이죠

  7. BlogIcon haru 2013.11.04 19:34 신고

    저도 경기도에 살다가 대구로 내려올때 블루레이를 택배로 보냈는데..
    다행이 별 문제 없더군요. ^^ 전 에어캡이 아니라 신문지를 마구 구겨넣어서
    그 위에 블루레이를 넣고 좌우 빈 공간은 죄다 신문지로 넣었다죠..
    뭐 암튼 이상없이 잘 왔더라구요..


    노트북은 제가 소니를 이용하는 덕분에 as센 가 저희 동네에 없습니다.
    결국 소니에 as 접수를 하면 그쪽 회사와 계약된 전문 택배회사가 오던데..
    (대한통운, cj 뭐 이런 택배가 아니고 그런 물건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택배사였습니다.)
    노트북을 주자 포장도 안하고 그대로 한손으로 들고 가는걸 보고 기겁했다죠!!
    물론 들고 가서 차에서 포장을 했는듯 하지만. 그날 비가 아주 조금씩 내리고 있었거든요..ㄷㄷㄷ

    • BlogIcon 즈라더 2013.11.05 09:15 신고

      헉... 고담 대구에..^^;

      사실, 택배회사 사람들이 자꾸 물품 트러블을 일으키는 걸 이해합니다.
      구조 자체가 정말 어쩔 수 없거든요..ㅠㅠ

  8. BlogIcon 알숑규 2013.11.04 23:32 신고

    이사할 때 깨지는 물건 같은 건 그냥 업체가 아니라 본인이 직접 나르는 게 속편하다는 걸 너무나 일찍 알아버렸드랬죠.

    아직 PC가 백만원 단위일 때 도착한 본체에 기다랗게 뭔가 긁힌 자국이 있는 걸 보고 식겁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9. 손님 2013.11.05 15:59 신고

    마인드가 개판인 곳이 많아서
    그저 중요한 것은 자기가 직접 하는게 무조건 정답이라는....

    이사는 다 했으니 한 시름 놓았지만 이제 정리하고 청소가 일이겠군요
    무리하지 마시고 쉬엄쉬엄 하세요

    파손된 게 없기를 .....

  10. BlogIcon 시렌 2013.11.05 20:09 신고

    정말 중요한건 자차로 나르는게 속 편해요. 보상을 해준다고 맘이 편해지는 것은 아니거든요.

  11. 2013.12.05 11:54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