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과거 글쓴이는 런닝맨이 기대 이하의 시청률을 보이는 것을 두고 '편집의 완성도'를 언급한 바 있다. 기획을 잘 살리지 못하고 웃음에 치우친 편집으로 인해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비록 강력한 웃음을 선사하긴 하지만, 개그에도 취향차가 있으므로 런닝맨 스타일의 개그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웃음에 편중된) 런닝맨은 그다지 매력적인 방송이 아닐 수 있다. 이 사실을 런닝맨 제작진 역시 인식했던 것일까. 2014년 첫 방송에서 런닝맨은 기존해 해왔던 타이트한 편집을 포기하고 1일 촬영분을 2주에 나누어 방송했다.


 그동안 런닝맨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1일 촬영분을 1회로 편집해서 내보냈던 걸 떠올렸을 때, 179회와 180회로 나누어 내보낸 요리배틀은 매우 이례적이다. 무언가 거창한 기획도 아니었던 요리배틀이 2회 방송분으로 둔갑한 덕분에 (방송을 보신 분은 알겠지만, 분명히 1회에 다 담을 기획을 억지로 2회로 늘린 것이다.) 문제점과 희망을 확인할 기회를 가졌다.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혼자선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런닝맨 맴버들이다. 온갖 상황극과 자신감 넘치는 입담으로 시청자를 박장대소하게 했던 맴버들은 각기 떨어지자 제대로 된 웃음을 주지 못했다. 이전에도 떨어져서 미션이 시작된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엔 각자 게스트 한 사람을 대동하고 호흡을 맞춰야 했기에 더 힘을 내지 못했던 게 아닌가 싶다. 베테랑인 유재석과 박수홍을 제외하면 SBS 일요예능 특유의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았달까. 요리 재료를 구한다는 컨셉도 이전 수많은 예능에서 해왔기에 지루한 느낌이 강했다. 결국, 런닝맨 맴버들은 뭉쳐야 박장대소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한계를 노출한 셈이다.

 1회로 충분할 기획을 2회에 맞게 억지로 늘리는 과정에서 지난 회와 다음 회 영상이 지나치게 들어간 것은 글쓴이가 런닝맨 맴버들을 과대평가했던 게 아닌가 싶게 한 문제다. 수지가 나왔던 '운명의 짝궁' 기획에서 글쓴이는 1일 촬영분이라 해도 2주분으로 늘릴 수 있지 않겠는가 하고 언급한 바 있는데, 그건 전반부와 후반부 모두 웃을 수 있는 에피소드가 잔뜩 나왔을 거란 예상을 근거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주에 방송된 요리배틀 2회에서 런닝맨 맴버들은 아주 큰 웃음을 주는 데 실패했고, 그로 인해 글쓴이의 생각이 틀렸을 가능성을 점쳐보게 되었다. 1회에선 각기 떨어져 있었기에 웃음을 주지 못했다고 보더라도 (1회보단 나았지만) 2회엔 모두 함께 모여 있었으므로 변명의 여지가 없다.

 반면, 기획의 완성도 자체는 매우 긍정적이다. 2회에 걸쳐서 꾸준히 에피소드를 만들어 내러티브를 쌓은 끝에 인과관계가 대체로 명확하게 떨어졌으며, 그 결과 마지막 심사장면에서 상당한 웃음과 긴장감을 전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분명히 긍정적인 부분이고, 꽤 상승한 시청률을 보아 시청자들 역시 이 요리배틀의 완성도에 만족했다는 사실을 (섣부르게) 유추해볼 수 있다. 런닝맨의 개그 방식이 취향에 맞지 않던 사람들도 관심을 둘 만한 무언가가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 버라이어티에 무슨 내러티브를 말하느냐고 물을 수 있는데, 버라이어티 역시 내러티브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 세상이 되었다.


 주말 예능 시청자의 주축은 중장년층이라고 한다. 그래서 무한도전이 스타킹에게 위협을 받았고, 1박 2일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것 역시 마찬가지. 이번 런닝맨 2014 요리배틀이 지난 방송들보다 '웃음' 측면에서 많이 부족했음에도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은 요리라는 소재와 기획의 완성도가 중장년층에게 어필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런닝맨을 더욱 기대하게 된다. 모든 이를 아우를 수 있는 웃음과 완성도를 잡아낼 가능성이 보였기에.

 런닝맨은 처음부터 지금의 컨셉이 아니었다. 본래 각지의 랜드마크에서 밤을 배경으로 뛰어다니던 방송이다. 그러나 시청자는 그런 런닝맨에 주목하지 않았다. 변화가 필요했던 시점에 '달리다'와 '이름표'라는 정체성만 남겨두고 틀을 계속 바꾸며 변화해온 것이 런닝맨 성공의 원동력이었다. 분명히 런닝맨은 2014년에도 적절한 변화를 꾀할 것이고, 그 변화의 핵심이 폭넓은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완성도라면 매우 반길 일이라 생각한다. 물론, 기존의 웃음을 잃어선 안 되겠지만.

 

신고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미우  2014.01.15 08:00 신고

    요리대결은 정말 산으로 갔었죠....
    '뭐지?'하며 보다가 그냥 '1박 2일'봤었어요...ㅋ

  2. 베리알 2014.01.15 08:29 신고

    채널 돌리다가 저 게 쌓여 있는 장면은 본 기억이 납니다.
    그닥 끌리는 구석이 없어서 보지는 않았지만 말입니다. ^^;;;

  3. BlogIcon 샹들렐라 2014.01.15 09:40 신고

    런닝맨의 색깔을 잃어 버린 느낌이 드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

  4. BlogIcon SenseChef 2014.01.15 10:53 신고

    변화를 시도하는 런닝맨이 좋더라구요. 말씀하신 것처럼 재미는 없더라도 요리 편은 계속 눈을 떼지 못하겠더라구요 ^^ 2014년에는 더욱 재미있는 런닝맨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5. BlogIcon 손비 2014.01.16 02:55 신고

    저는 왠지 런닝맨보단 일박이일이 재밌더군요 ㅎ
    두프로다 장단점이 있는것 같아요

  6. 손님 2014.01.18 23:43 신고

    이런 저런 시도하는 건 좋은데 요리 분야는 좀 예능에서 다루기는
    애매하죠 더구나 신선하다 보지도 않고요

    그래도 무도와 함께 볼만한 방송이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