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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편견을 지닐 수 있다. 일본드라마 <언젠가 태양이 비추는 곳에>에 가정폭력이 심한 남편을 죽인 여성이 나온다. 보기에 따라 정당방위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가 저지른 짓은 '살인'이므로 사람들이 꺼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갖게 되는 편견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고 하겠다.


 전후 관계 혹은 비교 대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나서 갖게 되는 편견은 분명 어느 정도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가정폭력이 심한 남편이긴 했지만, 살인을 하게 된 여성에 대한 편견은 비교 대상이 명확하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살인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여성은 살인을 했다. 그 '다름'을 인식하고 편견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았을 때, 우리나라 대중의 상당수가 중국(홍콩)영화에 지니고 있는 편견에 설득력이 있을까?


추천 영화 <무협>.


 <사대명포2>나 <전성계비>와 같은 영화를 보고 나서 많은 이가 말했다.


 "중국영화 정말 망가졌구나!"


 망가졌다는 건 과거의 모습이 지금보다 나았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서두에 언급한 일반인과 살인자의 비교처럼 이 경우엔 '과거 중국영화'와 '현재 중국영화'를 비교해야 한다. 이렇게 정리했을 때 중국영화가 과거와 비교해 상태가 많이 좋지 않아야 설득력을 가진다고 여긴다.


 <사대명포2>와 <전성계비>를 특정하게 된 것은 출연진이 아주 화려함에도 기대했던 무언가에 미치지 못한 대표적인 예이기 때문이다. 두 작품 모두 '전대물'의 의혹을 얻고 있는 작품. 비슷한 예로 판빙빙, 유덕화 주연의 <미래경찰X>나 린즈링, 유덕화 주연의 <스위치>가 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작품에 특급 스타가 출연한다는 것 자체가 망가짐의 증거나 다름없다나. 그런데 정말 과거 중국영화는 이런 작품이 없었을까?



추천 영화 <난징 난징>


 정답을 먼저 말하자면, 중국영화는 원래 그랬다. 오히려 지금보다 망작 혹은 괴작의 비율이 훨씬 높았다. 홍콩은 과거 '다작多作'을 추구했는데, 예를 들어 61년에 태어난 유덕화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165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62년에 태어나서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헐리우드 스타 톰 크루즈가 61편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작품 숫자다. 이 정도면 얼마나 많은 작품을 찍었는지 알 법하지 않은가.


 홍콩 영화계는 그런 곳이었다. 이는 배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감독들 역시 엄청난 숫자의 작품을 찍었다. 서극 감독만 해도 제작, 각본 등을 포함하면 80편이 넘는 작품에 참여했을 정도로 다작 감독이다. 영화 <의천도룡기>로 유명한 왕정 감독은 배우로 활동한 것을 포함해 200편이 넘는 작품에 참여했다. 한 해에 유명 스타가 출연하는 영화가 수십 편씩 쏟아지는 환경이 바로 홍콩 영화계였던 것이다.


 홍콩 영화계에 관해 알려주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어느 기자가 영화 촬영장에 놀러갔는 데, 주연배우 대신 대역이 찍고 있더란다. 주연배우는 어디있느냐고 물었더니 다른 영화를 찍으러 갔다더라. 신기한 마음에 감독을 찾았더니 감독도 없었다. 무술 감독이 대신 영화를 찍고 있었다나. 스텝에게 물어서 감독이 어딨는지 알아보니까, 편집실에서 다른 영화 편집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좋은 작품이 자주 나올 수 있을까? 단연코 NO. 당시 홍콩영화를 살펴보면 상당수의 망작 혹은 괴작과 극히 일부의 수작 혹은 걸작이라 부를 영화로 구성되어 있었다. 워낙 많은 작품이 나와서 그렇지, 비율로 따지면 그때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을 터이다.


 즉, '망가지다'란 표현은 옳지 않다. '원래 그랬다'는 쪽이 정답에 가깝다. 한국 대중의 취향이 변한 것, 추억 보정 등도 확실하게 작용했다.



추천 영화 <난징 난징>


 중국영화가 망가졌다는 편견과 다르게 지금 중국영화가 재미없다는 편견은 어느 정도 이해한다. 한국에 들어오는 중국영화 대부분이 중국 안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지 못한 영화들이다. 그런 영화를 주로 접하는데 어떻게 편견이 안 생기겠는가. 당연히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가정폭력 때문에 견디지 못하고 남편을 살해한 여성처럼 조금 다른 이야기가 튀어나온다. 중국영화의 국제적 성공이나 영화제에서 얻는 호평, 중국 영화계가 낳은 세계적인 감독들까지 살펴보고 나면 '어랏? 중국영화가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내고 있었나?' 싶을 수도 있다.


 반면, 지금까지 설명한 '중국영화가 예전에 비해 못하다는 편견'은 슬프게도 설득할 수 없다. '추억'이란 이름으로 미화된 과거의 흔적들은 본래 논리로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오로지 자신의 노력으로만 깰 수 있는 편견이다. 


 개인적으로 <초한지: 영웅의 부활>과 <난징! 난징>, <심플 라이프>, <흑사회>, <문도>, <명장>, <유도 용호방>, <대사건>, <매드 디텍티브>, <향좌주 향우주>와 같은 작품들을 권장한다. 편견을 깨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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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RGM-79 2014.04.27 11:58 신고

    들었던 가장 황당한 얘기가 워낙 속편인척하는 짝퉁이 많아
    배우들한테도 다 알려주지 않는다는 분위기에서
    그 배우가 짝퉁작에도 출연한다는 것이었죠.

    듕궉은 이미 수천년 전에 쇼킹 듕궉의 반열에 올라선지라
    이젠 뭔짓을 해도 사실 그리 놀라운 건 아닙니다.
    하다못해 부시부자, 처칠이 이라크에서 한 일도 다들 첨인 줄 알지만
    원조는 당태종이 고구려에 했던 짓이라능..

    • BlogIcon 즈라더 2014.04.28 16:13 신고

      맞아요. 배우가 어떤 영환지 모르고 협박으로 출연하는 것도 일상다반사죠.

      언제나 강력한 패권을 지닌 나라는 비슷한 짓을 하는 것 같아요. -_-

  2. BlogIcon 로그홀릭 2014.04.27 13:26 신고

    국내는 제대로 된 중국영화를 볼 기회가 없죠.
    수입사의 문제일수도 있지만 피해를 보는건 관객들이니 안타까울수밖에 없습니다.

    아직까진 무협물과 역사물에 치중되어 있는 현실은;;

    • BlogIcon 즈라더 2014.04.28 16:13 신고

      심지어 저조차 들어보지 못한 영화가 몰래 수입되고 개봉하더라능.
      잘 개봉이라도 해주면 좋겠는데 그걸 또 삭제하니..ㅡㅡ;;

  3. BlogIcon ㅇㅅㅇ 2014.04.27 20:10 신고

    우와 중국홍콩이 저렇게 영화를 많이 찍어내는줄 몰랐네요 그런데 확실히 예전어 비해서 최근에 좋은작품은 별로 안보이는것같은데...과거미화때문만은 아닐것같다는...신예배우 신예감독이 희귀한걸보면 말이죠..그나저나 판빙빙이 중국에서 요즘굉장히 핫한것같은데, 출연했던 영화좀 추천해주시면감사하겠습니다 아는게 없어서 ㅎㅎ

    • BlogIcon 즈라더 2014.04.28 16:16 신고

      신예배우와 신예감독이 희귀하다는 것도 정보 부족에서 오는 편견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놀라운 비주얼과 연기로 무장한 신예들 덕분에 우리가 알던 베테랑 배우들의 설자리가 사라지고 있다죠.

  4. 손님 2014.04.27 21:38 신고

    다른 걸 떠나서 중국쪽 작품이 블루레이로 나오질 않으니
    저한테는 폭망이라는.... T T

    돈주고 사고 싶어도 있지도 않으니 그냥 잊고 살려구요 OTL

  5. 베리알 2014.04.28 00:01 신고

    저런 얘기 볼 때마다... 진짜 예전부터 홍콩 영화 즐겼던 사람들이 아니라,
    어설프게 겉핥기로 홍콩 아니 중국 영화 보게 된 어린 사람들의 투정 아니면,
    오래된 팬들이 치매라도 걸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홍콩 영화는 원래 언급하신 것처럼 그런 다작의 세계였고,
    당연히 망작이나 괴작도 엄청나게 많았는데 말입니다.
    오히려, 그때 특급 배우들 데려다가 괴작이나 망작 만들어 놓으면
    그건 그 나름대로 재미와 호응을 얻기도 했었는데...

    옛날부터 홍콩 영화를 즐겨온 사람들은 다들 취미 생활도 못할 노년으로 접어 들었던가,
    아니면 취미 생활도 못할 중년의 생활고에 시달리는 걸까요. T T

    • BlogIcon 즈라더 2014.04.28 16:26 신고

      맞습니다. 요새 저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로 그 당시 홍콩영화를 즐겼던 사람인지 궁금하기까지 합니다. 추억 보정도 정도가 있죠..

  6. BlogIcon asusblog 2014.04.28 09:33 신고

    흑사회가 제가 아는 그 흑사회가 맞다면 추천리스트는 좀 의외인것 같습니다

  7. 황엽 2014.04.28 19:55 신고

    딸랑 도시 하나인 홍콩에서 마약을 팔아봐야 수지가 안 맞죠. 본토 중국애들은 거지구요.
    도박도 홍콩보단 마카오. 그러니 홍콩 삼합회 애들의 돈줄이 될 사업은 뻔했습니다.
    브루스형님덕에 쿵푸가, 글고 영웅본색으로 느와르도 먹히니 씬이 났죠.
    결국 흑사회의 개입으로 다작이 난무하며 창의력을 소진했네요.
    한국역시 조폭들이 한류를 망친 셈인데, 걔들은 공무원 뱃지를 단 마피아죠.

    예술하는 인간은 남의 눈을 의식하고, 남의 말에 휘둘리는 순간 이미 죽은 겁니다.

    • BlogIcon 즈라더 2014.04.29 16:14 신고

      맞아요. 그러니 죽어라 작품을 쏟아냈었죠. 홍콩만으론 돈 벌기 어려워서.. 나중에 중국 본토 자금이 합류한 뒤엔 잠시 창의력이 나오질 않더군요.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