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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천안함 사태 당시 연예계는 마비 상태였다. 심혈을 기울여 음반을 들고 나온 가수들은 절망감에 무릎을 꿇었다. 영화도 마찬가지. 안 그래도 흑자 내기 어려운 영화판에 그런 사건까지 벌어지니, 내일 생활비조차 벌기 어려워하는 스텝과 조연들 가운데엔 눈물을 머금고 영화 일을 그만둔 사람도 존재한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건 예능 쪽이었다. 언제 다시 시작한다는 기약조차 없이 마냥 기다려야 했던 예능 외주 제작사, 관련 스텝들과 예능을 주수입으로 삼았던 방송인들은 뜻밖의 상황에 허덕였다. '우리도 살자.'는 말을 꺼냈다간 당장 매장당할 수 있었기에 신세 한탄할 자격마저 박탈당했다.


 글쓴이가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이미 다 눈치챘으리라. 지금 당시와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감히 이 상황에서 연예인을 걱정해?'


 이게 만약, 글을 읽는 사람의 심리라면, 참담할 뿐이다. 연예인을 '사람'으로조차 보지 않는다는 증거니까. 사람은 먹어야 산다. 먹으려면 일을 해야 한다. 이건 너무나 간단한 이치인데, 연예인에 이 이치를 적용할 줄 모른다는 건 결국,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 아니겠는가.


 연예인이 돈을 잘 벌기 때문에 이런 시기엔 참아야 한다는 주장에 이견은 없다. 다만, 이 주장이 성립하려면, 연예인이란 세 글자 앞에 '인기'를 붙여야 한다. 그리고 연예인 가운데 '인기 연예인'이라 부를 수 있는 이는 전체의 10%도 채 안 된다. 인기 연예인을 제외한 이들은 대체로 일반 회사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입을 벌어들일 뿐이다. 연예인이 이러할 진데, 박봉으로 허덕거리며 살아가는 스텝들은 어떨지 상상해보시라.


 '이 지경에 예능을 보면서 웃을 수 있겠는가?'

 '신 나게 웃고 즐기는 예능인들을 보고 배알이 꼴릴 것 같다.'

 

 이와 같은 이야기도 난감할 따름이다. 힘든 시기를 누군가는 책을 보며 이겨낼 터이고, 누군가는 수다를 떨며 이겨낼 것이다. 운동을 하면서 세월호 참사를 잊고자 하는 사람도 있겠고, 식당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이겨내는 사람도 있겠다. 그런데 왜 예능을 보며 웃으면서 이 지독한 참사를 잊고자 하는 사람의 의견은 존중받지 못 하는 지 모르겠다. 예능을 보는 것 역시 분명히 스트레스 푸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한 이야기를 과거 모 커뮤니티에 올린 적이 있다. 당시 반응을 잊지 못한다.


 '정신병자인가?'


 이 같은 반응을 보인 이들의 머리에 담긴 관념은 뻔하다. 연예인과 연예계에 종사하는 스텝들의 고통은 너무나 당연하니 절대 신경 써줘선 안 되고, 그런 연예 대중문화를 보며 마음을 풀고자 하는 사람들이 미쳤다고 여기는 것이다. 연예인과 연예계를 극단적으로 멸시하고 있다. 더 충격적인 건, 이 커뮤니티가 영화를 중심으로 대중문화에 관심을 깊게 두는 커뮤니티라는 점. 대중문화를 즐기는 사람이 모이는 커뮤니티에서 대중문화를 더 보고 싶고, 연예계 종사자들이 걱정된다고 말하니 정신병자란 소리를 들었다.


 솔직히 글쓴이는 천안함 사태보다 세월호 참사가 수백 배 고통스럽다. 농담이 아니라, 돌아버릴 것 같다. 침몰하는 세월호 안에 갇혀 있는 꿈을 꾸기까지 할 정도다. 이러다 자는 도중에 갑자기 죽어버리는 건 아닌가 싶어 공포에 사로잡힌다. 그래서 풀어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어떻게든 억지로라도 웃고 싶어서 미국과 일본 쪽 예능을 찾아다니고 있는데, 한국인이라 외국 대중문화를 보고 웃는 것도 한계가 있더라.


 공중파 3사가 반복해서 뿌려대는 뉴스의 수준을 보고 있노라니, 예능을 희생할 필요가 없단 생각도 든다. Jtbc 뉴스 수준이라면 24시간 도배해도 불만을 지닐 수 없다. 그러나 지금 공중파 뉴스의 수준은 조잡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어서 보는 이를 지치게 할 뿐이다.


 연예계 쪽의 대중문화 감상을 취미로 여겨온 이들에게도 안식이 필요하다. 붕괴 상태의 마음을 어떻게든 다스려야 한다.


+) 글을 쓰자마자 예능 정상화된다는 소식이 들리는 게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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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베리알 2014.04.30 08:25 신고

    직접적인 사고 희생자와 피해자들도 안타깝지만,
    그들만이 피해자의 전부가 아닌 상황이 완전히 무시되는 게 참... 씁쓸했지 말입니다.
    음반이나 음원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가수들이 이 시기를 노리고 열심히 컴백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노래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 모르게 된 상황에 행사는 올스톱. 상위 기획사 몇군데에
    속하지 않는 연예인과 기획사라면 재정 상황에 깡소주만 들이키면서도 나라가 온통 이 모양이라
    어디서 암 말도 못 하고...
    그거 아니라도 분명히 슬퍼만 하고 있는다고 누가 밥 먹여 주는 것도 아닌데,
    어떤 때 보면 더 이상 뒤를 생각할 필요가 없는 죽은 사람들이,
    어떻게든 뒤를 생각해야 하는 산 사람보다 나은 측면도 있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입니다.

    • BlogIcon 즈라더 2014.04.30 21:04 신고

      생각해보니 그렇습니다. 음원과 음반의 실패야 그렇다 치겠는데, 전국 행사가 올스톱한 상황이니 부가 수입도 없어져버렸군요. 세월호 참사로 고통 받고, 생계 걱정으로 고통 받는 가수들의 향연이 벌어지겠네요.

      또 모 커뮤니티에 올라왔더군요. 세월초 참사가 있었으니 연예인은 다 죽어라..라는 의미의 글이 말이죠.

  2. 베리알 2014.04.30 08:26 신고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역시나 이 나라는 어처구니 없는 오지랖이 종특인가 싶기도 하고
    쓰잘데기 없는 일에 전체주의를 강요하는 게 미덕인 줄 아는 한심한 착각에 빠진 게
    나라 특성인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대형 사고가 났다고 하루 이틀 예능 스톱하는 건 뭐 그럴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전국민에게 몇주동안 그 슬픔과 충격에 동참하라고 강요하는 건 엄연한 폭력이 아닐까요.
    그렇다고 그런 소식 보면서 엉엉 거리고 가해자들 보면서 죽일 놈 어쩔 놈 하고,
    맨날 그러고 앉아 있어야 이번 사태에 대해 진짜 슬퍼하는 사람들인 것도 아닌데...
    그렇게 온 국민들 슬퍼해라고 난리를 치면서 정신병에 빠지도록 세뇌를 시키더니,
    온국민이 슬픔에 빠져서 국민들 정신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느니 어쨌다느니 하는 소리를 하고 있고,
    이건 뭐 이명박근혜 핥으면서 유체이탈 화법이라도 배워 온 건지 참. --+

    • BlogIcon 즈라더 2014.04.30 21:06 신고

      이 문제 또한 전체주의로 생각해볼 수 있는게,
      자기는 연예인들을 경멸하는데, 왜 저들은 연예인을 경멸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피해자와 유가족의 생각에 동참하는 건 좋지만, 그들의 아픔을 그대로 느껴가며 집에서 묵념이라도 해야 한다는 건지 당췌 이해가 가질 않더군요.

      그 와중에 이명박근혜 하악하악 하는 잉여들은 대체 뭔지...

  3. 베리알 2014.04.30 08:26 신고

    감정적인 측면을 혹은 다른 사람들에게 정신병자나 냉혈한 소시오패스라고 불리우게 되는
    이런 측면의 이야기를 차치하고 객관적으로 본다고 해도 한심할 따름이지 말입니다.
    뉴스 시간을 다 잡아 먹는 것도 전파 낭비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프로그램들을 다 결방시키면서 관련 소식만 전하는 건 전파 낭비를 넘어 시청 강요 폭력이죠.
    그렇다고 그렇게 시간들을 다 때울 가치가 있었냐...하면 그건 절 - 대 아니니까요.
    사고 초기 막장 오보들은 물론, 사건이 한참 진행된 후까지도 제대로 된 정보도 없이 되는대로
    들어오는대로 나불거리기만 하던 한심한 수준은 물론이고, 그렇게 엄청난 시간을 들여서 방송하면서도
    어차피 다 같은 내용의 재방송일 따름이니... 이런 게 진정한 낭비죠.
    하루종일 내보낸다고 해도 정말로 다른 소식들에 그렇게까지 해서 전달할 내용이나 있었으면
    이렇게까지 한심해하지는 않았을텐데... 나중에는 뉴스 내보내는 자기들도 워낙에 내보낼 내용이 없는지,
    원래는 뉴스 끝 부분에서 정리해드리겠습니다...라고 나오는 게 보통인데,
    조금 떠들다가 정리해드리겠습니다, 또 잠시 뒤에 정리해드리겠습니다, 몇분이나 지났다고
    정리해드리겠습니다...이러고 있는 걸 보면서 전파낭비나 시청강요가 느끼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건데
    현실은 참.

    • BlogIcon 즈라더 2014.04.30 21:07 신고

      맞습니다. 비슷한 예로 월드컵이나 올림픽 방송을 3사가 똑같이 방영한다는 것처럼.. 똑같은 내용의 세월호 보도를 영양가도 없이 무한반복하는 주제에 예능은 배제하고 있죠.

      분명히 지들도 지쳤을 텐데, 남의 눈치나 힐끔 봐가면서 연예계에서 그나마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드라마 쪽이나 틀어주고 앉아 있어요.

  4. 베리알 2014.04.30 08:29 신고

    그리고 이런 사태(?)에서 방송사들이 복귀하는 수순도 언제나 구역질이 납니다.
    언제나처럼, 드라마는 시간 별로 지나지 않아도 바로 방송 내보내죠. 예능은 안 되는데 드라마는 된다?
    이게 뭔 개소리이고 차별인지. 그리고 예능도 차별을 해서 코미디나 가요 프로그램 같은 건 최후에나 복귀...
    이게 무슨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관행이라는 게 더 짜증납니다.

    • BlogIcon 즈라더 2014.04.30 21:08 신고

      지난 번 천안함 사건만 해도 정말 미쳤다 싶은 생각밖에 안 들었죠.
      로코 드라마는 되지만, 예능은 안 된다는 저 논리.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그리고 이를 지적하는 사람을 머저리 취급하는 세태는 뭐라 봐야 하는 건지...

  5. 베리알 2014.04.30 08:31 신고

    그리고 정말 정말 분노에 빠지게 하는 건... 이런 상황이 닥쳐도 그냥 강요된 슬픔에 빠지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그냥 지나간 일이 된다는 겁니다. 그렇게 강요된 슬픔에 빠져 있을 에너지를,
    오지랖 떨면서 왜 동참 안 하냐고 할 에너지를... 정말로 이런 비극이 벌어지지 않도록
    현실을 개선하는 곳에 사용한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게 절대 안 되는 대한민국이니까요.
    이번 세월호만 해도 결국은 수십년 전의 서해 페리호 사건의 카피인 게 현실...
    정말 독재자들과 기득권 수꼴들만 좋아할, 겉만 번지르르한 개살구 후진국인 것 같습니다.

    • BlogIcon 즈라더 2014.04.30 21:09 신고

      과거 수도 없이 겪은 인재가 총망라해서 이번에 드러났는데, 결국, 반성도 없이 지금까지 이어왔고, 그 반성을 할 생각조차 안 하는 쓰레기들을 국회로 보내버렸으니 뭘 말하겠습니까.

      꼴통들의 향연입니다.

  6. 보헤미안 2014.04.30 09:35 신고

    동감입니다. 저도 저번주쯤 좀 이르긴 했을라나요.
    예능 결방을 옳지 않다. 예능을 본다고, 노래를 듣는다고해서 해서 시청자들이
    세월호를 잊지도 않고 그 슬픔을 기쁨으로 봐꾸지도 않는다. 라는 글을
    올리자 "네 가족이 죽으면 너네 집 옆에서 풍악을 울리며 축제를 열어줄게."
    "정신병자임?" 이라는 답을 많이는 아니어도 좀 받았죠☆
    우리나라에 예전부터 노래와 춤으로 슬픔을 이겨냈다는 주장을해도 똑같은
    답만 돌아오더라구요. 저는 그들을 전혀 걱정하지 않다나..

    그러나 사실은 제 지인의 사촌이 그 배에서 실종자 명단에 있고
    3일에 한번꼴로 배에 타고 있다가 사고가 나는 등 재난 꿈을 꾸고 있습니다.
    치가 떨릴 정도로 유족들과 실종자들을 조롱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지만..
    자기 만의 애도 방식이 있다고 봅니다. 그를 인정하지 않고 획일적인 애도를 강요하는것도
    문제죠.
    다행히 지금은 무도 등 정상화가 결정됬지만 반반이네요☆

    • BlogIcon 즈라더 2014.04.30 21:10 신고

      보헤미안님도 같은 상황을 겪으셨군요. 슬픔을 이기는 방법에 예능도 있음이 틀림없는데, 그걸 인정하지 않고 연예계를 멸시하는 저 쓰레기들. 대체 어떻게 조져야 할 지도 감이 안 잡힙니다.

  7. BlogIcon RGM-79 2014.04.30 12:28 신고

    뭐 모두들 제정신은 아니니까요.(너두!!)

  8. 손님 2014.04.30 21:18 신고

    결방되는 건 공감하지만
    방송에서 무책임한 모습만 보니 이건 아니다 싶더군요

    그래서 요새 TV를 안 보는 중인데 차라리 예능이나 보면서
    마음을 가라않히는 게 더 좋을 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