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때문에 중동으로 갔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는데, 어차피 똑같이 국가대표에 뽑히기 어려운 처지라면 돈이라도 확실히 받을 수 있는 쪽이 낫다. 아시아의 강력한 리그 중 하나로 꼽히는데다 여러 국제 대회에서 K리그 팀이 훌륭한 성과를 거두며 국제 경쟁력이 있음을 증명했음에도 이번 홍명보호에서 K리그 선수들은 대부분 외면받았다. 그 가운데 바로 이명주가 있었다. 


 홍명보가 감독이 되고 나서 가장 훌륭한 경기력을 펼쳤을 때가 바로 초창기 K리그 선수들로 구성했을 때다. 당시 한국 대표팀은 K리그의 장점과 단점을 그대로 구현했다. 조직력이 다소 헐거웠으나 투지 넘치던 수비는 K리그 팀의 성적을 논할 때 단골처럼 등장하는 소재(?)다. 중앙과 최전방의 환상적인 패스 플레이와 창조적인 테크닉은 K리그의 가장 큰 장점으로 뽑히는 부분이었고, 골 결정력 문제는 K리그에서 높은 득점을 꾸준히 기록하는 한국인 선수가 이동국, 김신욱 밖에 없다는 점을 통해 손쉽게 예상할 수 있는 바였다. 이 과정에서 노출된 문제들을 보강해가는 게 홍명보가 해야 했던 일이다. 


 확실하게 말해둔다. 기성용과 하대성 혹은 기성용과 이명주 조합은 엉성했다. 오히려 하대성과 이명주 조합이 여러 평가전에서 놀라운 존재감을 발휘해 공격과 수비의 발판을 마련했다. 기성용이 두 선수보다 뛰어나다고 해도 (개인적으론 별 차이가 없다고 본다.) 조합이 좋지 않으면 주전으로 활용할 수 없는 법. 기성용이란 카드에 집중하다가 이명주를 차 버린 건 홍명보의 나태함에서 나온 실수다.



 포항 스틸러스가 황선홍 감독의 지도 아래에서 외국인 선수나 대형 스타 없이도 우승하는 저력을 발휘했지만, 홍명보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본래 자국 리그 최강 팀의 주요 선수는 반드시 대표팀에 불러 뛰어보게 하는 법인데, 홍명보는 '포항 스틸러스가 어떻게 그런 테크닉 축구를 할 수 있었는가?'나 '포항 스틸러스의 우승 비법' 등을 파악하기 위해 포항 선수들을 자주 불러 테스트해볼 생각조차 없었던 모양이다. 지금 대표팀의 주축이 된 선수들은 홍명보가 올림픽 대표팀을 맡았던 당시 어느 정도 파악했을 것이므로, 조금 더 선수 발굴(?)이 필요했다. 그러나 홍명보는 포항 스틸러스는 물론이고, K리그 자체를 팽해버렸다.


 이명주로선 자존심이 상했으리라. 유럽의 특급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은 실력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리그 후광'이라는 게 있으니 넘어갈 수 있지만, 중국, 일본, 중동, 웨일스 등의 K리그와 비슷하거나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리그 선수들을 명단에 뽑았다. K리그 선수가 6명인데, 이 중에서 필드 플레이어는 3명에 불과하다. 그 3명 가운데 이근호는 상무 소속이다. K리그는 '명백하게' 홍명보에게 무시당하고 있다. 


 이명주로선 K리그의 수준이 아무리 뛰어나도 K리그 선수가 국가대표에 뽑히지 않는 이 현실을 인식할 수밖에 없을 터이다. 물론, 중동으로 간다고 해서 '홍명보 라인 혹은 비슷한 학연과 지연'에 해당하지 않는 그가 월드컵에 나갈지는 미지수다. 또한, 이명주가 이야기한 것과 달리, 중동 리그는 유럽 진출의 발판이 되기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돈은 벌 수 있지 않은가. 지금 포항 스틸러스는 사정이 아주 좋지 않아서 선수의 실력에 걸맞은 돈을 줄 수 없는 상태다. 프로 선수에겐 돈 역시 중요하다.


 하대성이 중국으로 이적한 뒤 월드컵에 가게 된 것도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국가대표에서 놀라운 활약을 펼쳤음에도 중용되지 않아, 최종 명단에 포함될지 확신할 수 없던 하대성이 중국으로 이적하고 나서 최종 명단에 포함되었다. '오비이락'이 떠오르는 상황이긴 하지만, 사람의 일이란 알 수 없고, 조금이라도 가능성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더라도 무리는 아니다.



 지금 홍명보호는 한국 축구의 퇴보를 꿈꾼다. 지연과 학연을 통해 구축한 엘리트 교육, 전시행정 등으로 점철된 한국 국가대표 운영은 마치 대한민국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다. 이렇게 황당하게 꾸려진 대표팀이 성공한다면, 앞으로 국가대표팀은 계속해서 배설만 남겨가며 운영될 터이다. 글쓴이가 이번 국가대표팀이 '역대급 실패'를 거두길 바라는 이유는 2002년 월드컵의 성공이 만들었던 그늘을 또다시 마주하게 될까봐 그렇다. 성공하면 무조건 OK라는 생각이 지금의 한국 축구(혹은 한국 사회)를 만들었다. 이명주의 중동행은 그런 한국 축구에 대한 반발이라 봐도 틀리지 않을 터이다.


 한국 축구를 사랑한다면 지금 국가대표팀을 미워하라. 더는 K리그가 헛되게 스타를 잃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한국 축구를 사랑하는 것이다. K리그가 한국 축구고, 한국 축구가 K리그다. 지금 유럽파의 9할이 K리그에서 뛰던 선수들임을 절대 잊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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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 BlogIcon 그녀석 (2014.06.10 16:02 신고)

    매우동감하며 글의 마지막을 읽자마자 추천을 눌렀습니다. 바라는바가 비슷하더라도 좋은 성적이 있길 응원했지만 오늘 경기를 보니 역시 공과 사는 구별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글 잘읽었습니다.

    • BlogIcon 즈라더 (2014.06.12 09:32 신고)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성공을 바라면 안 되는 대표팀이랄까요.

  • 베리알 (2014.06.10 16:10 신고)

    그래서 이번 월드컵 성적이 벌써부터 참 궁금하지 말입니다.
    과연 어떤 성적을 거두고, 그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것인가...

  • 손님 (2014.06.10 19:35 신고)

    축구는 지금 저에겐 듣보라서....
    월드컵이 이렇게까지 관심이 안가는 것도
    참 신기하네요 언제인지도 모르니

    뉴스 보니 대패라는데 정말 엉망진창이군요

    지금 마음가는 건
    블루레이 구매건과 고원원 결혼소식하고
    노기자카 46 CD 정발소식이라는 ^

    • BlogIcon 즈라더 (2014.06.12 09:33 신고)

      그렇죠? 월드컵이 언제 하는 지도 잊어버린 분들이 있던데..-,-
      이번 월드컵처럼 관심이 적은 건 21세기 처음이 아닐까 싶어요.

  • BlogIcon RGM-79 (2014.06.10 21:30 신고)

    어차피 타 종목에 관심 없는 야빠고
    또, 야구 조차도 국제경기는 안보는 지라
    (아주 병역면제에 딴 생각 안하고 덤비는 이들 보면 구역질이 나서요...)
    월드컵도 안볼 예정이지만
    02년의 유산이란 건 이미 사라진지 오래일 겁니다.
    아! 지금 유망주들이 그떄 축구보다 이끌린 이들이라
    야구 유망주가 한동안 말랐지요..
    그걸 못살리고 아직도 야구탓만 하는 사람들 보면
    (허구연이 정몽준보다 더 정치적 힘이 크다닛!!!!)
    다들 왜 그러나 싶습니다.

    • BlogIcon 즈라더 (2014.06.12 09:34 신고)

      글쎄, 야구와 축구의 이야기에서 전 야구 편을 들어줄 수가 없습니다.

    • 콩돌이 (2014.07.19 11:39 신고)

      야빠는 헛소리말고 빠따나 쳐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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