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SM이 왜 이러나 싶다. 본질과 재능을 잊고 모든 걸 SM화하는 그들의 성미에 그만 질려버린다. SM이 업계 1위로 완전히 자리 잡게 된 계기를 무시하려 하고 있다. 아니. 정확하게 얘기해서 과거의 유산을 깨끗하게 지우려 하고 있다. 이게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론 반기기 어렵다.


 과거 SM의 보이그룹이 남성에게 어필하지 못했던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면 단연 SMP다. 남성들뿐 아니라 성인이 된 대다수가 SMP의 '유치함'에 손발을 오그라트리며 싫어했다. 당시 SM은 오로지 10대만을 위한 기획사란 오명을 쓰고 있었는데, 이 역시 SMP 때문이었다. 


* SMP란, SM퍼포먼스의 약자로 주로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강력한 비트의 음악에 담아 무대를 구성한 것이다. 근래엔 사회비판적 가사가 담기지 않아도 성질이 맞으면 SMP라고 부른다. 동방신기의 <라이징 선>이나 샤이니의 <루시퍼> 등이 있다.


 엄밀히 말해서 SMP는 기획사의 특징으로 나쁘진 않다. 유치한 거야 다른 어느 기획사의 노래나 마찬가지인데다 본래 유치함이란 대중문화의 핵심을 관통하는 표현이다. 게다가 SMP도 같은 스타일의 노래만 계속 부른 게 아니라 꾸준히 바뀌어, 지금의 SMP는 샤이니가 부른 <루시퍼>의 스타일이 주를 이룬다. 심지어 외국에서 SM 가수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로 SMP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을 지경이다. 그러나 이게 대다수 한국 성인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 게 문제 아니겠는가.



 SES 이후 실패를 거듭하던 SM의 여자 가수가 부활한 건 소녀시대 때부터다. 소녀시대가 성공한 건 SMP를 탈피한 소녀적 이미지 마케팅 덕분이었고, 다소 유치할 수 있는 컨셉이었음에도 이전에 다른 걸그룹이 시도하는 걸 잊고 있던 사랑스러운 걸그룹의 모습을 멋지게 펼쳐내 성인 남성의 절대적 지지를 얻었다. 소녀시대 이후에 데뷔한 에프엑스는 소녀시대완 또다른 느낌의 개성으로 역시 SM의 남자 그룹이 해오던 SMP와는 차별화되어 있었다. (물론, 이걸 여자 SMP라고 부르는 이도 있다.) 그리고 이런 차별화가 소녀시대의 <더 보이즈>를 시작으로 바뀌었다.


 소녀시대의 <더 보이즈>는 명백한 실패다. 성적과 화제성만 놓고 보면 분명히 성공했지만, 어디까지나 소녀시대의 네임밸류가 이끌어낸 성공이지, 음악적 성과라 보긴 어렵다. 간단히 말해 <더 보이즈>는 남자 그룹의 SMP를 이식하려 한 시도였다. <더 보이즈>의 반응이 좋지 않자 SM은 <아이 갓 어 보이>를 통해 소녀시대가 가고자 하는 길을 따로 만들어두고 에프엑스에 SMP를 이식하려 <레드 라이트>란 노래를 만든 게 아닐까 한다. 에프엑스는 4차원이라 불릴 만큼 유니크한 음악을 버리고 SMP로 돌아왔다. <레드 라이트>가 마음에 안 드는 건 바로 그런 이유다.


 아무리 봐도 <레드 라이트>엔 기존 에프엑스의 개성이 없다. '색깔이 없다'는 게 에프엑스의 개성 아니었느냐고 물을 수 있는데, 이번 노래엔 SMP란 '색깔'이 있고, 그래서 기존 에프엑스의 노래가 아닌 셈이다. 데뷔 5년 차인 에프엑스니 오히려 너무 늦게 SMP를 시도한 거 아닌가 싶은 분도 있겠지만, 글쓴이는 에프엑스가 영원히 SMP를 하지 않길 바랐다. 외국에선 어떨지 몰라도 한국에서 SMP는 독이다. 무엇보다 에프엑스는 SMP에 어울리는 가수가 아니다.


 근래 남성우월주의에 깊게 빠져서 자사 걸그룹을 박대하는 SM이기에 더욱 슬픈 노래 <레드 라이트>. 왠지 앞으로 SM 프로듀싱의 방향을 보는 것 같아 탄식이 절로 나온다.




신고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베리알 2014.07.07 12:58 신고

    원래 미리 알아보기보단 지상파 가요 프로그램에서 최초로 맛보자는(?) 주의인지라...
    티져나 뭐 그런 것도 싹 무시하고 기다렸는데...
    일단 미리 공개된 이미지들이 설마 설마 하는 불안감에 빠지게 하고...
    노래 들어봤던 사람들의 한결같은 혹평들...
    그래도 설마 아니겠지, 설마 이제 와서 그러겠어...라는 심정으로 TV에서 본 레드 라이트... 뚜시궁!

    아, 정말 SM에서 여가수들 나올 때마다 팬이고 비팬이고 간에 한결같이 하는 얘기가
    제발 SMP는 이제 그만~...인데, 마감독이나 수만옹이나 다 고래가 울고갈 X고집이 있는 건지,
    꼭 이렇게 SMP를 써먹는군요. 눈 돌아가는 핫팬츠를 입고 나오는 무대조차 그냥 한숨뿐... -.-;;;

    • BlogIcon 즈라더 2014.07.07 16:30 신고

      저도 티저만 훑어보고 무대 나오기만을 기다렸는데, 제대로 뒤통수 맞았어요. -_- 와.. 설마 이딴 노래가 나올 줄이야. 원래부터 SMP를 좋아하던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네요.

      전.. 핫팬츠도 핫팬츠지만 설리와 크리스탈의 포옹이...음?

  2. 손님 2014.07.07 23:18 신고

    일부러 망하려고 작정을 한건지....

    요새는 통 좋게 볼 수있는 구석이 안 보이는 군요

  3. BlogIcon 소영 2014.09.18 02:17 신고

    전 좀 다른 생각입니다만.. SM이 SMP를 고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저 소속 아티스트와 음악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말하고 싶은 메세지를 담아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요.. 전 그게 SM만의 철학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SMP 대중성 꽝이죠.. 그걸 SM이 모를까요? 그리고 에프엑스에게 이식하려고 하는 것인지 이번만 그저 에프엑스를 통해 메세지를 전달하려고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익만큼 자신들의 정체성과 철학을 중요시하는 모습처럼 보여서 저는 좋습니다. 대중들의 반응에 흔들리지 않고 줏대를 가지고 그들만의 정체성을 실현하는 모습에서 업계 1위의 여유가 보여요. 진정한 업계 리더의 모습 같네요...

    • BlogIcon 즈라더 2014.09.18 13:48 신고

      그런 의견 역시 있을 수 있습니다만, 전 기존에 SMP와 거리가 멀었던 가수들에게 억지로 SMP를 이식하려는 시도에 반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