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스틸러스를 좋아한다. 외국인 선수 하나 없이 전설을 만들어낸 그들의 강력한 테크닉 축구를 존경하고 존경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포항 스틸러스를 외면했다. 아예 한 사람의 선수도 부르지 않는 과감한 용병술. 그에게 K리그는 안중에도 없었다. 대체 왜 그랬던 걸까? 이에 대한 대답을 오늘 사퇴 기자회견에서 들을 수 있었다.


 "K리그 선수들과 비교해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 K리그서 최고의 선수들이라면 유럽에서는 B급일 수밖에 없다. 떨어지는 선수들로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고민했다. 지난 1월에 있던 멕시코와 경기서 바꿔놓은 것이 사실이다. 0-4로 패할 때 이정도의 레벌이라면 남은 어쩔 수 없었다. 좋은 선수들이 모두 유럽에 나갔지만 경기에 나서지 못하지만 K리그 선수들과의 격차를 좁히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첫 번째 발언만 보면 틀리지 않았다. K리그 최고 선수들은 유럽에서 B급일 수밖에 없다. K리그에서 스타로 군림하던 기성용이나 이청용과 같은 선수들도 유럽 빅리그에선 B급이었다. 문제는 그 아래 발언이다. 과연 홍명보는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케이리그 선수들을 제대로 파악했을까?


 멕시코와 경기에서 4:0으로 패배한 걸 철저히 선수 탓으로 돌리는 그의 생각 방식을 보라. 멕시코는 세계적인 팀이다. 월드컵 우승 후보까진 아니지만, 16강을 넘어 8강 권으로 분류되는 전통적 강호. 그런 팀을 상대로 써본 적도 없는 케이리그 선수들을 데려다 경기를 했는데, 쉽게 경기가 풀리겠는가? 그러나 홍명보는 자기 지도력은 완벽했는데, 선수들이 너무 못해서 4:0으로 패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게다가 해외파를 데려다가 멕시코도 아닌 가나에게 4:0으로 패배한 건 깨끗하게 잊고 있다.


J리그의 후보 선수가 월드컵 국가대표로 뛰었다. 홍명보에게 있어서 J리그는 빅리그와 동급이다.


 이번 대표팀에서 홍명보가 뽑은 선수 전원이 유럽 빅리그에서 뛰는 선수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 역시 문제다. 해외파 선수가 거의 없는 골키퍼를 제외하고 봤을 때, 대표팀 선수들의 리그 구성은 다음과 같다.


K리그 챌린저 - 1명

K리그 클래식 - 2명

J리그 - 3명

C리그 - 3명

사우디 프리미어 - 1명

분데스리가 - 5명

잉글랜드 챔피언쉽 - 2명

잉글랜드 프리미어 - 2명

웨일즈 프리미어 - 1명


* K리그 챌린저, 잉글랜드 챔피언쉽은 2부리그다.


 적어도 현시점에서 J리그와 C리그, 사우디 프리미어리그는 K리그와 비교해 실력이 떨어지는 리그다. 물론, 사우디나 J리그, C리그와 K리그의 차이가 아주 미세한 정도에 불과하지만, 어쨌든 근래 클럽 국제경기에서 K리그는 나열한 아시아 리그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어왔다. 그런 마당에 J리그와 C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보다 많이 뽑혔다는 게 말이 되는가. 심지어 J리그와 C리그에서 뛰는 선수들 가운덴 후보로 뛰는 선수들마저 있다.


* 하대성은 C리그에서 뛰고 있지만, 바로 얼마 전까지 K리그 선수였기에 조금 모호한 위치다.


 빅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분데스리가에 5명이나 뛰고 있지만, 이들이 전부 주전으로 뛸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또한, 잉글랜드 챔피언쉽에서도 후보인 윤석영이 이번 월드컵에서 주전으로 뛰었다는 건 이미 외신마저도 비웃은 실수. 축구선수로서 자격조차 없는 박주영이야 말할 것도 없다.


 이쯤 되면 홍명보 감독의 머릿속에 K리그의 위치가 어딘지 궁금해진다. 대체 그에게 K리그는 무엇인가? K리그 선수들은 J리그의 후보선수만도 못하단 말인가? 경기에 아예 뛰지 않아 프로 선수의 몸이라 할 수 없는 박주영만도 못한 선수들이란 말인가? 왜 홍명보가 K리그 1위를 차지한 포항 스틸러스의 테크닉 축구를 완전히 외면했는지 대충 알 것 같다. 지독한 오산과 고집, 편견이 엿보인다. 결국, 그는 한국축구를 망칠 악마였다.


 글쓴이는 과거 "홍명보의 국가대표팀이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한국축구가 10년 이상 퇴보한다."는 주장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 "홍명보가 한국 축구계의 중요한 위치에 존재하는 한 한국축구는 발전할 수 없다."로 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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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

  • BlogIcon 김동현(그녀석) (2014.07.10 16:09 신고)

    예상은 했지만, 이정도로 취급할줄은 몰랐네요.
    학벌주의, 인맥주의, .... 연고주의.... 한국은 언제쯤 자유로워질까요. 흠..

  • 손님 (2014.07.10 16:35 신고)

    현실은 축협부터 엉망이니 뭐 대책도 없고 기본도 없으니
    길이 안 보인다는......

    축구를 하는 사람부터 축구를 망치는 원인이니

    이런 상태면 앞으로 저는 축구 볼 일은 없다는 건 확실하다는.....

  • BlogIcon 시렌 (2014.07.10 16:38 신고)

    이런 수준 미달 감독에게 기간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냥 아시안컵을 맡겨도 되지 않냐고 생각했던 제가 다 부끄러울 지경입니다.

    • BlogIcon 즈라더 (2014.07.11 10:26 신고)

      이번 아시안컵에선 이동국이나 나왔으면 좋겠네요.

  • BlogIcon 용작가 (2014.07.10 17:56 신고)

    생각보다 더 심각하군요...ㄷㄷㄷㄷ!!!
    again 2002는 개뿔입니다. 정말.ㅠㅠㅠ

  • 베리알 (2014.07.10 18:40 신고)

    그 엘라스틴 홍명보가 이렇게 될 줄은 참...

  • 씨온알도 (2014.07.11 11:43 신고)

    선수(시절)로서는 훌륭하게 생각했는데, 감독으로서 사람으로서 이번에 실망감이 큽니다.
    축구협회도 전부 뿌리부터 싹 다 물갈이 뿐 아니라 아예 기존 수뇌부들과 연결고리 조차 생길 수 없는 사람들로 새롭게 협회를 구성해야합니다 . 안 그럼 외국인 감독와도 결국 크게 달라질 게 없단 생각입니다.

    • BlogIcon 즈라더 (2014.07.11 21:43 신고)

      선수 시절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이것도 유보해둬야 할 것 같습니다....

  • BlogIcon 샛별 (2014.07.12 00:16 신고)

    도대체 한국축구 어떻게 해야 발전하는지? 다들 손놓고 있는거로만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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