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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 짱 73, 74권, 현학적 마무리와 얕지 않은 회고


- 이제 기억에서 추억으로..

 현학적이란 표현 안엔 무리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는 듯하다. 종종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무언가를 가져다 현학적 태도로 창작하는 이를 발견할 수 있다. 그로 인해 작품의 퀄리티가 망가져 많은 이의 반발을 사곤 하지만, 작가로서 자존심은 지킬 수 있으니 주고받은 셈이다. 물론, 그런 태도로 괜찮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조건 역시 있다. 무려 74권에 이르는 만화책의 방대한 이야기들이 그 조건 중 하나다. 바로 만화 <짱>이 그런 경우로, 현학적 태도 탓에 작품의 마무리가 망가졌음에도 괜찮은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이미 밑바닥을 긁고 웹툰으로 소생한 한국 만화계에서 74권의 대장정을 일궈낸 건 거의 기적이라 봐야 한다. 마지막권인 74권은 장대한 여정을 마무리하는 만큼 작가의 회고가 담겨 있고, 그 바람에 우울, 희망을 동시에 다룬 현학적 태도가 드러난다. 유치하단 평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학원 액션물이기에 현학적 태도 역시 한계를 노출할 수밖에 없지만, <짱>은 엄청난 시간을 연재해온 결과물이라 용서할 조건을 분명히 충족한다. 작가가 74권 대부분을 액션보다 회고에 집중할 만큼 장대한 여정이었던 덕에 1권부터 마지막까지 함께 해온 독자들도 그 ‘현학적’ 회고에 공감하게 된다.

 73권 현상태와 김철수의 대결부터 74권 엔딩까지 여러 요소는 작가의 사과이기도 하다. <짱>의 인기는 ‘일진’이라 불리는 이들에게 영향을 끼쳐, 작품 속 ‘인천 연합’을 본뜬 여러 일진 그룹이 탄생하는 데 한몫했다. 그로 인해 <짱>뿐 아니라 학원 액션물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반발이 있었으니, 사과 한 번 정도는 해야 하지 않나 싶었을 터이다. 특히 마지막에 다시 등장하는 김철수의 모습이 인상 깊다. ‘너희들 이렇게 되고 싶어?’라는 느낌을 잔뜩 풍기는 노골적인 비판과 대중을 향한 사과가 한 장면에 듬뿍 담겨 있다.

 <짱>은 만화 업계가 몰락하고 작가들이 휴재, 완결을 서두르던 시기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기념비적 작품이다. 그런 작품이 "이제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라고 말한다. 연재 기간이 긴 만큼, 작가나 독자나 후유증이란 이름을 빌린 허전함에 시달릴 것이다. 이쯤 되니 김철수 에피소드의 과도함, 액션이 거의 없던 74권의 현학적 태도도 단점이 아니라 장점처럼 느껴진다.

 세월은 무겁고 기억은 흐릿하다. 그래서 ‘추억’이 탄생한다. 이제 <짱> 역시 그 추억의 영역으로 발을 내디뎠다.


 -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박상연(즈라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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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베리알 2014.12.01 15:22 신고

    전 보지 않았던 작품이지만,
    여러모로 화제의 작품이었단 건 기억하고 있을 정도니... 과연 한 시대의 작품 중 하나일 것 같습니다.
    뭐니뭐니해도, 한국에서 74권까지 나왔다는 건 이미 기적 레베루... ^^;;;

    • BlogIcon 즈라더 2014.12.01 20:00 신고

      정말 74권이란 숫자.. 처음 연재할 때에도 상상할 수 없는 분량인데, 그걸 이 어려운 시기에 달성하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2. BlogIcon 김주홍 2014.12.01 22:45 신고

    장창식이란 캐릭터가 아쉽게 됐지요.
    1부는 정말 걸작이였어요 그러고 보면.

  3. BlogIcon 시렌 2014.12.02 18:30 신고

    '짱'은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제가 보지 않은 작품이라서 그냥 넘어가는데 헐! E-INK형 태블릿을 가지고 계셨네요. 시력 보호를 위해서나 제대로 된 독서를 위해서나 이북은 E-INK 형태여야 된다고 보지만 안타깝게도 즐길 거리가 너무 없는 관계로 사장될 것 같은 분위기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