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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라 말해서 '걸작'의 논리에 맞아 떨어지는 작품은 아니다. 조잡한 편집과 어설픈 애니메이션 특수효과, 선명하게 드러나는 와이어와 각본가가 여러 차례 바뀐 것 같은 스토리 전개까지. 무엇하나 '걸작'의 최소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도 <황비홍>은 재미있다.


 머릿속에서 자연스레 열악한 촬영 환경을 고려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누구 말대로 딱 추억보정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걸까? 이미 당대 홍콩무협이나 홍콩느와르를 '추억의 대상'으로 삼은 글쓴이가 답하면 우스꽝스럽지만, 앞서 언급한 중구난방 편집과 생생한 와이어조차 하나의 즐거움으로 느끼고 있다는 점에 '추억보정'이 가장 크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영화를 디테일하게 볼 생각조차 안 하던 시기였기에, 무엇하나 '완벽하다'고 할 수 없을 <황비홍>의 영화적 구성요소마저 그럴싸하게 봐넘길 수 있었고, 그 감각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 아니겠는가. 실제 '만듦새'만 보자면 더 뛰어났던 쇼브라더스 시절의 홍콩영화보다 80~90년대 홍콩영화를 더 즐겁게 보고 있는 사실엔 '추억보정'이 아닌 다른 이유가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황비홍>은 중반부까지 난잡함의 극치를 달린다. 이 정도 난잡함이면 보통 '망작'으로 향하곤 하지만, 다행히 각본이 '누명을 쓴 황비홍과 그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음모'란 시놉시스를 끝까지 유지하는 데 성공하며 중심을 잡았다. 또한, 엄진동(임세관 분)이란 대적자를 내세워, 강렬한 에너지의 결투 장면도 만들었다. <황비홍2: 남아당자강>의 견자단이 이연걸에 필적하는 무술 실력으로 감상자를 긴장케 했다면, <황비홍>의 임세관은 무술보다 눈빛으로 만만치 않은 적이란 걸 드러내며 감상자를 긴장케 했다. 무엇보다 엄진동을 악당 아닌 악당으로 만들어낸 양관(원표 분)의 존재감이 아주 탁월했다.


 이렇게 단점을 눈감아줄 법한, 그리고 강력한 <황비홍>의 장점들은 이 작품이 '걸작'이라 불릴 순 없어도 후대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괴작이란 평가를 가능케 한다. <블레이드 러너>가 화려한 특수효과와 액션으로 치장했던 당대 SF영화들을 모두 물리치고 오랫동안 회자하는 컬트로 남은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가끔 디테일하고 완벽한 연출의 영화보다 이러한 '괴작'들이 대중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걸 보면, 대중문화의 성공 여부에 사람의 외모와 마찬가지로 분위기가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근래 리부트된 황비홍. 팽위안과 안젤라베이비가 주연을 맡았다.


 <황비홍>의 성공엔 '천하무적' 황비홍과 청순과 섹시를 겸비한 '십삼이'의 존재도 큰 몫을 했다. 이 사실은 <황비홍> 시리즈의 최신작인 <황비홍지영웅유몽: 라이즈 오브 더 레전드>에 가해지는 비판 속에서 재차 확인할 수 있다.


 이연걸 주연의 <황비홍> 시리즈에서 황비홍에게 난적은 있을 수 있어도 황비홍보다 강한 적은 없다. <엽문>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인기를 끈 것을 보아, 대중은 분명히 천하무적 고수를 원하고 있다. <황비홍> 시리즈의 최신작, <황비홍지영웅유몽: 라이즈 오브 더 레전드>가 비판받는 이유 중 하나가 황비홍이 너무 약하다는 것임을 보라. <취권>의 주인공 역시 황비홍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논란(?)이 되었던 것은 '약하던 시절'의 황비홍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취권>의 주인공이 황비홍이란 걸 알았다면, <취권>을 재미있게 볼 수 없었을 거라 말하는 이도 있었다.


 최신작 <황비홍지영웅유몽: 라이즈 오브 더 레전드>에는 십삼이와 같이 사랑스럽게 황비홍만 바라보는 캐릭터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눈부신 이목구비와 섹시함으로 치장한 안젤라베이비는 청순함보다 당돌함이 훨씬 돋보였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들으니 더 감상하고 싶어지는 건 왜일까.) 아름다움만으론 관지림의 십삼이를 쫓아갈 수 없다는 주장이 지지를 얻고 있다. 아직 <황비홍지영웅유몽: 라이즈 오브 더 레전드>를 보지 못한 상황이라 이 주장이 얼마나 합리적인지 모르겠지만, 이연걸의 <황비홍>이 대중의 마음속에 얼마나 확고히 자리잡았는지에 대한 근거론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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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베리알 2015.03.31 13:41 신고

    그 이전의, 소위 쇼브라더스 시절 영화에서 비장미와 무게를 대폭 줄이고
    그 자리에 코믹함과 화려함(기발함?)을 넣다 보니... 쌈마이한 맛으로 가득한 시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그게 정말 맛있고 몸에 좋고 어떻고를 떠나서, 추억의 불량식품 혹은 옛날 보정이 더해진 기억 속의
    맛처럼, 그런 자리에 있는 것도 같습니다. ^^

    그나저나... 황비홍 블루레이 리뷰가 올라온 줄 알고 룰라랄라 클릭했는데 헐! ^^;;;

  2. BlogIcon 손님 2015.04.02 17:57 신고

    리뷰를 기대했는데 그건 아니군요
    무엇보다 화질정도가 어느정도 일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