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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써커펀치>의 확장판이 오리지널이라는 건 확장판을 보는 순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어마무시하게 공들인 여러 장면이 예상하고 기대했던 그대로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하이롤러와 베이비돌의 대사 장면은 영화의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그녀의 행동 동기를 있는 그대로 설명하기 때문이다. 이 장면이 R등급 심의로 잘린 순간부터 <써커펀치>는 제대로 된 영화가 될 수 없었던 셈이다. 영화 속 가장 중요한 행동의 '이유'를 설명하는 장면이 잘려버렸으니 오죽하겠는가. 아마 잭 스나이더도 속이 아주 쓰리지 않았을까.



 <써커펀치> 확장판을 세 번 정도 보고 나면, 이런 생각이 문득 들게 된다. '이 양반은 각본까지도 개성이 지나치구나'. 지나치다는 말에 의문이 있을 수 있는데,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릴 수 있기에 사용해봤다. 이런 유형의 액션 영화를 이중 공간에서 진행하도록 한 것부터가 충격과 공포인 마당에 그 공간이 정신병동, 창녀촌이다. 심지어 베이비돌은 중요한 순간마다 환각으로 '영상적 내러티브'를 풀어낸다. 환각마다 다른 액션의 컨셉이나 미션을 진행하면서 등장하는 장애물 혹은 조건들이 모두 무언가를 상징하도록 계산되었다는 걸 잭 스나이더의 코멘트를 통해 알 수 있다. (물론,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진 않고 얕게 대충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수준에 그친다. 아니. 영어가 후달려서 영어 자막 켜놓고 구글 번역을 이용해도 이해가 안 되는 글쓴이의 영어 수준이 문제일 지도.)


 쉽게 말해서 엄청나게 극단적인 작가주의적 성향의 각본. 이런 각본에 기존 자신만의 특성처럼 여겨지던 개성 강한 비주얼, 일본의 B급 문화에 대한 오마쥬까지 집어넣었다. 즉,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아니 쉽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가 아니었던 셈이다. 예고편을 보고 아무 생각없이 감상할 쌈마이 액션 영화를 기대했던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번에 잭 스나이더가 <배트맨 대 슈퍼맨>으로 욕을 먹는 걸 보면서 왠지 그래픽노블 세계관에서 빠져나와 <써커펀치>와 같은 약 빨고 만들 법한 작품을 '직접 각본을 써서' 만들어줬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뭘 어떻게 하든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 잭 스나이더의 각본, 연출 스타일은 과하게 유니크하고, 대형 블록버스터에서 과하다는 건 곧 망하는 지름길이다. <왓치맨>처럼 잭 스나이더의 성향과 어울리는 그래픽노블이 더는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잭 스나이더가 DC 시리즈에서 하차해서 다른 작품으로 자신만의 작가주의를 연달에 대중을 향해 선보이는 게 본인과 팬을 위해서 더 낫다고 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써커펀치> 확장판이 걸작이 될 순 없다. 그러나 잭 스나이더란 감독이 절대 만만한 감독이 아니라는 증거론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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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베리알 2016.05.29 15:12 신고

    저는 다른 생각으로 이 작품에 대한 평가를 계속 바꾸게 되었습니다.

    전 확장판 처음 봤을 때부터 하이롤러와 베이비돌의 대사 장면은
    확장판의 가장 큰 흠결이라 생각해서인지 확장판에 그닥 정을 줄 수 없었습니다만,,, ^^;;;

    하지만, 작품 자체로 보면 볼수록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어떻게 이렇게 만들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절묘하게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풀어나가는 건 잭 스나이더를 다시 보고 또 다시 보게 되는 느낌이랄까요.
    처음 감상할 때에는 평가를 팍 낮추게 했던 그 꿀꿀함도,
    몇번이고 다시 보다보니 전부는 아니더라도 영화와 잘 어울리는 특유의
    그 느낌을 내게 해 주고 있고... 암튼 볼수록 매력을 재발견 하게 되는 작품 같습니다.
    제 기억으로 첫감상과 이후의 감상을 통해 영화에 대한 평가가 극단으로 달라진
    케이스가 될 듯... ^^

    그리고, 이번에 아포칼립스를 보면서 다시 느낀 거지만,
    오스카 아이작이란 배우는 정말 독특한, 매력적인 '악역 연기'를 잘 하는 것 같습니다.
    아마 브라이언 싱어가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작은 덩치라던가...) 오스카 아이작을
    아포칼립스로 선택한 이유를 알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암튼 뭐 이 이야기는
    아포칼립스 감상기(쓰게 된다면...)에서 언급하게 되겠지만 말입니다. ^^

    • BlogIcon 즈라더 2016.06.02 14:36 신고

      이게 꿀꿀하고 드러운..(?) 이야기라는 걸 인식하고..
      결국, 베이비돌이 밖으로 나가서 성취할 게 하나도 없다는 걸
      인정하느냐 마느냐가 재미있게 보느냐 아니냐를 결정하지 않나 싶습니다.

      베이비돌은 밖에 나가서 할 수 있는 게 있기는커녕
      오히려 가족을 잃은 악몽에서 벗어날 수 없는 처지인 거죠.
      그래서 하이롤러와 계약(?)을 하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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