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확장팩을 출시하기 전, 시스템이나 특성트리 등에 유저가 적응할 수 있는 기간을 주기 위한 사전 패치를 진행하는데, 이번 확장팩의 제목이 '군단'이라 앞에 작을 소를 붙여 소군단이라 부르곤 한다. 보통 새로운 확장팩이 궁금해진 과거 유저나 신규 유저가 살짝 맛보는 '데모'의 경향을 띠곤 한다. 그래서 사전 패치가 시작된 첫 주엔 사람이 엄청 몰리고 이후엔 모두 빠져나간다. 그런데 이번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군단>의 사전 패치는 상당히 다르다. 계속해서 신규 유저가 유입되고 있다. 이런 기묘한 상황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이유는 영화 <워크래프트>의 영향이다. 영화 <워크래프트>를 보고 게임 <워크래프트> 시리즈를 즐겼던 아재(...)들이 게임에 접속한 경우, 영화로 처음 이 세계관을 접해보고 매력을 느껴서 게임을 새로 시작한 경우 등 영화를 통해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뛰어들고 있다. 영화는 심한 혹평에 시달렸지만, 작품 속 영웅들의 매력은 훌륭했고 그들이 게임에서 어떻게 활약하는지 궁금해서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도 오그리마와 스톰윈드 공개창에는 새로 시작한 유저들이 세계관에 대해 질문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 영화의 힘이 크긴 크다 -


 두 번째 이유는 사전 패치임에도 스토리를 상당 부분 진행했기 때문이다. 악마들이 소환되는 부서진 섬 전투를 진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후 호드와 얼라이언스의 반목이나 그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주인공이나 다름없던 캐릭터들의 죽음, 부상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시네마틱 영상도 사전 패치 치고는 분량이 매우 길다. 스케일도 아주 커서 너무 많은 걸 공개하는 것 아니냔 생각마저 든다. 아제로스 연합군이 부서진 섬 전투에서 대패하는 바람에 아제로스 대륙의 주요 거점으로 악마들이 쳐들어오는 충격적 상황도 이미 진행 중이다.


 세 번째 이유는 플레이어의 위상이다. 벌써 6번째 확장팩을 맞이하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니 계속해서 플레이어를 그저 쌈 좀 하는 쫄병으로 설정하면 안 되긴 하지만, 블리자드가 내놓은 플레이어의 위상은 파격이다. 대표적인 예로 주술사와 흑마법사를 들어보자. 


- 스랄과 둠해머 -


 주술사가 '군단'에서 얻게 되는 위치는 '대지 고리회'의 대표. 대지 고리회란 아제로스의 주술사 단체로 대표자리에 본래 스랄이 앉아 있었다. <워크래프트3>의 주인공이자 오크의 수장, 그리고 아제로스 최고의 주술사인 스랄이 그 자리를 플레이어에게 물려준다는 것. 그냥 물려주는 것도 아니다. 오그림 둠해머가 스랄에게 물려준 막강한 무기 '둠해머'마저 플레이어에게 물려준다. 스랄이 둠해머를 내려놓고 플레이어에게 대지 고리회를 맡기게 되는 과정이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석연치 않지만, 어쨌든 플레이어를 자신의 뒤를 이을 막강한 주술사로 인정하고 아제로스의 모든 주술사를 이끌도록 한 것이다. 


- 악마가 지배하는 행성으로 쳐들어가서 악마를 사로잡아놓고 마법 연습용으로 쓰는 흑마법사. 등급이 아슬아슬해서 설정 변경 가능성마저 있다고 한다. -


 이제 흑마법사를 살펴보자. 본래 흑마법사란 직업은 존재해선 안 되는 직업으로, (암만 플레이어가 늘어나도) 세계관 설정상 숫자가 늘어난다거나 하는 일은 절대 없다. 게임의 세계관에서 흑마법이란 악마를 불러와 아제로스를 끔찍한 꼴로 만들어버린 그 더러운 마법이다. 영화 속에서 '굴단'이 사용하는 악마의 마법이 바로 흑마법이다. 즉, 흑마법사는 '필요악'으로 지정받은 존재고 극소수에 불과하며 영웅들 가운데엔 흑마법사들을 전부 죽여야 한다고 주장할 때마저 있다. 그런 흑마법사에게 주술사의 '대지 고리회'와 같은 단체가 있을 리 없다. 그래서........ 흑마법사는 강력한 악마가 지배하고 있는 행성으로 차원문을 열어 넘어간 뒤 그 악마를 짓밟고 행성을 차지한다. 그리고 그 악마를 묶어놓고 연습용으로 사용한다는 그로테스크한 설정이다.


 그 밖에 다른 직업들도 마찬가지다. 성기사가 티리온 폴드링 대신 은빛 십자군을 이끌게 되고 마법사가 티리스가드 의회의 주역이 되는 등 모두가 엄청난 위치에 올라선다. 이런 파격적 위상을 경험해보려면 100레벨부터 시작되는 스토리 퀘스트에 참여해야 하므로 사전 패치에 항상 포함되는 이벤트에 사람이 몰리는 것이다. 특히 현재 소군단에서 진행하고 있는 악마 침공 이벤트가 경험치를 많이 주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현재까지 공개된 군단의 내용을 잘 살펴보면 유저의 '아바타'라 할 수 있는 캐릭터의 위상을 강화하면서 세계관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블리자드의 노력 덕에 적어도 '군단'의 초창기엔 사전 패치인 소군단의 몇배에 해당하는 사람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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