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의 새해가 밝았다. 현실 세계의 새해는 알 바 아니다  새해가 밝으면서 분위기를 탔는지 와우를 시작해보고 싶다는 사람이 늘어났는데, 그들에게 조금 더 좋은 환경을 안겨주려는 와우저들의 노력이 약간 어긋나 있어서 조금 지적을 해보고자 한다.


 와우를 시작할 때 제일 먼저 고민하는 게 서버다. 와우는 전쟁 서버(이하 전쟁섭)과 일반 서버(이하 일반섭)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새로 시작하는 입장에선 아무래도 PVP 중심인 전쟁섭을 꺼리는 경향이 나타나곤 한다. 이런 신규 유저들의 생각을 뒤집고자 전쟁섭 유저들의 미칠듯한 댓글 러쉬가 시작된다. 댓글만 보면 전쟁섭만이 진정한 와우고, 전생섭에서 하지 않는 유저가 겁쟁이처럼 느껴질 정도다. 매우 옳지 않다.


 글쓴이는 와우를 전쟁 서버에서 시작했다. 오픈 베타 때부터니 벌써 10년도 훨씬 전의 일이다. 만약, 누군가가 와우를 즐기면서 가장 후회하는 일이 뭐냐고 묻는다면, 단연 전쟁섭에서 게임을 시작한 일이라고 말하련다.



 오리지널 당시 전쟁섭은 거의 지옥이었다. 끝도 없이 벌어지는 필드 전쟁 때문에 저렙 유저들은 레벨업을 제대로 하기 어려웠고, 전쟁이 자주 벌어지는 시간대에 게임을 하는 유저는 최고 레벨인 60레벨까지 달성하는 데 두 달씩 걸리기도 했다. 당시엔 글쓴이 역시 그런 분위기를 즐겼다. 최고 레벨에 도달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이 필드에 나가 적진영과 전쟁을 벌이는 일이었을 정도. 그러나 게임을 즐기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게 된 것이다.


 낮은 레벨 혹은 아이템 레벨이 낮은 유저를 학살하는 일은 그야말로 소시오패스의 행위다. 남이 고통스러워하는 걸 즐기는 거니까. 싸우려는 의욕도 능력도 안 되는 다른 사람을 괴롭히면서 '저 사람 분명히 지금 부글부글 끓고 있겠지'라는 생각에 쾌감을 느끼고 자신이 당하면 되려 욕을 퍼붓는 건 분명히 양심, 역지사지를 이해하지 못 하는 소시오패스의 전형이다. 이 사실을 한참 늦게 깨달은 자신이 너무 혐오스러워서 잠시 와우를 접었던 적도 있다. 물론, 와우에서 '접는다'는 '잠깐 휴식'을 의미한다.


 그래도 와우 오픈 초창기엔 전쟁섭과 일반섭을 선택한다는 개념이 존재했었기에 어느 정도 변명이 가능했다. 애초에 전쟁섭을 골랐다는 게 그렇게 고통을 주고 받는다는 걸 이해했다는 증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선 그 개념이 완전히 희미해졌다. 묘하게도 우리나라는 유독 전쟁섭에서 게임을 시작하는 사람이 많았다. 일반섭의 사람이 너무 적어서 게임을 즐기기 적합하지 않은 일이 잦아, 어쩔 수 없이 전쟁섭으로 넘어오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런 문제가 차곡차곡 누적되면서 지금의 아즈샤라 서버, 하이잘 서버란 괴물이 탄생했다. 유일불멸 제1 서버이자 한국 와우의 모든 것이라 할 법한 존재감의 아즈샤라와 '영업맨'이라 불리는 유저들의 노력으로 초대형으로 변모한 하이잘. 호드라면 아즈샤라, 얼라이언스면 하이잘이란 말이 있을 만큼 우리나라 와우는 두 전쟁섭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 따라서 신규 유저에게 전쟁섭을 추천하는 건 꼭 틀린 일은 아니다. 그러나 추천을 받고 시작한 전쟁섭에서 절망을 느낄 수도 있다.


 아즈샤라 서버처럼 호드가 얼라이언스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서버에서 호드를 골라 하더라도 필드에서 죽을 수 있다. 레벨업하는 와중엔 다른 서버와 통합되어 진행되므로 이 과정에서 높은 레벨 유저에게 끝없이 학살당하는 건 일상다반사. 만렙이 된 뒤에도 잠깐 주변에 같은 진영 유저가 적으면 상대 진영에게 처참히 살육당하곤 한다.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은 진영, 예를 들어 아즈샤라 서버의 얼라이언스나 하이잘 서버의 호드로 게임을 하게 되면 지옥문이 열린다. 특히, 하이잘 서버의 얼라이언스는 호드를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죽여 박멸해 이 세상에서 제거해야 하는 쓰레기 취급을 한다. 종종 하이잘 서버와 통합되는 데스윙 서버의 호드마저도 이를 갈 만큼 심하다.


 그렇게 전쟁섭에서 게임을 하다가 높은 아이템레벨의 유저에게 계속 죽으니까 짜증이 나 채팅창에 불만을 얘기해보자. 이런 대답을 꽤 잦은 빈도로 듣게 될 것이다.


 "그러게 전쟁섭에서 하래요?"

 "일반섭 가세요."

 


 장담하는데 전쟁섭의 컨셉이 좋아서, PVP가 너무 좋아서 전쟁섭을 고른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 본다. 한국의 비이상적인 전쟁섭 선호 성향이 오픈 베타 시절부터 이어졌고, 와우를 시작하도록 유도한 동료가 전쟁섭에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전쟁섭을 고른 사람이 대다수일 터.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서버 추천하달라고 하면 죄다 전쟁섭을 추천하는 바람에 전쟁섭을 고르게 된 사람도 아주 많다. 그렇다고 억울한 마음이 치밀어 올라 "다들 전쟁섭을 추천해서 한 거라고요!"라고 외치지 말자. "내가 추천 안 했음"이 되돌아올 뿐이다.


 전쟁섭에서 게임하는 사람들은 상대 진영을 죽여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라고 주장하는데, 전장 컨텐츠가 생긴 이후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주장이 되었다. 필드에서 상대 진영을 죽여야 와우 아니겠느냐는 사람도 있지만, 일반섭에서도 PVP를 켜고 게임하면 된다. 사람이 적어 레이드를 돌 수 없다는 주장 역시 틀렸다. 레이드를 돌 수 없을 만큼 사람이 적은 서버는 대부분 통폐합되었다. 따라서 지금의 와우는 일반섭에서 해도 충분하다. 필드에서 높은 아이템 레벨의 유저에게 학살 당하느라 퀘스트하는 시간보다 유령 상태로 돌아다니는 시간이 더 긴 비참한 꼴이 되지 않을 수 있으니 컨텐츠를 더욱 만끽할 수 있다. 지금의 와우는 분명히 일반섭이 훨씬 즐겁다.


 와우는 마음껏 서버를 옮길 수 없다. 캐릭터를 다른 서버로 옮기는 건 당연히 금지되어있고, 전쟁섭에 쌓아놓은 인맥, 부도 포기하기 어렵다. 길드나 공격대에 소속되어 있으면 더욱 어렵다. 그러니 부디 전쟁섭이 아니라 일반섭에서 시작하길 권한다. 10년 넘게 전쟁섭에서 게임한 골수 와우저의 당부다. 지금의 와우에서 전쟁섭은 아무런 메리트가 없다.


 아마 우리나라 와우가 이런 꼴이 된 것은 서버를 '전쟁'과 '일반'으로 명칭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와우는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최종작. 'War'크래프트이므로 전쟁섭이 딱 맞는 느낌이 들어 전쟁섭에 끌린 사람이 (오픈 베타, 오리지널 시절에 특히) 굉장히 많을 것이다. 명칭을 바꿔보자. 외국에선 전쟁섭을 PVP서버, 일반섭을 PVE서버라고 부른다. 느낌이 확 달라진다.

신고


댓글 2

  • ㅇㅇ (2017.08.17 10:41 신고)

    극공감 합니다. 요새 와우는 사실상 필드 전쟁은 사라졌고 만렙이 쪼렙을 학살하는 정신나간짓 밖에 안남았는데

    그걸 컨텐츠라고 변명하는 사람들 보면 웃음 밖에 안나오더군요. 실제 전쟁에서도 저항없이 투항하는 적군을 사살하면 전쟁범죄인데 말이죠 ㅎ

    • BlogIcon 즈라더 (2017.08.17 23:48 신고)

      그냥 약한 사람들 괴롭히면서 쾌감을 느끼는 사이코패스만 남은 거지요.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