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배트맨 대 슈퍼맨> 극장판이 잭 스나이더 판본이고 감독판이 워너 판본이라 주장하는 이거 보인다. 개봉하기 전부터 감독판이 존재, 3시간 짜리 영화를 개봉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워너가 반대해 극장판을 만들었고, 극장판 개봉 전에 이미 심의까지 끝낸 감독판의 존재를 밝힌 잭 스나이더의 인터뷰가 거짓말이라 확신한다고 말한다. 그들 중엔 <저스티스 리그>가 대대적인 재촬영에 들어갔다는 루머가 기사화되자, 저스티스 리그의 재촬영이 잭 스나이더가 개판으로 만드는 바람에 워너가 클레임을 걸어서 이뤄진 거라 주장하는 이마저 있다.


 이 무모하고 황당한 궁예질. 잭 스나이더에게 원수 졌나보다.


 배대슈 감독판이란 마스터피스를 만들어놓고 욕 먹는 그를 보고 있노라면 감독이 자신의 스타일을 강하게 주장하면 주장할 수록 안티가 늘고 대중이 반발한다는 걸 알게 된다.



 아직 잭 스나이더가 도달하기엔 한참 먼 클라스의 명감독들이지만 리들리 스콧과 마이클 만 역시 지금 똑같은 상황이 되었다. <블랙코드>와 <에일리언: 커버넌트>에 대한 평을 보고 있노라면 뭔가 내 머리가 뒤죽박죽이 되는 기분이다. 리들리 스콧은 특히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듬뿍 담았던 <프로메테우스>, <카운슬러>, <엑소더스> 세 작품이 특히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렸다.


 개인적으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대중이 원하는 방향성'과 어긋난 영화였기 때문이라 본다. 즉, 대중은 영화를 어떻게든 자기 입맛에 맞추려고 노력한다. 취향의 호불호 문제 이전의 문제다. 'A란 소재를 가지고 진행하는 영화는 반드시 B와 같은 스타일 혹은 방향성을 지녀야 한다'는 관념을 박아두고 영화를 유연하게 판단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에이리언: 커버넌트>에 대한 리들리 스콧의 인터뷰에서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다. <저스티스 리그>의 재촬영의 원인도 여기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대중이 원하는 스타일을 찾으려는 이와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려는 이의 극단적 대립이 낳은 결과물이라 여겨도 틀리지 않을 터.


 사실, 재촬영을 요구한 게 오히려 잭 스나이더 감독일 수도 있다. <저스티스 리그>의 촬영이 이뤄진 게 <배트맨 대 슈퍼맨>이 극장에서 신 나게 욕 먹을 때라는 걸 떠올려보자. 순간적인 여론에 떠밀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영화를 구성하지 못 한 잭 스나이더 감독이 <배트맨 대 슈퍼맨> 감독판의 '컬트화'를 근거로 워너 브라더스에 자기 스타일대로 다시 찍고 싶다며 재촬영을 요구했을 가능성도 분명히 존재한다.


 참 슬픈 일이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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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땅거미 (2017.05.18 13:15 신고)

    감독의 성향을 가능한 한 발휘시키는 제작 환경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비교적
    큰 규모의 영화에서 어쩔수 없이 따라 붙게 되는 상업성에 대한 간섭으로 작품성이 흐트러지는 현상은 안타깝네요. 다만 감독의 손을 떠나 작품이 공개되는 순간, 그것을 재단하는 것은 전적으로 관객이기에 그 거대한 지성집단의 판단이 어느 쪽으로 기울든 좋다 나쁘다고 생각하고 싶진 않은 편입니다.

    • BlogIcon 즈라더 (2017.05.22 14:28 신고)

      그 지성 집단의 판단이 남의 취향을 참견한다면 어떨까요?
      배대슈 까는 사람들의 극단적 태도를 보고 있노라면,
      이게 수준의 문제인지 취향의 문제인지 헤깔리곤 합니다.

  • (2017.05.23 12:12 신고)

    솔직히 발하면 배댓슈도 재밌게 봤기 때문에 이해가 안됩니다. 배댓슈 욕하는 사람들중에 진정 영화를 보고 욕 하는걸까요. 논란의 마사는 영화 시작부터 암시를 줬었는데 말이죠. DC의 대규모 프랜차이즈기도 하고 기존 팬들이 많다는건 그만큼 안티도 많겠죠. 영화는 감독의 모든것을 보여줍니다. 그거에 대해서 욕하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그만한 역량을 갖었는지 궁금하네요.

    • BlogIcon 즈라더 (2017.06.04 18:49 신고)

      음, 전 역량을 갖춰야 비판할 수 있다는 의견에 동조할 순 없습니다.

      다만, 말씀하신 대로 영화의 퀄리티엔 불만이 없습니다.

  • ㅇㅇ (2017.06.16 13:39 신고)

    잭스나이더감독을 좋아하고 배대슈도 재밌게 봤지만, 감독판이 마스터피스라는건 글세요... 개인적으로는 극장판보다 감독판이 낫긴 하지만 둘다 아쉬운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누가봐도 영화 내내 너무 급해요. 이건 감독만의 잘못이라고 볼 수 없죠. 워너에서 너무 많은 내용을 다루기를 바랬던 모양인데 그러다보니 영화의 메인플롯 서브플롯 전부 매력적이고 짜임새가 있는데 엉성하고 어색하게 완성되었던것같아요. 영화를 다섯번, 여섯번씩 반복하면서 볼때마다 느꼈습니다. 이 영화는 원래는 한 3개 정도로 나누어서 나왔어야해요. 원래 뿌리가 되는 맨오브스틸2의 내용과 배트맨, 거기에 저스티스 리그를 위한 떡밥투척에 최종적으로는 렉스루터와 둠스데이까지. 누가봐도 각본단계부터 짬뽕되어있고, 스나이더 감독이 이런걸 잘 하는편도 아니죠. 논란의 마사도 시작부터 암시를 줬다는게 중요한게 아니죠. 마사! 하자마자 바로 친구로 돌변하는 배트맨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던거지. 감정선을 좀 더 길게 다룰 시간이 있었다면 오히려 이름이 같다는걸 이용한 재치있는 전개가 되었겠죠. 그 외에도 사실 초반부 렉스 루터의 부하들이 슈퍼맨에게 누명을 씌울 때, 시체를 태워서 총살이 아닌것처럼 보이게 만든다거나, 감옥에서 배트맨 낙인이 찍인 사람이 죽는 이유가 사실 렉스 루터 때문이라거나, 이런 떡밥을 너무 짧고 비중없이 다뤘기때문에 후반부에 그 사실이 드러나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초반부에 죽는 두 캐릭터도 감정이입을 할 새 없이 그냥 영화의 장치적인 요소로서 죽어나갈 뿐이죠. 거기에 스나이더 감독 특유의 역발상이 좋지 않게 작용한 씬들도 많구요. 물론 이러한 숱한 문제점을 안고서라도, 액션 씬에서의 연출이나 초반부 브루스 웨인의 인생 요약 시퀀스같은 부분이 배대슈를 즐길만한 영화로 만든다고 보지만, 그런 부분이야말로 개인적인 취향이고 객관적으로 봤을때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지는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것 같습니다. 다만 그 책임을 온전히 감독에게 전가할 수 없을 뿐. 차라리 심플하게 메인 플롯만 덩그러니 있고 영화내내 액션에만 집중했던 맨오브스틸이 더 스나이더감독다운 영화였고, 완성도도 더 높았죠.

    • BlogIcon 즈라더 (2017.06.16 16:41 신고)

      '누가 봐도'라는 표현에서 이미 주관을 인정하지 않는 모양새인데, 죄송하지만 엉성하고 어색하게라는 말은 옳지 않습니다. 이 영화엔 잭 스나이더가 그간 웬만해선 시도하지 않았던 영상적 내러티브가 잔뜩 담겨 있고 직접적인 대사를 거의 하지 않는 독특한 시도를 하고 있어요. 마이클 만 외에 이런 수준으로 밀고 나가는 감독 요새 거의 없으니 그 만한 가치가 있달까요.

      무엇보다 배트맨과 슈퍼맨이 서로 반목하는 심정을 대사로 드러내지 않고 서로에 대한 다른 방식의 열등감을 영상적, 상황으로 표현한 게 압도적인 퍼포먼스입니다.

      그리고 떡밥을 비중없이 다뤘다는 것에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충분한 시간과 충분한 이야기를 전해줬어요. 대사 설명충 빙의해서 금방 파악할 수 있게 만들지 않은 게 마음에 안 든다면 할 말 없지만, 저로선 오글거리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단, 마사 언급으로 바로 마음이 바뀐 배트맨 부분은 저도 아쉽게 느끼고 있습니다.

      마스터피스란 서사적으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완벽한 영화가 아닙니다. 그런 영화 전세계 어딜 뒤져봐도 만들어진 적이 없지요. 이 영화는 슈퍼맨이란 전무후무 완벽해야 할 히어로가 개인적 열등감과 대중이 바라보는 시선에서 느낀 차별로 분노해 큰일을 그르치는 현실성을 담았고, 개인적인 복수를 마치 포괄적인 인류애에서 비롯된 것처럼 착각하는 배트맨을 통해 신에 가까운 압도적 존재를 보는 지구인의 현실을 투영했습니다. 설명충 유치찬란 영화에선 웬만해서 보기 어려운 강렬한 설정이죠.

      개인적으로 <맨 오브 스틸>은 가장 잭 스나이더의 스타일과 거리가 멀다고 느끼는 영화입니다. 시종일관 때려부수는 건 그간 잭 스나이더가 만든 영화와 완전히 다릅니다. 본래 잭 스나이더의 영화는 액션씬의 길이가 그리 길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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