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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제목이 현란하죠? 개인적으로 이 키보드가 아는 사람만 아는 키보드가 된 이유가 모델명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엔트리원더스에서 나온 아콘 Aluke Pro87 QuickFire 핑크축 키보드를 한 번 살펴보시죠.





 깔끔한 디자인의 박스입니다. 그냥 박스만 봐선 키보드가 담긴 박스라고 생각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을 지경이에요. 정보도 아주 심플하게 필요한 것만 담겨 있습니다. archon Aluke Pro87 QuickFire이란 모델명과 기계식 키보드란 설명, 키보드의 색깔, 어느 축의 제품인지만 적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심플함 마음에 듭니다. 그 심플함의 철학이 키보드에도 담겨 있기 때문이죠.







 archon Aluke Pro87 QuickFire는 텐키리스 제품입니다. 텐키리스가 아닌 제품도 존재한다는 얘길 들었는데, 저는 그걸 못 찾아서 텐키리스를 샀습니다. 어차피 전부터 관심은 있었으니 이참에 사용해보는 거죠 뭐.






 보통 키보드를 받히는 상판이 메탈일 경우 휘황찬란한 디자인이나 번쩍 거리는 은색으로 치장하게 마련인데, 전반적으로 어두운 색으로 구성된 게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게다가 완전 블랙인 것도 별로고 완전 화이트인 것도 별로란 생각도 줄곧 가지고 있었던 터라 더욱 마음에 들었어요. 구매하던 당시 사진을 대충 훑어본 터라 이렇게 깔끔한 색구성인줄 몰랐네요.







 archon 아콘의 브랜드 마크도 깔끔하군요. Fn키와 화살표 패드를 이용해서 RGB LED 밝기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앱코 K640과 크기 비교. 오른쪽 키패드가 싹 사라진 게 텐키리스입니다. 덕분에 사이즈도 크게 줄어들면서 책상에 공간이 더 생겨났어요.







 키를 감싸고 있는 상판의 디자인 덕분에 기계식 키보드 특유의 불쑥 올라온 느낌이 안 듭니다. 이건 기계식 키보드 사용자들 중에 싫어하는 사람이 좀 있다더군요. 기계식은 기계식 다워야 한다는 거죠.





 USB를 연결하는 홈입니다. 언제나 키보드를 보관할 때 이쪽에 연결된 부위의 선이 안에서 끊어질까봐 걱정하곤 하는데, archon Aluke Pro87 QuickFire뿐 아니라 요새 이렇게 양쪽으로 연결하는 제품이 있더군요. 키캡 안을 보시면 핑크축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아무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던 텐키리스는 의외로 걸림돌이었어요. 텐키리스를 사용하고 나서야 제가 키패드에 있는 엔터키를 굉장히 많이 사용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또한, archon Aluke Pro87 QuickFire가 채택한 스위치는 카일사에서 만든 스피드축입니다. 조금만 힘이 들어가도 바로 입력되어서 스피드축이라 한다네요. 타이핑을 좀 지저분하게 하는 사람에겐 오타가 범람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텐키리스 문제나 스피드축 문제나 전부 적응하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말입니다.


 그러고보니, 그간 축이 어쩌고 저쩌고하는 소릴 했는데, 설명이란 게 전혀 없어서 대충 넘어간 분이 많을 것 같아요. 이참에 제가 아는 것만 얘기해볼게요.


 기계식 키보드라는 거 엄청나게 특별한 기술력으로 무장한 최식신 키보드를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전세계적으로 PC가 보급되기 이전엔 기계식 키보드를 주로 사용했어요. 그러다 PC가 보급화되고 전반적인 가격이 떨어지면서 덩달아 가성비가 탁월한 멤브레인이 대세를 잡았고, 노트북엔 펜타그래프가 들어갔죠. 그 과정에서 보급형 기계식 키보드가 일선에서 자연스레 물러났는데, 그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서 마련된 게 기계식 키보드의 고급화였습니다. 성능과 내구성을 높이고 오히려 가격을 더 올리는 과정이 있었다고 해요. 워낙 손맛이 좋다 보니까 팬층이 형성되어 지금까지도 그 인기가 이어지는 거구요.


 이러한 고급화 전략은 전부 다 체리사가 자사의 스위치를 특허로 독점한 상태였기 때문에 가능한 거였습니다. 지금 기계식 키보드 대란이 일어난 계기가 바로 체리사의 특허권 만료입니다. 특허권이 만료된 이후, 체리사의 스위치를 모방한 회사들이 스위치를 보급화해 대란을 일으킨 거죠. 체리사의 스위치를 모방한 회사 중 가장 유 명한 게 오테뮤사와 카일사입니다. 제가 지난번 글에 말한 '오테뮤식 청축'은 오테뮤사가 체리의 그것을 모방해 만든 청축을 의미합니다. 오테뮤와 카일은 지금 10만 원 이하 기계식 키보드 시장을 양분하고 있습니다.



앱코가 올린 오테뮤사의 청축, 적축, 갈축, 흑축



 그리고 스위치에 대해서는, 제가 이곳저곳 발품 팔면서 잠깐씩 만져본 축만 언급할게요. 청축은 우리가 잘 아는 '화려한' 축입니다. 청축으로 구성된 키보드를 타건해보면 안에 걸리는 게 있어서 클릭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찰칵'하고요. 안 그래도 기계식의 찰진 손맛이 있는데, 클릭하며 걸리는 느낌까지 있으니 입문용으로 제격이지요. 대신 상당한 소음을 자랑합니다. 무시무시한 키압의 플린저를 제외하면 기계식 청축보다 시끄러운 키보드는 없을 거에요.


 그 다음으로 제가 만져본 건 갈축. 갈축은 뭔가 걸리는 느낌은 있는데, 청축처럼 클릭하는 느낌이 아니라 약간 스윽하고 긁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청축처럼 시끄럽지 않으면서 기계식의 찰짐을 맛볼 수 있는 축입니다. 사각사각하는 느낌이 굉장히 인상적이에요. 제가 중학교를 다니던 시기 컴퓨터 학원에서 썼던 키보드의 손맛을 얼마 전까지도 잊지 못 하는 상태였는데, 그 키보드가 바로 갈축 기계식 키보드였습니다. 90년대에 컴퓨터 학원을 다니신 분은 아마 갈축과 적축을 꽤 느껴보지 않았을까 싶어요.


 마지막으로 타건해본 건 적축. 이건 중간에 걸리는 느낌 없이 쑥쑥 들어갑니다. 자극적인 맛이 전혀 없어서 덕분에 인기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만, 이게 기계식 키보드 본연의 손맛이라고 여기는 분도 많더군요. 청축이나 갈축과 다르게 적축은 쉽게 질리지 않는다는 풍문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론 적축도 마음에 들었어요.


 그리고 본문의 archon Aluke Pro87 QuickFire 키보드는 스피드 축입니다. 핑크, 골드, 실버, 브론즈축은 '스피드축'이라고 해서 세게 누르지 않아도 입력이 되는 축입니다. 가볍게 손가락을 왼쪽 캡락에 올려뒀을 뿐인데도 입력이 되는 바람에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좀 고생하고 있어요. 그 정도로 쉽게 입력이 되니, 손가락에 힘주는 게 괴로울 만큼 타이핑을 많이 하는 작가나 게이머들에게 적합하죠. 적응만 되면 힘을 들이지 않아도 타이핑할 수 있으니까. 제가 고른 건 앞서 말한 것과 같이 핑크축입니다. 그런데 이 핑크축이 굉장히 흥미로워요. 어떤 느낌인지는 이따가 올릴 타건 영상 포스팅에서 설명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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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베리알 2017.08.22 13:51 신고

    아 텐키리스라는 게 텐프로 친구(^^;;;)는 아니고
    10 + Key + Less...라는 건가 보군요.

    그러고보니, 전 그쪽은 아예 사용을 안 하기 때문에
    (전 키입력을 키패드로 하지 않는 주의라...) 텐키리스 키보드가
    매력이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한번 둘러봐야겠군요. ^^

    • BlogIcon 즈라더 2017.08.22 22:52 신고

      저도 키입력을 키패드로 하지 않는다고 자부(?)하고 있어서 지른 건데 예상 외로 제가 가끔...씩 사용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어쨌든 텐키리스와 별개로 상당히 괜찮은 제품입니다. 전에 소개한 키보드처럼 불량 왕창 나오는 지는 일단 더 많이 써봐야 하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