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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기간, 키보드의 엔터키는 일자가 아니라 ㄴ자(정확히 말하면 ㄴ을 뒤집은 형태)였습니다. 지금의 104키가 아니라 106키가 대세였고요. 컴퓨터를 오래 다룬 사람들 중엔 104키와 일자 엔터키를 싫어하는 분이 꽤 있죠. 그래서 왜 ㄴ자 키보드가 점차 사라지는 추세인지 궁금했던 차에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아래 캡쳐는 106키, ㄴ자 배열 엔터키를 사용한 키보드가 나오지 않는 이유가 궁금한 사람과 그에 대한 앱코의 답변입니다.



 문법이 엉망진창이 될 정도로 급하게 쓴 것 같은 앱코 담당자의 답변에서 '깊은 빡침'이 느껴집니다. ㄴ자 키보드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나름 공들여 출시했지만, 기대와 다르게 완전히 망했나봐요. 앱코가 기계식 키보드 업계에선 저가형으로 알아주는 걸 고려할 때, 적어도 기계식 키보드 쪽에서 ㄴ자 엔터키는 수요가 거의 없다는 얘기가 됩니다. 


 기계식 키보드 업계에서 '추억팔이'는 그리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한성에서 내놓은 응답하라 1992도 그렇고 추억을 노려서 출시한 키보드들이 그리 신통치 않은 성적을 거뒀어요. 응답하라 1992 키보드의 퀄리티가 엉망이라 그런 거라 주장하시는 분도 있을 텐데, 그 키보드의 클릭음, 타건감, 스프링 소리, 통울림 소리 등은 당시 키보드를 아주 충실히 재현한 거라 봐도 틀리지 않거든요. 당시 키보드에 무슨 저소음이 있습니까. 철컹철컹거리며 사무실 전체를 소음으로 가득 매우던 시기인 걸요. 알프스 백축을 사용하지 않은 키보드들도 어마어마한 소음을 자랑했습니다. 지금처럼 키보드를 인체공학적으로 만들지도 않았어요.


 한참 키보드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각종 커뮤니티를 다 돌면서도 확인했습니다. 극히 일부에 불과한 ㄴ자 키보드마저도 '저게 ㄴ자만 아니었어도 사는데..'하는 얘길 엄청 자주 봤습니다. 그에 붙는 어마어마한 추천도 말이죠. 요새 유행하는 텐키리스만 봐도 얼마나 컴팩트한 걸 선호하는지 알 만하지 않습니까? 시대가 변했다는 걸 확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결론은 ㄴ자 엔터를 선호하는 사람이 적고, ㄴ자 엔터를 경험해본 적조차 없는 사람이 엄청나게 늘어났으며, ㄴ자 엔터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딱히 일자 키보드에 적응하지 못 하는 건 아니므로 이제 ㄴ자 엔터가 다시 돌아올 일은 없지 않을까.... 정도 되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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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베리알 2017.09.22 09:59 신고

    추억의 키보드하면 확실히 역L자 엔터키에
    타자기 부럽지 않은 그 소음과 누르는 쾌감
    키보드를 위한 공간을 꼭 만들어야 하는 그 넓은 크기 등등...

    이제 정말 추억 속의 유물인가 보군요.
    L엔터만 아니어도 구입한다는 얘기를 보니 절로 쓴웃음만... ^^;;;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런 것도 역시 시대의 흐름이긴한가 봅니다.
    요즘(?) 사람들이야 스마트폰 같은 수준의 입력을 일상처럼 하고 있고
    데스크탑도 없이 그냥 노트북만 있는 경우도 흔하고...
    조밀조밀하기보단 좀 보기에도 확 트인 공간적 여유를 선호하는 저로선 참
    적응할 수 없는 시대로군요. 하긴, 스마트폰조차 없이 버티고 있으니... ^^

    • BlogIcon 즈라더 2017.09.24 00:23 신고

      저도 많이 놀랐습니다. 아무래도 아재 커뮤니티인 디피나 클리앙을 눈팅해왔던 터라 소비자 대다수가 L자 키보드를 원하지만, 제조사들이 여러 이유로 일자를 밀어준 게 아닌가 해왔거든요. 정작 하드웨어 관련 커뮤니티나 20대 초반이 많은 커뮤니티 가보니까 L자 키보드 혐오증이 장난 아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