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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튼토마토의 통계 시스템에 대해 마치 암덩어리처럼 마음을 걸고 넘어지는 무언가가 있었어요. 이건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 이 묘한 이물감이 뭔지 아무리 생각해도 윤곽이 잡히질 않았는데, 얼마 전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멘트로 간신히 윤곽을 잡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는 영화 <마더>를 재미있게 봤다면서 이런 멘트를 남겼습니다.



 한편,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80년대부터 시작된 ‘박스오피스’로 인해 개봉주 스코어를 마치 스포츠 경기처럼 바라보고 나아가 이것이 영화의 리뷰에 큰 영향을 미친다”라며 박스오피스의 역기능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진짜 감독’의 ‘좋은 영화’는 단순히 소비하고, 즉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영화가 쉽게 이해되지 않고, 단 두 단어로 간추릴 수 없어서 더 비판받는 것 같다”라며 <마더!>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표출했다.

마지막으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다수의 영화 평점 사이트에 의해 평가된 성적은 순식간에 사라지겠지만 <마더!>처럼 온전한 열정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우리의 마음속에서 계속 성장할 것이다”라고 첨언, <마더!>가 영화 역사상 길이 남을 작품임에 대한 확신을 드러내 예비 관객들의 관심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 익스트림 무비의 보도 자료 중에서 -



 위와 같은 보도 자료는 일부만을 담고 있고, 꽤 순화해서 얘기한 것 같습니다. 익스트림 무비의 JL이란 유저는 마틴 스콜세지가 더 강하게 얘기했다고 알렸습니다.



" 오프닝 주의 흥행수치에 대한 맹목적인 판단은 영화를 마치 관람객이 보는 치열한 스포츠로 만들어 버렸다. 특히 그런 역할을 하는 평가기관이나 회사중 Cinemascore (70년대에 시작)나 Rotten Tomatoes등은 실질적인 영화 평론과는 거리가 먼 매체들이다.  그들은 마치 경마에서 말의 점수를 매기듯이 하고 레스토랑의 순위를 정하는 Zagat’s guide 나 가전제품을 매기는 Consumer Reports.같은 역할을 한다. 그들은 영화 산업과는 전혀 관련이 없고 영화의 제작이나 실질적인 관람과도 관련이 없다. 영화 감독은 단순 콘텐츠 제작자로 인지되고 관객은 할수없이 보게되는 소비자로 전락했다

이러한 회사들은 영화 감독들에게 너무나 호전적인 톤으로 영화업계를 만들어버렸다 - Rotten Tomatoes 라는 이름 자체도 너무나 모욕적이다. 실질적인 영화 비평을 열정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거의 사라진 지금은 단순한 평가에 입각해서 영화를 말하는 사람들만 많아졌고 영화나 감독들이 악평을 받거나 하는것에 재미를 들이는거 같다.

[마더]를 보고나서 사람들이 쉽게 판단해버리는 것에 아쉬워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엇다. 내 생각을 말하고 싶었다. 사람들은 단지 영화가 쉽게 정의되지 않거나 해석되지 않고 두 글자로 정리가 안된다는 이유로 영화를 완전 갈갈이 찢어놓는다.

호러 영화이거나 다크 코미디이거나 성경을 다루는 스토리이거나 도덕적이고 환경적인 파괴를 다룬 이야기이거나 여러가지일수 있다. 많은것이 섞인 것일수 잇는데 굳이 한 단어로 정의를 내려고 하는가. - 익스트림 무비 JL -




 이 강렬한 멘트를 듣고 나서야 로튼토마토나 메타스코어의 평가를 보며 느낀 위화감의 정체가 '통계'에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평론가의 평가를 '통계'한다니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야기란 말입니까.


 한 때 일부 평론가와 감독이 '접근할 수 있는 측면이 아주 다양하고, 수도 없이 많은 세부 요소가 취향차를 만드는 대중문화에 점수를 매긴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며 평론에 평점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었죠. 분명히 옳은 이야기였고, 여전히 자신의 평론에 점수를 내지 않는 평론가가 많이 있습니다. 평점은 영화의 구석구석을 바라보고 적어야 마땅한 평론을 단순한 숫자놀음으로 만들어요. 다양한 분야가 합쳐져 만들어지는 종합 예술인 만큼 그 각각의 분야에도 취향에 따른 생각이 있을 텐데, 평점은 그걸 다 무시한 '요약본'이 되고 만다는 거죠. 평점은 글을 읽지 않게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트위터마냥 아예 한문장으로 하도록 하는 부작용까지 만들었습니다. 박평식 같이 코믹한 트위터리안 컨셉의 평론가가 성공을 거둔 것도 부작용의 일환일 겁니다. 그런 평점을 가져다가 '통계'를 낸다고요?


 로튼토마토는 평점을 종합해서 통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아예 Yes or No로 만들어버렸어요. 로튼토마토는 '신선하다', '썩었다'로 구분하는 극단적 주장을 제시한 뒤, 아주 조그맣게 적혀 있는 평점으로 무마하려 합니다. 일반 대중의 가벼운 평가가 아닌, '평론'을 모 아니면 도로 구분해서 통계한다는 건 정말 황당한 일이에요. 마틴 스콜세지가 울컥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죠. 영화의 완성도가 '객관'의 영역이라 착각하는 바보의 탄생에 평점과 평점을 평균내는 시스템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보는데(마틴 스콜세지가 하는 말 그대로 영화는 가전제품이 아닙니다), 로튼토마토는 그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빵점과 만점으로 구분한다는 거죠. 그 아래 보려고 하지 않으면 잘 보이지도 않는 평균 평점은 그냥 구색 맞추기에 불과해요. 로튼토마토의 시스템에서 개성이 지나치게 강한 영화는 대체로 '썩은 토마토'가 되고 맙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평론가의 평을 점수로 환산하는 건 실수고, 그런 실수를 통계하는 처참한 파탄을 겪은 마당에 로튼토마토는 한 술 더 떠서 그 평점을 빵점과 만점만으로 구분하게 하는 더러운 폭탄을 던져버렸어요. 로튼토마토는 평론에서 신선, 썩음을 구분하기 어려울 때나 평점 같은 걸 남기지 않은 평론가에겐 직접 전화해서 확인하고 반영한다고 합니다. 수치화를 강요하고 통계에 반영하는 셈이에요.


 이제 로튼토마토는 참고용 정도가 아니라 '가쉽거리' 이상으로 생각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한 때 로튼토마토의 시스템조차 제대로 모르면서 멋대로 글을 써갈겼던 것, 시스템을 뒤늦게 알고 기뻐하며 로튼토마토의 평가에 상당히 매달렸던 것을 후회하고 반성합니다. 본인 또한, 잡지에 글을 기고하기 전까지는 리뷰에 평점을 적었던 적이 있는데, 이 또한 반성합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일침에 머리가 띵할 지경입니다. 영화는 가전제품이 아닙니다.



뱀다리) 현재 평론가들의 평점 통계 사이트 중에 가장 신용을 얻고 있는 사이트가 로튼토마토와 메타크리틱입니다. 그런데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 대체로 밝혀져있는 로튼토마토와 다르게 메타크리틱은 평론가들 숫자가 적을 뿐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수치가 매겨지는지 불투명하다고 합니다. 그간 이 두 사이트를 참고했던 자신이 굉장히 처량하게 느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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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베리알 2017.10.18 12:29 신고

    아 이거 공감이 많이 되지 말입니다.
    특히나 어째 날이 갈수록 저런 숫자와 저의 괴리감(?)도 심해지는 것 같고... ^^;;;
    차라리 누가 되었든 간에 영화에 대해 직접적으로 한줄이라도 끄적여 놓는 게
    더 의미가 있다는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2. Polaris 2017.10.19 06:30 신고

    그런데 그렇다고 로튼토마토를 무작정 없애버렸다간 고무닦이나 <이모티: 더 무비> 같은 망작을 피하기 어려워진다는 점 때문에... 어찌보면 양날의 검이긴 합니다...

    오히려 전 메타크리틱이 더 신뢰가 안 가는 게, 여러 번 말했듯이 여기서는 <드래곤볼 에볼루션>이 45점을 받고 <스피드 레이서>가 37점을 받아서...

    • Polaris 2017.10.19 06:55 신고

      게다가 사실 <마더!>는 완성도 자체는 높지만 내용이 너무 불쾌하다는 후문이 많이 올라왔다는 점도 있었으니...

    • BlogIcon 즈라더 2017.10.19 22:43 신고

      딱이 없애자는 건 아니구요. 말씀하신 것처럼 사용하면 안 된다는 거지요.

      망작을 피하기 어려워진다는 건 로튼토마토에서 망작으로 분류될 법한 작품은 다 피하신다는 거니.. 그건 좋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