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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한국영화계의 범죄 영화는 유행했던 홍콩의 그것과 많이 달랐다. 한국만의 스타일이었다고 해야 할까, 영화에서 강조된 것은 영웅적 희생이 아니라 본능적 좌절이었다. 클라이막스 역시 피보단 땀과 침, 빗물로 구성해 한국형 범죄 영화의 전형을 확립했다.


 이러한 한국 특유의 범죄 영화는 2003년을 기점으로 찾아온 한국 영화계의 엄청난 발전 이후 그 흔적만 남기고 변화(때로는 진화)하면서 쉽게 만나볼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무뢰한>은 아주 가치 있는 영화다. 당시 한국 범죄영화의 감성을 그대로 물려 받았을 뿐 아니라 멜로를 섞어서 현대적 재해석을 시도했는데, 모든 요소가 빠짐 없이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이제 이창동 감독이 각 잡고 만들지 않으면 누구도 접근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던 영역에 오승욱 감독이 도달했다.


 물론, 범죄 집단 대신 멜로를 투여했으므로 <무뢰한>을 단순히 '범죄 영화'라고 구분하긴 어렵겠지만, 이런 감성의 영화가 이토록 높은 완성도로 제작된 것이 보기 드물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무엇보다 극 요소에서 가장 다루기 어렵다던 '모호함'을 자유자재로 다룬 게 충격적. <악마를 보았다>에 필적하는 <무뢰한>의 에필로그는 오승욱 감독이 보통 뛰어난 감독이 아니라는 걸 확인케한다.


 이하 스크린샷은 <무뢰한> 블루레이의 원본 사이즈 캡쳐. 누르면 커진다. 



 전체적으로 날 것의 느낌이 만연한 영상이 생생하게 잘 살아 있다. 암부 상태도 비교적 훌륭해서 어두침침한 회색톤 영상을 효과적으로 소화한다. 전도연과 박성웅이 널부러져 있는 장면에선 박성웅의 그것(!)이 보일 정도로 상태고 좋은 영상. <무뢰한>이 강한 조명, 밝은 쪽으로 DI 보정을 가한 영화였다면, 화질 하나만으로도 화제가 되었을 거란 생각이 들 만큼 여러 요소가 만족스럽게 자리잡았다. 난이도 높은 영상임에도 거의 완벽하게 옮겨왔다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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