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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잭 스나이더를 혐오하는 사람이 많은 건 알지만, 적어도 그가 자신의 세계관을 확실하게 추구했다는 건 (안티가 아니고서야)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심지어 제임스 카메론조차 잭 스나이더에겐 자기만의 세계관이 있어서 영감을 받는다고 말했을 정도로 뚜렷하다. 그러나 <저스티스 리그>엔 그 세계관이 보이지 않는다. 그럼 <저스티스 리그>는 재촬영에 투입된 조스 웨던의 것일까? 그럴 리가. 이 영화는 조스 웨던의 영화라고 볼 수도 없다. <저스티스 리그>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은 색채가 없다는 거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싶을 만큼 색채가 없다.



 잭 스나이더는 <왓치맨> 이후 꾸준히 철학적 논쟁, 영화 속 세계의 시대상을 담아서 시나리오에 적용해왔다. <써커펀치> 확장판으로 본인이 얼마나 철학에 심취해있는지 '지나치게' 보여준 바 있으니 아마 아는 분은 알 거라 본다. 그러나 <저스티스 리그>엔 그런 사회적 격변을 철학적으로 풀어 보여주는 연출이 존재하지 않는다. 원더우먼이 인질을 구출하는 장면에서 '슈퍼맨이 사라진 뒤 격변하는 시대상'을 보여주나 싶었는데, 딸랑 그 한 장면만 나오고 이렇다 할 대사조차 없이 쿨하게 넘어간다. 사실, <저스티스 리그>의 에피소드들은 모두가 인질 구출 장면처럼 산발적이며, 서로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사나 인물의 행동으로 보여주지 못 할 것 같으면, 구석에서 흐르는 TV 방송이나 벽에 붙어 있는 전단지로라도 스토리텔링하는 게 잭 스나이더의 기법이고, 이런 텍스트에 가까운 연출 방식이 그의 세계관에 대한 호불호로 이어져왔는데, <저스티스 리그>엔 바로 그 '많은 사람이 싫어 하는' 잭 스나이더 스타일의 스토리텔링 기법이 아예 보이지 않는다. 재촬영과 편집 과정에서 모조리 날아갔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저스티스 리그>의 전개 방식이나 산발적이고 단편적인 에피소드는 조스 웨던의 스타일도 아니다. 그는 의외로(?) 끈질긴 면이 있다. 개인적으로 그의 영화에 유머가 잦게 들어가는 이유가 자신의 끈질기고 디테일한 연출 방식이 지루함을 줄 수 있기에 이를 커버하려는 의도라 보고 있을 만큼, 액션컷 마저도 최대한 끈질기게 각 잡고 연출하는 감독이다. <어벤져스>의 성공은 조스 웨던의 '실력'이 백분 발휘되었기 때문이지 어쩌다 얻어 걸린 게 아니란 의미다. 즉, <저스티스 리그>는 조스 웨던의 연출이 잭 스나이더의 그것을 대체한 영화조차 아니다. 그럼 대체 왜 이런 결과물이 나왔을까?



 공식적으로 조스 웨던은 15~20% 분량의 재촬영을 맡았다고 한다. 또한, 헐리우드에서 각본가에 이름을 올리려면 각본 비중이 33% 이상이 되어야 한다. 즉, 재촬영이란 표현이 옳지 않을 만큼 어마어마한 분량을 찍은 셈이다. 잭 스나이더가 이미 만들어놓은 것을 뒤엎다시피 한 거라 봐도 꼭 틀린 말은 아니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게 기존 촬영분과 조스 웨던이 참여한 촬영분의 갭이다. 그러나 <저스티스 리그>엔 두 감독 사이의 갭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잭 스나이더의 스토리텔링, 액션 연출 기법 등이 재촬영과 편집을 거치면서 반쪽이 되어 그 스타일마저 사라졌음을 앞서 언급했고, 조스 웨던은 어떻게든 자신의 각본과 연출을 놓치지 않으면서 잭 스나이더의 촬영분과 분위기까지 살리려고 필사적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조스 웨던 만의 연출을 강행하기엔 제작비와 시간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었다. 영화의 일부 액션씬이 TV 드라마 수준의 퀄리티로 나온 것도 재촬영에 충분한 시간과 제작비가 투자되지 않았다는 걸 의미한다. 그런 마당에 워너 브라더스의 수장인 케빈 츠지하라가 2시간으로 잘라내란 명령을 내렸다. 어떤 꼴이 났을지는 안 봐도 블루레이다.


 <저스티스 리그>는 영화 전개에 필요한 최소한의 요소만을 담고 있다. 캐릭터 소개, 사건 전개가 모조리 산발적인 건 (2시간에 맞추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들만 담았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그냥 흘러가고 있을 뿐 관객의 감정을 움직일 만한 임팩트가 없었던 건 다 그런 이유다. 이런 총체적 난국에도 이야기가 합리적으로 흘러갈 수 있었던 건 크리스 테리오와 조스 웨던의 집념 가득한 각본 집필과 눈이 빨개지도록 두뇌를 풀가동했을 편집 감독의 노력 덕분이다. 아주 칭찬해. 



 <저스티스 리그>는 워너 브라더스가 감독을 무시하고 내놓을 수 있는 최악의 혼종이자, 가장 대중적인 결과물이다. 서술한 여러 이유가 겹쳐서 전개가 몹시 편해졌다. 잭 스나이더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 욕을 먹었던 가장 큰 이유가 지나치게 불친절한 전개 방식임을 떠올리면 긍정적인 변화라 할 만하다. 불친절했을 게 뻔한 잭 스나이더와 크리스 테리오의 각본을 평평하게 펴기 위한 조스 웨던의 다림질이 나름대로 효과를 봤다. 거기에 그렇게 다림질한 결과물마저 싹둑 자르라는 케빈 츠지하라의 편집 간섭이 들어갔으니 어떻게 불친절할 수 있겠는가. 비록 잭 스나이더와 조스 웨던 어느 누구도 득을 보지 못 한, 둘 중 누구의 영화라고 말할 수조차 없을 최악의 혼종이 나왔지만, 가볍게 즐길 거리를 찾는 대중에게 이보다 적절한 선택은 드물 것라 확신한다. 


 단, 주의해야 할 점은 액션이다. <저스티스 리그>의 액션은 '전조'에 가까운 형태를 띠고 있다. 3억 달러라는 기가 막힌 수준의 제작비가 투입되었고, <맨 오브 스틸>과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을 연출한 이가 감독을 맡았다. 재촬영은 <어벤져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감독인 조스 웨던. 당연히 규모가 엄청난 영화가 나와야 하는데, 슬프게도 영화의 액션 분량과 규모는 앞서 언급한 영화들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타이트한 편집 때문에 잭 스나이더와 조스 웨던이 공유하는 장점인 '액션 동선에서 쾌감을 이끌어내는 연출'도 모두 거세되어 있다. 제작비와 제작 기간에 반비례하는 CG 퀄리티까지 포함해서 재촬영의 영향력이 어마어마했음을 알게 하는 방증이 한가득. 액션만 보면 메인디쉬가 나와야 하는 타이밍에 영화가 끝나버린 꼴.


 빌런인 스테판 울프의 허접함도 전조처럼 느껴지는 시나리오와 액션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한다. 본래 <저스티스 리그>는 두 편으로 제작될 영화였는데,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 평론에서 실패하며 일단 한 편을 만들어보고 이후를 정하자는 식으로 변경되었다. 문제는 <저스티스 리그>가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 개봉하기 전에 이미 각본을 비롯한 프리 프로덕션이 끝난 상태였다는 것. 크랭크인을 코 앞에 두고 기획을 변경했으니 부작용이 어땠을진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수준 아닌가. 애초에 뭐가 그렇게 급해서 DC의 영화들을 한꺼번에 진행한 건지 알 수가 없다. 


 평작 이상이 될 수 없고, 두 감독에겐 흑역사처럼 여겨질 영화지만, 어쨌든 즐길 만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물론, 잭 스나이더와 조스 웨던 두 사람을 모두 좋아하는 글쓴이 같은 사람에겐 이 영화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끔찍한 혼종에 불과하다.




뱀다리1) 테마곡이 흐르지 않는 장면이 지나칠 정도로 많습니다. 영화가 밋밋하게 느껴지게 하는 원인으로 손색이 없어요. 아마 급하게 2시간에 맞춰 편집하면서 테마곡까지 재편집할 시간이 안 났던 게 아닐까 합니다.


뱀다리2) <저스티스 리그>를 보기 전에 반드시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감독판과 <원더우먼>을 보고 가세요. 그냥 이야기가 이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감정까지도 이어집니다. 


뱀다리3) <원더우먼>에서 언급만 되는 아마존과 아틀란티스의 영웅들과 신들에 인간 쪽 히어로들까지 총출동합니다. 제우스에 아레스, 그린랜턴까지 다 등장해서 과거를 장식하는데, 스테판 울프가 위험한 이유는 '군대' 때문이지 본인의 신체적 능력 때문이 아님을 알려주는 장면입니다. 즉, <저스티스 리그>의 클라이막스는 의도했던 것보다 엄청나게 축소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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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땅거미 2017.11.18 00:51 신고

    결정적으로 슈퍼맨 캐릭터 운용이 패착이었다고 봅니다. 어느 정도 준비 과정을 거쳐왔던 팀웍이 순식간에 박살나요.

    • BlogIcon 즈라더 2017.11.18 23:00 신고

      스테판 울프가 무서운 이유는 군대였을 텐데,
      클라이막스에서 군대가 싹 사라졌다는 게 패착이었다고 생각해요.

      슈퍼맨이 강한 거야 뭐....

    • 땅거미 2017.11.19 18:43 신고

      캐릭터 자체의 문제라기 보단 투입시키는 '타이밍'의 문제라고 봐요. 어불성설이겠지만 <왓치맨>이 그 전지전능한 닥터 맨해튼 캐릭터를 다루는 법과 비교되었달까요.

  2. 베리알 2017.11.19 16:47 신고

    진짜 책임 소재를 물을 수가...
    하긴, 아무리 잭 스나이더와 조스 웨던 얘길 하고 있어봐야
    진짜 악당은 저 뒤에서 왕좌에 앉아 있는 워너의 츠X하라라는 거 알만한 사람들은 다...

    저는 이번 영화 반응들을 보니 그게 더 재미있더군요.
    듣보잡 마이너 히어로의 대명사였고, 저스티스리그 개봉 전까지 언급도 없던 아쿠아맨인데
    저스티스리그를 보고 온 아저씨들이 다들 이구동성으로 아쿠아맨 단독 영화 기대작이라고...
    이유는 뭐 다들 대동단결... ^^;;;
    그리고 또 하나는 슈퍼맨 웰케 세냐는 거... 아니, 원래 슈퍼맨은 그렇게 센 건데 어쩌라고들 ^^
    다크사이드도 아니고 스테판 같은 애가 저스티스리그 애들 상대로 폼 잡아봐야
    슈퍼맨 나오면 처발리는 게 당연한 수순인데...
    뭐 스토리나 연출상의 아쉬움은 차치하고 말입니다. ^^;;;

    • 땅거미 2017.11.19 21:07 신고

      원작에선 비교적 약한 빌런이라지만, 영화화에 있어서 원작을 모르고 경우를 반드시 염두해 둬야 한다고 봐요. 이미 <배댓슈>에서 그 슈퍼맨조차 감당이 힘들었던 빌런이 등장했던 걸 본 관객들 입장에선, 슈퍼맨에 의해 거의 단숨에 해결되는 스태판울프는 당혹스럽죠.
      사실 슈퍼맨 캐릭터가 '너무 강하다'의 문제가 아니라, 슈퍼맨 캐릭터의 운용법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캐릭터 밸런스를 고려하면 결정적 카드로 사용되어야 할 캐릭터가 그만 다른 캐릭터들의 당위성까지 무너뜨리고 말았다는 게 문제라고 봐요.

    • BlogIcon 즈라더 2017.11.21 17:52 신고

      그런데 이 와중에도 반응이 또 달라지고 있습니다. 정보가 확실하게 퍼지지 않아서 중간에 조스 웨던이 투입된 것조차 모르거나
      잭 스나이더의 딸이 죽은 것조차 모르거나..
      뭐 그런 사람들이 범람하기 시작했어요.
      잭 스나이더를 까기 위해서 워너 브라더스 쉴드를 치는 사람마저
      등장하는 걸 보고 기겁했지 말입니다.
      적어도 DC 유니버스에서 만큼은 워너가 칭찬 받을
      구석이 거의 없는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