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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자리'라 불릴 법한 짜증이 가득 담긴 <패트레이버2>. 이젠 아득해져서 기억조차 안 나는 세계 대전과 그 전쟁을 딛고 일어선 일본이란 국가의 아이러니함을 아주 작정하고 꼬집었다. 전쟁으로 패망하고 전쟁으로 부흥했으면서 위선적이게도 전쟁을 현실로 여기지 않는 일본이 지긋지긋했던 것이다. 영화에서 가장 긴장감 넘치는 씬이 '벌罰'를 이야기할 때라는 건 오시이 마모루가 얼마나 아이러니의 미학에 심취해있는지 알게 한다.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일본의 애니메이션이 미친듯한 퀄리티를 자랑했던 건 다름이 아니라 사회의 발전 하나하나에 식민지 수탈과 끝내 패배한 전쟁, 전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스며들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창작자들이 빡쳐서 작품을 만든 덕분이 아닐까. 결국, 일본의 성공엔 '다른 방식의 전쟁을 통한 타국 수탈'이 있었음을 <패트레이버2>가 말해준다. 뜻밖에도 오시이 마모루는 이런 현실을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은 채 판단을 감상자에게 맡겨버린다. 피해자의 위치에 있었던 우리로선 당혹스럽지만, 그가 던진 '생각할 거리'는 허용 범위를 넘어서 휘청거릴 정도로 무겁다.


 깔끔하게 떨어지는 대사엔 철학과 정치가 한껏 물들어있고, 실사 영화였다면 각종 영화제의 촬영상 수집 투어를 다녔을 법한 영상 연출이 긴장의 끈을 놓치 못 하게 한다. 오시이 마모루와 만날 때 만큼은 세계적 거장이 되는 카와이 켄지의 음악은 마치 이야기와 함께 춤을 추는 듯하다. 전편보다 훨씬 유려하고 디테일해진 작화 퀄리티는 덤. 깊게 생각할 것 없이 단순한 이야기의 얼개만 따져도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는 지금처럼 자가 복제를 거듭하다간 다신 이 수준의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없다.


 이하 스크린샷은 <기동경찰 패트레이버2> 정발판 블루레이의 원본 사이즈 캡쳐다. <기동경찰 패트레이버>보다 더 나아진 화질인데, 여기엔 마스터 소스의 준수함이나 마스터링에 들어간 노력뿐 아니라 작화력 상승도 큰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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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베리알 2017.12.20 11:12 신고

    이미 캐릭터 디자인부터도 극장판 1편과는 달라도 아주 마이 달라진 2편...

    제가 이 작품의 진가(?)를 정말 확실하게 체감했던 건,
    패트레이버 + 오시이 마모루 팬이었던 지인이 이 작품 보다가 잠든걸 발견했을 때... ^^;;;

  2. 웁스 2018.06.18 20:34 신고

    오시이마모루와 함께할때만큼은 세계적 거장이 되는 카와이켄지....
    진짜 이부분 너무 공감가네요..ㅎㅎㅎ
    사실.. 다른 음악들도 좋긴한데.. 확실히 오시이마모루의 작품속 카와이켄지 음악들과, 다른 캐쥬얼한? 대중적인? 애니메이션들속에 카와이켄지 음악간에 갭에 어렸을적에 많이 놀랐던 기억이 있어서..
    표현이 너무나 공감이 갔네요 ㅎㅎㅎ

    • BlogIcon 즈라더 2018.06.21 18:27 신고

      카와이 켄지가 워낙 다작 감독이라 그런 걸 수도 있지만,
      오시이 마모루가 요구하는 컨셉이 카와이 켄지에게
      최적화되어서일 수도 있달까요.
      윈윈 관계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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