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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HDR이나 DCI-P3가 3D처럼 되어버릴 가능성에 대해 고려해본 적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3D는 안경을 써야만 구현 가능한 미완성 기술이었고, 언제나 새로운 걸 추구하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훌륭한 3D 촬영에 힘입어 일시적으로 '유행'했을 뿐이었어요. HDR 역시 아직 미완성 기술이니 3D처럼 두고 봐야 하는 건 아닐까하는 걱정이 들 수밖에 없죠. 그런데 잘 생각해보니 HDR은 3D처럼 아직 갈 길이 한참 먼 기술이 아니더라구요. 아니나다를까, 기술을 구현할 기반이 마련되자 즉시 표준이 정해지더군요.


 HDR이나 DCI-P3는 딱히 특별한 개념이 아닙니다. 이미 우린 사진 카메라로 10년을 훨씬 뛰어넘는 기간 동안 HDR과 AbobeRGB를 체험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스마트폰의 카메라마저 HDR은 기본 탑재에요. 영상의 HDR은 사진 카메라의 HDR과 작동방식은 달라도 개념은 같습니다. sRGB에서 표현할 수 없었던 영역의 색과 10bit 이상의 컬러, 순간적으로 1000nit 수준의 빛을 낼 수 있어야 하는 디스플레이 기반이 필요할 뿐이죠. 이런 기술적 기반이 자연스럽게 갖춰진 UHD 시대가 열리자, 그간 잊고 살았던 HDR을 발굴(?)하기 시작한 거에요. HDR의 기반 중 하나인 DCI-P3도 AbobeRGB처럼 표현할 수 있는 색디테일이 늘어나는 광색역입니다. (물론, AbobeRGB와 DCI-P3는 표현할 수 있는 색영역의 범위가 다르니 완전히 같다고 할 순 없겠군요.) 딱히 특별하게 뭔가를 변화시키는 기술이 아닌 셈입니다.




영상은 궁극적으로 BT.2020 그러니까 Rec.2020을 추구하는데, 슬프게도 여기까지 가려면 멀고도 험난합니다. 아직 DCI-P3를 100%로 지원하는 모니터도 그리 많지 않은 걸요.


 그간 HDR 영상이나 게임이 적었던 이유는 HDR 디스플레이 숫자가 적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영화나 드라마 편집 현장에서도 HDR을 테스트하고 그레이딩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많지 않을 거에요. 그러나 이제는 다릅니다. HDR의 표준이 정해지자마자 사진이나 영상 편집을 위해서 출시되는 전문가용 모니터뿐 아니라 가정용 일반 모니터에도 HDR과 DCI-P3가 기본으로 들어가기 시작했어요. 비록 전문가용이 아닌 것들은 좋아봐야 HDR600, 보통은 HDR400을 충족시키는 수준에 불과하지만, HDR 영상을 그레이딩을 하고 테스트하는데엔 큰 무리가 없으므로 이제 HDR 영상이 범람하기 시작할 겁니다. HDR 영상을 업로드할 수 있는 유튜브에도 점차 개인이 직접 만든 HDR 영상 숫자가 늘어나고 있어요. 


 한편, HDR 영상이 기존 SDR 영상의 색상과 심각하게 다르다는 문제가 노출되었는데, 그건 밝은 빛과 광색역을 자랑하고 싶어서 오버한 결과물로, 본래 HDR은 색상을 과장하는 기술이 아닙니다. 빛의 다이나믹 레인지가 넓어지면서 어둠에 가려져 안 보이고 빛이 과다해서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게 HDR이고, sRGB의 좁은 색역대 때문에 안 보이던 색이 보이기 시작하는 게 DCI-P3입니다. 결국, 사진과 똑같아요. 저도 한 때 오해를 하고 있었는데, 한참 HDR에 대해 알아보고 아는 형님 집에서 4K 블루레이 타이틀과 일반 블루레이를 비교해가면서 깨달았네요. 일반 블루레이에서 안 보이던 색이 4K HDR 적용 블루레이에서 보이게 되는 게 핵심이므로 일부 색상이 미세하게 달라질 순 있지만, 일반 블루레이와 4K 블루레이의 색상이 크게 차이나선 안 됩니다. 단, <다크나이트>처럼 감독이 직접 그레이딩 작업에 참여해서 색상이 크게 달라진 특별한 경우도 존재하긴 합니다.이건 오히려 블루레이 때 틀어졌던 색상을 4K 블루레이의 HDR을 이용해 바로잡은 경우라 봐야겠네요.


 가정용 일반 모니터마저 HDR을 지원하기 시작한 이상 대세는 HDR과 DCI-P3가 될 겁니다. 영상이나 사진을 편집하는 분들은 알겠지만, 그 어떤 고급 촬영 기기로 촬영을 한다하더라도 결국, 그걸 편집하는 건 맥이든 IBM이든 컴퓨터입니다. 앞으로 모니터나 디스플레이를 구매하실 분은 HDR과 DCI-P3를 어디까지 지원하는지 꼭 체크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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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베리알 2018.02.20 11:20 신고

    3D야 뭐 태생부터 의문이 많았던 기술이기도 하고
    실제 진행 과정에서도 그렇게까지 이득이 있던 것도 아니고...

    거기에 비하면 HDR 이쪽은 확실히 다르긴 달라 보이지 말입니다.
    아재 비유를 하자면, 옛날에 CGA에서 EGA, 그리고 256 VGA로 가는 그런 과정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랄까요. ^^;;;

    • BlogIcon 즈라더 2018.02.22 23:27 신고

      어차피 HDR이란 이름을 붙이는 것과 별개로 sRGB라는 구식 기술과
      8bit 컬러는 사라지는 게 맞으니까요.
      말씀하신 것처럼 자연스러운 변화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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