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나름 굵직한 영화들을 연출해왔던 안톤 후쿠아 감독이 긴 공백기간을 깨고 가져온 것치곤 지나치게 소품 같은 <백악관 최후의 날>. 저예산티 풀풀 나는 특수효과에 좁디 좁은 백악관 안이란 설정임에도 같은 공간을 반복해서 써먹는 걸 보며 얼마나 극악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영화인지 감이 잡혔던 바다. 비슷한 소재로 만들어진 <화이트 하우스 다운>이 두 배에 달하는 제작비를 썼다는 걸 생각해보면 감이 아닌 답이 나온다. 그런데 <백악관 최후의 날>이 (특히 한국에서) 비판 받은 건 이런 부분은 아닐 것이다.


 미군이 한국에서 철수하면 72시간 안에 한국이 북한에 점령당한다는 대사 등으로 유추할 수 있는 각본가의 국제 정세 파악 능력이 한국에서 받는 혹평의 주된 이유(70년대에도 미군 없는 한국이 72시간 안에 망할 일은 없었다). 이런 블루레이 전용 영화로 만들어질 법한 각본을 가져다 이 만큼 만들어놓은 건 안톤 후쿠아 감독의 능력이겠지만, 언급한 우스꽝스러운 설정들을 남겨둔 걸 보아 일부 측면은 각본가와 또이또이라 하겠다. 


 그럼에도 <백악관 최후의 날>이 볼 만한 영화인 이유는 뭐가 어쨌든 굵직한 연출가 안톤 후쿠아의 감각 덕분이다. 언제나 강렬하고 우아한 안톤 후쿠아의 폭력은 극에 치열함을 부여한다. 백악관을 습격하고 인질극을 벌이는 북한 출신 테러리스트나 그걸 막고 대통령을 구출하려는 펜타곤이나 개긴도긴 수준의 한심한 작전으로 일관하는 데도 영화가 생생하게 느껴질 만큼 안톤 후쿠아의 연출 감각이 영화에 끼친 긍정적 영향이 막대하다. 아마 <300>을 제외하면 제라드 버틀러의 묵직한 육체가 가장 깔끔하고 박력있게 격투를 벌인 영화가 아닐까 한다.


 두 각본가는 자신들의 처참하디 처참한 각본을 가져다 그럴싸하게 만들어준 안톤 후쿠아에게 큰절을 올려야 한다. <백악관 최후의 날>이 성공한 덕분에 <런던 해즈 폴른>의 뒤를 이어 3편이 프리 프로덕션에 들어가는 등 시리즈화되었다. 사실, <런던 해즈 폴른>도 각본은 블루레이용 영화 수준에 불과했지만, 후반부 롱테이크 총격씬을 비롯한 여러 킬링 장면이 커버해줘서 흥행에 성공했다. 연출 덕을 참 많이 보는 각본가들이다.


 이하 스크린샷은 <백악관 최후의 날> 정발판 블루레이의 원본 사이즈 캡쳐. 누르면 커진다. 이 타이틀은 블랙 레벨 조절에 약간 실패했다. 북미판에 비해서 살짝 하얗게 뜬 느낌이 들며 암부 상태도 썩 좋진 않다. 물론, 해상력 자체는 출중하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베리알 2018.02.25 11:05 신고

    오 이 화제(?)의 작품이 국내 정발이 되었었군요!
    관심이 없는 작품인데다가, 업체들의 한결같은 노오력(?) 덕분에
    어째 점점 갈수록 국내 정발 소식 자체도 관심이 없어지다보니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나저나, 미군 철수하면 72시간만에 남한이 북한에게 점령당한다라...
    이거 누구들이 딱 좋아할 설정이긴 하군요. 오늘 아침에도 파주에서 길막는 쇼를 하는 애들이... ^^

    • BlogIcon 즈라더 2018.02.27 22:30 신고

      정발된지 꽤 되었지요. 너무 조용히 출시되어서 그렇지 ㅎㅎ

      지금 북한은 72시간 국지전을 유지할 만한 기름이나 있는지 모르겠네요.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