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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R은 3D처럼 사장될 기술인 걸까?

category IT 잡담 2018.03.22 06:00

 HDR을 3D와 묶어서 평가하려는 경우가 꽤 잦게 보이는데, 시기상조의 기술 혹은 불가능한 기술을 억지로 밀어붙이는 중이란 이유입니다. 3D나 스마트TV 등의 이상한 기술 때문에 TV 가격 상승이 꾸준히 이루어졌던 것처럼 아직 미완성에 가까운 HDR을 자꾸 끄집어내는 게 의심스럽다는 거죠. 게다가 이 HDR이란 녀석이 지금 시점에선 TV의 성능에 따라서 퀄리티가 크게 변하는,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농후한 기술이라는 게 또 문제입니다. BT.2020이란 꿈의 색역과 4:4:4 픽셀에 12bit 깊이, 1000nit가 넘는 빛을 기준으로 삼은 돌비비전 HDR은 지금까지 나온 TV 중에 완벽하게 지원하는 녀석이 없어요. 그러나 역시 아무리 따져봐도 HDR을 3D와 묶기엔 너무 거리가 멉니다.


 HDR이라는 게 최근 들어서 만들어진 기술이 아닙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DI 마스터를 돌비비전으로 그레이딩하는 일이 종종 있었으니까요. 이전에 언급한 것처럼 특별한 기술마저도 아닙니다. 사진에 적용되는 HDR과 같은 개념을 지닌 기술이에요. 쉽게 말해 그냥 영상 발전의 '다음 단계'라고 말할 수 있으며, 앞으로 자연스럽게 제공될 '기본'이라고도 주장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HDR이란 이름이 사라질 순 있습니다만, 3D처럼 답보만 거듭하다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는 게 아니라 HDR을 기본으로 장착하기 때문에 딱히 HDR이라고 말할 필요도 없어진다는 게 사실에 가까울 겁니다. 지금 사진을 찍을 때 HDR을 직접 설정할 수 있는 카메라도 있지만, 대체로 그냥 제공되는 일이 많은 것처럼요. 심지어는 HDR을 꺼도 최소한의 HDR이 적용되어 사진이 찍히는 카메라도 많을 겁니다. SLR이라면 RAW 자체가 모든 정보를 담고 있으니 톤매핑을 다시하는 것 외엔 딱히 특별할 것도 없고요.


 디스플레이의 HDR이 뒤늦게, 그리고 급하게 규격화되며 발전을 추구하고 있어서 거부감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만, 잘 생각해보면 특별할 것 없다는 걸 알게 될 거에요. 실제로 보는 것과 같은 색깔, 빛을 추구하게 되는 건 영상 발전의 기본사항입니다. 지금 당장 HDR 기술이 디스플레이로 할 수 있는 모든 컨텐츠에 적용되어 기본이 되더라도 오버 테크놀로지가 아닌, 당연한 방향입니다. 그저 나온지 한참 지난 기술을 가져다가 이제서야, 그것도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3D니 뭐니하면서 게으름부리다가 급하게 규격을 정해서 난리치는 꼴이 우스꽝스러울 뿐. HDR을 시도할 조건이 된지 한참 지나지 않았습니까? 



 DCI-P3나 AbobeRGB로 대변하는 색역대만 하더라도 디스플레이 업계가 이미 상술로 써먹은 적이 있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색재현률 100%의 시대가 왔다며 모니터와 디스플레이에 광색역을 마구 적용하던 때가 있었어요. 상술이라고 욕을 있는대로 먹고 그런 제품들이 사라지긴 했습니다만, 이게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서 상술이라 불린 게 아닙니다. 규격도 없이 마구 색재현률만 높여놨는데, 그렇게 넓어진 색역을 써먹는 컨텐츠가 1도 없다는 게 문제였거든요. 그렇게 상술이라 욕 먹으며 사라졌던 녀석은 2017년에 와서 DCI-P3란 이름의 규격까지 달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윈도우의 똥고집 때문에 윈도우의 컨텐츠는 지원하지 않지만, 다른 OS는 이미 DCI-P3를 지원하며, 컨텐츠도 있습니다. 윈도우에서 만든 웹브라우저만 빼고 웹브라우저들도 다들 DCI-P3를 지원하거나 지원할 채비를 마친 상태. 즉, HDR이란 건 기술 이름을 지어서 난리법석을 피우지 않아도 성립할 자연스러운 기술 발전이란 얘기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엔 '우리 절대 라이센스료를 지불하지 않겠다'라며 돌비비전 수용을 거부하고 HDR10이란 놈을 만들어 시장을 지저분하게 한 일부 업체들의 뻘짓도 한 몫을 했습니다. HDR10은 돌비비전보다 스펙도 떨어져요. 블루레이 시장을 초창기부터 지켜본 유저라면 이 상황을 블루레이 VS HDDVD와 비교해서 생각해볼 수 있을 겁니다. 돌비비전은 블루레이고 HDR10은 HDDVD라고 보면 딱 맞을 지경. 그런데 시장 양상은 블루레이 때와 다르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HDR10이 HDR10+란 개선된 녀석을 발표했는데, 저울추가 HDR10+로 기울고 있어요. 아무래도 돌비비전을 아예 무시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HDR10 밀어주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만, 뭐 그쪽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지 못 하니 접어둡시다. 어쨌든 재미있는(?) 상황입니다. 명백하게 돌비비전이 스펙상 우위니까요. 블루레이 때처럼 되어야 마땅한데, 하필 그 돌비비전의 우월한 스펙을 감당해낼 TV가 지금 시점에선 단 하나도 없다는 게 팩트. 그래서 HDR 회의론이 자꾸 고개를 드는 거고, 나름 타당하다 두둔해주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것 또한 HDR10+에 힘이 실린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역시 3D와는 다릅니다. 지금의 3D는 기술의 발전이란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핸들을 꺾어 갓길에 멈춰선 기술이에요. 3D의 개념이 영상의 발전과 별개의 존재라는 게 아니라, 지금의 3D 기술이 정상이 아니라는 얘기죠. 실제로 보는 것과 같은 색깔과 빛을 낼 수 있게 되었을 때 즉, HDR이 기본 중의 기본이 되었을 때 시작되어야 하는 게 3D입니다. HDR의 다음 단계라는 야그. 그리고 그 3D는 색감이 죽는다거나 해상력이 떨어진다거나 안경을 써야 한다거나 하는 비정상적 루트를 이용한 3D가 아니라 그냥 영상이 있는 그대로 3D화되는, 현시점에선 오버 테크놀로지의 결정체라 할 법한 기술이 되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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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베리알 2018.03.22 13:30 신고

    돌비비젼의 장점이자 단점이 역시 '돌비'라는 점이겠지 말입니다.
    중구난방하던 HDR과 달리 처음부터 대장이 딱...
    하지만 이게 업체들 세계에 보면 좋든 싫든 어른들의 사정으로 얽히게 되어버리니... ^^

    암튼 뭐 3D야 가전제품 판매 촉진을 위한 과도기적인 시도였는데,
    나중에 본문에 언급하신 것처럼 아무 장비도 없이 편안하게 구현되는 3D 기술이 대중화되는
    날이 오기 전까진, HDR과 묶어서 얘기한다는 건 역시 그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

    • BlogIcon 즈라더 2018.03.22 23:16 신고

      HDR10은 아무리 생각해도 뻘짓입니다.
      덕분에 지금 나오고 있는 HDR 디스플레이들이 하나 같이
      돌비비전이나 HGL은 지원 안 하고 HDR10만 지원하는 황당한 꼴도 보고 말이죠.
      당장에 제 모니터도 HDR10만 지원하고 앉아 있으니..

      어쨌든 3D와는 다릅니다. 3D는 수십년 뒤의 미래를 살짝 체험해보는 기능 이상이 되지 못 한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