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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어도 내겐) 전편보다 나은 속편의 예시에 <제시카 존스> 시즌2가 당당히 들어가게 되었다. 시즌1이 킬 그레이브라는 다소 조용한 빌런과 기타 사건들을 뒤쫓는 과정을 담았던 탓에 전반적으로 담담하게 전개되었다면, 시즌2는 처음부터 끝까지 스릴 만점 쾌속 진행이다. 단순하게 쾌속 진행이면 <얼터드 카본>처럼 가볍게 즐길 만한 드라마 정도로 끝났을 테지만, 이 작품은 그런 수준에서 머물지 않았다. 제시카 존스가 시즌2에서 겪는 딜레마가 수겹에 이르고, 그 고통마저 상당하기 때문이다.



 시즌1에서 제시카 존스는 이유가 어쨌든 살인을 저질렀다. <디펜더스>에서도 간접적 살인을 저질렀고, 이 때문에 고통받는 그녀에게 '악당이라고 해서 살해당해도 되는가'란 질문이 남았다. <제시카 존스> 시즌2는 이 딜레마를 시작점으로 잡는다. 여기에 그녀의 과거와 가족사를 얽어 가족을 향한 사랑과 최소한의 선 만큼은 넘지 않는 평범한 정의 사이의 갈등을 구성해놓았다. 사이드킥인 트리사 역시 친구를 트라우마로부터 구제하는 걸 최우선 목표로 삼고 특종을 부가적으로 딸려오는 보너스로 여기던(혹은 그렇게 착각하던) 초반과 달리 말미에 가선 특종이 모든 것을 이기고 우선순위로 올라서는 갈등을 겪더니 결국엔 '초능력'을 원하며 제시카 존스를 괴롭힌다. 이런 갈등들이 파생한 딜레마는 제시카를 막다른 길 앞에서 그저 서성거리게 하며 긴장을 유발한다. 이런 경우 '대체로' 극이 산만해지고 목적지 없이 표류하곤 하지만, <제시카 존스> 시즌2는 각종 요소들을 꽉 틀어쥐고 완벽한 원웨이를 외친다.


 9화부터 시작되어 12화에 폭발하는 딜레마의 여진은 제시카 존스를 연기한 크리스틴 리터의 역대급 연기력에 힘입어 감상자의 시간을 실시간으로 삭제한다. 특히 드라마의 오프닝에 깔아두었던 '살인'에 대한 딜레마가 본격적으로 대두할 때 즈음엔 등장인물들이 같은 사건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며 다음 이야기를 예측조차 할 수 없게 한다.


 <제시카 존스> 시즌1은 여러모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특례를 입고 만들어진 사이킥 드라마였다. 드라마가 얻은 명성은 마블의 뒷배경을 안은 채 얻은 거품이었다해도 꼭 틀리지 않았다. 반면 <제시카 존스> 시즌2는 순전히 철저하게 '제시카 존스' 자체만으로 성립하는 걸작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연결점이 극단적이라 할 만큼 적다는 아쉬움도 드라마 자체가 워낙 깔끔하게 잘 만들어졌다보니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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