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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스트월드> 시즌1. 인문학적 접근법 아래에 갈팡질팡하던 서사가 시간대를 오가는 연출과 만나 산만해지기까지 하지만, 괴력의 신비로움으로 집중력을 잃지 않게 돕는다. 이미 닳고 닳은 소재인 인공지능이나 창조주와 피조물의 관계, 자의식에 대한 고찰 등은 드라마의 핵심 플롯인 윌리엄과 돌로레스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썩은 것에서 싱싱한 것으로 돌변한다. 두 차례에 걸친 반전은 수많은 떡밥을 효율적으로 봉합했고 예측을 불허했기 때문에 몹시 매혹적이라 하겠다.


 <웨스트월드> 시즌1에서 가장 큰 발견은 돌로레스 역할을 맡아 두 얼굴의 여성을 연기해낸 에반 레이첼 우드다. 그녀의 뛰어난 집중력으로 펼쳐낸 연기가 이 드라마를 하드캐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명배우가 여럿 등장한 드라마에서 이토록 두각들 드러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드라마의 핵심적인 메시지가 돌로레스를 통해 전달되는 걸 보면 처음부터 원티어 캐스팅이었던 모양.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액션이다. 이는 내가 장르를 잘못 파악한 결과이므로 딱히 드라마의 문제라 말할 수 없다. 서스펜스가 뛰어난 SF 스릴러라 할 순 있지만, SF 블록버스터나 액션이라 보기는 어려운 유형이었던 것. 심지어 클라이막스가 되어야 했던 연회 장면의 액션을 통째로 생략하기까지 한다. 일부 인물의 동선을 보면 '프롤로그'의 위치에 서 있는 드라마라 할 수도 있다.


 이하 스크린샷은 <웨스트월드> 시즌1 정발판 블루레이의 원본 사이즈 캡쳐다. 누르면 커진다. 화질이 대단히 좋은 편으로, 여러 디테일들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대신 번역이 개판이다. 모 번역가가 드라마에도 손을 댔나 싶을 정도로 엉망진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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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베리알 2018.05.11 12:38 신고

    다른 자막들은 그래도 그려려니하겠는데
    도박과 계집질 부분은 당황스럽기까지 하군요.
    초기 번역기 시절의 데자뷰가 가득 느껴지기도 하는 이 느낌적인 느낌... ^^;;;

    그러고보니, 요새 화제인 그 모 번역가의 번역 일부와
    최신의 번역기의 대결이 펼쳐진 이야기를 최근에 봤는데
    이럴수가 번역기 수준이 대단히 좋아졌다고 해야할지
    번역가 수준이 정말 황당하다고 해야할지... ^^;;;

    • BlogIcon 즈라더 2018.05.14 18:50 신고

      자막의 호흡이 지나치게 길어서 눈에 안 들어오기도 하고
      안 그래도 난해한 철학적 비유들을 호흡이 긴 번역 안에 끼워넣어서
      이래저래 보는 내내 고통스러웠습니다. 뒤로 돌렸다 다시 보기를 반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