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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스트 제다이>를 다시 감상하기가 두려웠다. 다수 취향에 속하는 일부는 <라스트 제다이>와 <라스트 제다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죽이기라도 할 것처럼 팼고 지금도 '희대의 쓰레기', '제 정신이 아닌 영화' 따위로 수식된 극단적 평가가 난립한다. 다른 영화를 평가할 때마저 뜬금없이 끌어다가 있는 대로 팬다. <라스트 제다이>가 사람이었다면 너무 맞아서 얼굴에 뼈도 안 남았을 거다. 그런 영화를 다시 감상한다는 게 얼마나 지치는 일인지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혹시 내가 잘못 판단한 건 아닐까?'하는 기가 막힌 의문 속에서 감상하는 영화는 불쾌한 기분을 맛보게 한다.


 물론, <라스트 제다이>는 다시 감상해도 여전히 걸출한 물건이었다. 그저 대다수가 '기대했던 전개'에서 벗어났을 뿐. 예를 들어 루크 스카이워커의 무쌍에 준하는 활약이나 루크에게 훈련을 받아 탄생한 '파다완 레이'와 같은 존재, 아주 험악하고 멋지게 꾸며진 레이의 핏줄 등 여러 신화적 상상력들. 지금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해내고 있는 그런 것들이 <라스트 제다이>엔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포와 로즈의 여정 전체를 맥거핀으로 사용할 만큼 과감한 전개를 거듭한다. 이걸 두고 PC에 맞춘 무리수로 영화가 엉망진창이 되었다는 주장을 보며 기가 찼던 기억이 난다. 포와 로즈의 여정 덕분에 긴장감 넘쳤던 시퀀스들이 마치 없는 것이라도 되는 마냥.


 <라스트 제다이> 역시 내가 사랑하는 여러 영화처럼 중의적 대사와 영상 내러티브를 적극 활용한다. 영화의 주제라 할 법한 루크 스카이워커의 "나는 마지막 제다이가 아니야"마저도 중의적이다. 직후 꼬마가 자기도 모르게 발휘하는 풀 기술은 '마지막 제다이'가 무엇인지 여러모로 생각하게 하는 영상 내러티브다. 이 영화엔 이런 식으로 대단한 분량의 텍스트가 영상을 매개체 삼아 담겼고 그런 걸 계속해서 되새기며 사유할 수 있다. 스타워즈 시리즈로부터 멀어져가던 내가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라스트 제다이> 덕분이다.


 스페이스 오페라의 일반적 전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클리셰로부터 상당히 벗어났음에도 완성도를 잃지 않은 <라스트 제다이>에 찬사를 보낸다. 앞으로 몇번이고 반복해서 감상해주리라.


 이하 스크린샷은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정발판 블루레이의 원본 사이즈 캡쳐다. 누르면 커진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Polaris 2018.05.17 13:23 신고

    뭐... 미쳐 돌아가는 영화인 건 사실입니다. 좋은 의미에서 말이죠. ㅋㅋㅋㅋㅋㅋㅋ

    • BlogIcon 즈라더 2018.05.18 11:53 신고

      이토록 클리셰를 비튼 영화가 또 있을까 싶어요.

    • Polaris 2018.05.19 11:35 신고

      양쪽 진영이 딱 봐도 영화 내내 뻘짓만 하는 걸 보면 감독이 일종의 허무주의 같은 걸 의도하니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ㅋㅋㅋ

      참고로 이 영화가 호평을 받은 이유가 순전히 PC성향 때문이라면, [시간의 주름]이 최근 상당히 좋지 못한 평을 받은 게 설명이 안 되기도 하죠. 물론 [고스트버스터즈] 리부트의 사례가 있긴 하지만, 그 당시에는 소니가 워낙 험악한 분위기를 형성해 놓았으니...

    • BlogIcon 즈라더 2018.05.23 11:42 신고

      사실, 평론가 사이에 일종의 대세 몰이가 이루어지는 느낌은 듭니다.
      이 또한 시대상이라 할 수 있으려나요..

  2. 라마르 2018.05.23 00:57 신고

    그냥 못만든 영화죠 관객 뒤통수나 치기바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