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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드라마가 예전 같지 않은 이유엔 여러가지가 있지만, 대본을 그저 영상으로 옮겨놓을 뿐인 감독들의 안이함이 가장 크다. 시간이 촉박한 드라마 촬영탓을 하기엔 중국 드라마는 프리 프로덕션 기간이 꽤 긴 편이고 되도록이면 사전제작을 하기 때문에 (물론, 그렇다해도 수십회를 찍기에 시간이 넉넉한 편은 아니다) 다른 나라보단 사정이 조금은 나은 편. 게다가 80~90년대의 중국 드라마는 '영상화'가 아닌 '연출'을 분명히 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서 <취영롱> 1화의 두 주인공의 대화 장면을 보자.


 왕의 신분인 남자 주인공이 절벽에서 떨어지자 여자 주인공은 그를 구하고 상처를 치료해준다. 이후 남자 주인공이 왕이라는 걸 알게 된 여자 주인공은 이렇게 말한다.


 "왕께서 왜 절벽에서 떨어지신 거죠? 우연은 아닐 텐데요."


 남자 주인공은 잠시 여자 주인공을 떠보려는 듯 이렇게 말한다.


 "우연이 아니었다면 날 구했겠나?"


 머뭇거리는 여자 주인공을 바라보던 남자 주인공, 다시 한 번 묻는다.


 "이렇게 바꿔 말해보지. 내가 목적을 가지고 여기에 왔어도 날 구했겠나?"


 흐름은 여자 주인공이 "그래도 생사 위기에 처했으면 구했을 거에요."라며 자신의 성향을 드러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 장면에서 남자 주인공의 대사 사이에는 상당히 중요한 공백이 필요했고 컷의 변화도 필요했다. 평범한 대화 장면이 아니기에 남자 주인공이 "이렇게 바꿔 말해보지"라고 했을 땐 다른 구도와 다른 클로즈업으로 날카롭게 여자 주인공을 떠보려는 남자 주인공의 심리를 드러내야 했다. 그러나 <취영롱>의 임옥분 감독은 그런 것 없이 시작부터 끝까지 변함없는 바스트샷과 대사톤으로 연출했다. 덕분에 두 주인공의 심리와 성격을 간접으로 드러내는 이 중요한 장면의 의미를 감상자가 찾아서 파악해야 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각본가가 원한 건 이게 아닐 텐데.


 재미있게도 중국의 영화 쪽은 정반대의 성향을 보인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장면에서도 쓸데없이 온갖 장치를 다 이용해서 감정을 표현하느라 감상자의 손발이 몸통을 향해 퇴화하도록 돕는다. 극과 극이다.


 주의: 모든 중국 영화와 중국 드라마가 이런 문제를 지녔다는 건 아니므로 오해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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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베리알 2018.06.10 08:58 신고

    아... 설명만으로도 뭔지 알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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