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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OA의 맴버 설현이 페미니스트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누군가가 설현의 행동 원인을 이렇게 예측했다. 


 "지코와 스캔들 이후 남자들에게 지지를 못 받으니 이제 여자에게 지지를 받으려고 저러나보네."


 설현이 정말 이제부터라도 여성에게 지지를 받으려 페미니스트 논란을 일으킨 걸까? 그럴리가. AOA의 다른 맴버들이나 그룹 자체의 이미지라면 모를까, 설현 본인은 그런 거 안 해도 이미 여초의 여신으로 추앙받고 있었다. 


 올해 1월, 설현이 구찌 행사에 참여했을 때 어느 여초 사이트의 반응을 살펴보자.







 

 댓글이 달린 본문의 사진들은 팬심이 듬뿍 담긴 움짤과 다르게 '그닥..'이란 말이 절로 나오는 기사 사진들. 일부 댓글의 뉘앙스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엄청 예쁜 옷을 입고 오지도 않았고, 메이크업도 아직 바뀐 눈썹 모양에 어울리는 톤을 만들지 못 해서 미완성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설현에 대한 사랑이 이토록 엄청나다. 이미 (사회적 문제가 되어가는 여초 사이트들을 제외한) 모든 여초 사이트가 설현을 여신으로 추대하고 있었다. 설현은 언제부터 이렇게 여성들의 열혈한 지지를 얻은 걸까?


 걸그룹에 나름 관심이 있거나 남초 커뮤니티를 자주 찾던 사람들은 기억할 텐데, 설현과 AOA가 주목을 끌었던 결정적인 순간은 <흔들려>의 쩍벌 댄스다. 이후 설현의 예쁜 얼굴과 육덕파에 가까웠던 몸매가 대다수 남성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고 덩달아 AOA 역시 폭발적 성장을 거두게 된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여초 사이트의 설현에 대한 반응은 시큰둥했다. '예쁘긴 한데..' 혹은 '누구?', '그 다리 벌리고 춤추던 애..' 심지어 <단발 머리>로 상당한 성적을 거두며 승승장구하던 시기에도 팬만 아는 걸그룹 수준의 반응을 얻었다. 그렇게 여초에서 인지도가 현저히 낮던 설현이 급부상하게 된 계기는 백상예술대상 레드카펫. 드레스 픽이 훌륭했던 데다 다이어트로 완성된 몸매 비율, 피부톤을 제외하면 성공적인 메이크업이 여성들의 마음을 농락한 것이다.



전설이 된 설현의 백상예술대상 레드카펫 자태




 그러나 그런 시점에도, 그럼에도, 당연히 설현에 대한 반응이 격하게 변한 건 아니었다. 누군가가 주장하는 것처럼 AOA는 남성을 대상 삼은 컨셉으로 중무장한 걸그룹이었고 특히 <흔들려>의 쩍벌 댄스와 <짧은 치마>의 격한 안무 등은 오로지 남초의 걸그룹을 좋아하는 사람들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던 요소였다. (남자라면 속으로 다 좋아들했겠지만) 


 여성들의 지지를 얻기엔 아직 길이 멀게만 느껴지던 그 시점에 사건이 터졌다. 설현과 지코의 스캔들. 설현이 섹시한 원피스를 입고 지코의 집으로 뛰어가는 그 장면은 남성에겐 꽤나 악몽 같은 순간이었을지 몰라도, 여성들에겐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달려가는 그 자태의 라인이 어마무시하게 아름다웠던 덕이다. 대체 어떻게 운동하면 저런 몸매가 나올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여성이 댓글 세례를 부어댔고 AOA와 설현에 대한 편견 때문에 설현의 얼굴이나 몸매에 관심을 가질 생각조차 안 하던 머글(?)들마저 스캔들을 계기로 설현을 알게 되어 그녀의 인지도가 급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남성팬이 대거 이탈하고 설현 관련 게시글만 올라오면 '지코 x 1000000'을 외쳐대던 그 때, 오히려 여성팬이 늘어나고 있었던 것. 극적인 반전이다.


 이후 계속되는 설현의 성장은 여성팬들의 지지를 담보로 하고 있었다. 광고, 협찬도 뷰티 계열, 패션 계열이 더 많아졌고 설현의 메이크업 방식도 점차 변해갔다. 올해 초부터는 그간 (본인의 성격과 그리 어울리지도 않던) 갸륵 일자 눈썹을 버리고 아치형으로 바꿨다. 당연히 바뀐 눈썹 역시 여성들은 대체로 호, 남성들은 대체로 불호를 외쳤다.


 그렇게 지코와의 스캔들을 기점으로 설현에 대한 반응이 변하고 벌써 2년이나 지난 지금, 이미 여초 사이트의 여신이 되어 있는 설현이 페미니스트 논란을 일으켜 여성에게 인기를 모으려는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 소속사 쪽에서 조치를 취해 그룹 전체의 이미지를 쇄신하려고 했다면 모를까, 설현 개인의 여성팬 모집(?)은 넌센스라는 얘기다. 만약, 정말로 설현이 그런 의도를 지녔다면, 팔로우 정리를 중간에 멈추고 '관심은 두고 있다'는 식으로 양쪽 모두에게 거슬리지 않으려했던 시도마저 무의미해진다.





 요새 대한민국 사회가 남자 여자로 갈라져서 혼란스럽다. 덕분에 연예인의 사상 검증을 시도하는 이들도 많아졌는데, 양예원 사건을 '범죄'로 받아들이고 (섣부르게) 지지했던 수지를 '메갈'로 몰아갔던 것이 이번 일의 발단이 아닌가 한다. 수지는 메갈과 같은 극단에 위치한 이들로부터 묘한 컨셉의 사진집을 찍었다는 이유로 끔찍한 꼴을 당한 바 있는데, 지금은 오히려 메갈로부터 지지를 얻는 동시에 메갈픽 페미니스트라며 욕을 먹고 있다. 아이유는 그런 수지의 절친. 로리 논쟁 때문에 엄청난 고통을 겪었고, 설현은 아이유를 언팔한 뒤 루나를 팔로우하면서 페미니스트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정작 그 아이유와 루나가 절친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모양이다. 메갈을 비롯한 극단 사이트가 설현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설현을 페미니스트로 몰고 가기엔 저쪽 사람들은 미세한 거 하나하나에 반응하며 지지하는 사람을 바꾸고 또 바꾸므로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인스타그램 팔로우 정리만으로 사상 검증은 불가능하며, 메갈이 지지한다는 것만으로 그녀의 사상을 확인한다면, 저들이 제멋대로 하는 일이 낚여 끌려다니는 꼴이니 오히려 옳지 않다. 이미 여성들에게 절대적 지지를 얻고 있는 설현이 다른 이유라면 모를까, 여성들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 이제와서 페미 선언을 한다는 건 자충수에 불과하므로 근거 미약이다.


 본래 페미니스트라는 거 절대 나쁜 게 아니다. 정상적인 페미니즘은 '페미'라는 단어를 쓰지 말고 다른 단어를 써야 하는 게 맞다고 주장할 만큼 건강하다. (페미니즘이란 본래 여성 평등만이 아니라 모든 젠더가 평등해야 한다는 사상이므로 '페미'란 단어는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런 페미니즘에 조금 관심을 가졌다고 해서 '틀린 것'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페미니즘이고 미투고 다 한국에 들어와서 변질되어버렸지만, 본질은 그게 아니란 걸 잊으면 곤란하다. 


 이번에 AOA의 성적이 좋았던 게 메갈의 힘 아니냐는 얘길도 나오는 모양인데, 초대형 아이돌 팬덤이 미칠듯이 스트리밍을 돌려서 간신히 상위권을 유지하는 음원 차트를 기껏해봐야 한줌에 불과할 저들의 힘으로 이뤘을 리 없다. 스트리밍 비율이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았다는 걸 근거 삼는 건 미련한 일이다. 이번 일에 낚여서 이탈한 남자팬들을 생각하면 당연한 현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다는 근거로도 써먹을 수 있다. 


 해체하는 건 아닌가 노심초사하던 AOA가 천신만고 끝에 컴백했는데 이렇게 엉뚱한 일로 타격을 입어버렸다. 치열하게 양분화된 진영 논리에 새우등 터지는 마냥 AOA가 희생된 꼴이다. 몹시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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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요ㅗㅇ 2018.06.11 00:51 신고

    더쿠 사이트는 대다수 긍정적으로 평합니다..인스티즈 비스무리한 사이튼데...이걸로 여초에게 지지받는다는건 무리입니다..판에서 매일같이 판독기로 까이던게 설현이구요

    • BlogIcon 즈라더 2018.06.11 10:20 신고

      더쿠에서 부정적 반응은 돌려까기 혹은 무시하기..로 이어집니다.
      그냥 반응이 히끄무레해요. 굉장히 알기 쉽죠.
      드물게 에이핑크의 모 맴버만 대놓고 별로라는 소리를 듣는 정도.

      네이트판은 분탕종자와 팬, 안티의 대결 양상에 온갖 주작, 초치기가 나오는 곳인 데다
      메갈류 여초의 작업이 주기적으로 들어가는 곳이에요.
      오히려 메갈의 분위기를 알려고 네이트판을 가는
      사람이 있을 만큼... 거기로 판단하는 게 오히려
      무리가 있지요.

      더쿠도 사실, 규모가 좀 과하다 싶을 만큼 커져서
      네이트판 꼴이 되기 직전인데, 다행히(?) 운영자가
      메갈이나 그쪽류를 극혐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놔서
      아슬아슬하게 현상유지하는 모양새입니다.
      뭐, 그래봤자 은근슬쩍 남혐 드러내는 메갈류
      회원들이 잦게 눈에 띄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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