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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가 짧다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게, 등장인물에 대해 서술할 시간을 갖지 못 하면서 시청자로 하여금 몰입할 기회를 잃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해결의 여자>는 가벼운 톤의 이야기와 증거가 희박한 공상마저 가볍게 인정해주는 멋쟁이(?) 범죄자들로 이를 해결했다. 범죄자들의 센스 있는 고백 덕분에 드라마는 수사의 영역보다 등장인물의 성격 서술에 더 비중을 둘 수 있었으며, 여기에 다양한 성격의 등장인물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주는 센스까지 더해서 이를 눈치 채지 못 하게 한다. 진지함이 부족한 대신 가볍게 웃으며 즐길 거리는 되고도 남음이 있다.


 한 편, 주인공인 야시로는 <미해결의 여자>에서 가장 매력이 부족하다. 이는 하루의 연기가 들쑥날쑥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야시로란 캐릭터를 매개체 삼아서 인물 관계를 드러낸 탓이 더 크다. 스펀지처럼 등장인물의 특징을 흡수한 야시로는 이를 적절하게 방출하면서 인물 사이의 연계를 만들어내며, 모두가 야시로를 통해 싸움을 일으키고 야시로를 통해 화해한다. 그래서 분량만 따지면 압도적으로 많은 야시로보다 극의 소재와 직접 닿아 있는 진주인공 나루미(스즈키 쿄카 분)가 훨씬 매력있게 그려진다. 야시로가 매력이 부족한 주인공이었음에도 나름 눈길이 갔던 건 인물 자체의 개성이 아닌 뽀얀 피부와 왜소한 몸집, 거대한 눈으로 보호본능을 일으킨 하루 본인의 이미지에 상당부분 기댄 결과다.


 <미해결의 여자>는 마지막회에 처음으로 야시로와 나루미의 공상을 인정하지 않는 범죄자를 내세우며 후속편을 예고한다. 미국의 떡밥 드라마라도 되는 마냥 대놓고 후속작을 예고하는 일본 드라마는 처음 봤다. 이걸 장점으로 여길지 단점으로 여길지는 각자 다르게 생각할 수 있지만, 내겐 분명한 단점으로 여겨진다. 아무리 후속작 가능성이 커도 하던 이야기는 제대로 마무리 해야 옳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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