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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수사물을 가장 잘 만드는 나라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분명히 논란이 있겠지만, 수사물을 가장 많이 만드는 나라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논란의 여지 없이 일본이 정답이다. 2010년대 들어 밑바닥을 치는 드라마 업계에서 그나마 정상 수치를 기록하는 게 수사 드라마라는 걸 깨달고 '수사'란 컨셉이 들어갈 수 있는 모든 소재를 끌어다 수사물을 만든 덕이다. 형사, 변호사, 검사, 재판관, 보험사, 탐정, 의사 등 수사에 조금이라도 개입할 수 있을 모든 직업을 가져다 수사물을 만들어냈다. 10부에 불과한 일본 드라마의 짧은 플레잉타임 덕분에 동어반복도 그리 많지 않은 편이며, 각기 나름 차별화를 시도한 덕에 다양성 측면에선 대성공이라 할 만하다. 물론, 분기 드라마의 절반이 수사물일 때마저 있는 지금의 상황을 '다양성'으로 해석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지만.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셜록 홈즈>는 일본에선 이미 닳고 닳은 소재다. 추리, 수사물의 고전이니 만큼 일본 드라마 업계에서 수없이 오마쥬한 탓에 신선함이 없다. 그래서인지 일본은 단순히 <셜록 홈즈>를 현지화한 게 아니라 여성화해서 리메이크했다. 그래서 '미스' 셜록이다.



 셜록이 여성으로 변했다고 해도 셜록의 행동 패턴엔 큰 변화가 없다. 언제나 자신을 우월하다고 인식하며 타인과 얽히는 걸 극도로 싫어하지만, 사실 주변의 인물들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츤데레. 이는 왓슨에 대응하는 와토 역시 마찬가지인데, 이러쿵 저러쿵 딴지를 걸어도 결국엔 셜록의 행동에 동의하고 동행하며 함께 사건을 지켜본다. 두 사람 사이의 기묘한 기류는 <셜록 홈즈>를 바탕으로 하는 서브컬쳐의 영향을 받은 것도 같다. 이 드라마가 셜록을 여성화했다고 해서 극단의 페미니즘이 담긴 건 아닌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


 기존 일본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소가 아니라 다소 이색적인 장소를 찾아 촬영한 <미스 셜록>은 화려하고 디테일한 소품의 힘까지 빌려 끝이 없이 밀려나와 고착 상태에 빠진 일본의 수사 드라마들과 차별화를 꾀한다. 그러나 원작과는 명백하게 다른 일본이란 배경 덕분에 위화감이 상당하며, 근대 영국과 현대 일본의 중간 어느 지점에 위치한 성격이 되고 말았다. 이는 셜로키안이라 불리는 원작의 팬과 일본 수사 드라마에 익숙한 일본 대중 양쪽에게 약간의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고 오히려 신선한 바람이 될 수도 있다.


 타케우치 유코의 특색 있는 연기는 20년이란 장대한 시간 동안 대중 사이에 반복된 결과물이라 딱히 언급할 필요가 없지만, 칸지야 시호리의 퍼포먼스는 언급할 가치가 있다. 셜록에게 이리저리 휘둘리는 코믹한 연기부터 함정에 빠져 처절하게 울부짖는 연기까지 무엇하나 모자란 구석이 없는 경이. 반면 메인 빌런인 모리에티의 연기는 많이 아쉽다. 일본 수사 드라마의 에피소드1 빌런 수준에 불과한 캐릭터 구성을 평이한 연기로 소화하는 바람에 무난함의 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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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베리알 2018.07.02 10:26 신고

    오 유코의 셜록이란 것만으로도 일단 흥미뿜뿜하는군요.
    런치의 여왕에서 보여준 날라차기 스킬 같은거 튀어 나오면 재미있을 것 같단 생각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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